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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하비영 님의 서재입니다.

안개헌터가 되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하비영
작품등록일 :
2021.05.12 18:41
최근연재일 :
2021.05.18 21:05
연재수 :
8 회
조회수 :
386
추천수 :
14
글자수 :
37,994

작성
21.05.12 20:45
조회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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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제 3화 - 악몽

DUMMY

3화


어두웠다.


애초에 빛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것 처럼 칠흑같이 어두웠다.


여긴 어디지?

내 마지막 기억에서 나는···.

아 맞다. 나 죽었구나.


허탈했다.

아무것도 하지못했는데.

정말 별거 없는 인생이었다.


인간은 죽기전에 인생의 주마등이 보인다고 들었다.

하지만 막상 죽어보니 주마등 같은 건 다 개소리였나 보다.


아니면 주마등이 보일만한 일이 없을 정도로 내 인생이 하찮았나?

·········


충분히 그럴듯해!

주마등을 봤다는 사람들은 전부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했던 나를 잠시 반성하자.


그런데 뭐지? 나 죽은거 아니었나?

사후세계라는게 진짜로 있던거였나?


이렇게 사고가 가능한 것을 보면 진짜 죽고 난 후에 사후세계라도 있는 건가 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예수님 믿을걸.


하느님. 하느님이 진짜 자비로우시다는 소문, 많이 들어왔습니다.

하느님 정도면 문화상품권만 받으려고 딱 한 달 동안만 교회 다닌 저라도 천국으로 보내주시겠죠?

비록 가서 내도록 자기만 했지만 그래도 가기라도 한 게 어딥니까.

아예 안 간 사람도 차고 넘치는데. 그렇죠?


대답이 없다. 하느님은 아닌가 보다. 탈락


그러면 저승사자라도 나오려나?

보통 이 정도 기다리면 올 만도 한데.

슬슬 라디오에서 그아안 드아아~ 소리 내며 조각배 타고 올 만한 친구가 안 오고 있다.


나중에 꼭 따져야겠다.

저승도 (구)사람 사는 곳이니 민원 시스템 정도는 있을 것이다.


평점은 1점으로 줘야지.

서비스가 괜찮으면 1.5점까지는 고민해봐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도중,

갑자기 어둠 속에서 작은 빛이 생겨났다.


‘이게 뭐지?’


내가 보고있는 것이 빛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작은,

하지만 어둠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과시하고 있는 그런 빛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작은 빛이 주변의 어둠을 탐욕적으로 집어삼키며 자신의 크기를 부풀려간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눈이 적응하질 못한다.

하지만 빛은 나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계속 커져만 간다.


커져가는 빛 속에서 세상이 만들어진다.

맑고 푸른 하늘이 펼쳐지고, 거대한 초원과 산들이 생겨난다.


한쪽 끝에서는 바다가 채워지고,

거대한 대지가 갈라지며 그 사이로 푸른 강이 흐른다.

여러 생명체가 탄생하고, 세상에서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이게 뭐야? 하느님이 천국 가기전에 천지창조라도 보여주시는 건가?’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뭐 천국가려면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라도 있는건가?

이건 그 중에 하나인 거고?


이어서 하나의 태양과 네 개의 달이 생겨 난다.

낮에는 하나의 태양이 강렬하게 대지를 비추고, 밤에는 네 개의 달이 은은하게 바다를 감싼다.

그렇게 평화로운 세상이 내 눈앞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던 중 어느샌가부터 낮에 태양과 함께 달이 뜨기 시작한다.

하나, 둘, 그리고 셋···.

얼마 지나지 않아 낮에는 하나의 태양과 3개의 달이, 밤에는 하나의 달만이 뜨게된다.


하지만 하나의 달만으로는 모든 밤을 감쌀수는 없는법.

그렇게 점차 낮은 길어지고, 밤이 짧아져가며 세상이 어지러워진다.


낮이 길어지자 땅은 뜨거워져가고, 강과 바다는 점점 말라져만 가게된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다시 한번 의식을 잃었다.



* * *



“흐억···. 쿨럭”


다시 시야가 전환되고, 온몸에서 통증이 올라온다.


‘음? 뭐라고?’


내가 했던 생각을 다시 한번 곱씹어본다.


온몸에서 통증이 올라온다.


‘어? 나 죽은거 아니었나?’


분명히 죽었으면 통증이 없을텐데.


순간 놀란 나는 손을 들어본다.

그러자 내 시야에 들어오는 손.


그 손으로 온몸을 더듬어본다.

여기저기서 끈적한 피가 묻어나오긴하지만

분명히 만져진다.

잔근육만 붙어있는, 말라빠진 내 몸...이?


‘뭐지···?’


분명히 내 몸은 맞았다. 본능적으로 그렇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 원래의 내 몸과는 달랐다.

시야도 평소보다 더 높아져있었고, 몸은 꽤 단련한 사람의 것처럼 변해져있다.


‘도대체 무슨일이 일어난거야?’


혼란스러운 맘을 추스리고, 주위를 둘러본다.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햇빛이 잘드는 창가쪽의 테이블과 의자.

평소 내가 자주 계산하던 카운터와 내가 좋아하는 케이크가 진열되있었던 진열장.

2주전쯤 전등이 나가자 아저씨가 새로운 시도라며 야심차게 바꿨지만 정작 별 느낌 안났던,

지금은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들정도로 부서진 작은 샹들리에 조명.

이상할정도로 피 한방울 안 묻은 채 괴물의 시체 위에서 발을 핥고 있는 깜냥이.


그리고


내 눈앞에서 피로 물든채 쓰러져있는 아저씨.


쓰러져있는 아저씨.


아저씨?


‘어?’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내가 보고있는게 뭐지?

아저씨? 쓰러져있는거 아저씨 맞아?

왜 이렇게 되신거지? 갑자기 내앞에서? 누구짓이야? 무슨 일인데!!


“아저씨!! 뭔데? 살아있죠? 말좀 해봐요!”


119를 부르기 위해 급하게 핸드폰을 찾지만 내 옷도 이미 넝마가 되어 주머니 같은 건 찾기도 힘든 상황.

빵집전화기를 찾으려 고개를 돌려보지만 이미 부서진지 오래.

급한 마음에 아저씨의 몸을 흔들어보고, 뺨도 때려보지만 돌아오는건 침묵뿐이다.


“아···저씨···? 죽은거 아니죠? 몰래카메라죠? 다 알고있어요. 여기까지~.”


또 한번의 침묵


“진짜로 여기까지만 해요, 아저씨···. 나 무섭다고요···. 살아있잖아요···. 일어날거잖아요···.”


아저씨의 가슴에 손을 올려본다.

느껴져야할 고동은 울리지 않고, 따뜻해할 몸은 차갑게 식어있다.


“진,짜로···아니,죠···.? 살아, 흡, 있는, 그런거, 죠···?”


꿈만 같았다.

눈을 감았다뜨면 내 침대속이길 바랐다.


악몽일것이다.

이건 그냥 악몽. 그것도 아주 지독한.

그래도 다시 눈을 뜨면 깜냥이와 아저씨를 볼 수 있는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그럴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깊게 심호흡을 한뒤 눈을 감았다 뜬다.


그리고


그곳에는


여전히 아무말 없이 누워있는 아저씨만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또 한번 쓰러졌다.



* * *



평소와 같은 날이었다.


그 녀석이 좋아하는 초코케이크는 이미 준비된 상태.

가끔 돈을 아낄 때마다 사는 팥빵과 소보로빵도 방금 완성됐다.


‘조금만 더 있으면 오려나?’


화요일과 금요일, 오후 4시부터 5시.

호준이가 무조건 우리빵집에 오는 날이다.


이것보다 더 자주 오기는 하지만 이 두 날은 한번도 빼먹은 적이 없는 호준이었다.

심지어 방학일때도.


집이 조금 멀리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방학 때도 항상 이 시간에 찾아오는 호준이를 보면 여러모로 고맙기도 했다.

그만큼 나를 의지해 준다는 것이니까.


하루는 왜 굳이 화요일 금요일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으음···. 화요일은 월요일의 개같음을 풀려고 오는거고, 금요일은 주말의 외로움을 달래기위해 오는거죠. "

“월요일의 개같음을 푸는데 왜 굳이 화요일에 오는 이유는 도대체 뭐야?”

“월요일은 제가 늦잠때문에 지각을 많이하거든요.

그런데 저희 반은 지각을 하면 남아서 반 청소를 다하고 가야 한단 말이죠?

늦어지면 제가 빵집에서 쉴수있는 시간이 줄어들잖아요. 그래서 화요일로 한거죠.”


다시 생각해 봐도 특이한 놈이다. 이런 답변은 난생 처음 들어보는 것 같다.


“어이구, 철저하기도 하셔라. 그냥 지각을 안하면 되는거잖아.”


“그래도 가끔씩의 월요일 아침 꿀잠을 포기하기는 너무 슬프단 말이에요!”


“변명이 길다. 다음주부터 화요일 서비스는 월요일날 있는줄 알도록.”


“예~? 너무하시다. 이건 좀 아니죠.”


결국 계속 서비스를 주긴 했지만.


사람도 얼마 안오던 이런 빵집에서 유일하게 내 말동무가 되어준 호준이에게는 오히려 내가 고마웠고, 그만큼 나도 의지되는 어른이고 싶었다.


‘근데 이놈이 오늘은 좀 늦네.’


폐점시간은 원래 5시 30분이지만 어차피 올 손님도 없으니 호준이가 가고 나면 바로 정리하는 편이다.

하지만 웬일인지 오늘은 5시가 되도록 호준이가 오지 않았다.


‘오늘 화요일 맞지?’


혹시나 해서 한번 더 핸드폰을 들여다 보지만 오늘은 분명히 화요일.

진짜로 무슨 일이 생긴건가, 내심 불안해 진다.


그 순간, 밖에서 찢어질듯한 비명소리와 함께 가게 입구 자동문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끼에에에엑!”

“크뤄어어어어어···.”

“크르르르륵···.”


태어나서 한번도 본 적 없는, 개처럼 생긴 괴물 3마리가 들어왔다.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 괴물들은 나를 향해 달려왔다.

도대체 무슨일인가 싶었지만 처음 내 머리를 지나간 생각.


‘잘못하면 죽겠다.’


그 괴물들 뒤로 다리가 뜯기고 있는 사람이 보였기 때문이다.


빠르게 주방으로 달려가 문을 잠군다.

아슬아슬하게 문을 닫았고, 그 직후 괴물들이 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잠시 동안의 침묵


‘갔···나···?’


괴물들이 문 열기를 포기하고 다시 밖으로 나갔나 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자. 일단 정리를 해보자.


‘저 괴물들은 도대체 뭔데!!’


정리가 될 리가 없지.


여기서 침착하게 상황 판단을 할 수 있는건 만화주인공 정도뿐이다.

나같은 사람은 목숨을 건진것에 감사부터 하ㄱ···.


“쾅!!”


아직 완전히 건지진 않았나 보다.

오래된 나무문이 맥없이 부서지고 파편과 함께 몇 미터를 날아가 선반에 부딪힌다.


“컥···.”


숨이 막혀왔다.


밖으로 나간줄 알았는데 단지 도움닫기를 하려고 뒤로 물러난 것이었나 보다.

힘겹게 눈을 떠보니 나에게 다시 한번 뛰어들고있는 괴물이 보인다.


오래되긴 했지만 그래도 나무문인데 그런 문에 몸통박치기 하나로 부서졌다.

그 공격을 몸통에 직격으로 맞는다면 분명히 무사하지는 못할 터.


머리속에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 차지만 움직이지 않는 몸.


이 순간에도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지는 않았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곳이 내 삶의 마지막 부분이라고.


‘이렇게 죽는다고?’


이때까지 후회나 미련 따위는 없이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내 눈앞에 이렇게 실감나는 죽음이 닥쳐오니 생각이 달라졌다.



후회스럽다.


과거 옳지 못한 선택을 했던 내가.

좀 더 좋은 길을 걷지 못했던 내가.

분명 더 많이 이룰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은 내가.


그런 내가 미칠듯이 후회스럽다.


미련이 생긴다.


좀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내가.

좀 더 현명하게 길을 헤쳐나갈 수 있는 내가.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는 내가.


그런 내가 되지 못한 채 죽는다는 것에 미련이 생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봤자 늦었다.

이미 내 눈에는 발톱을 드러낸 채 전속력으로 나에게 뛰어드는 괴물이 보인다.


그렇게 눈을 감고 포기하려는 순간.


“끼에에에엑!!”


내 귀에서 귀가 아플 정도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내 비명소리가 아니라 괴물의 비명소리이다.


‘어?’


조심스래 눈을 뜬 나는 주위를 둘러본다.

그리고 내 시야에 들어오는 검은 인영 하나.


그 인영의 얼굴에서 익숙함이 묻어나온다.


호준이다.

왠지 모르게 위화감이 느껴지지만 분명히 호준이다.


주변에 위험한 기운이 감돌고, 뭔가 평소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안도감과 놀라움, 반가움과 걱정스러움의 감정이 한번에 올라오며 호준이를 부른다.


“호준아!”


하지만 대답이 없는 호준이.

그리고 그런 호준이의 손에서 괴물의 시체가 떨어진다.


그때, 호준이를 감싸고 있는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또래에 비해 체구도 작고 몸도 약한 호준이의 몸 근처에 아까봤던 괴물들의 시체가 널부러져 있었다.

마치 날카로운 무언가에 찔린 것 같은 상처를 가진채.


그것을 깨달은 순간.


내 배에서 격통이 느껴진다.


아주 뜨거운, 타들어가는 듯한 그런 격통이.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호준이의 손이 내 배를 관통하고 있었다.


“호···준아?”


의식이 흐려진다.

점점 눈이 감기며.

나는 그렇게 쓰러졌다.



* * *



‘익숙하지 않은 천장이다.’


일본의 흔해빠진 전생물의 주인공이 첫 대사로 뱉을 만한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확실히 내가 씹덕이긴 한가보다. 이런 대사나 생각나는거 보면.

라노벨을 줄이던가 해야지. 이대로면 아주 훌륭한 네다씹의 표본이 되버리겠네.


그렇게 한번더 자신을 한심해하며 일어난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붕대가 감겨진 채 누워있는 많은 사람들.

뭔가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고 병실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찌른다.


아무래도 병원인가보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대충 확인했으니 이제는 쓰러지기 전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어디보자···. 그러니까 고양이를 보러갔다가 갑자기 죽고 천지창조를 옆에서 직관때려준 다음에 아저씨가 죽었···다고?”


흐으으으으으으음···.


음!


꿈이였나보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악몽!

일어날 일도 없는 그런 개꿈!


그렇게 생각하며 내 몸을 살펴봤을 때 나는 한번 더 현실을 직시할수 밖에 없었다.


만화에서나 볼법한 거의 온몸에 감겨져있는 붕대.

그리고 쓰라린 왼손.


현실을 직시하자마자 다시 떠오르는 아저씨의 죽음.

슬픔이 온몸에 차오른다.


내가 중학교 시절을 살아올수 있게 해주었던.

나의 무리한 부탁도 튕기다가 결국은 들어주던.

유일하게 진실된 나의 내면을 봐주던 그런 아저씨가

내 눈앞에서 죽어있었다.


“흐으으윽··· 흐어엉···. 아저, 크흡! 씨······.”


눈물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평소에 아무리 서럽고 외로워도 참고, 항상 올라오지 못하게 꾹꾹 담아두었던 내 눈물이 모두 터져 나오는 듯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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