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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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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50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1.11.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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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4쪽

마법진이 빛날 때(3)

DUMMY

“아저씨 뭐해요?”

“넌 가서 핸드폰 게임이나 계속해.”

“이제 배터리도 없어요. 뭐하는데요?”


조금씩 내리던 부슬비가 멈추자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제법 쌀쌀하다.


바람을 피해서 옥상 모서리에 종이상자를 모아두고 마트에서 챙겨온 냄비로 물을 끓이고 있자니 꼬맹이가 총총거리는 걸음으로 걸어왔다.


하나로 높게 묶은 머리카락이 걸음에 맞춰서 흔들렸다.


“물 끓이고 있어.”

“그러니까 갑자기 물을 왜 끓이냐고요. 샤워라도 하고 싶어요?”

“너는... 하. 됐다. 커피 끓일라고.”


스스럼없는 질문에 한 소리 하려다가 잘 알지도 못하는 애한테 꼰대짓 하는 것 같아서 관뒀다.


상대는 내 배려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와. 이런 상황에서까지 커피를 마시겠다고요? 아저씨 대단하네요. 대학에 가면 카페인 중독이 된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정말이네요.”


반나절 정도 꼬맹이와 함께 있으면서 깨달은 것은.


이 녀석. 정말 말이 많다.


“너는 가만히 좀 있어봐. 정신 사나우니까. 그렇게 소란 떨면 몬스터들이 올라온다고. 저 녀석들 밥이라도 되고 싶은 거야?”


내 말에 꼬맹이가 일어나서 난간 너머로 거리를 내려다 봤다.


“음. 아뇨.”

“그럼 좀 조용히 있어.”

“네.”


꼬맹이는 더 질문하기를 포기하고는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물 끓이는 것을 지켜봤다.


“그런데요.”

“또 뭔데.”

“저기 저 녀석들. 아침보다 수가 많아진 것 같아요.”

“뭐?”

“아니. 기분 탓일 순 있는데... 어째 백화점 주변으로 많이 늘어난 느낌이랄까.”


일어나서 밖을 보니 꼬맹이 말대로다.


우리가 여기 있는 걸 안 걸까? 아니야. 그렇다면 바로 쳐들어왔을 거야.


아니면 본능적으로 먹잇감 근처로 모여드는 건가. 뭐가 되었든 우리에게 좋은 일은 아니다.


“비행형은 없으니까... 여차 싶으면 옆 건물로 도망가자.”

“아저씨. 무슨 영화 속 주인공 인줄 알아요? 여기서 잘못 떨어지면 즉사에요. 즉사.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어요.”


하긴 8층에서 떨어져서 살아남을 라면 신체 강화형 능력자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맨몸으로 가자는 건 아니야. 나도 다 준비해 두고 있다고.”

“예에...”


미심쩍은 눈빛이었지만. 안 믿을 거면 어쩔 건가. 혼자서 살아남든가.


“아저씨 표정 잘 읽히거든요. 지금 꼬우면 혼자 살아남으라고 생각했죠?”

“정말 대단하네. 그런데 꼬우면이라고 생각 안했거든.”


나도 내가 유치한 거 안다. 하지만 꼬맹이의 저 한심하다는 표정을 보면 놀리지 않고는 베길 수가 없다.


“그나저나. 아저씨 냄비 타겠어요.”

“으악! 그런 건 빨리 말해.”


팔팔 끓고 있는 냄비를 내려서 살짝 식힌 다음에 핸드 드립용 주전자에 담았다.


“오. 아저씨 핸드 드립도 해요?”

“아니. 처음인데.”

“에이. 뭐야.”


카페 알바도 오래하고 커피도 좋아했지만 핸드 드립 커피를 만들 일이 없었다. 이번 기회에 만들어보게 되니 죽어서 할 후회 하나는 줄였다.


“아무렴 어때. 나중에 가서 배우면 되지.”

“우리에게. 나중이 있긴 하겠죠?”


고개를 들어 꼬맹이를 바라보니 표정을 잃은 얼굴이었다.


하긴 마법진 안에서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 게다가 녀석은 어려서부터 꽤나 고생을 한 것 같고. 여러 생각이 들겠지.


“살아야지. 살아있으니까.”

“...”

“능력도 없고, 돈도 없다고 살아남는 걸 포기하기에는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너무 많잖아.”


대답이 없다. 아무래도 너무 꼰대 같았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꼰대 같았어? 6살 차이밖에 안 나지만. 그 나이때에는 나도 완전 늙은이처럼 보일 테니까.”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도 열심히 변명을 해봤다. 하면 할수록 꼰대가 된 기분이 드는 게 문제지만.


“아저씨는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나?”

“네. 방금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했잖아요.”

“나는 내 가게를 갖고 싶어.”

“무슨 가게요?”

“음. 음식점이면 어떤 것도 좋은데. 가벼운 식사를 할 수 있는 카페가 좋겠다.


이왕이면 바닷가 근처에 차려서 가게의 한 면을 통유리로 하고 싶어.


찾아온 사람들이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마음껏 즐기다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게.”

“...”

“오그라들지?”

“그럼 그 가게에서 나를 알바로 쓰고 싶다는 거예요?”

“아니. 그건 아니고. 가게도 돈 있어야 차린다? 오션뷰가 멋진 자리면 비쌀테니까.”

“갑자기 엄청 깨네요.”


꼬맹이의 얼굴에 표정이 돌아왔다.


“그래도 멋져요.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게. 살아가는데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하잖아요.”

“그렇지.”


가방에서 소량으로 포장된 원두가루를 꺼내서 필터를 씌운 드리퍼에 붓고 평평하게 만든 뒤 물을 부었다.


조금씩 나눠서 물을 부었다. 물을 따라 원두 가루가 부풀어 올랐다가 가라앉았다.


“우와... 냄새가 좋네요. 저는 이런 커피 마셔본 적이 없어요. 너무 비쌌거든요.”

“넌 말을 꺼낼 때마다 짠내나는 소리만 하냐.”

“그런가요?”


몇 번에 나눠서 커피를 내린 다음 찬물을 붓고 꼬맹이가 준 ‘빙하기의 얼음’을 조금 조각내서 넣었다.


“얼음 그 정도로 돼요?”

“어쩌냐. 비싼 걸.”

“하긴 그건 그렇네.”


한 조각에 5천만원짜리 얼음을 마음껏 쓸 수는 없었다.


대신 챙겨온 얼음을 채워 넣었다.


이정도 비율로도 효과를 발휘할지 궁금했다.


효과가 안 나오면... 비싼 얼음 버린거고...


[쾌속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완성하였습니다. ]


[이름 : 쾌속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이 : 10초

특성 : 물

완성도 : 미완성

효과 : 1분간 이동 속도가 1만큼 상승합니다. ]


[ 아직 실력이 미숙한 바리스타가 만든 아이스 아메리카노 입니다. 레시피 재료 중 일부만 사용되어 효과가 일부만 적용됩니다. ]


반쯤 포기하고 있던 마음과 다르게 놀랍게도 커피가 완성됐다.


아주 조금이라도 레시피의 재료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효과를 낼 수 있는 모양이었다.


“오. 저 마셔볼래요!”

“그래그래.”


꼬맹이는 물을 마시듯 아메리카노를 입에 들이 부었다.


“야! 그렇게 마시면...!”

“으어어어.”

“차가울 텐데...”


차가운 커피를 갑자기 마신 탓에 머리가 아픈지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


“하아... 이제 괜찮아요. 찬 물이라는 걸 잠시 깜빡했어요. 그나저나 커피라고 해서 쓸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네요?”

“커피도 종류가 다양하니까. 뭐 다른 효과는 없고?”

“어... 모르겠어요.”

“안내창 같은 거 안 떴어?”

“네.”

“음... 왜지.”

“왜요. 아저씨 나한테 뭘 먹인 거예요!”

“무슨 소리야! 네가 먹겠다고 했잖아!”

“아!”


그나저나 제대로 완성되었다고 했는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능력이 활성화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건가...


“아저씨 하려는 일이 이런 커피 파는 거예요?”

“응. 그럴 생각으로 이것저것 연구해보고 있어.”


연구라기 보다는 레시피 확인이지만.


“저 이거 마음에 들었어요. 저 알바로 두면 제가 만들어달라고 할 때마다 만들어주세요.”

“그래.”


어차피 무능력자한테는 효과가 발휘되지 않으니까. 일반 커피라면 얼마든지 만들어 줄 수 있다.


“다른 것도 연습해볼까.”


+++


[마법 커피 제조 스킬의 레벨이 Lv.1에서 Lv. 2로 상승하였습니다.]


[이름 : 우지혁

나이 : 25 세

특성 : 바리스타

특성 레벨 : Lv. 1

특수 스킬

- 마법 커피 제조 Lv.2

- 잠금 상태

- 잠금 상태

- 잠금 상태 ]


떠오르는 레시피 중에서 재료를 구할 수 있었던 것들을 몇 개 더 만들자 창이 나타났다.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할까.


만든 것들 중에서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은 챙겨온 공병에 담았다.


탑의 재료는 소중하게 정리해서 가방에 넣고 남은 일반 재료로 핫초코를 두 잔 만들었다.


“자. 마셔.”

“이제 더 안 만들어요?”

“해가 졌는데 여기가 환하면 쟤들도 오지 않겠냐.”

“그건 그렇네요.”


이번에는 후후 불며 뜨거운 핫초코를 식혀가며 마셨다.


“난 네가 그것도 원샷할까봐 조마조마 했다.”

“저 그렇게 멍청하지 않거든요.”

“그래그래.”


마법진 체류 2일차도 무사히 지나갔다.


+++


마법진 체류 3일차.

일기 예보대로 비는 완전히 그쳤다.


“아저씨! 불이 안 들어와요!”


대신 전기가 끊겼다.


마법진이 형성되고 나면 하루 이틀 사이에 전기나 가스가 끊긴다고 한다.


마법진이 얼마동안 유지될지 알 수 없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물론 남아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지만...


“아저씨는 더 안 드셔요?”


어두운 곳에서는 먹고 싶지 않다며 밖으로 나온 꼬맹이가 열심히 김밥을 먹고 있었다.


“그거 쉬지 않았냐?”

“이 정도는 괜찮아요. 저 장기는 튼튼하거든요.”


저렇게 마법진에 갇히게 된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나 사용하는 물건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대신 내건 조건이었다.


“그런데 아저씨.”

“또 왜. 제발 먹을 때는 먹는 거에 집중해.”


여전히 말이 많은 꼬맹이.


“이 마법진 언제 풀릴까요?”

“글쎄... 평균적으로 일주일은 걸린다고 하니까. 느긋하게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와. 밖에 저렇게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와중에 느긋하게라니. 아저씨 성격 참 좋네요.”

“지금 비꼬는 거지?”

“헤헤. 들켰어요?”


꼬맹이는 머쓱한지 다시 김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너 여기 온 게 탑꾼하러 온 거라고 했지? 능력자도 포함해서?”

“네.”

“아직 여기 남아 있겠지?”

“그렇겠죠?”


이런 상황에서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게 좋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게다가 능력자가 있다면 그보다 든든한 아군도 없다.


“왜요? 합류라도 하게요?”

“너한테 숨겨봤자 뭐하겠냐. 가능하다면 그럴 생각이야.”

“관두는 게 좋을 걸요?”


김밥을 입 안 가득 씹으면서도 적의가 가득한 목소리.


“온갖 허세는 다 부리지만 결국 별거 없는 놈이거든요.”

“무슨 능력잔지는 들었어?”

“음. 머라더라. 빙결 능력자랬나.”

“빙결이라...”

“그런데 그 놈들은 별로 도움이 안 될 거예요.”

“그 놈들?”

“네. 탑꾼도 하나 더 있었다고 했잖아요. 둘 다 머저리들이에요.”

“그래?”


물론 직접 보기 전까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이틀간 봐온 이 녀석 성격 상 쓸데없는 거짓말을 할 성격은 아니었다.


“그래도 살아남을 수 있다면 손을 잡는 게 좋지.”

“뭐. 그건 그래요.”


마지막 남은 김밥까지 야무지게 씹어 삼키고는 챙겨온 1.25리터 콜라를 병째 들어 마신다.


어디 푸트 파이터 대회라도 나갈 생각인가?


“넌 먹방 찍으면 잘 하겠다.”

“그런 소리 종종 들어요.”


뭘 해도 굶어 죽을 걱정은 없겠어.


“오늘은 뭐 할 거예요?”

“놀러온 거 아니라서. 무인도에 표류된 사람처럼 해가 지는 걸 구경할 거야.”

“무인도에 표류된 사람도 그러고 살지는 않을 걸요. 나무도 베고, 조개도 캐고 그럴 거라고요.”

“그럼 어쩌냐. 지금 나가서 몬스터 밥이라도 되고 싶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난간 밖에는 여전히 몬스터가 돌아다니고 있다.


마법진이 형성되면 출입자체가 되지 않는다. 안에서 나갈 수 없는 것처럼, 밖에서 도와주기 위해 들어올 수 없다.


“여기서 탈출하게 되면 해야 할 일이 많겠는걸.”

“뭐하게요?”


언제나처럼 혼잣말을 하고 있었는데 옆에 다가온 꼬맹이 때문에 심장이 발밑까지 떨어질 뻔 했다.


“아저씨 혼잣말 너무 많이 하는 남자는 매력 없어요.”

“혼자 살 거니까 괜찮아.”

“뭣보다 너무 이상해 보인다고요. 밤에 그러고 있으면 사람들이 무서워서 피할 걸요.”

“오히려 잘 됐네.”

“것보다 뭘 하려고 할 일이 많아요?”

“음...”


이걸 말해도 될까? 커피를 마셔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얘는 능력이 없어서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


“야. 나도 능력자다?”

“예?”


아, 안 믿는다. 표정에서 딱 ‘거짓말 하지 마라 사기꾼아.’ 라는 느낌인데.


“지금 사기꾼이라고 생각했지?”

“어머. 어떻게 알았어요.”

“표정이 너무 노골적이라서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런가요. 것보다 무슨 능력인데요?”

“음...”

“한국인이 싫어하는 화법이 두 가지 있어요. 하나는 말을 하다 마는 거고요. 다른 하나는.”

“아. 알았어. 커피를 만드는 능력이야.”


반응이 없다. 역시나 어이없다고 생각한 거겠지.


소원의 지인이 그런 반응을 보였을 때는 화가 나서 뭐라고 했지만 나도 이해는 한다.


“옹. 그래서 커피 내리는 걸 연습하고 있던 거구나.”

“믿어?”

“뭐. 어차피 지금 상황에 도움이 되는 능력은 아니라는 거잖아요.”

“그건 그렇지.”

“커피는 맛있게 내리면 됐지.”

“그런데 내 능력을 100% 활용하기 위해서는 강한 능력자들이 필요해.


현재 대한민국에 남은 강한 능력자는 거의 손에 꼽을 만큼 없어. 아니, 없다고 하는 게 확실하겠다.


그러니 먼저 능력자를 발굴해서 성장시킬 생각이야.”

“아주 야무진 꿈을 가지고 있네요.”

“꼬맹이가 어른한테 아주 야무지게 말하네.”

“6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무슨 어른이야!”

“이럴 때만 6살 차이냐! 맨날 아저씨라며!”


역시나 진지한 대화를 나누려고 했지만 끝은 옥신각신 거리는 것으로 끝났다.


콰아앙-!


그러던 중 커다란 굉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두 블록 떨어진 한 빌딩에서 뿌연 연기가 흘러나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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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마법진이 빛날 때(2) 21.11.06 1,267 14 11쪽
5 마법진이 빛날 때(1) 21.11.05 1,405 14 14쪽
4 아메리카노 - 물 = 0 21.11.04 1,522 18 13쪽
3 아주 효과 좋은 마법 음료 레시피 21.11.03 1,866 20 11쪽
2 비능력자가 살아가는 방법 21.11.02 2,219 25 14쪽
1 진상 중에 진상이 나타났다. 21.11.01 3,084 2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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