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影野輯錄

주유강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마눌밭
작품등록일 :
2012.11.15 06:53
최근연재일 :
2013.01.13 14:24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240,665
추천수 :
1,830
글자수 :
294,577

작성
10.07.07 05:22
조회
4,471
추천
25
글자
11쪽

주유강호-사천편[제2화]

DUMMY

당문에 도착했을 때의 분위기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명문정파 특유의 오만함은 여전했지만, 그에 대한 심문은 차분하게 이어졌다. 천강은 다관에서와 마찬가지로 서하루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자신이 아는 전부를 말했다. 당문에서 나온 자는 진술을 받아 적고는 자리를 떴다. 한 식경 정도가 지난 후 새로운 인물이 들어섰다. 불혹을 갓 넘긴 사내로, 풍기는 기도와 옷차림으로 보아 이 곳 당문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자로 보였다. 그자는 천강의 진술을 적은 문서를 훑어 보며 심문을 시작했다.


"자네와 같이 있던 취금이란 여자는 누구인가?"

사내는 서하루주나 종지행이 아닌 취금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신분이 확실한 다른 자들과 달리 그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천강의 증언 외에는 정체를 알 길이 없다는 것이 원인이었다. 천강은 십여 년 전 살문의 같은 조에 속해 있다가 헤어진 후, 우연히 귀주의 한 기루에서 만나게 되었고, 자신이 그녀가 있는 상향루에 수금을 갈 적마다 몇 날 며칠을 같이 생활한 것 이외에는 그녀의 본명도 출신도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니 자네와 만나기 십여 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른다는 얘기군?"

"네 그렇습니다."

"흐음. 나도 가급적 자네를 믿고는 싶네만……"

"제가 거짓말이라도 한다는 것입니까?"

천강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같은 질문을 몇 번씩 그것도 위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받는 다는 것은 그리 유쾌한 경험이 아니었다.


"진정하게나, 자네의 상황이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라네."

그 자는 온화한 어투를 유지하며 천강에게 말했다.

"저를 어쩌실 작정입니까?"

"허헛, 너무 걱정 말게. 자네를 곤란하게야 하겠나. 다만……"

"다만?"

"화산의 종지행이란 자가 누구인지 아는가?"

"……"

"현 화산장문인 악 유건의 적전제자라는 건 알고 있나?"

"그런……"

"몰랐는가? 무리도 아니지. 그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현 무림에 그리 많지 않다네."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사내와는 반대로 천강은 심장이 늪 속으로 처박히는 느낌을 받았다. 이어 그자가 종지행이 악 유건의 '사생아'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을 때는 오히려 실소가 나왔다. 천강 자신이 직접 손을 쓴 것은 아니라 하지만, 그의 죽음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화산 최정예의 검 끝이 그를 향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무사히 이곳을 빠져 나간다고 해도 당문, 청성, 화산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방도가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너무 엉켜 무감각해진 그의 머릿속에 사내의 말이 파고 들었다. 그를 둘러싼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당문에서 전적으로 그의 신병을 보호하겠다는 내부의 결정이 있었다고 했다. 종지행의 정체를 천강에게 알려줄 정도라면 더 따져볼 것도 없었다.

"감금입니까?"

"보호라고 생각해 주게."

천강의 가슴속에서 뭔가 치밀어 올랐다. 정파든 사파든 고수라는 것들은 항상 제멋대로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를 악물어 흥분을 가라 앉힌 후 질문 하려 했다. 그러나 그의 말은 뇌리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천강은 아릿한 단내를 맡나 싶더니 이내 의식을 놓아버렸다.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천강의 신형이 바닥으로 무너졌다. 동시에 문 밖에 대기하고 있던 당문의 제자 두 명이 들어왔다.

"이 자를 신농거(神農居)로 데려가도록 하라."

두 제자는 명을 듣고 바로 천강을 그 자가 지정한 장소로 끌고 갔다.


당문은 천하제일의 독문(毒門)이자 암기(暗器)의 명가였다. 세상에는 수많은 문파가 있었지만 독공(毒功)을 표방하며 정파에 적을 두는 경우는 당문이 유일했다. 대부분의 경우는 사마외도로 치부되어, 정파와 사파가 남북으로 양분된 지금에 와서는 대부분 사파 지역인 북쪽으로 건너 간 상태였다. 독공의 문파가 정파에 그것도 정백련의 유력 세력인 오대세가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그들의 용독과 해독에 대한 인세(人世)를 벗어난 능력, 뛰어난 암기의 운용과 제작 기술, 그리고 모든 것을 뒷받침하고 있는 삼양귀원공(三陽歸元功)이라는 정순한 내공심법에 있었다. 특히 용독술의 뛰어남에 있어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당문이 세력을 얻기 전, 사람들이 독을 당하면 여하한 방법을 쓰더라도, 심지어는 독의 해독제를 복용하더라도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몇 주야 혹은 몇 달 심지어는 해를 넘겨서 그 후유증에 시달렸다. 심후한 내공의 소유자라면 자신의 내공으로 독을 물리칠 수 있었으나, 대부분의 경우는 그러지 못하였다. 이 와중에 당문이 들고 나온 독은 기존의 독들과는 확실한 차별을 두고 있었다. 독의 해독에 있어서 어떤 독보다 용이하다는 점이었다.


당문의 독들은 그 효과가 즉사에 있지 않는 한 아무리 강한 것이라 할지라도 당문의 처방과 약재를 사용하면 부작용 없이 빠른 시간 안에 회복이 가능했다. 또한 같은 독이라도 상대의 무공수위, 시전 환경에 의한 체계적인 용독(用毒)술의 정립 등을 이루어 냈다. 독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암기를 발달 시킨 것은 당문으로서는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당문은 마침내 독공을 상승무공의 경지까지 끌어올렸다. 그 결과가 오대세가로의 편입이었다.


천강이 끌려간 곳은 당문을 현재의 위치에 있게 한, '독'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는 '신농거'였다.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곳으로, 이곳을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자는 당문의 직계들뿐이었다. 물론 신농거 안에는 직계가 아닌 자들도 일하고 있었다. 다만 그들은 한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곳을 벗어날 수 없었다. 한 가지 경우란 관에 들어가는 것을 말했다. 즉, 천강이 이곳에 감금된다는 것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사회적 말살이란 의미였다. 그런 사실을 알리 없는 천강은 두 사내의 어깨 사이에 끼어, 두발을 질질 끌며 죽음의 문턱을 넘어가고 있었다.


천강이 정신이 들었을 때 가장 먼저 그를 자극한 것은 강한 약초 냄새와 역한 비린내였다. 그로 인해 심한 욕지기가 나려 하는 것을 가까스로 참고 눈을 떴다. 흐릿한 시야에 앳된 소녀의 얼굴이 맺혔다. 그녀는 이 냄새에 익숙한 듯 싱글거리며 천강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나이는 열여섯에서 열여덟 정도가 되어 보였으며, 화사한 무늬의 비단 옷과 고급스런 장신구로 한껏 치장을 하고 있었으며, 수려하고 단정한 얼굴은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줄 법도 했으나, 살짝 올라간 눈꼬리가 전체적인 인상을 바꾸어 놓았다. 그래도 은연중 엿보이는 기도는 천강으로 하여금 쉽게 그녀의 신분을 짐작하게 했다.


"어머나 정신이 들었네."

무척이나 반가운 모양이었다. 천강은 목소리의 주인공을 자세히 보려 상체를 일으키려 했으나 몸은 주인의 명령을 거부했다.

"움직이려고 해도 안될 거야, 내가 혈을 다 짚어 놨거든, 아! 아혈(啞穴)도 점해놨으니 말 좀 해보겠다고 공연히 힘 빼지 말아."

부드러운 목소리로 모골이 송연한 내용을 스스럼 없이 내 뱉는 그녀를 보고, 천강은 뭔가 단단히 잘못 걸렸다고 생각했다.

'철썩'

천강의 눈에 별이 튀었다.

"너 이상한 생각했지? 나를 무시하는 거야?"

그녀는 짐짓 화난 듯 씩씩거렸다.

'뭘 어쩌라는 거냐. 이 정신나간 계집애야! 이 꼴로 만들어 놓고 대체 뭐가 불만이야!'

"호호호, 미안해. 아팠지? 그러니 내 말을 잘 들어야지."

천강은 기가 찼지만,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처지라 사태의 추이를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다.

"아빠가 말야 너 나한테 줬거든. 그러니까 이제부터 넌 내 꺼야."

이건 뭔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하며 천강은 등골에 흐르는 식은 땀을 느꼈다. 그녀의 말은 점입가경이었다.


"너 내가 누군 줄 알아? 당 숙영 그게 내 이름이야. 아빠는 당 청이고. 누군지 알지? 알 거야, 아빠는 유명하니까."

'쳇 당문의 가주 딸이로군, 뭐 저런 정신병자로 키웠대냐.'

귀주에서는 칼 든 미친놈이 죽자고 달려들더니, 여기서는 한술 더 떠 독 가지고 장난치는 정신나간 계집애가 자신을 희롱하고 있다. 천강은 그만 질려버려, 당 숙영이 뭐라 떠들던 신경을 꺼버렸다. 다시 그녀의 장(掌)이 천강의 양 볼을 강타했다.

"나 무시하지 말랬지, 응? 대답 안 해?"

'미친년, 아혈 막은 건 생각도 안 나지?'

"아 미안, 내가 혈도를 막아놨지? 호홋"

천강은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아예 차단하고픈 마음에 그는 눈을 아예 감아 버렸다.

"흐응~ 내가 싫은 모양이네, 뭐 그래도 지금부터 실험을 시작할 테니 기대나 해. 후훗. 오늘은 첫날이니까 약한 걸로 할게. 금방 죽어버리면 아빠한테 또 부탁하기가 곤란하거든. 그 동안 너무 많이 죽었대나 어쨌대나. 마을 한두 개쯤 없애버리는 게 뭐가 그리 대수라고, 어찌나 잔소리를 해 대던지. 그래도 난 착한 딸이니 앞으로는 아껴 쓸 생각이야. 네가 그 첫 대상이니까 고맙게 생각해. 쉽게 죽지는 않을 거야."


당 숙영은 천강을 옷을 모두 벗기어 고의(袴衣)만 남겼다. 옷을 벗길 때 희고 따뜻한 손이 천강의 몸을 더듬었지만, 천강은 그 오싹함에 소름이 돋았다.

"에이 뭘 그렇게 쫄고 그래? 다 큰 남자가 창피하지도 않아? 나같이 가녀린 여자애 하나 못 당하는 거야? 훗……. 자 그럼 시작할게."

침상 옆에 있는 조그만 탁자 위에서 놓여있던 강침을 든 당 숙영은 능숙한 솜씨로 천강의 혈도 몇 개를 점했다. 천강은 기절도 하지 못하게 혈도를 점해 놓은 당 숙영을 지옥의 바닥까지 끌고 갈 기세로 저주했다. 온몸의 내장을 수많은 벌레들이 물어뜯는 듯한 고통이 그를 엄습했기 때문이다. 이어 모든 관절과 힘줄이 끊어질 것 같이 고통이 찾아왔다. 그러나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짙은 가래가 섞여 그르륵 거리는 숨만 거칠게 몰아 쉴 뿐이었다.


온몸이 땀에 젖은 그를 보고 당 숙영은 한심하다는 듯이 비난을 퍼부었다.

"뭐야 이제 시작인데, 벌써 이러면 앞으로 어떻게 버틸려구……. 힘을 좀 내봐. 어렵게 독을 만들었는데, 성의는 생각해 줘야 하지 않아?"

그러면서도 그녀는 약의 효과에 만족한 듯 얼굴 가득 미소를 띄우며 콧노래를 흥얼거리기까지 하였다.

"니가 지금 중독된 건 말야 원래 화골산이란 흔한 독약인데 내 비전으로 성질을 완전히 바꾸었어. 죽지도, 몸에 피해도 가지 않고, 그저 아프기만 한 거야. 고문용으로 만들어 본건데 어때 쓸만해? 어머 거품까지 입에 물었네. 고마워 대답 잘 해 줘서"

하얀 이를 드러내고 천진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은 천강을 더욱 나락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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