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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8,012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0.03.2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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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5
추천
27
글자
11쪽

2-2

DUMMY

“그러면, 데이빗은 아시아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보고 온 거예요? 좋겠다. 부러워요. 나도 그런 곳을 가보고 싶은데.”


조영이 서울과 도쿄를 거쳐서 뉴욕에 왔다는 이야기에 글로리아의 표정에 부러움이 가득해졌다.


“다음 올림픽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열린다니까, 그때 한 번 가보는 것도 좋겠지요. 올림픽은 다양한 나라에서 온 젊은이들의 열기가 무척 뜨겁더라고요. 응원하는 선수가 있다면 더 많이 즐거울 테고요.”


“오우~ 저도 스페인에 가보고 싶어요. 그런데, 사실 아버지가 조금 엄격하신 분이라서 저를 보내줄 것 같지는 않네요. 아쉬워요. 오늘도 아버지 몰래 빠져나온 거라서, 집에 들어가면 혼날 거에요. 물론 아버지 뺨에 키스 한 번 해드리면 화가 풀리시겠지만요. 호호호”


“하하하, 글로리아 같은 예쁜 딸이 볼 키스를 해준다면 어느 아버지라도 다 웃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저도 데이빗처럼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일해보고 싶어요. 데이빗은 어떤 회사에서 일해요? 나도 그 회사에 취직할 수 없을까요?”


“아....그...그게....싱가포르에 있는 작은 투자회사라서, 취직이....그....”


글로리아가 갑자기 얼굴을 조영에게 들이대며 눈을 마주 보고 얘기하는데, 글로리아의 파란색 눈동자가 너무 예쁘다는 생각에 조영은 말을 더듬고 말았다.


“호호호. 데이빗, 말 더듬는 걸 보니 꽤 귀여운데요?”


마피아 보스 앞에서도 할 말을 다 하던 과거를 생각하며 조영도 웃음이 나왔다.


“나, 꼭 가보고 싶던 술집이 있는데, 우리 함께 가요. 네?”


“나는 뉴욕 지리를 모르니, 글로리아가 안내해준다면 함께 가지요.”


“아이, 좋아라. 내일 학교에 가서 친구들한테 자랑해야지~ 동양에서 온 신비로운 왕자님과 달콤한 칵테일 한 잔이라~~신난다.”


글로리아가 두 손을 번쩍 쳐들면서 기쁨을 표하더니, 금세 조영의 왼손에 팔짱을 끼며 몸을 기대왔다.


“자, 출~~발.”


조영은 왼손에 느껴지는 글로리아의 풍만함에 잠시 몸의 한 곳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세차게 가로 저었다.

글로리아가 조영을 데리고 간 곳은 10층 정도 되는 건물의 옥상에 있는 루프탑 바였다.

중심에 원형으로 된 바가 있어서, 바텐더에게 주문할 수 있었고, 주로 옥상 끝쪽으로 배치된 테이블에서 야경을 바라보는 커플들이 꽤 있었다.

한쪽에는 라이브로 재즈를 연주하는 밴드가 있었다.

굵은 목소리로 가볍게 몸을 흔드는 체격 좋은 흑인 여가수의 목소리가 기분 좋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Fly me to the moon And let me play among the stars~”


“마음에 드는 곳이군요. 고마워요, 글로리아. 좋은 곳을 소개해줘서요. 진심입니다.”

“오~ 데이빗이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에요. 이곳 술값도 데이빗이 내야 하거든요. 호호호.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요? 저도 이야기만 들어보고 처음 오는 곳이에요.“


“분위기도 좋지만, 우리를 처음 반겨주는 노랫말과 음악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노래에요.”


“Fly me to the Barcelona~ 데이빗, 저 노래처럼 나를 스페인 올림픽에 데려가 줘요~네?”


아직 조영의 팔짱을 끼고 있던 글로리아가 몸을 더 바짝 붙이며 조영에게 부탁했다.

웨이터가 조영과 글로리아를 비어있는 테이블로 안내했고, 둘은 간단한 칵테일과 안주를 주문했다.


“실례지만 담배를 피워도 될까요, 글로리아?”

“물론이에요, 데이빗. 저도 하나 주세요~”


조영이 담배를 꺼내어 글로리아에게 건네주고 불을 붙여 주었다.

딸깍.

파란 눈에 금발의 미녀가 기다란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잡고, 입가로 가져가는 모습과, 크고 도톰한 선명한 라인의 입술 사이로 하얀 담배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이 매우 매력적이라고 조영은 생각했다. 확실히 동양 여성들과는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달랐다.


“아버지는 주로 시가를 피우는데, 저는 시가보다는 궐련이 입에 맞더라고요~”


조영과 글로리아가 담배의 맛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웨이터가 두 사람이 주문한 칵테일과 간단한 안주를 가지고 와서 세팅해주었다.


“저는 뉴욕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올해 졸업반이에요. 제 꿈은 대학을 졸업하면, 이곳 뉴욕을 떠나서 여행도 하고 일도 하는 거예요. 데이빗처럼 세계 곳곳을 돌아다녀 보고 싶어요.”


“꼭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글로리아. 세상은 넓고, 기회는 많으니까요.”


조영이 환한 미소로 건네주는 응원에 글로리아는 기분이 좋아졌다.


“자, 우리의 만남과 스페인 올림픽을 위하여~”


쨍.


“바르셀로나를 위하여~ 하하하.”


둘은 칵테일 잔을 가볍게 맞부딪혔다.


“데이빗과 함께 바르셀로나에서 칵테일을 다시 마셔보고 싶어요.”


글로리아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조영을 응시했다.


“행운의 여신이 손을 내밀 때 놓치지만 않는다면, 4년 후에 우리는 바르셀로나의 루프탑 바에서 오늘을 추억할 수 있을 겁니다, 글로리아.”


조영과 글로리아는 이후로 몇 잔의 칵테일을 마시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주로 조영이 가본 여러 곳의 이야기를 글로리아가 듣는 형태였다.

중간에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서 곳곳의 젊은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었다.

글로리아가 조영의 손을 이끌었지만, 조영은 춤은 자신이 없었다.

글로리아만이 볼륨감 있는 몸을 흔들며 열정적인 춤을 추었다.

어느 순간 밴드는 조용하고 끈적끈적한 재즈 블루스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몇 쌍의 커플들이 부둥켜안고 춤추며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데이빗, 이건 흔드는 춤이 아니니까 괜찮죠?”


글로리아가 조영의 손을 이끌고 테이블 옆의 빈 공간으로 움직였다.

조영은 왼손을 글로리아의 오른손과 포개어 잡고, 오른손은 글로리아의 가는 허리에 올려놓고 가벼운 스텝을 밟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글로리아가 오른손을 조영의 손에서 빼내더니, 양팔을 조영의 목에 감았다.

조영도 놀고 있는 두 팔로 글로리아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글로리아가 고개를 들어 조영을 바라보았다. 몇 잔의 칵테일로 알코올 기운이 올라오는지, 글로리아의 뺨은 발그스름했고 상대적으로 눈동자는 더욱 진한 푸른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조영은 글로리아의 푸른 눈동자가 맑고 깊은 바다 같다고 생각했다. 깊은 바닷속에 아름다운 열대어들이 움직이고 있을 것 같았다.

바로 그때 근처의 누군가가 웨이터에게 재스민이 섞인 어떤 칵테일을 주문하는 대화가 조영의 귀에 들려왔다.


‘재스민, 재스민’


문득. 아주 문득이었다.

조영은 재스민이라는 단어에서 도쿄의 관람차에서 함께 있던 사토 토모코가 떠올랐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조영이 깊고 푸른 바다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자리로 돌아와서 담배를 꺼내 무는 글로리아의 표정이 조금 굳어져 있었다.

글로리아에게 잠시 실례하겠다고 양해를 구한 조영은 화장실로 가서 볼일을 마치고 손을 씻으며 거울 속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에는 깊고 검은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조영이 글로리아가 기다리고 있는 테이블 쪽으로 방향을 틀었을 때였다. 테이블의 앞에 덩치 큰 백인 사내 두 명이, 글로리아와 대화하고 있었다. 조영의 발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무슨 일입니까, 글로리아?”

“아, 데이빗. 아는 친구를 만났어요.”


글로리아의 표정에는 당황스러움과 곤혹스러움이 함께 표현되고 있었다.


“무슨 일이신가요, 신사분들?”

“너는 뭐야? jab(미국에서 일본인을 비하해서 부르는 표현의 일종)인가? 우리는 글로리아와 이야기 중이니까, jab은 빠져.”


거칠게 대답하는 사내에게서는 진한 알코올 냄새가 풍겨왔다.


“이 숙녀분은 오늘 나의 일행입니다. 인사를 나눴으면, 이제 그만 자리를 비켜주시지요.”

“뭐라는 거야, 이 jab이?”


한 사내가 뒤돌아서며 오른손으로 조영의 가슴팍을 가볍게 밀쳤다.

조영이 사내의 손목을 잡고, 사내의 몸통 뒤쪽으로 틀어버렸다.


“예의가 부족한 뉴욕 신사이시군. 내 일행이라고 얘기했는데?”

“아...아....이거 안 놔? 이 새끼가 죽고 싶어?”


사내는 입으로는 욕을 하고 있었지만, 표정은 많이 아파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조영에게 잡혀서 뒤로 꺾여버린 오른손에 힘을 줄 수가 없었다.


“내 친구를 놔 줘~!”


다른 사내가 몸을 돌리더니, 오른 주먹을 조영의 얼굴을 향해 내질렀다.

조영은 앞서 잡고 있던 사내를 힘주어 밀쳐서 쓰러뜨리고는, 두 번째 사내의 주먹을 피했다. 두 번째 사내도 술이 꽤 취했기 때문인지 주먹의 속도가 빠르지 않았기 때문에 조영은 쉽게 피할 수 있었다.

조영은 자신을 향해 주먹을 뻗은 상대를 용서할 만큼 너그럽지는 않았다.

조영의 오른 주먹이 두 번째 사내의 복부에 힘껏 꽂혔다.


“커....으윽.”


두 번째 사내가 신음을 내뱉으며 무릎을 꿇으며, 앞으로 쓰러졌다.


“글로리아, 괜찮아요?”


조영의 침착한 물음에 글로리아의 안색이 평온해졌다.


“아, 저는 괜찮아요. 그보다 데이빗 괜찮아요?”

“물론, 나는 괜찮습니다.”


조영이 어깨를 으쓱해 보일 때 첫 번째 사내의 욕설이 뒤에서 들려왔다.

F로 시작하는 욕이었고, 조영이 배운 영어 단어 중에 기억에 쉽게 남은 단어이기도 했다.

뒤돌아보니 첫 번째 사내가 옆에 있는 의자를 집어 들고 있었다.

조영이 먼저 몸을 날려, 오른발로 첫 번째 사내의 가슴을 걷어차 버렸다.


우당탕.

첫 번째 사내가 뒷걸음질 치다가 뒤쪽에 있던 테이블에 부딪혀 쓰러졌다.


“오늘의 데이트는 이쯤에서 끝내야 할 것 같네요, 데이빗. 전화 좀 한 통 하고 올게요.”


글로리아가 쓰러진 두 사내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조영을 바라보며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조영은 자리에 앉으며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쓰러진 두 사내가 일어나더니, 뭐라 뭐라 큰 소리를 내뱉으며 입구로 향했다.

너무 빠른 템포의 이야기라서 조영이 정확하게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분위기상 칭찬은 아니었을 거라고 조영은 생각했다.


“오늘 즐거웠는데, 마지막 순간에 일이 번거로워져서 미안해요, 데이빗. 얼굴 알고 지내는 정도의 친구들인데, 술이 많이 취했었나 봐요. 저는 집에서 곧 데리러 올 거예요. 오늘 고마웠고, 미안해요. ”


“나도 글로리아 덕분에 뉴욕에서의 하루가 매우 즐거웠습니다. 저 녀석들은 신경 쓰지 마세요. 세계 어느 곳에 있는 술집을 가더라도 흔한 일일 테니까요. 미녀와 함께하는 남자들의 숙명 같은 거지요”


미녀라는 조영의 틈새 칭찬에 글로리아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조영과 글로리아가 마지막 담배를 나눠 피웠을 때, 바의 입구로 정장을 입은 한 사내가 들어섰고, 그를 알아본 글로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조영에게 작별을 고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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