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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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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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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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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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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미국의 갑부 찰스 피니라는 분이 계십니다. 기부금 중 27억 달러(대략 3조)가 5개 대륙, 1천여 개 기관과 단체에 전달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사무실 벽이나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피니씨 본인이 사양했기 때문이죠. 나의 가치관은 한국과 부모님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습니다. 나는 선행을 자랑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 선행을 자랑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부를 사회로 다시 돌려주겠다는 서약을 공개적으로 공표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주식 증서를 재단에 기부하는 것이 당장에 어떤 효능감을 줄지에 대해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투자수익뿐만 아니라, 창작활동을 통해서도 제법 많은 돈을 벌고 있습니다. 기부를 통한 절세효과도 거둘 수 있고, 동기부여도 됩니다.”

- 어떤 동기부여 입니까?

“내년에는 좀 더 분발해서 기부금을 좀 늘려보자. 그런 겁니다. 그러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을 해야 합니다. 게으름을 피워서는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연예부 기자들도 다수 참석했다.

그들은 미국과 영국의 비평가협회가 주는 상을 연이어 수상하고 있는 <Christmas Cargo>에 대한 질문을 전혀 하지 않았다.

사실은 못했다.

류지호의 비서실에서 그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면 앞으로 중국 언론과는 어떤 인터뷰도 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중국 기자들이 무례하고 막무가내라는 것은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았다.

<Christmas Cargo>에 대해서 류지호가 제아무리 노련한 대답을 내놓아도 중국 기자들은 자기들 입맛에 맞게 왜곡해서 기사로 내보낼 것이 확실했다.

아예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질문 자체를 막아버렸다.

이에 대해 중국 기자들 사이에서 말들이 많았다.


- 거만하고 무례한 류지호.

- 할리우드에서나 통하는 오만함을 감히....!

- 중국 매체들 류지호 인터뷰 보이콧 움직임!

- 인터뷰 질문조차 사전에 검열하는 이가 중국의 영화 상영에 충고를 할 수 있는가?

- 겸손하지 않으면 결코 중국인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글로벌 기업 CEO와 할리우드 스타들도 중국에게 밉보이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 하는 것이 현실이다.

류지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심지어 할리우드 모 배우에게 한 것처럼 입국 금지를 내려도 상관없었다.

JHO와 가온그룹 그리고 류지호의 투자회사들이 중국에서 거두는 수익이 그렇게 대단하지 않았다.

중국정부가 류지호가 소유하고 있는 기업에 가할 수 있는 압박과 제재도 그다지 많지도 않고.

설령 중국에서 전면 철수를 해야 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뉴욕 증권거래소와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빅테크 주식으로 짭짤한 수익을 보고 있었고, 앞으로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기에.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언젠가 중국시장이 활짝 열릴 것을 기대하고 중국정부의 정책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고 있다.

중국의 영화 배급 시스템의 한계와 보호주의 때문에 아무리 중국에서 흥행 기록을 세워도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수익이 정해져 있음에도.

예를 들면, 이전 삶에서 <워크래프트> 실사 영화가 중국에서 2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영화에 참여한 이해당사자에는 유니벌스 스튜디오(처음에는 워너), SnowStorm, 레전드리(만달그룹), <다크나이트>의 퓨로듀서, <아틀라티스>의 공동제작자 등 매우 복잡했다.

그 복잡함은 제쳐 두고 일단 글로벌 시장에서 망한 <워크래프트>가 중국에서 2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이변을 연출했다.

글로벌 최대 멀티플렉스 사업자이자, 중국 최대 원선 및 배급사인 만달그룹이 자회사인 레전더리 픽처스가 제작한 <워크래프트>를 자국에서 엄청나게 밀어줬기 때문이다.

<워크래프트3> 게임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것도 영향이 컸고.

헌데 큰 성공을 거뒀지만, 정작 유니벌스 스튜디오와 SnowStorm 엔터테인먼트는 중국 전체 흥행수익에서 17% 남짓 분배받았다.

그 17%에는 만달그룹의 자회사인 레전더리 픽처스 몫도 포함되었다.

중국에서는 해외영화를 배급할 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분장제와 MG(minimum guarantee) 계약방식이다.

분장제는 수익배분 방식이다.

해외 제작사 13%, 배급사 35%, 극장과 원선이 52%의 비율로 흥행 수입을 나눈다.

영화마다 배분 비율의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제아무리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라도 중국 내에서는 국영 영화기업이 ‘갑’이다.

배급권을 일괄 구입하는 수입영화는 MG(minimum guarantee) 계약방식으로 체결한다.

그런데 중국의 외화 배급권은 국영기업인 차이나필름그룹 및 화샤영화배급공사가 독점한다.

외국 영화사나 배급사는 중국에서 단독으로 영업을 할 수가 없다.

심지어 중국의 기업도 단독으로 영화를 배급을 할 수가 없다.

민간 배급사는 외화를 수입한 후, 다시 국영기업인 차이나필름 및 화샤영화배급과 배급수익을 나누어야 한다.

즉 영화 전체 흥행수입의 약 25%에 해당하는 금액이 그들에게 돌아간다.

민간 배급사들은 보통 35%의 흥행수입을 분배받는데, 극장은 40% 이하의 수입을 얻는다.

세금도 있다.

먼저 영화 배급사, 제작사는 총 흥행수입의 3.3%의 영업세를 내야한다.

그리고 세금을 공제한 나머지 흥행수입의 5%를 국가전영국 영화전용기금으로 납부한다.

그렇게 두 가지 세금을 뺀 흥행수입을 극장이 원선 및 제작·배급사와 맺은 흥행 수익 배분 계약에 따라 나누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외영화사나 배급사가 중국과 분장제로 계약했을 경우, 중국 내 흥행수익의 20% 이상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5년 후 25%로 상향되긴 한다).

정리하자면 <워크래프트>가 여러 영화 DB 사이트에서 본전치기 한 것처럼 숫자가 나와 있더라도 극장수입을 곧이곧대로 계산해선 안 된다.

물론 중국뿐만 아니라, 직배가 아닌 한 수익에서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지만.

결론적으로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매출에 중국매출이 잡혀 4.4억 달러로 집계되었다고 해도, 그 중 절반인 중국매출에서 실제 할리우드 배급사가 분배받은 금액은 1/3에 미치지 못하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1.6억 달러 제작비로 4.4억 달러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를 기록했음에도 유니벌스 스튜디오가 <워크래프트> 후속편을 뒤도 돌아보지 않고 포기한 이유다.

이전 삶부터 그런 사정을 알고 있었던 류지호가 중국 영화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중국 영화당국에 저자세를 보일 이유가 없었다.

류지호가 살아보지 못한 2020년대 이후에 중국의 사정이 백팔십도 달라진다면 몰라도.

아직은 빛 좋은 개살구 시장에서 어리석은 춤판을 벌일 이유가 없었다.


글로벌 유통기업의 무덤!

외국기업에 대한 중국시장의 저주!


잘나가는 외국계 기업이 중국만 들어가면 실패하고 나오기 때문에 붙여진 표현이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중국 정부의 철저한 통제와 관리를 받고 있다.

따라서 외국기업이 외형적으로는 성공을 자랑할 순 있지만, 실속은 별로 없다. JHO와 가온그룹은 일찍이 중국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수십 억 달러를 중국에 투자했다가 몇 년 후부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맞이한 기업이 한 둘이 아님을 알기에.

제아무리 JHO와 가온의 상품과 서비스가 중국의 것과 비교해 절대적으로 우수하고, 현지화 역시 완벽하다고 해도, 중국 당국이 제재하고 나선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수년 전 워너-타임이 멀티플렉스에 진출했다가 크게 낭패를 본 일도 있었고.

중국은 법체계가 불명확하다.

그나마 있는 법도 해석이 일정하지 않다.

엿장수 아니 공산당 마음대로가 아주 자연스럽다.

자국 기업 보호주의가 너무나 지나친 나머지 외국계 기업은 공정한 경쟁을 아예 할 수가 없다.

결국 대체가 불가능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전까지 현지 기업과 합작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그마나 현명하다.

현지 합작회사들과 툭하면 갈등이 불거지지만.

다 감수해야 한다.

회사를 열심히 키워서 현지기업에게 홀랑 빼앗기는 경우도 다반사고.


‘중국의 소득불균형과 소비시장 왜곡은 끔찍하지.’


중국의 13억 인구수에 현혹되기 십상이다.

내수규모가 상당할 것이란 착시가 있다.

그런데 중국의 대도시와 그 외 대부분의 지역의 소득불균형은 끔찍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

기존 대도시는 중국 기업들이 꽉 잡고 있다.

2.3선 도시는 인프라가 엉망이고.

외국기업이 2.3선 도시를 개척하고 나면, 얼마 안 가 중국기업이 들어와 외국계 기업의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한다.

중국 당국의 노골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서.

미국과 한국의 기업들은 지저분한 정치 보복의 표적이 되기 쉽다.

특히 한국의 영세한 기업들은 중국 당국의 유치하고 치사한 정치적 규제에 진저리를 치고 철수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시장은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


‘가온의 반도체와 자동차가 중국 없으면 성장이 암울할 수도.....’


류지호는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이전 삶에서 하이닉스의 대중국 수출이 전체 매출의 30% 를 차지했었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가온모터스의 경우도 중국시장 진출에 소홀히 할 수 없다.

생활서비스 분야는 현지화만 잘되면 중국의 애국소비를 회피할 수도 있긴 하다.

매출과 이익이 반도체와 자동차에 상대가 안 되서 그렇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경쟁력을 가져야지 별 수 있겠어?’


중국에 와서 나쁜 생각만 하는 것도 우스웠다.

2020년대는 그때 가서 고민하기로 했다.

JHO와 가온그룹의 임원들이 놀고만 있지 않을 테고.

류지호가 풀지 못한 해법을 그들이 풀 수도 있다.


✻ ✻ ✻


Aliba그룹의 제이크 마가 뭔가 류지호와 개인적으로 나눌 말이 있는 눈치였다.

하지만 류지호는 다음을 기약했다.

저 멀리 랴오닝성의 다롄(大連)으로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Aliba그룹과 Yaaho!가 벌이고 있는 신경전에 끼어들지 않기 위함이다.


‘그냥 니들끼리 지지고 볶고 해라.’


류지호는 항저우로 날아오는 전용기에서 두 회사 간 갈등에 대해 이미 보고를 받았다.

이 시기의 Aliba 최대 주주는 모두 넷이다.

일본의 소프트인프라가 24%를, GARAM Ventures가 21%를, 미국의 Yaaho!가 19%를 보유하고 있으며, 제이크 마와 경영진들이 26%를, 그리고 기타로 구성되어 있다.

Yaaho!는 2005년 주주로 합류했다.

소프트인프라의 손 회장이 주선을 했다.

Yaaho!는 고전하던 중국시장을 철수하는 대신 그 자산과 현금 5억 달러를 Aliba에 투자하고 지분 19%를 취득했다.


“그때 양사가 체결한 투자약정에 따르면, Yaaho!가 19%의 지분을 보유하는 대신에 2010년 10월까지 4%의 의결권을 Aliba 창업자와 경영진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했어요. Aliba 경영진은 그 4%를 더한 의결권을 보유하게 되어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게 됐죠.”

“그래서 Yaaho!가 얻은 이익은요?”

“이사 한 명을 추가로 선임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었죠.”


이 시기 Aliba그룹의 이사회는 단순투자자로 분류되는 류지호를 제외하고 4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소프트인프라의 손 회장, Yaaho! 회장, Aliba의 제이크 마와 CFO 차이륭신이다.

2005년에 체결한 투자약정에 따라 올해 이사회에 Yaaho! 측이 선임하는 이사가 한 명 들어가야 했다.

헌데 Aliba그룹에서 안면을 바꿔 해당 약정을 지키지 않으려 하고 있다.


“내가 Aliba에 1억 달러를 더 투자하지 않았었나요?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

“2004년에 추가 투자를 하셨어요. 당시에 증자할 시 반드시 보스와 합의를 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고, 대신에 Aliba 이사회 의결권도 포기한다는 문구를 약정에 넣었어요.”


의결권을 위임하는 것이 아닌 포기였다.

Aliba그룹과 Yaaho!는 해당 약정을 개정해서 류지호가 보유한 의결권을 자신들이 위임받을 수 있도록 할 속셈을 가지고 있었다.


“데이브가 따로 내게 전한 말은 없어요?”

“이미 두 회사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해요. 보스께서는 관련 사안에 끼어들 이유가 없으세요.”


이 사안은 단순히 이사회 한 석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두 회사의 갈등은 이미 2008년부터 시작되었다.

지난 2008년 9월, Yaaho!가 중국의 검색 광고 시장에 직접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즉각 Aliba그룹이 발끈했다.

그리고는 미국의 PS와 손잡고 중국 인터넷 검색 시장에 진출하는 강수로 맞섰다.

인터넷 쇼핑몰도 새롭게 런칭했다.

Aliba그룹은 Yaaho!의 중국진출 선언과 이사회에서 한 석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을 경영권에 도전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보스도 아시다시피, Yaaho!가 Aliba 지분을 확보하는 시점부터 언젠가는 적대적 인수합병에 나설 불순한 의도를 품고 있었어요.”


끄덕.


충분히 예상할 만한 시나리오였다.

제이크 마는 향후 알짜배기 사업으로 성장할 전자금융거래 서비스 ‘알리바페이’를 분사시킬 욕심으로 가득했고.

그 사안 또한 Aliba그룹 최대 주주들과 분쟁의 시한폭탄이었다.

류지호는 처음부터 Aliba그룹 경영에 참여할 의사가 없었다.

관심도 없었다.

그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기만 기다리고 있을 뿐.

류지호에게 Aliba그룹의 지분은 재산적 가치 이상은 아니었다.

그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된다.

이전 삶에서는 2018년 즈음 주당 200달러를 돌파했었다.

시가총액이 무려 470조 원이었다.


“데이브에게도 Aliba와 Yaaho 분쟁에 나서지 말라고 다시 한 번 당부하도록 해요.”

“예. 보스.”


다롄으로 날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Aliba 외에 투자한 중국의 빅테크에 대해 다시 한 번 보고를 받았다.

Aliba 문제로 예민해졌던 신경이 다른 중국 투자기업들의 성과로 눈 녹듯이 가라앉았다.

장부상의 숫자일 뿐이지만.

실시간으로 재산이 저절로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묘해지는 류지호다.


✻ ✻ ✻


다롄(大連)은 중국 최대 항구도시 중 한곳이다.

차기 공산당 지도자 후보군에 들어있는 우시라이가 다롄의 시장을 역임하며 많은 업적을 쌓았다.

태자당의 성골 중에 성골인 우시라이의 지지기반이 되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다롄시에서 창립된 만달그룹의 회장이 우라시아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전 삶의 역사대로 흘러간다면, 만달그룹의 왕 회장은 우시라이의 몰락과 함께 시밍핑으로부터 핍박을 받는다.

류지호의 이번 다롄시 방문은 만달그룹 때문이 아니다.

만달그룹은 본사를 베이징으로 옮긴지 오래 되기도 했고.


“처음 뵙습니다. 회장님.“


류지호는 악수 대신 중국식 공수(拱手)인사로 키가 작은 중년 남자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환영합니다. 미스터 류!”


작은 키의 중년남자는 연매출 1,500억 위안(206조원)을 기록하는 중국 500대 기업순위에서 83위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 유통기업 태상그룹의 회장 우강이다.

태상그룹은 1995년 다롄시에서 설립되었지만, 전신이랄 수 있는 태상개발유한공사의 역사는 70년이나 된다.

중국의 많은 유통기업들이 그렇듯 부동산개발로 출발해 일본 마이칼백화점과의 합작으로 본격적인 유통업에 뛰어들어 이 시기에는 동북 3성과 화북지방에 걸쳐 14개 성 70개 도시에 백화점, 쇼핑몰, 할인마트, 소매점 등 4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류지호의 다롄시 방문은 종합백화점 다상바이훠(大商百货) 투자관련 MOU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일찍이 부산의 센텀시티에 건설한 복합쇼핑문화타운에 무척 감명을 받았습니다. 정말 굉장했습니다.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그 사업을 이미 90년대 초반에 계획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면모가 빛을 발했다고 하더니 정말 미스터 류는 대단합니다.”


우강 회장이 류지호에 대해 호의를 품고 있다는 것을 알겠는데, 말마다 과장된 표현들이 너무 많아서 통역을 맡은 직원이 난감할 지경이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그런 초대형 사업은 뒷말이 나오기 마련인데, 큰 잡음이 없는 것을 보면 미스터 류의 수완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이 미스터 류를 조용하면서도 유연하고 포용력 있는 성품으로 좀처럼 적을 만들지 않는 카리스마를 가졌다고 하더니, 이는 저우언라이(주은래)의 재림이 아닌가 합니다.”


비서가 낯간지러운 표현을 그대로 통역해서 전달했다.

많은 사람들이 류지호 면전에서 금칠을 해대지만, 이번은 너무 과하다 싶었다.

중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이자, 가정에서 위패까지 모시는 저우언라이에 자신을 빗대는 것은 중국인들 입장에서 선을 넘은 것일 수도 있기에.

그런데 우강 회장 입장에서는 찬사가 절대 지나치지 않았다.

합작 파트너였던 일본의 마이칼백화점이 도산한 후로 한국의 가온백화점과 제휴를 맺으며 한국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늘렸다.

그 파트너십이 중국에서 제대로 통하고 있다.


“플래그십 백화점 1층과 2층에 한국상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한중도시관을 꾸몄는데, 고객반응이 상당히 좋다고 합니다. 한국의 특색 있는 도시를 테마로 매장 분위기를 냈다고 합니다.”


끄덕.


“嘉禾 Cinemas 역시 태상백화점과 쇼핑몰에 입점하고 있습니다. 동북지역과 화북지역에 본격적으로 Eye-MAX 상영관이 들어서기 시작했는데, 백화점과 시너지효과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지역 유통 강자들과 비교해 태상그룹의 분명한 경쟁력이라고 합니다.”


끄덕.


“뿐만 아니라, Timely, Snowstorm, Spectrum, Märklin 등 중국에서 오로지 태상 계열 백화점에만 독점적으로 입점한 것도 경쟁력이라고 합니다.”


태상그룹 계열 백화점과 쇼핑몰 매출이 매년 쑥쑥 성장하고 있고, 동북 3성과 화북지방의 맹주를 넘어 중원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기업 500대 기업에서 100위 권 밖이었던 태상그룹은 어느새 83위에 진입했다.

중국 서비스 기업 500강에서도 40위권을 차지하는 등 날로 위세가 커지고 있다.

그 이유가 오로지 류지호가 소유한 기업과의 제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만은 틀림이 없었다.

그러니 우강 회장 입장에서 류지호를 업고 다녀도 모자랄 지경이다.

한편으로 우강 회장 입장에서는 JHO Company Group이 만달그룹과 더 가까운 관계라는 사실이 신경이 쓰이기도 했고.


“혹시 테마파크를 중국에 진출시킬 생각은 없습니까?”

“아직은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압니다.”

“랴오닝 성의 인구만 해도 4,000만 명이 넘습니다. 베이징 권역은 5,000만이 넘지요. 다롄이 아니더라도 톈진 외곽 지역에 테마파크를 건설한다면 상하이 권역 못지않은 잠재시장을 품게 됩니다.”


류지호는 차만 홀짝이며 대답을 삼갔다.


“JHO가 테마파크를 중국에 진출시킬 의향이 있다면, 화북지방에 만달만 있지 않다는 걸 기억해 주십시오.”


태상과 만달 모두 부동산개발에서 시작해서 현재의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두 기업이 나아가는 방향은 약간 달랐다.

태상그룹이 백화점, 할인마트, 가구전문점, 가전(전자제품 쇼핑몰), 호텔, 외식사업으로 문어발식 확장한다면, 만달그룹은 점차 영화, 극장 및 미디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만달그룹은 테마파크 사업에도 진출하기로 했다.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는 없다."


만달그룹 왕 회장이 LOG Company를 의식해서 선언한 말이었다.

미키마우스랜드는 상하이에 하나 밖에 없지만, 자신은 중국 전역에 스무 개의 테마파크를 열 것이라며 호기롭게 한 말이었다.

사실 JHO가 만달이나 태상과 손을 잡으면 중국에 손쉽게 테마파크를 진출시킬 수도 있다.

당장은 전혀 계획이 없었다.

한국의 새만금에 조성 중인 테마파크가 자리를 잡은 이후라면 혹시 몰라도.


“보스, 크레이그씨가 도착했습니다.”


JHO International 최고경영자 스탠 크레이그가 류지호 방중에 맞춰 다롄으로 날아왔다.

세 사람은 태상그룹 계열 호텔에서 1시간에 걸쳐 차담을 나눴다.

오후에는 가온백화점과 태상백화점 사이의 MOU 체결식이 열렸다.

태상백화점은 한국의 가온백화점과 합작으로 부산의 센텀시티 복합쇼핑문화타운 모델을 중국에 적용할 계획이다.

먼저 톈진시 외곽에 ‘태상문화관광지구’라는 이름의 호텔, 쇼핑센터, 메가 멀티플렉스(20개 이상 상영관), 수족관, 워터파크, E-스포츠 스타디움 등을 포함하는 대규모 쇼핑문화레저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가온백화점이 한국에서 전개하는 복합쇼핑문화단지의 다섯 배에 달하는 규모다.

더해 GH오락집단유한공사 산하의 嘉禾 Cinemas가 태상그룹이 70여 개 도시에서 영업 중인 백화점과 쇼핑센터에 최소 6개관을 갖춘 멀티플렉스를 전부 입점시키기로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차후 태상그룹 백화점이 중원에 진출하게 되면, 설계 단계부터 멀티플렉스를 고려하기로 했다.


“새롭게 태상 계열에 입점하는 멀티플렉스에는 DALLSA Digital의 최첨단 4K 프로젝션과 REAL 3D, Eye-MAX 최신 디지털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아날로그 인프라가 미비했던 중국 같은 개발도상국의 장점이다.

매몰비용 없이 처음부터 새로운 체제를 도입하면 되니까.


“내년 연말 즈음에는 GH 계열 극장체인이 홍콩, 중국 본토,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에서 53개 사이트 405개 스크린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에는 몇 개 극장이 운영되고 있지요?”

“18개입니다. 최종적으로 동북지방과 화북지방에서 60개 사이트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중국 본토에서는 G.O.M 브랜드를 노출시키지 않을 계획이다.

추후 전개될 한한령과 애국주의 소비를 회피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홍콩계인 嘉禾 Cinemas를 통해 중국 본토 극장 사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그 외에 동남아시아에는 현지 사정에 맞춰서 嘉禾, G.O.M, ShowView, GH 등이 섞여서 진출하고 있다.


“만달그룹에 공을 많이 들이지 않으셨습니까?”


스탠 크레이그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


“우리도 슬슬 중국에서 한쪽을 선택해야하겠지요?”

“그렇습니다.”

“사냥꾼으로 완전히 노선을 정하죠.”


사냥꾼은 류지호와 JHO 및 가온 그룹 최고임원들이 붙인 시밍핑의 코드네임이다.

다음 대 권력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시라이는 호랑이.

그 외 유력 후보들에게 늑대, 여우 등의 코드네임을 붙였다.

이전 삶에서 호랑이 사냥꾼이라 불린 시밍핑을 떠올리고 류지호가 붙인 암호였다.


“상하이방은 어떻게 할까요....?”

“태자방 쪽에 집중하는 걸로 하자구요. 호랑이에게 먹이 주던 것도 이제 멈추도록 하고.”

“좋은 판단입니다.”


스탠 크레이그는 우시라이 쪽과 꽌시를 서서히 단절할 것이다.

그들 파벌과 연관된 사업을 현지 파트너에게 넘기거나 철수하고, 시밍핑 라인과 함께 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것이다.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중국의 권력투쟁은 자국 내 정치 지형도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시밍핑 파벌이 본격적으로 정적들의 해외재산 몰수와 기업의 국유화에 나서게 되면, 국제적 자금흐름과 주식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중국의 빅테크 경영권에도 큰 변화가 생기게 되고.

홍콩의 리자싱 회장은 류지호에게 있어서 중국 사업의 든든한 후원자 중 한 명이다.

이전 삶과 똑같이 중국 정계가 흘러가게 된다면 리자싱 회장의 신변에도 중대한 변화가 생기게 될 터.

JHO와 가온그룹은 중국에서 노선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태상그룹이 호랑이계파에 속하지 않습니까?”

“어차피 큰틀에서는 다 같은 태자당이에요. 태자당이 특히나 재계에서 거대한 인맥을 이루고 있고, 우강 회장은 얼마 안 가 호랑이와 꽌시를 단절하게 될 겁니다.”


시밍핑 집권 후 여론을 의식해 비리척결운동을 벌이게 되더라도 걸려든 인물 대다수가 상하이방일 공산이 매우 크다.

화북과 동북3성의 유력자인 우강을 중앙정계에서 쉽게 척결할 수도 없다.


“결국 누가 차기 권력을 잡든 중앙정부와 동북 3성의 태자당 파벌이 타협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중원은 만달과 옛 만주지역은 태상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봅시다.”

“예.”


중국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자국 기업이 대체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현지 사정에 더 밝은 자국 기업이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중국 문화는 같은 동북아시아로 묶이는 한국과 일본과 많은 면에서 다르다.

막연하게 유교문화권으로 묶어서 기업활동을 벌이다간 크게 낭패를 볼 수 있다.

특히 서구권 기업들이 본래 의도와 상관없이 ‘동양인 차별’ ‘중국 문화 비하’ 등 이슈로 중국 소비자가 등을 돌린 사례가 적지 않다.


“중국 시장은 외국 기업의 무덤일 수도 아닐 수도 있지요. 모든 해외 법인의 책임자는 글로벌 인재를 임명해야 합니다. 무조건 미국 본사 눈치와 보신만을 일순위에 놓는 경영진은 필요 없어요. 충분한 현지 라이선스와 협력사와의 신뢰도 무척 중요하고, 절대적으로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결국 중국 내부에서 대체가 불가능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물론 중국 당국이 제재하고 나선다면 다 소용없는 일이 되겠지만 말입니다.”


스탠 크레이그의 냉소적인 대답에 류지호가 ‘큭큭’ 웃었다.

반박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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