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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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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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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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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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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태권도 영화는 안 만들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오~“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국기원 중앙수련장이 한사람 때문에 술렁거렸다.

가슴에 번호표를 부착한 태권도복을 갖춰 입은 류지호가 개회식을 위해 서있는 응시생 사이로 들어갔다.


짝짝짝!


수련관이 떠나가라 박수가 나왔다.

관중석을 채운 응시자 가족과 지인들도 박수행렬에 동참했다.

류지호를 위한 승단심사도 아닌데, 사람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꾸벅.


류지호가 응시생들과 관중석을 향해 고개를 숙여 박수에 화답했다.

전 세계적으로 안티가 많지만, 그보다 수십 수백 배의 팬을 보유한 이가 바로 류지호다.

특히 한국에서 지지는 절대적이다.

한국이 배출한 세계 최고 부자.

한국인 유일의 오스카 수상자(작품상 수상).

전 세계적으로 수 백 만 명의 공식 팬클럽 회원을 보유한 한류의 아이콘.

기부를 많이 하는 착한부자.

한국 공군을 위해 엄청난 돈을 기부한 애국자.

포털 뉴스를 검색하면 사건사고는 없고, 미담 기사만 쏟아지는 거의 유일한 재벌.

국적이탈만 하지 않았다면, 언젠가 대통령이 되어야 했을 인물(?).

마지막 이야기는 20~30대가 주로 이용하는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툭하면 올라오는 바람이었다.

국가가 제대로 수습을 못하던 새만금간척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고,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고속철 건설비 일부까지 개인적으로 부담하며, 90년대 이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국토균형발전을 기업의 힘으로 해내고 있다.

소유한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서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내고 있고.

차세대 지도자감으로 젊은층에서 열광할 수밖에 없다.

일개인이 국가 인프라 사업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다.

대통령에 도전했던 경일자동차그룹 회장조차 하지 않았던 돈지랄의 극치다.

류지호가 대규모 국가인프라 사업에 기부를 하면서 관련한 특별법도 몇 건이 제정될 정도다.

관련한 세금문제 때문이다.

공군 레이더 교체사업과 전주~새만금 간 고속철 건설비 일부 부담하는 기부를 위해 제정된 특별법에 따라서 류지호는 5년 동안 각종 세금 면제 및 세무조사 유예 혜택을 보게 됐다.

본래 시민단체와 야당이 특혜이라고 따지고 들었어야 했다.

역풍을 우려해 모두가 입을 닫았다.

심지어 언론에서조차.

왜 아니겠는가.

무려 1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기부하는 것이다.

트집을 잡았다간 단번에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암튼 류지호가 차세대 지도자로 열렬한 지지를 받게 됨으로써 적어도 젊은층에서는 선출직에 대한 기준이 매우 높아졌다.

정치계에서 스마트한 정치인들이 20~40대 유권자들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즉 행정가, 기업가, 변호사 등 다년간 한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았다가 정치계로 들어온 이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름값보다는 정치계 입문 전의 경력을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같은 보고를 받은 류지호는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정치는 고도의 전문영역이다.

정치인이 되기 전의 경력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으로써 갖춰야할 전문성도 무시하지 못한다.

단순히 일반 대중들에게 알려졌다거나 또는 권력에 가까이 있었다고 해서 정치인으로 선출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류지호는 이전 삶을 통해 깨달았다.

정치선진국에서는 정치인의 전문성이 중시된다.

일찍부터 정당에서 또는 정치권에서 일해 오던 사람이 정치인이 된다.

그래서 정치를 하고 싶은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정당에 가입하여 활동을 한다.

정당에서 정치인으로써의 전문성을 갖춰가는 것이다.

반면에 한국은 정치라는 것은 아무나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경향 있다.

정치인이란 직업의 전문성을 인정하는데 인색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정치 지망생이 정당 활동을 통해서 성장하는 것이 쉽지 않고, 각 정당들도 선거 때가 되면 후보자들을 외부에서 데려오기 때문이다.

공교육에서 정치(자유와 평등, 인권 등)를 가리치고 훈련하는 프로그램이 있고, 정치인을 꿈꾸는 이들을 정당이 받아들여 인재를 육성해 정치 전문가를 배출해야 하는 것이거늘.

한국에서는 그저 돈이나 학식이 있거나, 또는 어느 분야에서든지 성공하여 유명세를 가지면 누구나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가 정치인의 역할을 아직도 제대로 설정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영양가 없는 생각을 하며 지루한 개회식을 보내고 있는데.


- 심사에 앞서 몸부터 풀도록 하겠습니다.


개회식이 끝이 나고, 다함께 체조를 하며 스트레칭 하는 시간을 가졌다.

중앙 수련관에서 100여 명의 4단·5단 승단시험 응시자들이 체조를 하는 모습도 그런대로 봐 줄만 했다.

다들 고단자들이라서 몸을 푸는 것에도 베테랑의 향기가 느껴졌다.

류지호는 아침 일찍 일어나 충분히 몸을 풀고 왔다.

그럼에도 다른 응시생들과 마찬가지로 다시 한 번 근육을 이완시켰다.

한 사람이 용기를 내서 류지호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저보다 훨씬 오래 수련하셨으니까 선배님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감독이 듣기 좋네요.


처음 말을 걸기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누군가 대화를 트고 나니 다음부터는 쉬웠다.

주변에서 몸을 풀던 이들이 하나둘 말을 걸어왔다.


“NeTube 잘 보고 있어요.”

“고마워요.”

“NeTube에서 보니까, 감독님은 일여까지 다 마스터 하신 것 같던데.... 저희 사범님이 보시고 품새가 거의 완벽하다고 하더라고요.”


일여는 9단이 수련하는 태권도의 마지막 품새다.

류지호는 미국의 빈민가 어린이들과 함께 태권도 수련하는 모습을 촬영해 채널에 올리곤 한다.

그걸 본 모양이다.


“꼬맹이들이 고단자들이 수련하는 거 보여 달라고 하도 졸라서 한 번 해본 겁니다. 많이 부족하죠.”

“미국에 계시는 이준우 마스터 같은 분들하고 친하지 않으세요?”

“자주 뵙지는 못하는데, 동부에 갈 일이 있으면 안부인사는 드리는 편이에요.”

“왜 미국에서 안 받고 국기원에서 승단심사 보세요?”

“스승님이 한국에 계시니까요.”

“아! 홍 관장님이요? 유명하죠. 거기 도장.”


류지호가 어린 시절부터 다닌 것으로 알려진 용연태권도장은 인천을 넘어 전국적으로 제법 유명했다.

고우찬이 틈날 때마다 방문해서 도장을 챙기고 있는데, 어릴 때 함께 수련했던 동기가 홍 관장을 대신해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태권도 하는 애들 중에서 일부러 용연태권도장까지 찾아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태권도장이 교회도 아니고 그냥 집에서 가까운 도장 가서 운동하면 될 것을....”

“혹시나 싶은 거죠.”


류지호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지만, 딴에는 용연태권도장 출신들이 태권도계에서 파벌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류지호는 응시자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몸을 풀었다.

몸을 풀던 응시생들이 다시 수험번호 대로 오와 열을 맞춰 자리를 잡았다.


“태극1장! 준비!”


사범의 구령에 따라 무대 위에서 시범단이 준비 자세를 취했다.

오와 열을 맞춰 서 있는 응시생들도 따라서 자세를 취했다.

30분 동안 본인의 품·단수와 상관없이 함께 품새를 수련하며 마지막 심사준비를 했다.

사전 행사가 모두 끝이 나고 9시 30분부터 수험번호 순서대로 승단 심사가 진행되었다.

과거로 돌아온 후, 류지호가 용연태권도장 문턱을 넘은 이후로 하루도 빼놓지 않고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다.

무성의하고 딴 데 한눈을 팔지만 않으면, 무난하게 합격할 것이라 자신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챙기라고.

류지호는 평소에도 식습관부터 운동까지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건강검진도 꼼꼼하게 챙긴다.

무슨 운동이든, 10년 이상 꾸준히 하면 효과가 없을 수가 없다.

국민체조도 매일 꾸준히 하면 건강에 큰 도움이 되는데, 무산소와 유산소 운동이 적당히 섞여있는 태권도를 20년 넘게 하고 있다면.

그 효과는 두 말 하면 입 아프다.

게다가 류지호는 흡연도 안한다.

이전 삶처럼 알코올의존증이 있지도 않다.

다만 워커홀릭 성향으로 인해 과중한 업무로 스트레스 관리가 생각처럼 안 되는 것이 흠이긴 했다.

어찌되었든 류지호는 승단심사를 긴장감 하나 없이 수월하게 치렀다.

유일하게 신경 쓴 것은 홍 관장의 날카로운 시선 뿐.


“어째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품새가 이쁜게냐. 사내답지 못하게.”


승단심사를 마친 류지호에게 홍 관장이 처음으로 던진 말이었다.

어릴 때부터 류지호는 은근히 태권도에서 멋을 중요시하는 편이었다.

시범단 태권도처럼 위력보다는 기술과 예술성에 치중한다고 할까.

그 때문에 박력이 없다는 놀림을 꽤나 받기도 했고.


“시합을 뛸 것도 아니고. UFC 대회에 출전할 것도 아닌 생활체육일 뿐인데. 자세만 올바르고 기풍이나 철학에 부합하면 됐죠 뭐.”

“미국에서 누가 봐주고 있냐?”

“시간 날 때마다 전 사범님이 조언해주고 계세요.”

“전용운이?”

“예.”

“아직도 LA에서 태권도장 하냐?”

“몇 년 전에 오렌지카운티로 도장을 옮겼다고 말씀..... 새로 낸 도장에 수련생도 상당히 많아졌고요. 캘리포니아에서 전 사범님이 태권도 쪽에서 제일 잘 나간다고 보시면 되요.”

“미국 가서 고생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잘 정착했다니 다행이다.”

“.....”


이 대화는 홍 관장과 만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누는 대화다.

홍 관장은 몇 번 들려줬던 이야기도 자꾸 잊어 먹었다.

때문에 만날 때마다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야 할 경우가 있다.


“오랜만에 평양냉면 드실래요?”

“오냐.”

“잠깐만 기다리세요. 사람들 사인하고 사진 좀 찍어주고요.”

“원장실에 가 있을 테니. 끝나면 올라와.”


류지호는 승단시험 응시자들과 함께 셀카를 찍거나 사인을 해주었다.

시간이 조금 지체되고, 주차장에 빼곡히 주차되어 있던 태권도장 승합차들이 대부분 빠져나가 국기원 마당이 한가해졌다.

류지호와 홍 관장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 뒤로 고위 간부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두 사람을 배웅하기 위해서다.


“이놈들아! 평상시에도 그렇게 노인 공경 좀 해라. 이럴 때만 노인 위하는 척 하지 말고.”


배웅 나온 이들 중 홍 관장의 호통에 주눅 드는 이 하나 없었다.

다만 류지호의 눈치를 의식하는 모습이다.


“.....!”


조손처럼 다정하게 차에 오르는 류지호와 홍 관장을 지켜보는 국기원과 서울태권도협회 간부들의 심사가 몹시 복잡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에서 태권도협회 전직 고위 간부들이 조폭들과 결탁하거나 실제 조폭 출신임이었음이 노골적으로 나온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증언과 피해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당사자 몇 명이 급하게 출국해 연락두절 상태다.

태권도협회에 아무런 설명조차 없이 급히 출국한 것이다.

구린데가 있지 않고서야 이 시점에서 갑자기 도피성 출장을 갈 이유가 없다.

국기원은 법정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올해부터 법인화가 되었다.

문화부 장관이 직접 전 세계 태권도 지도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태권도인의 자율적 운영에 맡기겠다고 약속했다.

말뿐이었다.

법인화가 되자마자, 낙하산 인사들이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온갖 비리의 온상이었던 국기원과 태권도협회는 태권도를 전혀 모르는데다가 정권 차원에서 꽂아준 낙하산들로 인해 내부에서 홍역을 치루고 있다.


“류 의장과 진지하게 의논 해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뭘?”

“이대로 국기원이 정치인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되는 걸 지켜보실 생각입니까?”

“류 의장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으려고.”

“사실 다들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해서 그렇지.... 협회 파벌 중에 가장 큰 파벌이 류 의장쪽 사람들입니다.”

“용연태권도 출신들 말하는 거야?”

“예.”

“홍 사범님 문하들과 류 의장 사이가 별로 좋지 않다고 들은 것 같은데....?”

“대외적으로 그렇게 보이도록 거리를 두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따로 식사 대접하고 싶다고 언질 넣어봐.”

“직접 만나시려고요?”

“그래야지.”

“류 의장 만나는 것이 알려지면..... 불이익을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불이익 받아봤자.... 내가 정치할 것도 아니고. 정 더럽고 치사하면 다 때려치우고 고향 내려가서 도장 열어서 홍 사범님처럼 유유자적 살지 뭐.”


결론적으로 국기원 관계자들은 헛물만 켠다.

류지호가 한국의 태권도협회와 국기원에 관심이 한 톨도 없었기에.

당사자들은 매정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차선책으로 용연태권도장 출신들을 설득해 협회 헤게모니를 쥐려고도 애를 쓴다.

뼈를 깎는 개혁 없이 자리싸움만 일삼으며 수년을 진흙밭에서 헤매게 된다.

사람 고쳐 쓰는 것 아니라는 말이 있다.

똥물은 아무리 걸러도 똥물일 뿐이다.

장충동으로 이동하는 차안에서 홍 관장이 물었다.


“태권도 영화는 안 만들어?”


이 역시 만나거나 전화통활 할 때마다 묻는 말이다.


“박은상 감독 아시죠?”

“액션영화 만드는 감독 아니냐?”

“박 감독도 태권도 4단이에요. 박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저예산으로 태권도 영화 한 편 찍었어요. 내년 봄에 미국에서 개봉할 거예요.”


엄밀히 말하면 태권도 영화는 아니다.

젊은층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트릭킹(Tricking)에 관한 영화다.

트릭킹은 태권도, 카포에라, 가라데, 무에타이 등의 무술 발차기와 기계체조의 아크로바틱, 비보잉의 화려한 퍼포먼스 등이 결합된 익스트림 스포츠의 일종이다.

실전무술이 아닌 화려한 무술동작을 퍼포먼스화 한 액션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80년대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브레이크댄스와 화려한 무술 발차기가 결합된 길거리 액션 스포츠 마샬아츠 트릭츠가 생겨났는데, 2000년대 초반 미국의 빌랑닷컴, 트릭스튜토리얼즈닷컴 등의 홈페이지를 통해 트릭킹이라는 개념이 정립되기 시작했다.

트릭킹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간 것에 NeTube가 큰 역할을 했다.

세계 여러 나라 마샬아츠 마니아들이 저마다 트릭스 기술을 NeTube를 통해 공유함에 따라 유행이 세계적으로 퍼저나가기 시작한 것.

또한 SNS가 폭발적으로 발전하게 됨에 따라 일반인들도 트릭킹을 접하게 됐다.

류지호 역시 Vic&Jay 소속 스턴트맨들과 함께 트릭킹 동영상을 찍어 자신의 NeTube 채널에 올려놓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겨울마다 최정상급 트리커들이 한 자리에 모여 배틀을 펼치는 ‘윈터 게더링(Winter Gathering)을 개최하거나 트릭킹 캠프(Tricking Kamp)를 열고 있다.

그것에 착안해 박은상 감독이 태권도를 베이스로 하는 화려한 트릭킹 퍼포먼스를 <스텝 업>처럼 3D 영화로 구현해냈다.

제작비는 <스텝 업 3D>보다 적은 2,100만 달러가 들었다.

투자·배급사는 디멘션 필름.

기대하는 박스오피스 매출은 5,600만 달러다.

극장 매출보다는 부가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태권도가 주가 되는 영화가 아니라는 게 아쉽구나.”

“한국에서 태권도하는 사람들이나 일반 관객들이 가진 오해에요. 태권도복 입고 발차기 해야 서양 사람들이 태권도라고 알거라는 거. 전 세계 태권도 인구가 몇 명인데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는지.... 할리우드 액션영화에서 화려한 발차기 나오면 ‘저거 태권도 발차기야’라고 알아보는 관객이 얼마나 많은데요. 20년 전에나 태권도 킥을 닌자킥이라고 했지, 지금은 안 그래요. 태권도의 화려한 발기술 아이덴티티가 서양에 확실히 각인된 지 한참 지났어요. 중국영화에서 화려한 발기술이 나와도 외국 관객들은 태권도 기술이라고 할 정도에요.”


70년대부터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태권도 시범단들의 공이다.

한국에서는 태권도 시범단 공연을 애들이나 좋아하는 퍼포먼스로 여겨진다.

해외에는 다르다.

일례로 캘리포니아주에 문을 연 미추홀파크에서 정기적으로 태권도 시범단 공연이 열리는데, 제법 인기가 많다.

무예24의 시범과 마상무예, 태껸 공연보다 태권도 시범단 공연이 인기가 더 많다.

수십 년 동안 갈고 닦은 기예들이 시범 공연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요소를 계속해서 받아들이고 있는 태권도 시범단 공연이 지금도 업그레이드되고 있고.

미국인들에게 태권도가 친숙하고 대중화가 되어 있다.

여담으로 방사룡이 출연한 <가라테 기드> 레메이크 영화가 지난 6월에 개봉했다.

4,000만 달러 예산이 들어간 이 영화의 박스오피스는 무려 3.6억 달러.

지금에 와서는 상당히 진부한 스토리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오리엔탈리즘과 쿵푸 판타지를 잘 포장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거 나도 봤다. 유치하기 짝이없던데....”

“그 유치한 영화가 북미와 전 세계에서 2,500만 명 이상이 봤어요. 마냥 깔 볼 수만은 없죠.”


태권도인들은 막연하게 류지호에게 태권도 영화 만들어 달라 징징댈 일이 아니다.

무엇이 <가라테 키드>를 성공하게 했는지.

혹은 망하지 않도록 한 핵심이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겨루기는 자꾸만 점수 따기 놀이로 변질 되어 가고, 시범단 태권도라는 것이 예술성이니 뭐니 따지느라 화려한 기술위주로 짜여서는 위력격파는 뒷전이고. 수련하는 의미도 없어지고, 태권도만의 발차기는 딴 무술의 것으로 둔갑하고... 떼놈과 왜놈들은 영화에서 자기들 무술을 대단하게 보이려고 포장하려고 안달이 나 있는데, 우린 도대체 뭘 하자는 것인지....”


무도로서의 태권도가 점차 약화되는 것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단련을 소홀히 하는 시범을 바뀌어야 한다고 충고하는 사범들도 많다.

얇은 송판만 현란하게 격파한다고 해서 시범이 완성되는 게 아니라면서.

일선 사범들 사이에서 평소 단련을 통해 두꺼운 송판과 기왓장, 벽돌 등을 격파하는 시범단이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위력격파는 군 시범단의 공연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20년대로 가면 태권도 시범단 수준이 게임영상 실사화 수준으로 대폭 업그레이드된다.

지나치게 엔터테인먼트적이라고 지적을 받긴 하지만, 전 세계 쇼오락 경연 TV 프로그램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태권도의 지평을 더욱 확장시킨다.


“한국영화가 태권도를 녹여낼 역량이 없었어요. 관객들도 조금만 너그러워져야 하는데... 홍콩영화나 일본영화에서 무술이 등장하면 실전성이니 엄숙주의 안 따지면서 꼭 태권도에 대해서는 엄격해지거든요. 충무로에서 태권도 영화를 진지하게 고민하다가도 그런 것들이 진입장벽이 돼서 기획단계에서 쉽게 포기해 버려요. 그러다 영화판 밖에서 누가 돈을 대겠다고 하면 영화도 잘 못 만드는 사람들이 돈을 덥석 받아서 날림으로 제작하고.”


태권도를 잘 모르는 감독이 연출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그래야 태권도가 아니라 캐릭터와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도 있기에.


“태권도가 최고야 같은 어리석은 생각을 강요하니까 엉터리 영화가 나오는 것이겠지.... 쯧.”


홍 관장의 지론이다.

세상에 최고의 무술이란 없다.

단지 극한까지 수련한 사람만 있을 뿐.


“태권도에서 실전성 따지고 태권도 기술이 쿵푸와 가라데에서 따왔다느니 지적질에 휘둘리다보면 죽었다 깨어나도 태권도 영화 못 만들어요. 그래서 태권도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영화부터 시작해 보려고요.”

“네가 어련히 알아서 잘할까....”


태권도를 소재로 삼았기에 영화가 재미없는 것이 아니다.

영화가 재미가 없으니까 태권도까지 덤으로 시시하게 여지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태권도 소재 영화·드라마가 거의 씨가 말랐다.

그런데 외국에서는 태권도 소재 영화나 드라마가 종종 제작되고 있다.

홍콩에서는 이미 70년대에 태권도 고수인 황정의 선생이 <취권> 등에 출연하며 슈퍼스타 대접을 받았다.

작년에는 대만 현지에서 <열혈청춘>이라는 20부작 태권도 소재 드라마가 방영되어 나름 준수한 성적을 거둔바 있다.

가라테와 유도의 종주국인 일본에서도 태권도 관련 영화가 제작되기도 한다.

종주국 한국보다 더 태권도가 인기가 있으며, 프로 태권도 리그까지 있는 국가 이란은 말할 것도 없다.

실업 태권도 선수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자주 제작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1년에 한 편씩은 B급 태권도 영화가 제작된다.

극장 개봉영화가 아닌 다이렉트 비디오나 TV영화이기에 한국에서 그 소식을 접할 수 없을 뿐.

전 세계 태권도 인구가 대략 8,000만 명이란다.

그런 상황에서 종주국인 대한민국에서는 내세울 만한 태권도 영화가 없다.

태권도계에게만 안타까운 현실일까.

아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도 아쉬운 대목이다.

중국이 쿵푸를, 일본은 사무라이 혹은 닌자 전통(문화)을 통해 대중문화 산업적으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한국이 일찍이 태권도라는 세계적으로 저변이 깔려 있는 무술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장르가 확립되었다면, 한국 대중문화계는 다양한 문화상품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영화, 드라마, 만화, 소설, 게임, 장난감 캐릭터 심지어 K-pop에도 융합이 되었을 수도 있다.

내부적으로 진퉁이니 짝퉁 논란에 진을 빼다가 문화상품화 하는 시기를 놓친 것이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태권도가 우리 고유의 무예도 아닐뿐더러 태동도 불온했기 때문에 자랑거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면 대꾸하기 곤란한 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참고로 한국 최초로 태권도를 소재로 만든 정통 액션 영화는 1972년 제작된 <정도(正道)>라는 영화다.

재밌는 것은 이 영화에 홍콩배우들이 다수 출연했다는 점이다.

그 이듬해에는 홍콩에서 <태권진구주>(한국 개봉명 흑권)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오리지널 홍콩영화임에도 국내 개봉에서는 한·홍합작 영화로 둔갑해 개봉했다.

이소룡에게 태권도 발차기를 가르친 것으로 알려진 미국 태권도 대부 이준우 선생이 출연했다.

무술감독은 홍삼모가 맡았다.

당시에 20대 청년 홍삼모는 GH오락집단유한공사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대표 무술감독이었다.

그는 <태권진구주> 직전에 합기도 베이스의 <흑연비수>에서 출연 및 무술감독을 수행하기도 했다.

두 작품 모두에 한국인 태권도 고수와 합기도 고수들이 다수 출연했다.

당시 방사룡은 말단 스턴트맨으로 바닥에서 열심히 구를 때였다.

최초의 태권도 액션 영화가 국내와 홍콩에서 만들어진 이후로 액션장르에서만 약 30편 가까운 태권도 소재 영화가 만들어졌다.

그 중 가장 큰 흥행을 거둔 것은 1973년 이준우 주연의 <태권진구주(흑권)>다.

단관개봉이었음에도 10만 명을 모으는 기록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이후로 극장에서 개봉한 태권도 소재 영화가 10만 명을 넘긴 기록이 없다.

희대의 망작들이 분위기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기도 했고.

이 시기에 BS 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하는 태권도 영화가 <옹박>팀에 의해 제작되고 있다.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태권도 소재 영화가 한창 JHO Pictures에서 기획중이다.

미국 태권도 국가대표 코치 출신의 흑인남자가 한국인이 운영하던 LA 사우스 센트럴의 망한 태권도장을 인수한다.

빈민가의 말썽꾸러기 청소년들을 태권도를 통해 교화하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흑인주인공은 LA 카운티 태권도 단체와 시정부, 사회단체 등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소소한 이벤트도 벌이지만, 누구하나 태권도를 수련하는 사우스 센트럴의 흑인 청소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심지어 사우스 센트럴의 주민들조차 농구나 랩이 아닌 태권도를 배우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얼핏 보면 착한 어른이 빈민가 청소년들과 함께 목표를 이루며 성장하는 영화처럼 보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성공스토리일 것도 같고.

<똑바로 살아라>, <보이즈 앤 후드> 같은 흑인의 삶을 담담하게 담은 블랙필름 같기도 하고.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을 거둔 바 있는 <위험한 아이들> 풍의 영화도 떠오른다.

흑인 문제에 대한 사회적 구조와 무관심을 비판하는 동시에 흑인 스스로도 반성해야 한다는 자조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사회파 영화다.

감독은 <보이즈 앤 후드>를 연출한 댄 싱글턴이 내정된 상태다.

태권도를 소재로 한 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우스 센트럴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전 미국 태권도 감독의 일화를 토대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웨스 스나입스를 캐스팅 일순위에 올려두었다.

안타깝게도 그는 탈세혐의로 재판 중이다.

대안으로 <블러드 앤 본>의 믹 제이 화이트와 논의 중이다.

뉴욕의 우범지대 출신으로 무술의 베이스가 태권도와 가라테인데다가 한때 십대 비행청소년들의 교정교육을 수행한 적이 있는 배우다.

B무비 영역에서 주로 활동하기에 연기력에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지만.

예일대에서 연기학을 전공했을 정도로 나름 정극 배우 출신이다.

진지하고 깊은 연기를 소화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다.

부족한 부분은 댄 싱글턴 감독이 충분히 이끌어 줄 수 있을 테고.


“관장님도 카메오 출연하실래요?”

“됐다. 무슨 영화 출연이냐.”

“미국에 오시면 LA의 미추홀파크 구경시켜 드리고 싶은데.....”

“너무 늙어서 장거리 여행은 이제 못할 것 같구나.”


전용기로 모시면 될 것 같은데, 문제는 홍 관장이 신장투석을 받고 있었다.

장거리 여행이 쉽지 않다.

때문에 류지호로서는 아쉽지만 더는 권유할 수 없었다.


작가의말

새로운 한 주 활기차게 맞이하십시오.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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