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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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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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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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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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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나는 세계의 왕이다!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후우....


만약 류지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한국에서 데뷔작품이다.

제안한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류지호라면 무조건 잡아야 하지만.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라 김윤희는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AFI에서 수업 듣는 언니가 있어요. 한 번 상의해 볼게요.”

“빨리 결정해야 마음 편해. 졸업 작품도 잘 마무리해야 할 거 아냐.”

“어마어마한 고민거리를 준 주제에 할 소리에요?”

“인마, 졸업 후의 진로가 결정되면 더 맘 편히 졸업 준비할 수 있는 거야.”


맞는 말이다.


“왠지 선배한테 코뚜레 잡히면 죽도록 소처럼 밭만 갈다가 도살장으로 끌려갈 것 같은데.....”

“친환경 유기농 고퀄의 여물을 끼니마다 제공하고 쾌적한 외양간도 마련해 줄게.”


류지호의 능청에도 김윤희는 웃을 수 없었다.


“선배가 제안한 걸 간보는 게 아니라....”

“알아. 먼저 한국으로 돌아갈 것인지 남을 것 인지부터 결정해야겠지.”

“이해해 줘서 고마워요.”

“그 문제는 심사숙고해 보고... 저녁 먹고 뭐할 거야?”

“카페에서 수다나 떨지 않을까요?”

“내 친구들과 술 한 잔 할래?”


김윤희가 옆 테이블에서 열심히 음식을 주문하고 있는 류지호의 친구들을 돌아봤다.


“키가 크고 덩치 큰 녀석 말고, 두 친구는 충무로에서 스턴트와 특효팀에서 일하고 있는 현역이야. 방송 일도 하고 있어서 나보다 한국 사정을 더 잘 알아. 가볍게 술 한 잔 하면서 궁금한 거 물어봐.”

“선배는 같이 안가구요?”

“콘티 해야 돼.”

“하루 안 한다고 큰 일 나는 거 아니잖아요.”

“큰 일 나.”


김윤희는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더는 따지지 않았다.

류지호는 고우찬에게는 자신의 신용카드 중 하나를 쥐어주었다.

김윤희 테이블의 계산까지 해주고 집으로 돌아갔다.

친구들이 하루 쯤 쉬어도 되지 않냐고 투덜댔다.

정상에 있는 자는 쉬고 싶어도 못 쉰다.

언제든 그 자리를 다른 누군가에게 빼앗길 수도 있기에.

도전자 또한 쉴 수 없는 법이다.

오늘 하루 쉬면 앞 사람은 두 발 더 앞 서 갈 수도 있으니까.


‘모자란 재능은 시간과 땀으로 채울 수밖에.’


✻ ✻ ✻


류지호는 1월에 열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그 기간 한국에 문상을 다녀왔다.

그때 열린 제55회 골든 글로브에서 <타이타닉>이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감독상, 작곡가상, 주제가상 4개 부문을 수상했다.

<타이타닉> 프로듀서에 류지호 역시 이름을 올렸다.

제이미 캐머론과 함께 시상대에 설 수도 있었다.

아쉽지만 류지호는 당시에 시상대에 서는 영광을 누리지 못했다.

또 트라이-스텔라 투자·제작·배급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뮤지컬-코미디 부분 작품상을 수상했다.

남녀주연상도 차지해 3관왕에 올랐다.

ParaMax의 <굿 윌 헌팅>은 각본상을 수상했다.

TV시리즈 부문에서는 트라이-스텔라 텔레비전의 <X-파일>이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 역시 제작자로서 류지호가 시상대에 설 수도 있었지만, 참석을 하지 못해 불발 됐다.

어쨌든 골든 글로브 주요 부문의 상을 JHO 산하 영화사들 작품이 쓸어 담았다.

그로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결과도 매우 낙관적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집안싸움이라고 하지 아마도.....’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는 작품성과 상업성을 두루 갖춘 영화를 제작하는 메이저 스튜디오가 되어 가고 있다.

투자·배급 영화 작품수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미 류지호는 아카데미 시상식 초청장을 받았다.

수상 후보를 포함해 아카데미 회원 및 관계자 3,000명에게 초청장을 보낸다.

초청장이 없으면 시상식장에 입장할 수 없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일주일을 아카데미 주간이라고 한다.

특히 아카데미 시상식 당일 앞뒤로 해서 수많은 파티들이 열린다.

시상식 당일 저녁에는 아카데미 공식 애프터 파티인 가버너스 볼(Governors Ball) 파티가 있다.

한 군데서만 열리지 않는다.

OAA를 포함해 메이저 에이전시 세 곳이 주최하는 파티, 수상자를 배출한 스튜디오에서 여는 파티, 그리고 미국의 대표적인 연예 패션 월간 잡지인 ‘Vanity Fair’가 주최하는 애프터 파티를 주요 파티로 꼽을 수 있다.

특히 ‘Vanity Fair’ 파티는 개최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후보들과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들만을 엄선해 초청하는 파티다.

몇 년 후에는 아카데미 주간 최고의 애프터 파티로 자리 잡게 된다.

아카데미 시즌이 시작되면, 미국의 상류사회에서는 이른바 ‘Vanity Fair’ 파티 초청장 수령 여부가 주요 화제가 될 정도가 된다.

아카데미 시상식 공식 애프터 파티인 ‘Vanity Fair’ 파티는 아카데미 공식 초청자 3,000명 중에서도 그 절반만 초청자가 된다.

속된말로 어중이떠중이는 걸러내는 것이다.

류지호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Vanity Fair’ 파티에 초청되었다.


“안 바빠요?”


류지호의 말투에 약간의 성가심이 묻어 있다.

아는지 모르는지 캐서린은 자기 할 일만 할 뿐이다.


“바쁘지.”


건성으로 대답한 캐서린이 연신 명품숍에 진열된 상품을 살폈다.


“바쁜데 왜 LA로 찾아와서 날 괴롭히는 데요?”

“누가 괴롭혔다고 그래. 난 옷을 골라주는 것뿐이야.”

“시상식에 입고 갈 정장은 골랐다니까요!”

“부족해. 한 참 부족해. 그렇고말고.”


시상식을 일주일 앞두고 난데없이 캐서린이 벨에어로 찾아왔다.

LA로 볼일을 보기 위해 온 줄 알았다.

그런데 다짜고짜 류지호를 베벌리힐스 명품 거리로 이끌었다.

류지호의 아카데미 시상식에 코디를 해주기 위함이란다.


“여자 친구가 없으니까 내가 챙기는 거 아냐!”

“내겐 패션센스가 아주 뛰어난 비서들이 있어요.”

“그녀들의 감각으로는 모자라. 잔 말 말고 따라와.”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PI, 홍보 전문가들이 의장 비서실에 여러 명 있다.

패션에서도 전문가들이다.

게다가 류지호가 아카데미 시상식에 처음 참석하는 것도 아니다.

이제 와서 유난을 떠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작년 ‘Vanity Fair’ 파티에서 창피를 당하고서도 그래?”

“그런 적 없어요.”

“웃기지마. 뉴욕 사교계에서 네 모습을 보고 다들 비웃었어.”

“어떤 놈들이 비웃었는데요?”

“하여간 네가 작년에 입었던 옷은 너무 평범했어.”


일부러 튀지 않는 무난하고 점잖은 수트를 입었다.

가격은 무지막지하게 비쌌지만.

다른 초청자들에게 쫄리지 않으려고 최고만 상대한다는 테일러숍에서 맞춰 입은 정장이다.


“난 배우가 아니에요. 이런 색상은 과해요.”

“안 과 해.”


캐서린이 류지호의 의전과 홍보마케팅을 담당하는 비서들에게 물었다.


“다들 이 디자인 어때? Jay에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멋져요!.”

“보스께 잘 어울리십니다!”


류지호가 옅게 한숨을 내쉬었다.


툭.


캐서린이 류지호의 팔을 가볍게 쳤다.


“‘Vanity Fair’ 파티는 패션쇼장이야. 다른 게스트 코를 납작하게 눌러주고 와.”

“알겠어요. 지금 입고 있는 이 옷으로 결정한 겁니다. 말 바꾸기 없어요?”

“다들 마음에 든다잖아.”


캐서린의 코디는 패션 센스와 전혀 관련이 없다.

품위와 격식을 위주로 선정했다.


“왜 마음에 안 들어? 다른 걸로 입어 볼까?”

“마음에 들어요. 아주!”


반나절 동안 수십 벌을 입어봤다.

결혼식 예복도 아니고.

더는 시달리고 싶지 않은 류지호는 마지막에 고른 수트를 확정했다.

캐서린이 고른 수트는 경쾌한 느낌의 블루 네이비 투 버튼 턱시도다.

노치드 라펠의 가장 기본적인 디자인이면서 푸른색과 아이보리 컬러 무늬의 넥타이와 행커치프 매치로 깔끔하면서 세련된 스타일이다.

블루 컬러 수트가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아무나 소화할 수 없는 프릴셔츠가 아닌 것이 천만다행이다.

캐서린은 다이아몬드 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갓난아기 때부터 상류층 사람들 속에서 자랐다.

어릴 때부터 눈높이가 머리끝에 가 있었다.

귀족적 품위나 분위기가 드러나는 옷차림새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게다가 류지호의 옷걸이가 꽤 괜찮다.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의 소유자니까.

뭘 입어도 옷맵시가 사는 편이다.


✻ ✻ ✻


아카데미 시상식 당일.

아침부터 스타일리스트들이 집으로 찾아와 피부마사지를 하고 헤어스타일링을 했다.

늦은 점심을 먹은 류지호가 캐서린이 추천한 수트를 차려 입고 집을 나섰다.

초청장이 없이는 시상식이 열리는 슈라인 오디토리엄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때문에 홀로 움직였다.

제70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최대 관심사는 역대 최고 기록인 14개 부문에서 후보에 오른 <타이타닉>의 오스카 트로피 숫자다.

일각에서 JHO 잔치라는 질투 섞인 비판이 나왔다.


“사람들이.... 시샘할 시간에 상업성과 작품성이 동시에 담긴 영화를 기획하든가.”


제이미 캐머론이 차 안에서 중얼거렸다.

시상 소감을 준비할 줄 알았던 캐머론은 뭔가를 자꾸 중얼댔다.

과도한 설렘이거나, 그도 아니면 초조함을 떨치려는 모습처럼 보였다.

식전에 열린 레드카펫 행사에서 류지호는 <타이타닉>에서 노년의 로즈로 출연한 원로배우 프랜시즈 스튜어트를 에스코트했다.

남자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에 기분이 상한 레오날드 그레이프는 시상식에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다.

그 시각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TV 앞에 모였다.

올해 역시 DCN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계했다.

작년에 류지호가 가끔 화면에 잡히면서 시청률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기에 또 다시 생방송을 편성했다.


“류지호 감독이 레드카펫 행사를 마치고, 이제 홀 안으로 입장하네요.”


해설을 맡은 영화 평론가는 설명의 대부분을 류지호 이야기로 채웠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번 아카데미 후보에 <타이타닉>이 14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가 7개 부문에, <굿 윌 헌팅>이 9개 부문이 이름을 올랐다.

그 중 두 편에 류지호가 관여했다.

그 외에 제휴영화사 리젠시 엔터프라이즈의 <LA 컨피던셜>이 9개 부문, Timely Studios 크레디트가 들어간 E.T Entertainment의 <맨 인 블랙>은 3개 부문에서 이름을 올렸다.

당연히 류지호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영화들이다.

영화 평론가 입장에서 같은 한국임을 떠나 류지호를 자주 언급할 수밖에 없다.

이번 시상식에서 배우 외에 영화인으로 제이미 캐머론과 함께 가장 주목 받은 인물이었으니까.


“류지호 감독님 영화도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으면 좋았을 텐데요.”


여자 아나운서가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국의 영화팬을 대변하는 심정이다.

칸 영화제는 중계방송하지 않는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매해 녹화방송이라도 꼭 편성한다.

미국 국내 영화제임에도 불구하고.

사대주의와 상관없다.

그 정도로 아카데미상이 세계영화계를 대표하는 위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류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없지만, 이번 아카데미 후보작 가운데 상당수가 JHO Company 산하의 영화사들 작품들이에요. 특히 <타이타닉>이 작품상을 수상하게 된다면 프로듀서에 이름을 올린 류지호 감독이 수상을 하게 될 것 같아요.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대에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거죠.”

“수상이 유력하다고 하니 꼭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 번 기대해 보죠.”


에드 크리스탈은 벌써 여섯 번째 아카데미 시상식 사화를 맡고 있다.

시종 여유 있는 진행으로 관객과 시청자에게 편안함과 웃음을 선사했다.

각종 기술상을 시작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 ❉ ❉


아카데미 시상 순서는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거의 유사하다.

각본-각색-의상-미술-분장-촬영-편집-음향-음악-시각효과-감독-남녀주연상-작품상.

그 사이 공로상이나 조연상 등이 들어가 있고, 축하공연이 벌어진다.

이번 시상식에서 JHO Company 계열 영화사가 처음으로 수상한 것은 <굿 윌 헌팅>이다.

각본상을 수상한 매트 데이만과 밴틀리 애플렉이 무대 위에서 껑충껑충 뛰며 생애 첫 아카데미 수상의 환희를 마음껏 표출했다.

이어 각색상은 <LA 컨피던셜>이 차지했다.

연이어 <타이타닉> 팀이 무대에 올라갔다.

류지호와 영화 관계자들은 계속해서 자축의 기립박수를 쳐야 했다.

남우/여우주연상으로는 존 니컬슨과 이사벨 헌트가 수상했다.

두 사람은 트라이-스텔라의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열연을 펼쳤다.

존 니컬슨은 지난 75년에 이어 두 번째 영광이다.

여우주연상의 이사벨 헌트는 이번 수상으로 일약 톱스타 반열에 오르게 된다.


영국여자들의 침공!


이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영국출신의 여배우들의 치열한 경합을 두고 미국 내 매스컴에서 붙인 헤드라인이다.

결국 영국여배우 4명과 치열한 경쟁 끝에 이사벨 헌트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역시 웨이트리스 징크스.”


모리스 메타보이의 중얼거림을 들은 류지호가 돌아봤다.


“아카데미 회원들이 유독 웨이트리스에 약해. 뉴욕의 식당에서 일하며 병약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여인. 전형적인 미국 로맨틱 영화의 클리셰인데, 그게 아직까지 통하고 있잖아.”


류지호도 동의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분석해 보면 어떤 경향이 두드러진다.

그 중에 하나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려면 웨이트리스 배역을 연기하는 것이다.

이사벨 헌트는 <트위스터>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이어 출연한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강박증에 사로잡힌 존 니컬슨에게 사랑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맡음으로써 오스카 트로피까지 안게 되었다.

아카데미 징크스를 떠나서 영화 속에서 성적 욕구로 고민하는 연기로 존 니컬슨을 완벽하게 받쳐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맥, 축하해요.”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 위해 통로를 걸어가던 맥클로닌 윌리엄스와 류지호가 포옹했다.

한편으로 활기차게 무대 위로 향하는 뒷모습을 보며 류지호는 복잡한 심정에 사로잡혔다.


‘언제 한번 맥과 식사자리를 가져야겠어.’


맥클로인 윌리엄스는 이 시기 극심한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의 팬을 자처하는 류지호로서는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몇 차례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은 경력이 있었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 약물을 계속해서 복용하다보면 의존증이 생길 수도 있다.

결국 그로 인해 노인성 치매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류지호는 신이 아니다.

마법사도 아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평소에 건강관리를 하도록 충고를 하는 것뿐.

주제넘지 않은 충고가 되려면 그의 친구가 되어야 했다.

어쨌든 아카데미 시상식은 JHO Company 잔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큐멘터리, 외국어영화 부문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상을 JHO Company 계열의 영화사이거나 제휴영화사에서 수상했다.

휩쓸었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여우조연상은 <LA 컨피던셜>이, 분장상은 <맨 인 블랙>이 차지했다.

두 작품은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 투자·배급 작품이다.

그 외에 미술, 촬영, 음향, 음향효과, 주제가, 음악, 의상, 편집, 시각효과 등 9개 부문에서 <타이타닉>이 차지했다.

축하공연에서는 마리 디옹의 ‘My Heart Will Go On’이 공연되었다.

마치 <타이타닉>의 기록적인 수상행진을 자축하는 것 같았다.

명예상을 수상한 스탠 도넌 감독이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즉석에서 탭댄스와 노래를 선보이지 않았다면, <타이타닉>의 독식으로 인해 김이 빠질 뻔한 시상식이었다.

그리고 시상식이 막바지로 치달으며 제이미 캐머론이 감독상을 수상했다.


“I am the king of the world!”


아카데미 역사상 희대의 드립으로 남을 소감을 마치고 제이미 캐머론이 환호성과 함께 무대에서 퇴장했다.

대체로 객석에서는 웃는 분위기였다.

자칫 어색해 질 수도 있는 분위기를 에드 크리스탈이 요령껏 잘 넘겼다.


‘영화감독이 아니라 전제군주.’


함께 작업한 스태프들의 제이미 캐머론에 대한 평가다.

완벽을 향한 그의 집념은 업계에서 악명이 높았다.

<타이타닉> 촬영에 앞서 그는 직접 심해로 잠수해 침몰된 타이타닉 잔해를 살펴보았다.

각본·제작(공동)·편집은 물론 여주인공의 누드화까지 직접 그렸다.

조지프 루카스와 스티븐 아들러에게 라이벌 의식이라도 있는 것일까.

LMI에 맞서는 VFX 업체까지 차렸다.

여담으로 호사가들 사이에서 스티븐 아들러와 비교하며 캐머론이 이번 수상으로 아들러를 앞서게 됐다고 떠들게 된다.

그리고 대망의 작품상.


“<타이타닉>!”


벌떡.


류지호의 주변에 앉아있던 모두가 박수를 치며 일어섰다.


“축하해. Jay!"

“축하한다!”


류지호가 조금 쑥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주변에서 축하를 전해오는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했다.

<타이타닉> 프로듀서 크레디트에 제이미 캐머론과 함께 류지호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아주 특별한 일을 했기 때문이다.

바로 투자다.

무려 2억 3천만 달러라는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다.

거의 삼분의 이를 책임진 것이 류지호 소유 금융회사 영화펀드다.

류지호의 개인자금을 운용하는 GARAM Ventures는 최초 예산에서 늘어난 제작비를 전부 책임졌다.

80년대까지는 제작사가 작품상을 수상했다.

그랬다면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와 라이트닝스톰의 CEO들이 수상자가 되었을 터.

몇 년 전에 바뀌었다.

아카데미 작품상은 제작자(프로듀서 크레디트)가 수상하게 됐다.


“내가 <타이타닉>의 시나리오를 써서 투자를 받기 위해 처음 지호 류를 찾아가 영화를 소개할 때, 이 영화는 타이타닉호를 배경으로 하는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야 라고 말했습니다.”


함께 고생한 스태프들의 고마움은 이미 감독상 수상소감에서 말했다.

제이미 캐머론은 다른 이야기로 운을 뗐다.

그의 소감에는 류지호와의 에피소드가 들어있다.


“그게 95년 3월 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지호는 ‘좋아요’ 라고 단번에 대답했습니다. 사실 난 김이 새버렸죠. 왜냐하면 난 그를 설득하기 위한 수많은 답을 준비해 갔거든요. 예를 들어 지호가 거기 터미네이터 같은 장면이 조금은 들어가겠지요? 아니면 수직이착륙기나 카체이싱 같은 장면은 어느 정도나 들어갑니까? 같은 질문에 대한 답 말입니다.”


캐머론이 잠시 과거를 회상하는 것처럼 뜸을 들이다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지호는 그런 걸 묻지 않고, 3시간짜리란 말이냐? 배는 실측 크기로 만들 생각이냐? 컴퓨터 그래픽은 어떤 식으로 작업할 생각이냐? 그런 것만 묻더군요. 그리고 그는 스크립트가 마음에 든다며 투자를 그 자리에서 결정해 버렸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메타보이씨가 지호와 의견충돌을 일으켜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고 하더군요. 이해합니다. 그 당시 분위기는 다들 미심쩍어 하는 분위기였으니까요. 어쨌든 보세요. 우리는 아주 놀라운 일을 해냈습니다.”


류지호가 슬쩍 마이크에 입을 댔다.


“패러마운틴이 우리의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결코 녹색불을 켤 수 없었을 겁니다. 저는 최종 필름을 보기 전까지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려야 했거든요. 지금은 아주 편안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고마워요 패러마운틴....”


패러마운틴에서는 캐머론이 워낙 승승장구하고 있던 감독이라 향후의 관계를 고려해서 공동 투자와 배급을 시원하게 결정했다.

다른 메이저 스튜디오와 경쟁할 수 있는 겨울시즌 대작 라인업이 없기도 했고.


짝짝짝.


수상소감을 마친 제이미 캐머론에게 박수가 쏟아졌다.

이어 류지호의 차례다.


“먼저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여동생 지금 TV를 보고 있을 가족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타이타닉>의 티켓을 구한 건 나에게 최고의 행운이었습니다. 제이미, 모리스, 케이트, 레오...”


류지호는 레오날드 그레이프를 찾는 시늉을 해보였다.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아 객석 어디에도 없다.

그레이프는 한창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던 시기다.

스타로서 그리고 영화배우로서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누군가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류지호가 TV중계 카메라를 찾아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능청스럽게 웃어보였다.


하하하.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류지호는 계속해서 <타이타닉>의 주요 배우와 헤드 스태프를 일일이 호명했다.


“내가 당신들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난 그것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류지호는 영화 속 잭 도슨이 침몰하는 타이타닉에서 로즈에 하는 대사를 인용했다.

살짝 고쳐서 말했다.


“그걸 위해서라도 반드시 살아남겠다고 약속해.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무슨 일이든, 어떤 상황에서도. 지금 약속해 주세요....”


여기까지는 <타이타닉>의 대사를 인용해서 한 말이다.


“한국에게 계시는 모든 분들. 그리고 스스로 좌절에 몸을 맡긴 모든 분들....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도화동 달동네에서 새벽마다 신문 돌리던 어린 소년이 아카데미 무대에 이렇게 제이미와 나란히 서있습니다. 아마 제이미는 여러분들에게 <타이타닉>에서 이런 걸 말하고 싶었을 겁니다. 그토록 거대한 배가 가라앉았듯이, 그처럼 생각할 수도 없던 일이 일어났듯이,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소유한 것은 오로지 오늘뿐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삶은 소중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에게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심장 박동에 귀를 기울여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니까요. 저는 오늘밤 잠에 들었다가 눈을 떴을 때 내일을 맞이하게 된다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될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살아가렵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


객석에서 류지호를 아는 지인들이 기립해 열렬한 박수를 쳤다.


“To make each day count, make it count!”

(매일매일 소중하게. 순간을 소중히)


류지호와 제이미 캐머론이 오스카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리며 외쳤다.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나는 세계의 왕이다 보단 겸손하잖아.’


레드카펫 행사 전 차 안에서 맞춘 피날레다.

축구선수들이 골세리머니를 사전에 준비하는 것처럼.

두 사람은 마지막 피날레를 준비해 두었다.

제7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타이타닉>이 11개 부문을 휩쓸면 마무리됐다.

11개 부문 수상은 아카데미상 70년 역사에서 59년 <벤허> 이후 두 번째다.

하지만 오점도 있었다.

작품·감독상 등 11부문 수상기록은 <벤허>와 최다 부문 수상 타이였지만, 연기상은 하나도 없었다.


- 연기는 없고 기술만 있는 영화.


기술관련 부문상을 대부분 차지한 <타이타닉>은 연기상부문에서 한 개의 상도 못 받아 이런 평가를 받게 됐다.

어쨌든 3시간이 넘는 영화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결국 북미에서만 6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총수입 18억 달러를 벌어들이게 된다.

영화사상 최다 흥행을 기록이다.

사랑 이야기와 침몰하는 타이타닉의 거대한 시각 효과가 큰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오스카 14부분에 후보로 지명되었다.

결국 11개 부문 수상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그 기록에는 언제나 제작자 류지호의 이름이 따라붙게 된다.

미국영화사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이미 기술 부문에서 D-Cinema로 큰 족적을 남기긴 했지만.


작가의말

주인공이 어째서 수상소감까지 말할 수 있는지는 기생충 당시 CJ 부회장의 경우를 떠올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기생충 프로듀서는 바른손 대표였지만, 아카데미 룰에서는 제작비를 가장 많이 댄 사람도 프로듀서로 인정을 해 준다고 합니다. 그러니 영화제작실무에 크게 관여를 하지 않은 주인공이 프로듀서 크레디트를 받을 수 있었고 아카데미 작품상 공동수상자가 되었으며 수상소감도 말할 수 있었던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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