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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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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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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0.03.2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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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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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11쪽

1-22

DUMMY

“대부분이라고요? 그 얘기를 자세히 하고 싶습니다. 싱가포르 쪽에서 내가 들은 이야기에 관심이 생겨서 이곳까지 비행기를 타고 온 것이니까요.”


조영은 야마모토 준의 이야기 중, ‘대부분’이라는 표현에 주목했다.

저 말은 야마모토 준은 그 ‘대부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표현이었으니까.

야마모토 준은 잠시 망설이는 표정이었으나, 곧 결심한 듯 표정을 굳히고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저는 회사의 전문가들과 조금 다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데이빗도 알고 계시겠지만, 1985년의 Plaza 합의 이후에 엔화는 너무 강해졌습니다. 몇 가지 전조 증상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일본 정부와 재계는 신경 쓰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저들은 대세론에 취해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소수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있습니다. 1986년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했을 때 일본은 빠르게 금리 인상 조처를 해야 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적어도 지금이라도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데, 일본의 정책 결정권자들은 전혀, 전혀 생각이 없습니다. ”

“야마모토 과장님께서는 일본의 증시 활황이 곧 끝나갈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이대로는 너무 위태위태합니다. 하지만.....우리 회사의 공식적인 의견은 데이빗에게 투자 주식의 지속적인 보유를 추천해드리는 것이고, 제 의견을 택하시는 건 사실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야마모토 준의 마지막 말은 힘이 없었다.

해외 투자자에게 회사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을 권하는 것은 사실, 일개 직장인으로서는 너무나 위험한 행동이었다.


“싱가포르에 있는 우리 직원들과 나는 모험적 투자를 좋아합니다. 다수의 길을 따라가기만 해서는 그들의 부를 따라가는 게 힘든 세상이니까요.”


조영의 대답이 야마모토 준 과장에게는 예상치 못한 내용이었는지, 그의 눈이 조금 커졌다.


“하....하지만, 사실 투자금의 손실을 유발할 수 있는 부분이라서....”

“과장님, 과장님께서는 일본의 주가가 언제쯤 정점을 찍을 거라고 예상하십니까? 우리가 발을 빼야 할 시기는 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앞으로 6개월, 길어야 1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일본 경제는 지금 너무 위험합니다.”

“야마모토 과장님, 나와 우리 회사 투자팀은 야마모토 과장님의 의견을 존중합니다. 우리의 분석과 비슷한 부분이 상당히 많았거든요. 우리 팀에 합류하시는 것을 정식으로 제안하겠습니다.”

“네? 저를요?”

“네, 우리 회사는 일본뿐 아니라 미국 증시에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쪽 투자분석팀에 인재가 더 많이 필요합니다. 과장님의 의견을 받아 주지 않는 회사에 충성할 필요가 있으실까요? 침몰하고 있는 배에서 내리지 않는 것은 현명한 투자자의 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함께 하시기를 강하게 요청합니다.”

“음···. 좋은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이곳의 동료들과 가족들도 있고······. 지금 바로 답을 드리기는 곤란합니다.”

“물론입니다. 지금 답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과장님 말씀대로 6개월여의 시간 여유는 있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기도 합니다. 결심이 서면, 싱가포르 사무실로 연락을 주십시오. 최고의 대우와 무엇보다도 짜릿한 모험을 즐기시게 될 거라고 감히 장담합니다.”


조영의 환하게 웃는 표정을 바라보며 야마모토 준은 심각한 표정이었다.


야마모토 준과 헤어진 후 조영은 동경대학교로 향했다.

동경대학은 일본 최고의 학교답게 웅장한 모습이었다.

학교 내부에 숲과 호수까지 있는 큰 규모였다.

야스다 젠지로라는 재벌이 건설하여 기부하였다는 강당은 1,000석이 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건물이었다.

나중에 돈을 많이 벌어서 대학교에 자신의 이름을 딴 강당을 짓는 것도 나름 괜찮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하는 조영이었다.

야스다 강당과 주변 호수를 둘러보고는 아까몬(赤門)으로 향했다.

아까몬은 이야기 듣던 대로 강렬한 붉은색이었다.

오래된 기둥 사이의 열린 문에는 사진 찍는 사람들 몇이 있었다.

그들을 피해서 지나가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높은 출입문과 커다란 기와로 된 지붕. 할아버지의 유품이라던 낡은 사진에서 보던 그 모습이 그대로 있었다.

문득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솟아오름을 느끼며, 조영은 담배를 꺼내었다.

태국의 이름 모를 산속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남긴 유품은 많지 않았다.

그중에서 몇 장 되지 않는 사진 속에 있는 장소가 이곳 동경대학의 아까몬 앞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하얀색 긴 칼라를 상의 바깥으로 뺀 옷차림의 젊은 학생들은 아까몬을 배경으로 다정한 모습으로 사진을 남겼다.

조영의 머릿속에 떠오른 할아버지의 모습이 조영의 손에서 타오르는 담배 연기 속으로 사라져갈 때였다.


“Excuse me~”


일본인 특유의 짧은 듯한 영어 발음으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조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곳에서 나를 아는 사람은 없을 텐데?’


조영이 지는 해를 마주 보면서 아까몬을 등지고 도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무릎 아래까지 길게 내려오는 검은색 플레어 스커트에 흰색 셔츠를 입고, 블루계열의 스웨터를 걸친 아름다운 여자가 조영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아, 데이빗 김 상이 맞으시네요? 어젯밤 비 오는 중에 큰 신세를 졌습니다.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사토 토모코입니다.”


사토 토모코는 가방을 손으로 잡고, 두 손을 앞으로 모아 공손하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아, 미스 사토. 반갑습니다. 이런 우연이 있다니요? 하하하.”


조영도 반갑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도쿄에 온 지 이제 이틀인데, 아는 얼굴을 보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미스 사토.”

“저도 지나가는 길에 혹시나 싶어서 가까이 와 봤습니다. 반갑습니다, 데이빗 김 상”

“저는 여유시간이 좀 생겨서, 일본의 자부심이라는 동경대학을 둘러보던 중입니다. 미스 사토는 혹시 이곳 학생이신가요?”

“아, 네. 동경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실례가 많았는데, 댁에는 잘 들어가셨습니까?”

“네, 호텔이 멀지 않은 곳이었거든요. 아, 젖은 옷은 호텔 세탁 서비스를 맡겼으니까 혹여라도 부담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행입니다. 어제는 제가 경황이 없어서, 감사 인사를 제대로 드리지 못했습니다. 학업 보고서 제출 때문에 급하게 가던 중이었거든요. 시간이 괜찮으시면 제가 감사의 의미로 차를 한 잔 대접하고 싶은데, 괜찮으실까요?”

“나야 관광 중이었으니까, 시간은 있습니다만, 괜히 바쁘신데 폐를 끼치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학교 앞 서점에서 볼 일을 마치고 나오는 길입니다.”


사토 토모코가 앞장서서 안내하는 뒤를 따르며, 조영은 사토 토모코와 조용한 대화를 나누었다.

일본 여자는 조용하고 내성적이라는 조영의 잘못된 선입견을 깨주러 나오기라도 한 양, 사토 토모코는 밝고 쾌활한 아가씨였다.

둘은 동경대학의 숲이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곳에 있는 전망 좋은 카페에서 커피를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그럼 데이빗 김 상은 싱가포르에서 사업을 하고 계시는 거군요? 우와, 부럽습니다. 젊은 나이인데 대단하십니다.”

“하하하, 작은 규모일 뿐입니다. 사토 토모코 양이야말로, 일본의 수재들만이 입학한다는 동경대학에서 경제 공부를 하신다니, 대단하십니다. 편하게 데이빗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미스 사토”

“고마워요, 데이빗. 영어 이름은 아직 발음이 편하질 않네요. 호호호.”

“미스 사토는 영어가 능숙하시군요. 의사소통에 전혀 불편함이 없어요. 오전에 만난 대기업 직장인보다 영어가 훌륭하십니다. 하하”

“과찬의 말씀입니다. 미국 대학으로 유학을 가고 싶어서 조금씩 준비하고 있습니다만, 많이 부족합니다. 고쳐야 할 부분이 있으면 어려워 말고 말씀해 주세요, 데이빗. 그런데 데이빗이라는 이름을 어디에선가 들어본것도 같은데요?”

“아마 성경에서 들어보셨을지도 모르겠네요. 거인이었던 적국의 골리앗과 싸워 이긴 어린 소년의 이름에서 가져 왔거든요. 하하하.”

“아, 그래서 귀에 익었었나 보네요? 데이빗도 거인과 싸우실 건 아니지요? 호호호.”

“하하하. 글쎄요.”


둘은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화창한 가을날, 아름다운 숲을 바라보며 젊고 지적인 여성과 나누는 대화가 조영을 즐겁게 했다.


“그렇다면, 미스 사토의 의견은 일본 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내가 만나본 대부분의 일본 경제 전문가들은 반대로 얘기하던데요?”

“데이빗, 제가 드리는 얘기는 전적으로 저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사실, 제 담당 교수님도 일본 경제의 성장세가 앞으로도 쭈욱 이어질 거라는 생각을 갖고 계십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일본이 갖고 있는 문제점 중의 하나는 사고의 경직성입니다.”

“사고의 경직성이요?”

“네, 일본 사회는 단체, 집단의 의견과 방향성을 중요시합니다. 기존에 형성된 전문가 집단이 A라고 이야기한 사안에 대해서, B라는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일본 사회에서는 어려운 일입니다. 사실 저조차도 배움이 부족해서, 제 주장에 대한 합리적인 자료들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고요. 어찌 보면 저 혼자만의 근거 없는 느낌일 수도 있어요. 경제학도로서 부끄러운 일이지만요.”

“아니요, 미스 사토. 나는 개인의 감이라는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미스 사토의 일본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나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요. 하하하.”


환하게 웃는 조영의 미소가 너무 매력적이라고 느낀, 사토 토모코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나, 조영이 보기에는 지는 해의 여운이 사토 토모코의 얼굴을 덮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럼 데이빗은 한국인인데,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건가요? 어쩐지 성이 중국인보다는 한국인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어요. 저도 아버지에게 한국인 친구가 있으셔서, 아버지에게 한국에 관한 이야기를 종종 들으며 자랐거든요.”

“하하하. 미스 사토의 아버지께서 한국인 친구분과 사이가 좋으셔서,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미스 사토에게 이야기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아, 맞다. 저희 아버지의 한국 친구분은 조 씨였어요. 김 씨와 조 씨는 완전히 다른 성씨이지요? 호호호.”

“하하, 미스 사토. 내가 알기로 한국에서 가장 많은 성씨가 김(金)입니다. 인구의 1/4 정도는 될걸요? 조 씨는 내 외가쪽 성씨이기는 합니다. 하하하.”

“아, 그렇군요? 사토(佐藤)라는 성씨도 아마, 일본에서 가장 흔한 성씨일걸요? 호호, 우리는 비슷한 점이 꽤 많네요?”


조영과 사토 토모코의 대화는 각자 성씨의 유래에서 일본의 경제, 싱가포르의 생활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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