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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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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58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1.11.04 10:00
조회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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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글자
13쪽

아메리카노 - 물 = 0

DUMMY

“지혁아 여기야!”


거처의 로비에 다른 몇 명과 앉아 있는 소원이 손을 높게 들어 흔들며 반겼다.


같은 테이블에는 두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앉아 있다.


소원이 자신의 옆자리를 비워놨다며 의자를 꺼냈다.


“소원씨. 이쪽은 누구신가요?”

“제 오랜 친구에요. 지난번에 잠들어 있다고 말했던.”

“아! 그 탑꾼으로 활동하다가 쓰러졌다던.”


말투에서 묘하게 깔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오랜만에 낯선 사람을 만나는 탓에 느끼는 내 기분 탓이리라.


“저는 홍 제천입니다. 불 능력자입니다.”


나를 위아래로 훑으며 깔보는 시선을 보내던 남자가 손을 내밀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우 지혁입니다. 앗 뜨거!”

“하하. 죄송합니다. 장난이었습니다.”


내민 손을 잡자 마치 불로 지지는 듯한 뜨거움이 느껴졌다.


“제천 씨. 초면인 분께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에요.”


무례한 남자 옆에 앉아있던 차분해 보이는 이미지의 여자가 그를 혼냈다.


“죄송해요. 제천 씨가 아직 정신연령이 낮아가지고... 저는 송 나래에요. 염동 능력자에요.”

“아, 반갑습니다.”


송 나래와도 가볍게 인사를 하고 남은 한 명을 바라봤다.


“안녕하세요. 우 지혁이라고 합니다.”


먼저 손을 내밀었지만 팔짱을 끼고 있던 남자는 내 손을 노려볼 뿐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하하... 죄송해요. 이쪽은 채 석씨에요. 낯가림이 심하셔서. 괴력 능력자에요.”

“채석씨요?”


남자의 시선이 더욱 따갑게 나를 노려봤다.


“아뇨. 채가 성이고 석이 이름이에요. 외자 이름.”


나래 씨가 정정했다.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조합에서 소원과 나래 씨가 빠지면 정말로 골치 아프고 짜증날 일이 생길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외자 이름이 나를 노려보며 짧게 말했다.

“네?”

“그래서.”


사실 낯가림이 심한 게 아니라 말을 잘 못한다거나 나랑 말하기 싫은 게 아닐까?


“아. 그 지혁씨는 능력이 어떻게 되시나요?”

“네?”


아무래도 외자 이름 남자의 담당 번역가가 나래 씨인 듯 했다.


“능력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인 자리니까. 본인이 무슨 능력인지 말하는 건 당연하지?”


불 남자가 다리를 꼬고 거만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역시 기분 탓이 아니라 대놓고 경계를 하고 있군.


“저는...”


소원에게도 말한 적 없는 능력이었다.


네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모였다.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까. 로비로 내려오기 전에 그간 나타났던 능력자의 정보를 대략적으로 훑고 왔지만 나와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하긴 나 같아도 이런 능력을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진 않았을 거다.


애초에 능력을 사용하기 위한 전제 자체가 평범한 서민들은 달성조차 못할 조건이다.


“커피를 잘 탑니다.”


간신히 꺼낸 한 마디에 모두의 표정이 일시정지를 한 것 마냥 멈췄다.


그러나 곧 각기 다른 표정으로 바뀌었다.


“하하하. 커피라뇨. 정말 쓸데없는 능력을 얻으셨군요. 커피는 저도 잘 탑니다. 하하하”


불 남자는 간만에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배를 잡고 웃다가 의자가 뒤로 넘어갔다.


“멋진... 멋진 능력이네요. 나중에 커피 한 잔 타주시는 건가요?”


나래 씨는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모든 사회성을 발휘해서 대답을 했다.


“지혁이가 커피를 잘 내려요. 저랑도 카페 알바를 하면서 만났거든요.”


소원은 내가 민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커버를 치고 있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그리고 마지막으로...


외자 이름의 남자는 아까보다 더욱 강렬하게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그래!


“아이고... 정말 재밌네요. 그럼 이 모임에 못 끼시겠네요. ”

“네?”


불 남자가 의자를 바로 세우고 앉으며 말하자 나보다도 소원이 놀라며 대답했다.


“그렇잖아요. 우리는 능력자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기 위해 모인 거 아닌가요?


그런데 커피를 잘 내리는 능력이라니. 어디서 써 먹어요. 탑 안에 카페라도 차리실 생각입니까?”


오. 그것도 나쁜 생각은 아닌 것 같다.


“능력자 중에서 별 보잘 것 없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이렇게까지 보잘 것 없을 줄은 몰랐네요.”


불 남자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제천 씨. 말을 가려가면서 하세요.”


나래 씨가 꽤나 화난 모습을 보였다.


“왜? 쓸모없잖아.”


그러나 불 남자에게 효과는 미미했다.


본인 능력은 얼마나 잘났길래 저렇게 거만하게 말할 수 있는 거지?


조금 앙심을 담은 시선으로 남자를 노려보자 남자의 주변으로 글자와 숫자 몇 개가 나타나 떠다녔다.


이전에 거울을 보며 봤던 글씨와 같다.


[이름 : 홍제천

나이 : 23 세

특성 : 불꽃

특성 레벨 : Lv. 2

스탯

- 체력 Lv.1

- 근력 Lv.1

- 방어 Lv.1

- 민첩 Lv.2

- 마력 Lv.1

- 행운 Lv.1


특수 스킬

- 불꽃 세례 Lv.1

- 화염구 Lv.1

- 잠금 상태 ]


“풉...”


내역을 읽고 나니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말하는 모습이 못해도 각성은 했나 했지만 이제 막 능력을 받은 나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능력을 사용한다는 것 말고는 무능력자와 신체적인 차이가 없었다.


“너무 대놓고 사실을 알려줬더니 정신이 나간건가?”


불 남자가 꼬았던 다리를 풀어 반대편으로 꼬며 말했다.


“당신.”


내 부름에 꼬던 다리가 멈칫했다.


“이런 능력으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건 아직 이르다고 생각하지 않아?”

“뭐?”

“지혁아?”


시선을 돌리자 불 남자 주변으로 나타났던 문자들이 사라졌다.


“당신 스킬 수련도 안하지? 두 번째 스킬이 열릴 때까지도 첫 번째 스킬이 레벨이 1인거면 아무것도 안했다는 거잖아.”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수련 한다고!”

“그래? 그렇다기엔 당신 스탯이 너무 정직한 걸?”


불 남자가 당황한 표정으로 모임 사람들을 둘러보곤 소리쳤다.


“너! 무슨 근거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너라니. 형이라고 하시죠. 저보다 나이도 두 살이나 어린데.”

“윽...”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한 말이었지만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이 단순 환영은 아닌 듯 했다.


“당신처럼 사회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할 생각은 없고 국비만 챙겨먹는 능력자들 때문에 국고가 바닥을 보이는 거야.”


도움이 될까 싶어서 왔던 거지만 이런 사람들이라면 내 쪽에서 사양하고 싶다.


소원에게는 미안하지만 정말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들이었다. 뭐. 나래 씨와는 잘 지낼 것 같았지만.


“소원아. 미안. 난 거짓말이나 하면서 나태한 사람들하고는 같이 못하겠어. 그냥 혼자 알아보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그렇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로비를 나와 방으로 향했다.


뒤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소원이 기척이 느껴졌다.


+++


“자... 빙하기의 얼음도 문제지만... 요정호수의 물은...”


핸드폰을 들어서 이전에 봤던 사이트에서 ‘요정 호수의 물’을 검색했다.


요정 호수는 1층 보스 구간으로 통하는 통로 중간에 있는 호수다.


비교적 낮은 층에 몬스터도 없는 구간이었기 때문에 빙하기의 얼음에 비해서 가격은 저렴한 편이었다.


“500ml에 5만원... 그래 뭐... 금 같은 물이라고 생각하자. 물처럼 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얼음에 비해서 구하기 쉽다. 문제는 역시 얼음인가?


“이걸 어디서 구한담?”


+++


깨어난 지 이틀 만에 혼자서 밖에 나왔다. 간만에 마셔보는 바깥공기가 상쾌하다.


아니. 상쾌는 개뿔. 추워 죽을 것 같다. 이변이 일어난 이후 기상이 극단적으로 변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사실이었나 보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안와!”

“저... 혹시 요정 1리터...?”

“네넹. ”


패딩을 입었지만 스며드는 추위 속에서 바들바들 떨고 내 곁으로 키가 작은 한 남자가 다가왔다.


그리곤 품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액체가 담긴 1리터짜리 페트병을 꺼내들었다.


“이거 진품이죠?”

“물론이죠. 제가 직접 가서 떠온 진짜 요정 호수의 물입니다.”

“으음...”


뚜렷하지는 않았지만 잠들기 전에 느꼈던 오른쪽 눈의 통증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 나는 사람이나 사물의 정보를 볼 수 있게 되었다.


페트병을 뚫어져라 바라보자 글자가 나타났다.


[이름 : 페트병

나이 : 6 개월

특성 : 플라스틱]


아니! 이런 걸 원한 게 아니야.


다시 정신을 집중하고 찰랑거리는 물을 바라봤다. 그러자 좀 전과 다른 문자가 나타났다.


[이름 : 요정 호수의 물

나이 : 알 수 없음.

특성 : 물 ]


“저... 그렇게 의심되시면 꼭 안 사셔도 돼요...”


인상을 찌푸리고 물을 노려보고 있자니 판매자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닙니다. 믿습니다. 여기요.”


나는 품안에서 10만원이 담긴 봉투를 내밀었다.


판매자는 봉투를 받아들고 안에 내용물을 확인한 뒤에야 물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저기 잠시만요.”

“네?”

“그... 혹시 탑꾼이세요?”

“아... 네.”


남자는 조심스럽게 대답을 하며 조금씩 멀어졌다. 아무래도 경계를 하고 있는 것이리라.


“다름이 아니라... 그 저도 탑꾼이었는데 쓰러졌다가 최근에 깨어났거든요.”

“아... 네.”


남자는 조금 경계가 풀렸는지 뒷걸음치던 것은 멈췄다. 여전히 조심스러워 보였지만.


“정말 다름이 아니라... 요즘 탑이나 수입에 대해 여쭤봐도 될까요?”

“네...?”

“제가... 생계를 좀 ... 유지해야 하거든요. 꽤 오랫동안 잠들어 있기도 했고.”


남자는 고민하는 듯싶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럼 조금만... 일단 여기는 너무 추우니까 어디 다른 데 들어가실래요?”


+++


주변에 열려있는 가장 가까운 카페에 들어갔다.


이변이 일어나고 많은 것이 변했지만 사람들의 생활은 여전했다.


여전히 커피를 마셨고, 외식을 했다.


물론 이전에 비해서 항상 경계를 하며 행동했지만 말이다.


몬스터는 인간을 만나지 않는 이상 난동을 부리지 않았고, 빠르게 대피만 한다면 물질적인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궁금한 게...”


남자는 따뜻한 모카 라떼가 담긴 머그잔을 양손으로 잡고는 여전히 겁먹은 다람쥐 마냥 물었다.


“요즘 탑의 난이도는 어떤가요?”

“난이도... 글쎄요. 나빠졌다면 더 나빠졌죠. 한국에 한해서는.”


이전에 소원에게서 들었던 내용을 의미하는 듯했다.


“능력자들이 아직 탑에 오릅니까?”

“오르지는 않아요... 5층에서 막혔거든요.”

“그럼 아예 탑에 들어가지 않는 건가요?”

“아뇨. 그렇지도 않아요. 1층이나 2층처럼 쉬운 층은 훈련을 하려는 능력자들이 자주 찾고 있어요.”

“그렇군요... 그럼 요즘 탑꾼의 벌이는 어떤가요.”

“많이... 받지는 않아요. 초반에 비해서. 아무래도 오르는 능력자가 없으니까요. 그래도 먹고 살 순 있어요.”

“이런 걸... 팔아서요?”


아까 산 물병을 흔들며 말했다.


남자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탑에서 나오는 재료들은 특별한 힘이 있다는 게 밝혀졌거든요.”

“특별한 힘이요?”

“예? 알고 구매하신 게 아닌가요...”


아차.


“저는 지인이 필요한데 사러 갈 시간이 없다고 해서 대신 나온 겁니다.”

“아... 그렇군요. 그 예를 들어서...”


남자의 시선이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호수 요정의 물은 마시면... 마력이 회복이 돼요.”

“예?”

“그... 능력자들이 힘을 쓰기 위해서는 마력이 필요한데. 그걸 빠르게 회복시켜줘요.”


게임에서 나오는 포션같은 역할을 하는 듯 했다.


“재료마다 다른 효과를 지니고 있지만... 요정 호수의 물처럼 구하기 쉬운 재료들은 탑꾼들이 챙겨도 크게 신경 쓰지 않거든요. 오히려 신경쓰지 않는 대가로 수고비를 안주는 능력자들도 있어요.”


어쨌거나 탑꾼들이 살아가기에 더 팍팍해졌다는 사실은 알겠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혹시 나중에 또 연락해도 될까요?”

“예?!”


남자는 많이 놀라는 듯했다.


“혹시라도 좋은 정보 있으면 서로 연락하면 좋잖아요. 잠들어 있는 동안 주변 사람들하고 연락이 안됐거든요. 아직 세상이 좀 낯서네요.”

“아. 알겠습니다...”

“그래도 불편하실 수 있으니까. 제가 번호를 남겨드릴게요. 편하실 때 연락주세요.”


나는 카페의 냅킨에 펜을 빌려 번호를 적었다.


잉크가 번졌지만 그래도 알아볼 수는 있었다.


맨 밑에는 오지혁이라고 이름까지 적어두었다.


“오지혁입니다.”

“저는... 박...”


그 순간 요란하게 사이렌이 울렸다.


창가에 앉은 덕에 밖이 잘 보였다. 바닥에 노란색의 선이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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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주 효과 좋은 마법 음료 레시피 21.11.03 1,866 20 11쪽
2 비능력자가 살아가는 방법 21.11.02 2,219 25 14쪽
1 진상 중에 진상이 나타났다. 21.11.01 3,084 2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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