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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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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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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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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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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닌데...! (4)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수석참모 데이빗 브레이텐바크가 조언했다.


“올해는 각 정당의 경선 레이스가 펼쳐질 뿐입니다. 보스의 국적이 그들에게 큰 가치가 있다면 좀 더 몸값이 뛰었을 때 그것을 가지고 거래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류지호는 주요 경선캠프에 엉뚱한 요구를 전했다.


“내가 한국인임을 떠나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미국에게도 매우 중요하고 관심을 기울여 관리되어야 한다고 봐요. 때문에 주한미국대사의 격(格) 또한 그 만큼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바룩 오밤과 매케인 캠프에 내 뜻을 전달해 줘요.”


대사에는 크게 정치적 비중을 가진 인물과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나눌 수가 있다.

지금까지 주한미국대사들은 주로 정통 외교관 출신이 많았다.

그렇다보니 그들이 직접적으로 한반도 현안과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물론 한국 정치에 훈수를 두거나 암암리에 관여하는 짓을 자행하고 있긴 하지만.


“최근 한국 내의 반미정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을 주요 동맹국으로 생각한다는 표시를 할 필요가 있죠. 주한 미국대사의 격을 런던·파리·도쿄의 대사급 수준으로 높여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친한파가 된 데이빗 브레이텐바크도 동의했다.

현재 한국 대사는 전러시아 대사 출신이다.

조디 워커 행정부가 충분히 격을 올려줬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에서 주러시아 대사는 UN대사 다음으로 높은 서열로 인식된다.

그런 인물이 주한미국대사로 온 것은 미행정부 내에서 한미관계의 비중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걸 의미한다.

때마침 북핵문제, 미군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형성된 반미 여론, 대통령 선거 등 한국에서 다루어져야 큰 사안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기도 하고.

류지호는 미국 행정부나 대통령에게 상당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사가 계속해서 주한미국대사로 임명되길 바랐다.

즉 한미동맹의 대등한 관계를 상징하며, 서울과 워싱턴 사이의 교량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 예를 들어 역대 주일본 대사처럼 미상원 출신의 지도자급 정치인 출신이나 백악관과 직통전화를 할 수 있는 거물급이 오면 좋겠다는 바람을 주요 후보들에게 전달했다.

류지호가 친미주의자여서 미국대사 문제를 거론한 것이 아니다.

한국 정부나 정치권이 추후 북핵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미국 정부와 좀 더 긴밀하게 손발을 맞추길 바라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 문제에서도 마찬가지고.

정치와 외교 문제들이 안정이 되어야 새만금프로젝트는 물론이고 가온그룹의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될 테니까.


- 공화당이 집권하게 되면 국무부 넘버 원 혹은 투와 같은 라인에 있는 실세 대사가 서울에 주재할 수 있도록 하겠다.


매케인 캠프는 류지호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수용할 뜻을 비쳤다.

바룩 오밤 측에서는 대통령에 당선된 후 인수위원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을 위해서는 바룩 오밤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좋을지 모르지만, 한국을 위해서는 차라리 매케인이 되는 것이 나을까 싶기도 한데....’


류지호 부부는 이틀을 더 워싱턴DC에 머물렀다.

미국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와 상관없는 전현직 의원들과 식사자리나 티타임을 가졌다.

명목은 부부의 결혼식에 참석해 주고, 축전을 보내준 것에 대한 감사 표시였다.

크리스 힐 전 주한미국대사.

현재 미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아 북핵문제 관련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참고로 크리스 힐은 사상 최초로 5.18 광주묘역을 참배한 미국 대사다.


- 나는 용감했던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이곳에 크나큰 존경심과 슬픔을 안고 왔습니다. 이분들이 늘 기억되고, 이들에 대한 기억이 늘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주길 기원합니다.


크리스 힐 대사가 5.18묘역을 방문해 방명록에 남긴 글이었다.

‘여중생 미군 장갑차 사망사건’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 및 MD 구축’ 등으로 반미감정이 고조되어 있던 때 주한미국대사로 부임한 크리스 힐 대사는 기존 대사들과는 결이 다른 행보로 한국인들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이 남달랐다.


“한국노총 위원장 면담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류지호는 북핵문제나 미행정부의 정책과 관련한 민감한 사안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8개월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주한미국대사를 역임했지만, 한국의 문화와 역사 등에 관해 꽤나 해박한 지식을 뽐내는 크리스 힐 차관보다.

현안이 아니더라도 할 이야기는 많았다.


“크리스 힐은 국무부, 국방부, 백악관 그리고 네오콘과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도널드 제이콥이 전한 말이었다.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로 파기되긴 했지만, 크리스 힐 차관보의 주도로 9.19 공동성명이 채택된 바가 있다.

올 초에는 북한 핵시설 폐쇄에 관한 내용을 담은 2.13합의가 도출되기도 했다.

여담으로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 크리스 힐의 아이디어로 2008년 8월에는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가 이루어진다.

그해 12월 이후 6자회담은 재개되지 못하게 되지만.

이후로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속절없이 세월만 흐르게 된다.

어쨌든 류지호 부부는 결혼식 참석 감사인사를 핑계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정치인도 있고, 사회활동가도 있고, 석학도 있으며, 미디어 관계자도 있었다.

그들 모두의 관심사는 하나로 모였다.


“다음 미국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가!”


류지호가 누굴 지지하는지도 궁금해 했다.

한국에서 먼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미국은 내년에 대통령 선거가 있다.

일본 및 유럽 주요 국가에서도 비슷한 시기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

2010년대 동북아, 더 넓게는 세계적인 외교지형도가 어떻게든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많은 영화나 TV시리즈에서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벌어지는 권모술수와 온갖 추잡한 일들을 보여준다.

혹자는 영화가 묘사한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대중들은 영화가 묘사한 에피소드들이 픽션이라며 믿지 않는다.

남들이 모르는 사회의 내밀한 것들을 보고 또 알게 된 류지호다.

정치야 말로 못해먹을 짓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존경은 사라진지 오래고 오로지 서로의 약점을 찾아서 물어뜯고 끌어내리려고만 하니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환경 속에서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미국의 정치인들을 상대하면서 좋은 인상에 속아 본 적이 몇 번 있었다.

옆집 아저씨처럼 사람 좋은 인상의 한 정치인이 알고 보니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였다던가 하는.

사람의 얼굴은 삶의 자세에 따라 얼마든지 인상이 바뀔 수 있다.

실제로 바뀐다.

그가 살아가는 대로 얼굴이 변하는 것이다.

사고의 방법에 따라 표정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근육의 변화를 이끌기 때문이다.

온화했던 정치초년생이 수십 년 정치판에서 굴러먹으며 얼굴이 변화하는 것을 보면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 세계에서 살고 있는지 유추해볼 수가 있다.

노련한 정치인은 마치 배우가 카메라 마사지를 받듯 얼굴이 안 변한다.

또한 변검처럼 수많은 가면들을 바꿔 쓰기 때문에 정작 자신의 얼굴을 잃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사고방식에 따라 표정이 변하고, 표정 따라 얼굴이 변하며, 변한 얼굴로 인해 성격이 변하기도 한다.

한국 재벌 중에 신입사원 면접 때 관상가를 동석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류지호 역시 때때로 어떤 사람을 만날 때 인상부터 보는 습관이 있다.

두 번의 삶을 살면서 느끼게 된 것이 사람의 얼굴이란 것이 마치 나이테 같다는 것이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도 그러지 않았나.


- 40세 이후의 얼굴은 자신이 책임져라.


중년의 얼굴과 표정은 그 사람 인생의 결과물일 수도 있다.

그가 40년 넘게 지어온 표정들의 결과일 테니까.

암튼 각양각색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저마다 욕망덩어리들인 권력 주변의 인사들을 두루 만나본 류지호가 워싱턴DC 일정을 마무리했다.


✻ ✻ ✻


미국에선 변호사들이 소송을 통해 중요한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온 탓에 변호사가 사회적 책무를 지는 걸 당연시한다.

미국변호사협회(ABA) 규정에 따르면, 미국 변호사들은 1년에 최소 50시간 무료 법률상담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로펌에서도 소속 변호사들의 공익활동을 권장한다.

1년에 많게는 100시간까지 공익활동을 업무로 간주해 주기도 한다.

업무이기에 당연히 급여가 계산된다.

소속 변호사들의 공익활동은 로펌에게도 이득이다.

로펌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하니까.

우수한 로스쿨 졸업자들을 유치하는 중요한 홍보 수단이 되기도 한다.


“....떨려.”


드디어 레오나의 선서식 날이 밝았다.

선서식은 뉴욕주 법원에서 열렸다.

미국법은 두 가지로 나뉜다.

United States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미국은 연방제 국가다.

따라서 법원 역시 연방법원(Federal Court)과 주법원(State Court)로 나뉜다.

당연히 뉴욕주에도 연방법원과 주법원이 따로 존재한다.

레오나가 변호사 입회식을 치르게 될 주법원은 뉴욕주 주도인 올버니(City of Albany)에 위치했다.

류지호는 레오나, 장인장모와 함께 늦은 아침을 먹고 맨해튼을 벗어났다.

승용차로 3시간 거리지만, 전용기를 타고 올버니시로 편하게 이동했다.


“변호사들은 의뢰인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가장 유리할 수 있는 법원으로 자신의 케이스를 가져가야 해. 이길 수 있는 법원을 선택해야 하고,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법원을 선택해야 하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배심원의 구성에서 정치적 성향, 지역 분위기, 구성원의 소득수준 등 배심원에 뽑힐 지역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는 것을 소홀히 해선 안 돼.”


캐서린은 변호사 선배로서 딸에게 여러 가르침을 줬다.

변호사들은 소송을 시작하기 전부터 머리싸움을 시작한다.

연방법원과 주법원으로 소송도 나눠서 제기한다.

그저 가장 가까운 법원에 가서 소를 제기하면 되는 한국과 다른 시스템이다.


‘그런 사법체계만 봐도 한국은 참 살기 편한 나라야. 특히 변호사는 날로 먹지....’


지난 2월 시험에서 합격한 대부분의 합격자들이 선서식에 참석했다.

당연히 가족들도 함께 했다.

뉴욕주 항소 법원 판사가 선서식을 주관했다.

변호사 지원자들이 미국 연방헌법과 뉴욕주 헌법을 수호하고 따를 것임을 맹세하면 해당 판사가 변호사 입회를 수락했다.

이후 간략한 축사와 전하는 말을 끝으로 약 1시간 30분의 선서식의 모든 절차가 끝난다.

며칠 전부터 설렜던 것에 비하면 허무하리만큼 짧은 선서식이다.


“.....!”


그래도 변호사 등록증을 받으니 만감이 교차하는 모양이다.

다들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대견하네. 내 딸.... 그 동안 고생 많았어.”


캐서린이 레오나를 안아주며 등을 쓸어주었다.


“딸아,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련이 닥쳐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 변호사 자격증을 받고 느꼈던 마음가짐을 끝까지 간직하길 바란다. 그 어떤 순간의 유혹이 있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공익과 사회에 기여하는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변호사가 되어라.”


한국의 아버지가 한국말로 자녀에게 하면 매우 오글거리고 닭살이 돋았을지 모른다.

제임스 파커가 말하니 왠지 그럴 듯하게 들렸다.

류지호는 축하 말을 전하는 대신 레오나에게 키스세례를 퍼부었다.

어차피 입으로 하는 건 똑같으니까.


❉ ❉ ❉


신문사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텔레비전 뉴스의 시청률도 예전 같지 않았다.

매체상의 변화라고도 볼 수 있지만, 전통적인 뉴스에 대해 젊은층의 수요가 눈에 띠게 줄고 있다.

그나마 경제 소식지는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와 함께 세계 경제지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경제 분야에 중점을 둔 미국의 종합 일간지 The Wall Street Journal.

얼마 전에서야 컬러 인쇄를 시작한 고리타분한 경제일간지의 대명사 ‘월스트리트 저널(WSJ)’을 미디어계의 제왕 로버트 폭스가 사겠다고 나섰다.


“동생아, 제 정신이냐?”


매튜 그레이엄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재촉했다.

류지호가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대꾸했다.


“일단 다우존스&밀포드에 대해 말 해봐.”


The Wall Street Journal은 다우존스&밀포드가 발간하는 경제전문지다.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를 발표하는 바로 그 회사다.


“진심이었어?”

“우리가 인수 못할 것도 없지.”

“잠깐 기다려 봐.”


매튜 그레이엄이 자신의 책상으로 걸어가 수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누군가와 한참을 통화했다.

류지호는 느긋하게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10여 분간의 통화를 마치고 매튜 그레이엄이 류지호에게 돌아왔다.


“일단 다우존스&밀포드의 최대 주주는 반크로프트 가문이야. 그 집안이 보유한 지분이 대략 25% 정도. 하지만 우호지분까지 합치면 64%까지 올라갈 거래.”

“우린 WSJ의 주식을 가진 것이 없지?”

“없어.”

“반크로프트 가문의 반응은?”

“일단 공식성명을 통해 로버트 폭스의 제안을 거부한다고 했어.”

“미국의 메이저 신문들과 비교해서 WSJ은 어때?”

“영업부진을 겪고 있는 다른 언론사와 달리 최근 경영실적은 상승세를 타고 있나봐. 작년 17억 8천만 달러의 매출과 3억9천만 달러의 순익을 올렸다더라.”

“그렇다면 로버트 폭스는 왜 팔지도 않을 다우존스&밀포드에 인수를 제의했을까?”

“다우존스&밀포드에 오랫동안 눈독을 들여왔었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야.”

“The NEWS Corp에 경제신문은 없어?”

“단순히 자신의 미디어 제국을 더 멋지게 꾸미기 위해 WSJ에 인수제의를 한 건 아닌 것으로 보여.”

“2년 전에 로버트 폭스가 마이 스페이스를 인수한 것과 같음 맥락으로 봐야 할까?”


마이 스페이스는 미국판 사이월드라고 할 수 있는 사이트다.

이 시기에는 인터넷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다.

심지어 페이스노트보다 인기가 많았다.


“멀티미디어와 뉴미디어 시스템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겠지.”

“일반 뉴스와 달리 경제소식과 정보는 돈이 되니까. 자본주의가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은....”


류지호의 말 그대로다.

경제소식과 정보는 투자가 되었든 투기를 위해서든, 돈이 되는 소비시장을 탄탄하게 확보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부터 소규모 투자자 및 일반 독자에 이르기까지 경제정보시장의 고객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인터넷을 통해, 텔레비전을 통해, 그리고 활자와 주식거래시장의 데스크를 통해 동시적으로 제공되는 경제정보는 거대 미디어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또 경제 관련 미디어는 세계적 차원의 독점화 과정 중에 있으며, 나아가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다.


“로버트 폭스가 다우존스&밀포드라는 기업만을 사는 것이 아니라 기관투자가들과 WSJ의 독자 모두를 사겠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 같다. 폭스는 그런 고객들에게 경제정보를 멀티미디어적인 매체방식으로 동시적으로 판매하겠다는 생각인 가봐.”

“다우존스&밀포드 주가는?”

“어제 36.33달러로 마감한 모양이던데.”

“로버트 폭스는 그 두 배를 쳐주겠다고 한 거고?”

“주당 50달러를 계산해주겠대. 아니면 아예 50억 달러를 지불하든가.”

“아주 작정을 했나보네?”

“인수가격이 파격적이라 반크로프트 가문에서 협상에 응할 가능성은 아직도 남아 있어. 제의를 받은 것이 2주 전인데 이제야 발표한 걸 보면 얼마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것이라 할 수 있지.”

“다른 곳에서는 인수제안은 없고?”

“필라델피아 최대 신문사에서도 비슷한 금액으로 인수할 의사가 있단다. 물론 단독은 아니고 컨소시엄 형태로.”

“재밌네.....”

“신문사 소유해서 어따 써. 어차피 우리는 웹 서비스와 위성방송....”

“바로 그거야 형! 위성방송을 통해 독점 방영되는 트라이-스텔라TV 프리미엄 경제전문 프로그램과 온라인 유료 웹 경제정보 서비스.”

“엔터테인먼트 채널 이 외에 비즈니스 채널을 새롭게 런칭하시겠다?”

“트라이-스텔라TV가 아니어도 돼. MSM의 M-pix 채널에서 서비스해도 되고, 웹 서비스는 기존 WSJ 온라인 서비스를 확대 개편하면 될 것 같고.”

“글로벌 서비스까지 염두에 두고 있냐?”

“몰라. 하지만 WSJ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경제신문이니까. 차차 시도해 볼 수도 있겠지.”


로버트 폭스는 영국과 호주를 중심으로 다양한 매체를 소유하고 있다.

PARKsTV뉴스가 CNN을 누를 정도로 급성장했지만, 인쇄매체에서는 그 정도는 아니다.

The Wall Street Journal를 인수해 이런 '허전함'을 메우려는 속셈처럼 보였다.

최근 The Wall Street Journal의 명성이 뉴욕 타임스와 맞대결을 펼쳐도 좋은 정도로 기세가 좋았다.

적절한 타이밍에 인수제의를 넣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세계 경제뉴스 시장의 넘버 쓰리라고 할 수 있는 캐나다의 Thomson이 넘버 투 회사인 영국 로이터(Reuters)에 합병제의를 했대. 톰슨이 로이터와 합병하게 될 경우, 시장 점유율 34%로 현재 시장 점유율 33%로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블룸버그 통신을 제칠 수 있게 돼. 톰슨의 주된 고객이 기관투자가들이거든. 로이터 경제 데이터의 주된 고객은 재정전문가들이거나 금융권 인사들이고.”


톰슨과 로이터의 합병은 두 회사의 고객을 모두 장악하겠다는 뜻이다.


“우리가 인수 못하면 어때?”

“갖고 싶은 거 아니었어?”

“인수가격 몇 배를 올려서 로버트 폭스에게 엿을 먹여줄 수만 있으면.... 그것도 재밌을 것 같아.”

“그러다 로버트 폭스가 발을 빼기라도 하면.”

“그럼 우리가 다우존스&밀포드를 갖게 되는 거지.”


매튜 그레이엄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기존 레거시 미디어는 쓸모가 없다.

그런데 경제신문은 기회가 있을 때 확보해 두면 좋다.

엄청난 경제 관련 데이터와 금융 및 경제 분야 베테랑 기자들 그리고 월가를 중심으로 한 수많은 기업 및 전문가 그룹을 그대로 품에 안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추후 인터넷 판뿐만 아니라 전문 금융경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웹 서비스를 만들어 새로운 수익구조를 창출할 수도 있다.

JHO Company Group은 명색이 미디어회사임에도 그 흔한(?) 뉴스채널 하나 없다.

The Wall Street Journal의 이념적 포지션도 중도성향이라 정치적으로 부담도 덜하고.


“로버트 폭스의 미국에서의 영향력을 더 이상 확장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도 있고.”

“아직 악감정을 털어내지 못한 거야?”

“털어내긴! 마음 같아서는 그 자의 모든 걸 빼앗고 싶은 심정이야.”

“왜?”

“The NEWS Corp 계열의 쓰레기 매체 때문에 레오나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고 있는데.”

“그런 건 못 보게 해야지.”

“전화와 인터넷이 함께 되는 컴퓨터가 합해진 휴대전화로 뉴스를 보는 시대야. 불가능해.”

“그렇지! MacIntosh의 빌어먹을 스마트폰.”

“우리에겐 또 다른 기회의 장일 수도 있어.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의 소액투자자들은 많은 정보를 얻고 공부할 수 있을 거야. 언제 어디서나.”

“얼마나 양질의 콘텐츠인가가 문제겠지.”

“JHO와 GARAM에 금융전문가가 널리고 널렸고, G&P에도 있고, The Wall Street Journal, 다우존스&밀포드와 네트워킹 된 수많은 전문가들이 합세한다면.... 양질의 경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로버트 폭스는 미국에서만 뉴스 전문 채널인 PARKsTV뉴스와 타블로이드 신문인 뉴욕 포스트, 그리고 유력 영화사인 20세기 PARKs를 소유하고 있다.

The Wall Street Journal마저 인수할 경우 미국 내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 자명했다.

류지호는 그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이미 영화부문에서 20세기 PARKs는 부채만 차곡차곡 늘어가고 있고, 위성방송 분야에서 JHO/DirecTV가 영국의 B스카이B의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다.

류지호가 로버트 폭스에게 유일하게 밀리는 분야가 지상파TV 및 신문이다.


“우리가 WSJ 인수 못해도 상관없어. 대신 그가 예상한 것보다 적어도 10억 달러는 더 쓸 수 있도록 만들었으면 좋겠어.”

“킥킥. 하여간 별나다니까.”

“미운 놈 음식에 침 뱉기. 아니, 흙 뿌리기라고 할 수 있지.”

“로버트 폭스가 어디 가서 그런 대접을 받을 인간이 아닌데....”

“남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했다면 자신도 흘릴 수 있다는 걸 알려줘야지.”

“내가 조용히 반크로프트 사람들과 접촉해 볼게.”

“좋아.”

“근데, 인수 자금은 있어?”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금융위기가 닥치면 운용할 총알을 잔뜩 비축해 두었다.

그것을 깨도 되냐는 물음이다.


“비축한 자금에서 큰돈을 따로 뺄 필요는 없을 걸. 지난달과 지난주에 바보들의 경쟁심을 부추겨서 엄청난 돈을 벌었으니까.”


지난 4월이었다.

Googol이 ‘더블클릭’이란 인터넷 디스플레이 광고 솔루션 업체를 31억 달러에 인수했다.

더블클릭은 1996년 설립 후 4년여 만에 전 세계 6,400개의 웹사이트에 50억 개의 광고를 내보내는 등 세계 최대의 인터넷 광고마케팅 업체로 성장했다.

전 세계 22개국에 지사를 두고 종업원을 1,500명까지 늘릴 때만 해도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2000년 초 IT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135달러에 이르는 더블클릭의 주식이 8.5달러로 폭락했다.

닷컴 버블 붕괴와 함께 양대 검색엔진이 전개하는 검색광고에 밀려 디스플레이 광고가 줄어든 탓도 주가 폭락의 이유가 됐다.

결국 2005년 봄, GMG Technology에 매각됐다.

그러다가 올해 파인소프트(PS)사가 더블클릭 인수에 관심을 보이면서 더블클릭의 몸값이 갑자기 상승했다.

라이벌인 Googol이 뛰어들면서 가격은 더욱 폭등했다.

이미 디스플레이 광고 매커니즘과 고객사 리스트를 확보한 GMG는 과감하게 매각을 결정하게 되었고, 지난 4월에 PS를 따돌리고 Googol이 더블클릭을 인수하기로 했다.

여기까지는 서막일 뿐.

PS와 Googol의 인터넷 광고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시기 인터넷 광고시장 규모는 210억 달러에 달한다.

GMG에서 단물이 조금 빠진 더블클릭에 목을 맬 만큼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다.

온라인 광고시장의 성장률은 전년 대비 26.7%였다.

전체 온오프 광고시장의 성장률이 2.1%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온라인 광고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10년대에 진입하면, 인터넷 광고시장이 42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시기 인터넷 광고에서 검색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40% 정도.

Googol은 이 검색 광고시장에서 절대 강자다.

Yaaho!와 PS는 시장 점유율이 각각 12%, 9%에 불과했다.

검색 광고에 밀리긴 했지만, 디스플레이 광고는 여전히 인터넷 광고에서 20%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 디스플레이 광고에서 더블클릭의 존재는 검색광고의 Googol과도 같았다.

더블클릭의 시장점유율이 40%에 달했기 때문이다.

Googol이 더블클릭 인수로 향후 인터넷 광고시장의 80%를 차지할 것이라는 업계 전망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그런 더블클릭을 GMG Technology가 포기한 것이 얼핏 이해가 가질 않는다.

향후 광고플랫폼이 될 수 있는 NeTube가 있음에도.

현재의 디스플레이 광고 형태는 앞으로 NeTube가 전개하게 될 광고의 일부일 뿐이다.

암튼 더블클릭 인수에 고배를 마신 PS는 결국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다.

또 다른 인터넷 광고 업체 에이퀀티브를 인수한 것이 그것이다.

에이퀀티브 인수가격은 무려 60억 달러.

Googol이 더블클릭을 인수한 가격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PS가 인터넷 광고시장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베팅이다.

에이퀸티브 지분의 49%는 류지호 개인 자산 운용사 GARAM Ventures가 보유하고 있었다.


“동생아, 내가 볼 땐 말이다. PS의 에이퀀티브 인수는 터너-UOL의 삽질과 함께 IT업계 사상 최악의 인수합병 실패 사례 중 하나로 꼽힐 것 같아.”

“설마, PS처럼 현찰이 넘쳐나는 회사에서 겨우 60억 달러 손해가 타격이 될 리가.....”


그럼에도 매튜 그레이엄은 확신했다.

여담으로 1년이 지나고 그의 확신이 사실임이 드러난다.


“NeTube나 StreamFliks에 주지 그랬어?”

“댈런이 필요 없다고 하더라고.”


Googol이 더블클릭을 인수한 것은 그들이 6,000여 개가 넘어가는 웹사이트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Netube와 StreamFliks는 자체 플랫폼에 직접 광고를 하는 것이고.


“몇 년 만 잘 버텨내면 좋아질 거야. 모든 면에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응.”


결국 PS는 Googol이 더블클릭을 인수하면 인터넷 광고시장의 공정 경쟁을 해친다고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제소 했다.

그 결과가 곧 발표될 예정이다.

현재 Googol의 더블클릭 인수는 마무리 단계다.

두 공룡들의 과당 경쟁으로 류지호와 JHO는 더블클릭과 에이퀸티브 두 회사를 통해 엄청난 돈을 벌게 생겼다.

그것으로 얻게 될 자금만으로 The Wall Street Journal을 소유한 다우존스&밀포드사를 인수하고도 남았다.

그 전에 로버트 폭스가 선수를 친다면 할 수 없지만.


작가의말

오리지널에서는 언론사 소유를 꺼려하던 주인공이었습니다. 리메이크하면서 한국의 뉴스채널과 포털 사이트를 통해 힘을 투사하고 이익을 얻는데 조금은 관대해진(?) 주인공입니다. 물론 그와 관련해서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겠지만......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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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Personacon 霧梟
    작성일
    23.12.15 10:28
    No. 1

    50시간은 주별로 달라요. 자격유지를 위해 의무인 곳이 있고 선택인 곳이 있죠. 뉴욕은 필수지만 캘리포니아는 아니니...

    그리고 어느 법원에 소송을 할 수 있는지는 보통 법대 1학년 때 배우는데 당연히 그 자체로 꽤 복잡해서 통상 계약서에 분쟁 발생시 어느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할지도 미리 정해놓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12.15 12:06
    No. 2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12.17 13:10
    No. 3

    공룡이 음식 가리나요.
    맛있으면 먹어야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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