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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연재수 :
1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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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824
추천수 :
7,853
글자수 :
731,965

작성
23.01.21 15:30
조회
2,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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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글자
10쪽

4-25(4권 끝)

DUMMY

‘이거야 원, 왠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가 된 기분이 드는구나.’

야심한 시각, 사밀전의 전주 맹위가 홀로 향하고 있는 곳은 대천부 내에 있는 구양위의 처소였다.

백 명에 달하는 살수들로 인의장막을 치다시피 하고 있는 바로 그곳.

사밀전(使密殿)은 천무신궁 내의 모든 정보를 총괄하는 곳이었는데, 맹위는 십여 년 전 호궁령 선포 당시 사밀전의 좌부전주(左副殿主)였다.

당시 사밀전의 핵심간부 대부분이 내부정보 유출을 막지 못한 죄로 목숨을 잃었고, 그 이후 자연스럽게 전주의 자리를 물려받은 자가 맹위였다.


- 대천군께서 오늘 밤 자정에 뵙기를 청하십니다. 그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선 절대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시오.


약 한 시전 전, 누군가 맹위 앞에 도둑괭이처럼 은밀히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런데 그 누군가가 무려 금검대주 위무량이었다. 천궁 내에서 사실상 궁주 이상의 위세를 지니고 있는 인물이었다.

“사밀전주십니까?”

“그렇소.”

미리 기별을 받은 듯, 문 앞을 지키던 복면인들은 말로서 간단히 신분확인을 한 연후 구양위가 있는 방까지 그를 안내했다.

‘휴.’

왠지 모를 극도의 긴장감으로 인해 안으로 들어가기 전 맹위는 심호흡을 몇 차례나 해야 했다.

‘헉! 이건 또 뭔가?’

왠지 놀랄만한 광경이 펼쳐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던 맹위였지만, 방에 들어서는 순간 어쩔 수 없이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단 앉아 있는 구양위의 모습이 보였다. 얼굴을 가리고 있는 상태였으니 그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 옆에 있는 네 명.

사대혈군 전원이 검을 든 채로 구양위 뒤에 좌우로 시립해 있지 않은가.

“뭘 그리 놀라?”

“그게···.”

“앉아.”

“아, 예.”

구양위 앞에 앉는 맹위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역력했다.

절대 그럴 리야 없겠지만, 조금만 구양위의 심기를 거슬렀다가는 사대혈군들의 검이 바로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들 것만 같은 공포마저 문득 느껴질 지경이었다.

“내가 자네를 부른 것은 특별한 지시를 내리기 위함이야.”

“아, 예. 말씀하십시오.”

“일단, 앞으로 어잠양 회주와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도록 해. 그러면서 어회주가 뭔가 원하는 것을 말하면 무조건 협조하도록 하고. 알겠나?”

“예, 대천군.”

“마교 쪽 동태를 살피는 요원들이 얼마나 되나?”

“한, 열 명쯤 됩니다.”

“더 투입해. 세 배 정도로, 최고의 요원들로.”

이번만은 맹위도 그냥 무조건 알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세 배나 말입니까? 그것도 최고의 요원들로?”

“무슨 문제라도 있나?”

“가용인원이 안 됩니다.”

“다른 곳에 투입된 인원을 빼서 마교 쪽으로 투입하면 되지 않나?”

“하지만···.”

“하지만 뭐?”

“일단, 그 문제는 대총사와 상의를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만.”

‘헉!’

말을 끝내자마자 맹위의 표정이 방금 전 이곳에 들어올 때보다 더 굳어졌다. 자신을 향해 사대혈군들이 내뿜는 기도가 한 마디로 장난이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기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압감을 내뿜는 구양위의 음성이 들려왔다.

맹위가 아닌 위무량을 향해서다.

“이봐, 금검대주.”

“예. 대천군.”

“내가 설마 잘못들은 건가? 지금 내가 지시를 내리고 있는데, 사마우와 상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

“나더러 사마우의 허락을 받고 지시를 내리라는 말과 뭐가 다른지 난 잘 모르겠군.”

털썩.

위무량이 구양위를 향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모든 것이 제 불찰입니다.”

그와 거의 동시에 바닥에 엎드리는 인물이 또 한 명 있었다. 당연히 맹위다.

“제가 말도 안 되는 실언을 하였습니다. 죽여주십시오. 대천군.”

맹위의 등으로 식은땀이 흘러내려 옷을 다 적실 지경이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명백한 실수였다.

물론 십년 전이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지를 리가 없었다. 십년 동안 자기도 모르는 사이 구양위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풀어졌던 결과이리라.

“다들 일어서.”

구양위의 말이 떨어졌지만 위무량과는 달리 맹위는 차마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봐, 맹 전주. 다 이해하니까 다시 앉으라고.”

“감사합니다.”

그제야 맹위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하긴, 그 동안 내가 좀 못난 꼴을 보였지. 그러니 자네가 나를 만만하게 보는 것은 당연한 것일 지도 몰라.”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어찌 감히···.”

[그냥 잠자코 듣고만 있어요!]

위무량의 전음성이 맹위의 입에 자물쇠를 채워버리는 순간이다.

“그런데 이해는 해도 궁금증은 생기더군. 자네는 나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심 좋아했을 지 안타까워했을 지 말이야.”

“······.”

“물론, 자네에게만 국한된 궁금증은 아니야. 아마, 내가 속물이라서 그럴 거야. 내가 술에 절어 있을 때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던 자들과 그렇지 않은 자들이 누구인지 이토록 궁금하니 말이야. 하하하.”

부들부들.

‘어떻게 사람이 이토록 돌변할 수가.’

물론 돌변이라기보다는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는 것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조만간 엄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죽어나갈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떠오르며 맹위의 몸이 절로 떨려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있어. 내가 자네에게 두 가지 임무를 내린 셈인데, 그 진행 사항은 오로지 나에게만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야.”

“그 말씀은, 대총사나 궁주님께도 알리지 말라는 뜻입니까?”

“그래. 절대로.”

“······.”

“물론, 여기 있는 사대혈군들은 당연히 상관없지. 앞으로 모든 상황들을 수시로 내게 보고토록 하고, 나에게 직접 하는 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사대혈군들 중 하나를 통해 보고하도록. 알겠나?”

“명심하겠습니다. 대천군.”

하고 싶은 말은 굴뚝같았지만 분위기상 이 말 외에는 할 말이 없는 맹위였다.

“물론, 궁주님은 몰라도 사마우를 속이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겠지. 하지만 정보를 관장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은밀함 아니겠나? 이번 일의 결과에 따라 향후 자네의 능력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겠지.”

사대혈군들을 의식해서인지 구양위는 전음으로 말을 끝마쳤다.

[그 자리에서 물러나든가, 사마우의 자리를 자네가 대신하든가.]


* * *


“대주들에게조차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고?”

“그렇습니다, 선배님. 아직은 시기상조라서요. 그렇다고 거짓을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구양위는 사마우의 배신에 대해서는 사대혈군들에도 말하지 않았다. 상세한 내막은 차후 알게 된다는 식으로 대충 얼버무렸다.

하지만 사마우에 대한 우호적인 말은 남겼다.


- 사마우 역시 당연히 내가 죽었으리라 확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런 일을 벌인 것이니, 자네들이 이해해.


재미있는 것은, 구양위가 자신의 존재를 사마우와 단우경에게 당분간 함구하라는 지시에 대해서 사대혈군들 중 그 누구도 의구심을 느끼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우경 때문이었다.

그녀는 바보가 아니다. 십여 년 전, 단우춘과 단우군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 즉, 자신의 숙부와 할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 구양위란 사실을 아직도 모르고 있을 리가 있겠는가.

사대혈군 모두, 구양위가 자신의 생존을 밝히고 단우경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당연히 껄끄러워 할 것이라 여겼던 것이다.

“그거야 자네가 알아서 할 일이겠고, 그런데 대체 얼마나 어려운 부탁을 하려고 그러는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는군 그래. 하하.”

왕무린의 방을 찾아온 구양위의 얼굴에서 확실히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선배님의 능력으로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만.”

“굉장히 귀찮을 것이란 건 확실하단 소리군.”

“죄송합니다.”

“하하. 일단 들어봐야겠군.”

“대주들에게 제 정체를 밝힌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선배께서 바깥에 나가서 해결해 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

사대혈군들의 도움이 없다면, 왕무린도 없는 상태에서 장만춘을 데리고 일을 꾸미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었다.

“마교로 가달란 소린가?”

“그렇습니다. 마교의 간부 하나를 처리해 주십시오. 이건 제 능력으로도 안 되는 일이라서. 하늘 아래 오직 선배 한 분 만이 가능한 일입니다.”

“설마, 유후천은 아니겠지?”

“그럴 리가요.”

다분히 농담 섞인 왕무린의 말에 구양위도 피식 실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모습이었다.

“대충 누군지도, 어떤 식의 처리를 원하는지도 알겠군. 단지 그것뿐인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럴 테지. 가는 도중 십사회주도 만나야겠지?”

“그렇습니다. 십사회주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선배님뿐입니다.”

“하지만 그냥은 나도 할 수 없는 일이야. 십사회주 입장에서는 문파의 존립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겠나?”

“당연합니다. 아무리 선배라도 십사회주가 선배의 수하도 아닌데, 아무런 대가도 없이 어찌 그런 요구를 하실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하오문에게 어떤 대가를 약속할 건가?”

하오문(下汚門)!

스스로는 문파라 칭하지만 문파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하오문에 속한 문도들은 살수들보다도 훨씬 더 경멸당했다. 소매치기, 도둑질, 매춘 등에 종사하는 최하류 인생들로 구성된 문파였기 때문이다.

살인이나 강간 따위를 제외한 사기, 도박, 문서위조, 화폐위조 등, 거의 모든 범죄에 능한 전문가들의 집단이라 해도 무방한 곳이었다. 하지만 광범위하고 빠른 정보수집 능력이나 무공을 제외한 수많은 잡기 면에서 단연 최고를 자랑했다.

“이번 일의 결과에 따라, 하오문이 정식 문파로서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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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4-15 +3 23.01.11 2,726 4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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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4-13 +4 23.01.09 2,792 41 9쪽
92 4-12 +3 23.01.08 2,818 4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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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4- 6 +3 23.01.02 2,903 48 13쪽
85 4- 5 +4 23.01.01 2,987 44 13쪽
84 4- 4 +4 22.12.31 2,890 42 10쪽
83 4- 3 +5 22.12.30 3,003 44 12쪽
82 4- 2 +3 22.12.29 2,908 49 9쪽
81 4- 1 +4 22.12.28 2,966 40 13쪽
80 3-25(3권 끝) +4 22.12.27 3,001 39 12쪽
79 3-24 +3 22.12.26 2,823 38 13쪽
78 3-23 +4 22.12.25 2,834 45 11쪽
77 3-22 +4 22.12.24 2,846 40 12쪽
76 3-21 +3 22.12.23 2,977 46 16쪽
75 3-20 +4 22.12.22 2,944 44 10쪽
74 3-19 +4 22.12.21 2,932 44 12쪽
73 3-18 +5 22.12.20 2,873 48 8쪽
72 3-17 +5 22.12.19 2,889 4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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