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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555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1.11.05 10:00
조회
1,405
추천
14
글자
14쪽

마법진이 빛날 때(1)

DUMMY

“마법진!”


노란색이기는 하지만 아직 색이 선명하지 않다.


지금이라면 뛰어서 도망가면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내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마법진에서 떼지 못하는 시선.

모카 라떼가 심하게 출렁거릴 정도로 떨리는 손.

아무리 불러도 반응을 하지 않는 닫혀버린 귀.


패닉상태다.


“정신 차려요! 여기서 멍 때렸다가는 마법진에 갇혀요!”


남자의 시선이 천천히 나에게 왔다.


두려움으로 가득 찬 눈에는 절망만이 가득했다.


“판매자 님. 아직 늦지 않았어요.”


물론 그가 패닉에 빠진 동안 카페와 거리에 있던 사람들은 도망갔다.


이제 일상과도 같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도망가는 것도 신속했다.


그러나 이 사람은 그렇지 않은 듯했다. 상태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영영 빠져나가지 못한다.


나는 아직 죽고 싶지 않다.


“후. 그럼 저 혼자 가겠습니다.”


남자의 시선이 나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대답은 없었다.


가방을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나왔다.


거리에는 어지러운 선과 문자같은 것이 그려져 있었다.


“소환...”


이전이라면 읽을 수 없는 글자들이 의미가 되어 머릿속에 박혔다.


글자들은 띄엄띄엄 있고 선에 비해서 그 색이 선명하지 않아서 전체를 읽을 순 없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새로운 글자가 나타나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색도 모두 나타나지 않았다. 마법진은 모든 선에 뚜렷한 색이 나타나면 선을 따라 빛이 나기 시작한다.


빛은 마치 도화선에 불을 지피듯이 선을 따라 차례대로 이동한다.


아직 남자는 카페 창가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탑꾼이며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탑에서 나온 재료들을 팔며 산다는 것 뿐.


오늘 처음 본 사람이었지만.


탑꾼이 마법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


언젠간 이 성격으로 인해 크게 피해를 보는 날이 올 거다.


그게 오늘은 아닐 거라고 믿는다.


+++


거의 끌듯이 남자의 팔목을 잡고 카페에서 나와 달렸다.


달리는 건지 질질 끌려오는 건지 모르던 남자도 조금씩 의식을 찾았다.


“정신이 좀 들어요?”

“죄...죄송해요...”


완전히 정신을 차렸을 무렵에는 팔을 잡지 않아도 스스로 뛰고 있었다.


“너무 무서웠어요...”

“그럴 수 있어요. 정상적인 세상은 아니잖아요.”


그럴 때가 있지 않는가. 의식과는 별개로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때가.


주변 사람들도 답답하겠지만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테고. 오늘 처음 본 내가 뭐라고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니까.


당장 지금은 마법진을 빠져나가기 위해 달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길은 알고 가시는 건가요?”

“아뇨.”


마법진 안에 있는 사람들은 마법진의 크기를 알 수 없다.


많은 연구가들이 마법진에 대해 연구하고 있지만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선이나 문자의 배열 규칙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없었다.


고작해야 마법진이 형성되는 순서만 밝혀져 도망치는 시간을 계산하는데 참고하는 정도였다.


남자가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렇게 봐도 답을 모르니 대답해줄 수 없다.


“뛰다보면 나오겠죠. 달리기 잘하시나요?”


그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운을 믿어보자고요.”


지금까지 왔던 방향을 손으로 가리켰다.


+++


마법진의 색상이 꽤나 짙어졌다. 온전한 노란색을 띤 선은 조금씩 빛을 내기 시작했다.


“허억... 헉... ”


우리 운이 나빴던 걸까. 아니면 마법진의 크기가 생각보다 컸던 걸까?


“저... 허억... 더 이상은 못 뛰겠어요.”

“안돼요. 여기서 못 뛰면 죽어요.”


어떻게 1년 넘게 잠들어 있던 나보다 체력이 안 좋은 거냐고!


“마법진이 거의 다 완성 됐어요. 방법이... 없을까...”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이 있을까 해서 주변을 둘러봤지만 거리에는 우리 두 사람 뿐이었다.


이전 같으면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서 능력자 몇 명이 돌아다녔을 테지만 지금같은 시기에는 어림도 없는 소리다.


확실히 능력 있는 능력자들의 수가 많이 줄었나 봐.


그 순간 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내 생각이 맞다면 될지도 모른다.


“우리 그럼 저기 가서 조금 쉴까요?”

“네... 어디든 좋아요.”


+++


우리가 들어온 곳은 방금 전까지도 영업을 하고 있던 카페였다.


“아직 원두도 좀 남아있고... 물도 나오네요.”

“이런 상황에 커피... 마시려고요?”

“뭐. 우리 이런 상황에 쉬려고 들어왔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앉아서 쉬고 계세요. 저는 급하면 바로 뛸 수 있으니까요.”

“네...”


원두를 갈아서 기계에 넣고 에스프레소를 내렸다. 남자는 내 행동의 의미가 궁금한지 말없이 지켜봤다.


컵을 두 잔 꺼내서 얼음을 채우고 아까 산 요정 호수의 물을 각각 부었다.


“이렇게 10만원이 사라지는 구나....”


피 같은 돈이었지만 한 번쯤은 했어야 하는 일이었다.


그 다음 내린 에스프레소 투 샷을 각각 컵에 담았다.


[쾌속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완성하였습니다. ]


[이름 : 쾌속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이 : 30초

특성 : 물

완성도 : 미완성

효과 : 5분간 이동 속도가 5만큼 상승합니다. ]


[ 아직 실력이 미숙한 바리스타가 만든 아이스 아메리카노입니다. 레시피 재료 중 일부만 사용되어 효과가 일부만 적용됩니다. ]


“됐다!”


레시피에 함께 적혀 있던 문구 때문에 혹시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진짜로 될 줄은 몰랐다.


“저. 그 판매자 님!”

“박 세진입니다.”

“아. 네. 세진 님. 이거 한 잔 마시겠어요?”

“아...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희 이럴 여유가....”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드리는 겁니다.”


세진은 받아든 커피를 의심이 담긴 눈초리로 바라보더니 이내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나도 머그잔에 담긴 커피를 마셨다.


얼음에 한껏 차가워진 물에 잇몸까지 시려서 이가 빠질 것 같았지만 커피 맛이 나쁘지 않았다.


“원두를 좋은 걸 쓰나 봐요.”


그런 와중에도 이런 감탄사가 나왔다.


[쾌속의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효과로 5분간 이동속도가 5만큼 상승합니다.]


커피를 다 마시자 눈앞에 안내창이 나타났다.


“저... 이건...”


세진도 다 마셨는지 허공을 바라보며 물었다.


“조금 더 뛰어볼까요?”


+++


마법진의 빛이 선명해졌다.

덕분에 지역을 폐쇄하는 벽도 점차 뚜렷해져서 얼마나 더 뛰어야 하는 지 알 수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선택한 방향이 맞았다. 뒤로 보이는 거리를 가늠해보자니 진작에 커피를 마셨어도 뛸 수 없는 거리였다.


“무슨. 이렇게 넓은 범위에 마법진이 형성된 건 처음 봤어요...”

“저도 처음 들어보네요. 앞에 보세요. 그러다 넘어 집니다.”


뒤를 돌아보며 입을 쩍 벌리는 세진의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남자다.


빛의 벽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고작해야 30초 정도? 벽의 앞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는 우리를 발견하고는 손을 크게 흔들었다.


“여기에요! 이쪽으로 오세요. 얼마 남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관리소에서 보낸 능력자 같았다.


조금 안심이 되려는 차에 마법진에서 강한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곧 마법진이 활성화된다. 이건 30초는 물론이거니와 10초도 제대로 버티지 못한다.


“세진 님.”

“네?”

“조금 아파도 조금만 참아요?”

“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세진을 향해 몸통을 부딪쳤다. 작고 가벼운 세진의 몸이 살짝 뜨는가 싶더니 벽을 지나 엎어졌다.


“악! 이게 무슨 짓이에요!”


세진이 얼굴로 넘어져서 아픈 얼굴을 훑으며 일어났다.


“어? 지혁 씨... 지혁 씨!”


세진이 일어나서 내 쪽으로 다가왔지만 넘어올 수 없었다.


간발의 차이로 세진까지는 마법진 밖으로 보낼 수 있었지만 나까지는 허락하지 않은 듯 했다.


내가 지나가려는 찰나에 마법진이 활성화되면서 지나갈 수 없었다.


“뭐. 어쩔 수 없죠. 어떻게든 버텨보겠습니다.”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지만 당장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있다고 한다면 미리 훑어두었던 마법진과 이변에 대한 정보가 전부 아닐까?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자분들을 불러오겠습니다. 그때까지만 버텨주십시오.”


옆에 있던 능력자로 보였던 남자가 말했다.


“뭐. 어차피 아직 마법진을 뚫고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요.”

“그렇지만...”

“어차피... 해봤자 일주일 정도면 사라지겠죠. 일주일 정도만 버텨보겠습니다.”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곳에서 소환되는 몬스터는 엄청나게 강하고 사납단 말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라고요?”


나는 남자를 바라봤다. 이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최선을 다해 버티는 것 말고 더 있단 말인가?


“그건...”

“어차피 버텨야 하잖아요. 나도 죽고 싶지 않아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틸 테니까. 마법진이 사라졌을 때 나를 찾을 수 있는 능력자를 데려와 주세요.”

“네...”


남자는 시무룩해져서는 세진을 데리고 갔다. 세진이 끝까지 뒤를 돌아보며 내 이름을 불렀다.


어쩌겠는가. 벽의 안과 밖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한 쪽은 오늘로 삶이 끝날 수도 있겠지만.


그나저나 여기서 어떻게 살아남지?


+++


몬스터의 지능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다만 후각과 청각이 뛰어난 탓에 인간의 움직임을 잘 파악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 최대한 내가 움직이기 용이하고 복잡한 형태의 구조물에 몸을 숨긴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곳이 백화점이었다.


일주일을 버틸 수 있는 음식과 물.

혹시라도 밤에 추우면 덮고 잘 수 있는 옷이 있고 방호벽이 많다.


“번화가를 중심으로 나타나서 다행이었다고 해야 하나.”


아니지. 정말 다행이었을 거라면 마법진이 생기지 말았어야 하고 애초에 이변이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지.


“이런 원망을 지금 해봤자 뭐하냐.”


혼자 남은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서 혼잣말을 하며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8층짜리 백화점의 옥상에는 정원과 관리 사무실이 있었다.


혹시라도 몬스터가 백화점에 들어오는 일이 생기더라도 도망갈 수 있도록 옥상에 자리를 잡았다.


지하 1층과 지하 2층에 있는 마트에서 일주일 정도 마실 수 있는 물과 음식을 가져왔고 3층에서 패딩을 챙겨왔다.


아직 사무실에 전기가 연결되고 있었지만 언제 어떻게 끊길지 몰랐다.


“나도 마법진 생활이 처음인걸~ 어쩌겠는가.”


말도 안 되는 혼잣말에 작게 음을 섞어가면서 이상한 노래를 불렀다.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혼자 살아가는 주인공의 심정이 이랬을까.”


주변을 둘러봤다.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이변에 빠르게 적응한 여러 나라 중에서 대한민국은 탑이었다.


초반에는 이에 의심론을 내놓는 이들이 있었지만 누군가를 의심하기에는 생존이 간절했던 시기였다.


국가에서 지시한 사항은 첫 번째는 거처를 갖지 말라는 것이었다. 전국 곳곳에 세워둔 숙소에서 지내며 마법진이 형성될 때를 대비하여 거처를 갖지 말라는 뜻이었다.


여유가 있는 몇 사람들은 전국 각지에 집을 사두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보상금을 받고 최소한의 짐을 가지고 숙소로 들어갔다.


두 번째 마법진이 형성되어 이에 휩쓸린 국민들은 국가의 지시. 정확히는 이변에 관련된 모든 것을 담당하는 관리소의 지시에 전적으로 따를 것을 당부했다.


지시를 따르지 않아 생긴 불상사에 대해서는 개인의 책임이 되었다.


이변이 생긴 이후 신속한 대처에 사람들은 빠르게 변해버린 세계에 적응했고, 이처럼 마법진이 생성되어 사이렌이 울리면 밀물처럼 지역을 벗어났다.


“후... 내가 살아서 나갈 수 있을까?”


옥상 난간 너머로 조심스럽게 아래를 내려다보니 몇 마리의 몬스터가 인간을 찾아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법진 별로 소환되는 몬스터의 종류가 다르다. 가장 낮은 단계의 마법진에서는 우리가 아는 야생동물과 가까운 몬스터가 소환된다.


이들은 무능력자들도 힘을 합쳐서 상대하면 어떻게든 죽일 수 있는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이번에 생성된 마법진은 노란색. 이족보행을 하는 지능형 몬스터는 없겠지만 무능력자인 내가 상대할 수는 없었다.


멀리서 네발로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몬스터가 보였다. 흡사 악어 같기도 하고 소형 공룡같기도 했다.


짙은 녹색 빛을 띠는 피부는 총알도 튕겨내며, 두터운 발톱은 인간따위는 한 방에 관통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저 말도 안 되는 크기.


“어후... 트럭만 하네.”


상상을 해보라. 트럭만한 악어가 인간을 죽이기 위해서 달려든다고 한다면. 아무리 악어라고 하더라도 일반인이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도 비행형 몬스터는 없는 것 같네.”


종종 낮은 마법진에서도 비행형 몬스터가 출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만약 비행형 몬스터를 만났더라면 옥상에 자리를 잡은 수가 내 목숨을 저승사자에게 데려다 주는 한 수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옥상으로 왔겠지만.”


비행형 몬스터가 나타나는 확률보다 안 나타날 확률이 높다. 나같은 무능력자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없다.


“그나저나 나 혼잣말이 정말 심하네.”


혼자 살면서 혼잣말이 많이 늘기는 했지만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진정이 필요한 거겠지. 아무도 없고 괜찮겠지.”


짐을 정리하고 다시 한 번 옥상으로 올라오는 문을 확인했다.


여기까지 올라 올 수 있는 몬스터는 몸집이 작은 녀석들뿐이겠지만 이 정도 문은 부수는 건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박하사탕을 먹는 것만큼 간단한 일이겠지.


제발... 아무도 이곳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희망과 다르게 아무래도 신이라는 자들은 인간에게 불만이 많은 모양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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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마법진이 빛날 때(2) 21.11.06 1,267 14 11쪽
» 마법진이 빛날 때(1) 21.11.05 1,406 14 14쪽
4 아메리카노 - 물 = 0 21.11.04 1,522 18 13쪽
3 아주 효과 좋은 마법 음료 레시피 21.11.03 1,866 20 11쪽
2 비능력자가 살아가는 방법 21.11.02 2,219 25 14쪽
1 진상 중에 진상이 나타났다. 21.11.01 3,084 2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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