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影野輯錄

주유강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마눌밭
작품등록일 :
2012.11.15 06:53
최근연재일 :
2013.01.1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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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13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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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글자
12쪽

주유강호-사천편[제3화]

DUMMY

격통은 천강의 본능으로 하여금 몸 안의 진기를 제멋대로 운용 시켰다. 평소의 그였다면 군데군데 혈맥이 막힌 데다 해묵은 단전의 상처로 인해 일주천조차 버거운 일이었다. 이대로 무리하게 진기를 유통 시키면 혈도는 망가지고 심지어 목숨마저 위험할 터였다. 다행이 취금이 준 환단이 이 위기를 벗어나게 해주었다. 원활하진 못했지만 간신히 막힌 혈도를 뚫어주었다. 덕분에 목숨은 건졌으나 천강은 기절도 못하고 또렷한 정신으로 고통을 통째로 감수해야 했다.

당숙영은 일다경 정도를 지켜본 후, 또 다른 강침을 탁자에서 집어 든 후 천강의 혈도를 찔렀다. 그의 전신을 관통하던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잘 견디네, 좋아 생각보다 튼튼한 걸 보내 준 아빠에게 감사해야겠다. 잠시 기다려 곧 다른 걸 준비해 올 테니 편히 쉬고 있어. 호홋"


그녀는 맘에 드는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좋아하며 잰 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천강의 귓전에 한동안 그녀가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계속해서 맴돌았다. 마을을 지나갈 때면 흔히 들을 수 있는 노래였지만, 지금은 명부의 호곡성(號哭聲)보다 더욱 섬뜩하게 들렸다.

'뭐 이런 개떡 같은 팔자가. 너 이 계집 내가 살아 나가기만 하면 너와 네 아비란 작자의 뼈를 발라 돼지 우리에 처박아 버릴 테다. 니 년 어미는……'

천강은 계속해서 그가 아는 모든 악담을 동원해 저주를 퍼부었다. 생각 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 그로서는 최대한의 대응이었다. 그 와중에도 천강의 몸 속을 돌아다니는 진기는 멈출 줄을 몰랐다.

잠시 후 돌아온 당숙영은 천강의 양손을 밧줄로 결박하고, 그대로 일으켜 세웠다. 멍하게 있는 천강에게 그녀는 자랑이라도 하듯 손위의 것을 쑥 내밀어 보였다.


"이게 뭔 줄 알겠어?"

그녀는 천강의 대답은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다는 듯 바로 자문자답을 이어갔다.

"이건 말야 우리 당문에 내려오는 소오표(小烏鏢)라는 암기야. 들어본 적 있어?"

천강으로서는 들어본 적도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화골산의 위력은 여전히 그의 몸통을 강타하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계집이 또 뭔 수작을 부리려는 지 상상하는 것 만으로 온몸의 신경이 비명을 지르는 것만 같았다.

계집은 쉬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온 암기에 대해서 설명했다. 소지(小指)정도 크기의 표창으로, 손잡이 부분은 가죽으로 꼼꼼하게 싸여있었으며, 양 옆으로 금속제의 날개가 박혀 있었다. 손잡이를 싼 얇은 가죽은 웬만해서는 손상을 입지 않을 만큼 질겼지만, 공력을 조금만 주입하면 바로 풀어진다. 손잡이 안에는 작은 금속 편들이 가득 포개어 있었다. 각각의 조각은 공기를 타고 공중에 일정 시간 떠 다닐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물론 극독이 발려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었다. 사람의 몸에 닿는 순간 그대로 녹아 열과 빛을 낸다. 열에 의해 상처가 난 피부를 통해 손쉽게 체내로 독이 퍼지는 구조였다. 주로 혼자서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었다. 문제는 그 많은 금속 편들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공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자칫 실수하는 날에는 공기의 흐름을 따라 제멋대로 날아다니는 소오표에 자신이나 우군이 피해를 입었다.

따라서 이 암기의 소유와 사용에는 엄격한 제한이 가해졌다.


그녀는 아직 공력이 모자라 이를 능숙히 제어하지 못해, 자기에 맞게 금속편의 수를 줄이고 무게를 변경하여 자신의 공력으로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개조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아직 수련이 부족하여 마음먹은 대로 사용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천강은 가슴이 꽉 막혔다. 자신의 처참한 미래가 보였다. 그녀는 천강의 표정을 보며 이죽거렸다.

"걱정 마, 걱정 마. 설마 이렇게 금방 죽이기야 하겠어? 독은 없어."

과연 그녀의 말대로 독은 없었다. 그렇다고 살이 타 들어 가는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숙련도 따위가 문제가 아니었다. 의도대로 몸에 맞든 전혀 다른 데로 튀어나가든 결국 천강의 몸으로 수 많은 금속편이 날아들었다. 소오표가 거의 소진될 즈음에는 차라리 독이라도 묻혀서 죽여주길 바랬다. 수십 번 기절을 해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정신은 더욱 또렷했고, 몸 속을 흐르는 진기는 끊어질 듯 위태롭게 이어졌다.

당숙영은 이런 천강을 신기해 하면서도, 자신의 목적과 유희를 위해 충분히 괴로워하고 있는 그가 더 없이 마음에 들었다. 불행하게도 그녀의 호감도(?)가 높아질수록 천강이 맛보는 생지옥의 강도는 점차 정도가 심해졌다.


천강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격통 속에서도 의식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한 번 정신을 놓으면 다시는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당문에 대한 분노, 어린 계집에게 속절없이 당하는 수치심 등등이 얽힌 오기라고 해도 좋을 저항이었다. 미약하나마 면면히 이어지는 진기가 그의 결심에 도움을 주었지만, 그것에도 한계는 있었다.

실험을 가장한 고문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순도 높은 독을 생성하기 위해 항상 습도와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신농거의 환경은 서서히 그의 뇌를 무감각하게 바꾸어 놓았다. 그나마 정기적으로 제공되는 식사가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고 있었다.

매일 반복되는 고통은 익숙함이라는 단어가 끼어들 여지도 없이 매번 새롭게 천강을 괴롭혔다. 결국 천강의 몸에 갖가지 독이 거쳐가고 당숙영 비전의 어설픈 변형 암기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생채기를 남기는 동안 감금에 대한 마지막 저항은 물거품처럼 사라져, 결국에는 동공의 수축 만으로 몸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 전부인 상태에 이르렀다.

헌데 천강이 가사 상태에 빠진 결정적인 원인은 다른데 있었다. 숙영은 항상 자신이 만든 독과 암기의 효능을 확실하게 알고 싶어했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불행한 사람들의 주된 사망 원인은 계속되는 고통과 감금이 주는 압박이었다. 그러다 유난히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천강의 등장으로 인해 지금까지는 알 수 없었던 많은 결과물들을 얻을 수 있었다.

실험이 계속되는 동안 숙영은 천강의 몸이 정상인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기혈의 운행이 탁하며 군데군데 막히기까지 했으며, 단전 부근은 간신히 명맥만 유지할 정도로 손상을 입고 있었다. 미약하나마 내공을 유지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런 몸 속을 한 가닥 미약한 진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 힘은 매우 약했으나 정순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놀라운 일임에는 틀림없었으나 그녀는 이로 인해 정상적인 결과 값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미 하고 싶은 일은 천강의 몸을 통해 거의 다 해본 상태였다. 정상적인 실험체는 아니었다 고는 하지만, 앞으로 이 만큼의 결과를 한 사람을 통해서 얻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뭔가 아쉬운 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이에 그녀는 새로운 실험을 하기로 결심했다.

당문의 내공심법인 삼양귀원공(三陽歸元功)은 여타 문파의 심법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당문을 더욱 당문답게 하는 것으로, 내공의 수련에 독을 이용하여 그 효과를 배가 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자칫 사마외도의 수법으로 치부될 수도 있는 이 위험한 심법은 일갑자 이상의 수준에서나 그 입문을 바라볼 정도였으며, 성공률도 지극히 낮아 당문의 역사를 통틀어 성취를 이뤄낸 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대다수의 문도들은 정상적인 내공 수련법을 따랐다. 만약 미천한 내공으로 독을 이용하다가는 백이면 백, 독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문 비전의 극독을 자신의 혈맥 요소 요소에 심어 운용 시킨 다는 이야기는 결국, 온 몸의 급소에 극독을 찔러 넣는 자살행위와 다를 바 없었다.


독을 이용한 삼양귀원공의 수련은 당문의 정심한 용독술, 심후한 정종 내공심법이 바탕이 되어야만 극상의 효과를 내는, 독공을 정립한 문파만의 부차적인 혜택이었다.

당숙영은 이 방법을 천강에게 적용하려 했다. 물론 그에게 갑자기 호감이 생겨 큰 은혜를 베풀 리는 만무했다. 단지 그녀가 하려는 일은 천강의 몸에 흐르고 있는 진기를 따라 독을 시전하여 잠시나마 기혈의 유통을 강화 시켜 보통의 정상적인 신체로 회복 시키려는 것이었다. 다만 그 끝에 기다리는 것은 천강의 죽음이었다. 당문 고유의 심법으로 몸 속의 피가 전부 독물로 가득 찬 자가 살아있기 위해서는, 그 심법에 정통해야만 했다. 그렇지 못한 자의 말로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가 몇 시진을 버틸지, 혹은 몇 일을 버틸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그녀였지만, 그 경과를 지켜보는 것 또한 놓치기 힘든 기회라 여겨 주저 없이 천강의 몸에 침을 찔러 넣었다.


비록 초점은 없었지만 잠시 동안 평온을 유지하던 천강의 눈이 크게 벌어지며, 경련이 일어났다. 입에서는 신음인지 숨소리인지 알 수 없는 기괴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천강은 사지(四肢)에서 차가운 감촉을 느끼며 눈을 떴다. 고통은 없었다. 다만 온몸의 경락을 따라 아주 불쾌하면서 시린 기운이 흐르고 있었으며, 자신의 모든 감각의 막에 얇고 질긴 막이 둘러 쳐진 것 같이 몽롱하면서도 온몸에 기운이 들어가지 않았다.

"흐음 정신이 드는 것 같네"

맑고 고운 목소리였지만, 천강은 즉시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노려보았다. 당숙영이었다.

"너, 이……."

목소리가 나온 것에 놀란 듯, 천강은 잠시 말을 끊었다.

"이번엔 무슨 수작이냐? 죽일 테면 빨리 죽여라."

흥분한 그는 자연스레 몸에 힘이 들어갔고, 곧 그녀를 때려 죽일 기세로 달려 들었다.

'차르르르륵'


갑자기 쇠사슬이 끌리는 소리가 들리며, 천강의 몸은 공중으로 둥실 떠올랐다. 정신이 돌아오며 느낀 찬 기운의 정체였다. 천강은 경황 중에 자신이 쇠사슬에 결박되어 있는 사실도 자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오랜 기간 그를 받치고 있었던 침상은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고, 자신의 사지를 묶은 쇠사슬은 두 개의 대들보에 설치한 활차(滑車)를 거쳐 당숙영의 손에 연결되어 있었다.

천강이 힘을 주면 줄수록 그녀 역시 쇠사슬을 더욱 팽팽하게 당기는 바람에 천강의 몸은 거의 큰 대(大)자를 그리며 지면과 수직을 이루었다.

"아아 너무 흥분하지마. 내공 한 번 운기 해 봐. 좀 달라졌을걸?"

당숙영의 별일 아니라는 듯 툭 내뱉은 말은 극도로 흥분한 천강의 욕설과 고함 소리에 묻혔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을 욕을 해대는 천강을 바라보며 입을 삐죽인 그녀는 주위에 떨어져 있는 수건을 집어 들어 그의 입 속에 처 넣었다.

목구멍까지 수건으로 가득 찬 천강은 억눌린 가쁜 숨을 몰아 쉴 수 밖에 없었다.

"생각 같아서는 아혈을 막아버리고 싶지만…… 할 수 없지. 잘 들어."

천강을 바라보며 생긋 웃은 숙영은 자신이 벌인 일을 자랑했다.

"원래 말야 삼양귀원공은, 알지? 삼양귀원공……"

당문의 최상승 심법을 모를 리 없는 천강이었지만 계속해서 증오로 가득 찬 눈으로 쏘아볼 뿐이었다.

"뭐, 좋아 어쨌든 이름 대로 삼양(三陽), 상단전, 중단전, 하단전에서 순양지기를 각각 일주천 시킨 후 융화시키는 게 기본 원리인데, 이걸 대성하면 또 다른 단계가 기다리고 있다는 말씀. 흠 이건 우리 직계들만 알고 있는 것인데 말야."


당숙영의 말에 천강은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다. 문파의 기밀을 발설한다는 것은 자신의 죽음이 멀지 않았음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작가의말

고대 중국에서 주간 개념이 있는지를 간과했네요.
현재도 중국에서는 월화~이런식으로는 안쓰더군요.
숫자로 대입해 버려서 멋이 좀 없달까.
문화적인 영향이라고 합니다만.
지적해 주신 부분은 일단 수정했습니다.
칠요에 관해서는 좀 더 조사를 해봐야겠습니다.
꽤 흥미있는 요소가 많네요.

그래도 흐름상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이 아니라 다행입니다.
차후에라도 크리티컬한 부분이 걸려버리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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