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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메메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물 소설로 들어감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무메메
작품등록일 :
2020.12.26 23:14
최근연재일 :
2021.01.27 12:00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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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00
추천수 :
364
글자수 :
237,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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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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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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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21쪽

일상(日常)

DUMMY

수업이 시작하고 이동운은 평소랑 다를 바 없는 차림을 하고 왔지만, 그런 그의 옆에는 한 명의 여인이 함께 있는 것을 반에 있던 생도 전원이 볼 수 있었다.


교탁에 선 이동운은 이윽고 말을 꺼내기 시작하는데.


“이쪽은, 모두 아침에 소식을 들어서 알다시피 오늘부터 나를 도와 수업을 도와줄 영웅이다. 이름은 ···.”


이동운은 자신의 옆에 있는 여인의 소개를 해주려는 듯, 했지만 그런 그의 말을 제지하듯이 여인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모두 잘 부탁하고 나는 유가희라고 해. 나 역시 너희들하고 마찬가지로 이곳을 졸업했으니깐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도 된다고, 그리고 나를 부를 땐 가희님 보다는 선배라고 불러줘.”


자신을 선배라 칭해달라는 그녀의 모습에 이동운은 그녀를 힐끔 쳐다보고는 이어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들었다시피 얘는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살짝 매정한 듯한 이동운의 말에 유가희는 이동운을 째려보고는.


“너무한 거 아니에요. 쌤? 안 그래도 평소에 연락도 안 하면서 이럴 때만 연락하고···.”


볼을 부풀리고는 이동운을 향해 투정을 부리듯이 말했다.


그런 유가희의 모습에 내가 아는 그 유가희가 맞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소설 속에서도 유가희는 언제나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며 독자들을 재밌게 해주었으며 지금 이 모습은 나에게 익숙하다 할 수 있었다.


“너무해요. 쌤.”


“하아···.”


4급 몬스터를 쓰러트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이동운을 한숨 쉬게 만드는 그녀. 유가희는 나와 같이 흔한 검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으며, 긴 머리카락은 포니테일로 묶은 것이 그녀의 매력 포인트라 소설에 묘사되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확인한 나는 묘사 그대로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그녀는 다리가 길어서 그런지 비율까지 좋아 보이는 그런 유가희의 모습에 수많은 남성들에게 많은 인기를 받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되는데.


“잘 부탁한다 애들아~.”


해맑게 손을 흔들며 생도들에게 인사를 나누는 그녀를 끝으로 유가희에 대한 소개를 끝마쳤다.


*****


“내가 생각하던 영웅하고는 뭔가 달랐어.”


첫 수업이 끝난 후 박하윤은 자신이 본 유가희에 대한 감상을 우리에게 말해주었다.


“그렇네. 현역 영웅이라 언제나 무게가 잡혀 있을 줄 알았는데.”


도강원은 그런 박하윤의 말에 호응해주고.


“그래도 착하신 분이라 마음이 놓이네.”


이지아 역시 자신의 소감을 말해 주었다.


지금 저들이 말한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도강원이 말한 무게가 잡힌 건 지금은 별로 위급한 상황이 아니다 보니 가벼워 보일지 몰라도, 그녀의 눈앞에 몬스터가 나타나거나 시민이 위험에 처하면 누구보다 불같이 변하는 것이 그녀. 유가희이다.


그러다 보니 첫인상을 보고 착각을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녀는 이지아의 말대로 태생이 선(善)이다 보니 남들을 지키기 위해 제 한 몸을 바칠 생각마저 한다.


“그나저나 우리들의 선배라고 했으니깐, 아침에 본 것처럼 이동운 교관님께 가르침을 받은 걸까?”


박하윤은 문득 아침에 유가희가 이동운을 보며 선생님이라 한 말을 떠올렸는지, 궁금증을 내세웠다.


아마, 아니 확실히 그녀는 이동운에게 수업을 배운 제자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지만, 이동운은 그녀를 볼 때면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을 거다.


“그렇겠지. 교관님도 부정하진 않았으니깐.”


도강원은 그런 박하윤의 궁금증에 호응을 해줬는데.


“무슨 일 있어? 민우야? 왜 이리 말이 없어?”


그런 두 명을 바라만 보던 중, 나를 향해 걱정의 말을 꺼낸 자가 있었다. 이지아는 나와 마찬가지로 대화를 하던 두 명을 쳐다보던 중 나를 보고선 말을 꺼낸 것이었다.


“아···.”


지금 내 머릿속에는 유가희와 조경훈으로 가득하다 보니 아무래도 말수가 적어져서 그녀를 걱정 끼친 듯했다.


“이번 수업 때문에 생각하느라.”


다음 수업을 들먹이며 이 상황을 빠져나가자 박하윤은 그런 내 말이 이해가 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번 수업부터 현역 영웅이신 가희 선배랑 같이하다 보니깐 그럴 수 있지.”


그녀의 말대로 우리는 지금 훈련장으로 향하고 있는 중으로, 이번 수업에는 유가희가 참관한다.


그것으로 인해 생각이 다분하긴 하지만, 그래도 유가희 이다 보니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다른 한 명인, 조경훈. 놈은 상당히 위험하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먼 미래 빌런이 되는 놈이다. 나는 그놈을 지금 이 아카데미에서 있을 때 없애고 싶은 생각이 든다. 훗날을 위해서라도.


“하아···.”


“이번 수업이 그렇게 걱정되는 거야?”


조경훈의 생각에 한숨이 튀어나오자 옆에서 같이 걷고 있던 도강원이 나를 보며 말을 했다.


“그··· 렇지?”


솔직히 터놓고 말해서 이번 수업은 그다지 긴장되는 게 없지만, 조경훈을 생각하면 절로 한숨이 나올 뿐이었다. 조경훈을 없앨 방법. 그것은 마땅히 떠오르지가 않았다. 게다가 지금 내 실력으로는 절대 불가능한데···


그렇다면 다른 누군가의 손을 빌려야 한다. 또 한 번 이동운의 힘을 빌려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할 즈음, 우리는 훈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


“오늘의 수업은 저번에 했던 대로 구현을 다루는 연습을 할 것이다. 맨 처음으로 훈련장을 10바퀴를 돌아라.”


이동운은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등 뒤를 가리키고는 몸을 푸는 운동으로 10바퀴 정도만 돌라는 말을 하자 생도들은 익숙한지 군소리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거··· 아직도 하는거에요?”


유가희는 이동운의 옆에서 마치 퍽이나 그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옛 기억을 회상하듯이.


“이것만큼 몸을 푸는데 좋은 운동 없는 건 네가 잘 알잖니.”


그런 그녀의 질문에 간단히 답을 한 이동운은 훈련장을 돌기 시작하는 생도들을 하나하나 지켜보았다.


대부분의 생도들은 익숙하기라도 한지 여유로운 듯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생도들도 있었지만 아직 익숙지 않은지 버벅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생도들도 있었다. 그 외에도 익숙하긴 하지만 힘든 모습을 보이는 생도들도 엿볼 수 있었다.


“와~ 이번 애들은 진짜 장난 없네요.”


유가희는 그런 생도들의 모습에 질려버린 듯한 표정을 지었으며, 그녀가 이러한 감상을 내뱉은 이유라 함은 저들이 그저 평범하게 훈련장을 도는 것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도들은 지금 훈련장을 돌며 자신의 체내에 있는 아니마를 감지하는 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마를 느끼기 위해서는 뛰어난 집중력이 필요한데, 그런 집중력은 본디 운동하며 다스리기 힘들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지금같이 숨이 벅찬 운동 같은 경우에는.


이러한 모든 것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 유가희는 그저 저런 모습을 보이는 생도들을 안쓰럽게 바라볼 뿐. 뭐라 해줄 말이 없었다.


그러던 중 유가희의 두 눈에는 생도 둘이 들어왔다. 그 둘은 다른 생도들에 비해 한 템포 빠른 속도를 보여주며, 마치 이 둘만 모래주머니를 차지 않은 듯 가벼운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어? 쟤네는 안 하고 있는 건가···.”


그런 유가희의 시선이 향한 곳을 확인한 이동운은 갈팡질팡한 그녀를 위해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저 애들은 이미 아니마를 느끼고, 감지할 수 있는 단계를 뛰어넘었다. 평범한 생도들하고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네?! 아직 수업을 배운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요?”


이동운의 말을 들은 유가희는 그런 그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내 지었다.


“그렇게 궁금하면 이따가 보여주마.”


이동운은 자신의 생도들이 칭찬을 받는 듯한 느낌에 기분에 좋은지 입꼬리가 씨익 하고 올라가고는 그 두 명을 바라보았다.


*****


“어째 누가 계속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


훈련장을 돌던 중 난데없이 한기가 내 뒷목을 간질이는 듯한 느낌에 쓸데없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저기 교관님하고 유가희 선배가 지켜보고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내 옆에서 나란히 달리고 있던 도강원은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키니, 그곳에는 이동운은 물론이거니 유가희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저렇게 쳐다봐?’


그런 둘의 시선엔 그다지 걱정이라던지 이상한 감정들이 담겨있진 않았지만, 우리를 쳐다보는 유가희의 시선이 상당히 신경 쓰일 뿐이었다.


“마지막 한 바퀴는 전력으로 갈래?”


도강원은 그런 저들의 시선은 신경도 안 쓰이는지 나를 보고는 마지막은 전력으로 달리자는 말을 했다.


“··· 그래.”


나는 그에 응해주었다.


“모두 쉬고 있을 시간 없다! 빨리 아니마를 느끼려고 노력해라!”


이동운의 재촉에 생도들은 헐떡이는 숨을 삼키고는 아니마를 느끼기 위해 정신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재차 이동운의 말이 들려왔다.


“이번 역시 저번과 같이 짝을 정하고, 구현을 연습해라. 너희들이 연습하면 저번처럼 나와 여기 있는 그녀가 돌아다니며 도와줄 테니 말이다. 그럼 시작해라.”


이동운의 말에 정신 차린 생도들은 하나, 둘, 저번에도 같이 한 자신의 짝과 함께 구현의 연습을 시작하려 하는데.


“너는··· 짝이 없니?”


유가희는 한쪽에 홀로 있는 생도를 보고는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리고 그녀가 말을 건 상대는.


“··· 네.”


온서희였다. 그녀는 분명 처음 이 수업을 할 당시 짝이 남지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그녀는 지금 혼자가 되었다.


‘아··· 내 탓이구나.’


나는 묻어뒀던 기억 속에서, 그녀가 어째서 혼자가 됐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는데. 지금처럼 혼자가 된 이유는 며칠 전에 있었던 그 일 때문이다.


그녀들에게 접근 금지령을 내린 나. 그리고 그 말에 따라 더이상 그녀에게 접근하지 않는 애들. 명백히 내 잘못이 분명했다.


“어째 일이 쉽게 풀릴 거 같더니.”


이런 일이 발생할거란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보니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든 풀기 위해 손을 들고, 이동운을 향해 입을 열었다.


“교관님. 온서희랑 저, 그리고 도강원이랑 셋이서 같이 해도 될까요?”


“음··· 너랑 도강원이라면 괜찮겠군. 그럼 그렇게 해라.”


이동운은 나랑 도강원. 그리고 온서희를 한번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을 해주었다.


“미안해 내 마음대로 정해서.”


“아니야. 나도 한 명 더 늘어나면 좋으니깐.”


말없이 나 혼자 정한 일로 인해 도강원에게 사과하자 그는 오히려 좋다는 말을 꺼내며 기쁜 듯이 보였다.


도강원에게 허락을 맡은 나는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


‘그런데. 온서희가 우리랑 하기 싫어하면 어쩌지?’


하지만 그런 내 우려와는 달리 온서희는 우리를 향해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럼 온서희 생도는 강민우 생도, 도강원 생도랑 같이 연습하도록.”


이동운의 말을 끝으로 나와 온서희 그리고 도강원은 훈련장의 한쪽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동하는 도중, 나는 뒤를 흘끔 훔쳐보듯이 살펴보자. 뒤에서 우리를 따라오는 온서희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우리를 따라오기만 하는데.


주위에 생도들의 말이 들리지 않을 무렵.


“서희야 그래서 언제 할거야?”


난데없이 영문 모를 말을 꺼낸 도강원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해?


나는 그의 말에 시선을 옮겨 온서희를 바라보았는데, 그녀의 얼굴은 불에 데이기라도 했는지 붉게 익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저···.”


나를 보며 어버버 거리는 그녀. 온서희는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은지 한참을 입을 덜덜 떨더니 그것도 잠시, 그녀는 굳게 닫고 있던 입을 열었다.


“··· 미··· 해.”


“뭐?”


하지만 너무나 작은 목소리에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미안··· 하다고.”


나와 눈이라도 마주치기 싫은지 그녀는 고개를 싸 악 돌리고는 다시 한번 말했으며, 그 말은 다름 아닌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이었다.


“뭐가··· 미안해?”


나는 그녀가 무엇을 미안해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런 내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서인지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도강원이 입을 열었다.


“서희가 너한테 사과하고 싶었데, 너를 오해한 것 때문에 말이야.”


오해? 아···


나는 그의 말을 들은 후에야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근데··· 그건 내가 맞는데···.


그녀가 알고 있는 스토커라는 건 내가 맞고, 김한결은 말 그대로 얻어걸린 그런 놈이었다. 살짝 난감한 이 상황을 나는 어떻게 넘겨야 하나 생각을 했지만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딱히 신경쓰고 있지 않았으니깐, 너무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뻔뻔해지자. 이것이 내가 선택한 길이며, 어차피 그 진실을 아는 것은 나밖에 없다 보니 나는 자연스레 김한결을 제물로 바치고 이 상황을 유유히 빠져나가기로 했다.


“민우가 이렇다는데 넌 어때? 서희야.”


도강원은 중간에서 나와 온서희의 다리의 역할을 하듯이 말을 이어지게 해주었으며.


“응.”


온서희는 그런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들어 올려 나를 쳐다보았다.


붉게 물든 그녀의 얼굴은 상당히 아름다웠으며, 마치 새빨갛게 물든 장미와 같았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달린 가시가 있는 그 꽃처럼.


“그럼 서로 악수하고 끝내자.”


나이에 맞는지 아닌지 모를 어린애스런 끝맺음을 고른 도강원의 말에 나는 그녀를 바라보자 온서희는 손을 들어 올리긴 했지만, 덜덜 떨리는 그 모습은 마치 수전증이 심하게 온듯 싶었다.


-덥썩!


나는 그런 심히 떠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자, 그녀는 떨림이 점차 멈추기 시작했다.


“잘 부탁해, 온서희.”


“··· 나도.”


그런 온서희에게 나는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말을 끝으로 붙잡은 손을 내려놓았다.


‘이거··· 좋은데?’


나는 지금 이 상황이 마음에 들었다.


온서희와 대화. 그리고 사과. 이것은 앞으로 그녀와 가까워질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하게 될 수 있는 발판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하게 좋아지기 시작하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럼 누구부터 해볼래?”


사적인 일이 끝난 뒤, 우리는 방금 있었던 일을 금세 잊어버린 듯 도강원의 말에 따라 훈련에 몰입하기로 했다.


*****


훈련장을 전부 돈 뒤, 이동운의 말에 따라 모이고 저번과 같이 짝을 만들라는 말을 들은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생도들은 하나같이 다른 짝들을 만든 반면, 나에게는 아무런 사람도 오지 않았다. 며칠 전 이 수업을 했을 당시 같이한 생도가 있었지만, 그 일이 있고 난 뒤 그 애는 다가오지 않았다.


그렇게 가만히 있던 도중.


“너는··· 짝이 없니?”


자신을 선배라 칭해 달라는 영웅이 나를 향해 질문을 했으며, 나는 그 말에 답을 해주었는데.


“··· 네.”


유가희 영웅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는 듯 한 표정을 지었길래, 나는 혼자서 해도 된다는 말 하려 입을 열려 했지만 한 곳에서 들려온 남자의 말. 그 말에 집중 할 수 밖에 없었다.


“교관님. 온서희랑 저, 그리고 도강원이랑 셋이서 같이 해도 될까요?”


그 남자. 강민우는 손을 들고선 교관님께 나를 자신의 조에 넣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 남자와 말을 해본 적이 없다시피하고, 그와는 그리 친하다 할 수 없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나를 자신의 조에 넣겠다는 말을 해주었다.


“음··· 너랑 도강원이라면 괜찮겠군. 그럼 그렇게 해라.”


강민우의 말을 들은 이동운 교관님은 별다른 고민 없이 같이해도 된다는 말을 꺼내어 결국 나는 의사 표현 한번 하지 못한 채 강민우 그리고 도강원과 같이 훈련하게 되었다.


강민우. 나는 그가 며칠 전 교실에서 했던 말이 아직까지 기억난다.


나를 위한 말을 하고, 나를 대신하듯 그 애들을 혼냈고, 나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때의 말이 생각나면 아직도 얼굴이 붉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나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고는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둘을 따라 훈련장의 한쪽으로 이동하는 도중, 나는 아무런 말도 없는 두 명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짙은 검은 색을 띤 도강원을 힐끔 보고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도강원 보다 연한 머리 색을 가진 강민우를 말이다.


‘의외로 크네···.’


그의 뒷모습은 마치 굳건한 바위 같아 보였으며, 가까이에서 보니 그가 키가 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서희야 그래서 언제 할 거야?”


그렇게 한동안 말이 없었지만 그런 침묵을 깨며 나에게 말을 건 사람이 있었다. 그건 도강원으로 그가 한 말이 무엇인지 깨닫는 데까지 족히 3초 정도가 걸렸으며, 눈동자를 굴려 그 옆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강민우를 엿보았다.


도강원. 그가 말하는 것은 며칠 전 하려 했던 사과인데. 나는 교실에서 있었던 일로 인해 머리가 새하얗게 되는 듯한 경험을 해서 그런지 지금까지 잊고 있었다.


‘사과해야 하는데···.’


저번 화장실에서 말 한대로 그에게 딱 잘라 말하려 했지만, 입은 풀이라도 칠해져 있는지 쉽게 떨어질 생각을 하질 않았다.


“저··· 그······ 미안··· 해.”


용기를 내 뭐라 말이라도 하려 했지만 입은 좀처럼 크게 벌려질 생각을 하지 않았으며, 그나마 내뱉은 말은 지렁이가 기어 다니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작았다. 그 말을 들은 강민우는 말을 꺼내는데.


“뭐?”


아니나 다를까. 그는 내가 한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은 듯 보였다. 나는 다시금 용기를 내 입을 열었으며, 이번에는 방금과 달리 아~주 조금이나마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미안··· 하다고.”


말했다. 드디어.


나는 나오지 않을 것 같이 버티던 말을 꺼냈으며. 돌렸던 고개를 살짝이나마 돌려 그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뭐가··· 미안해?”


그는 마치 무슨 말을 하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제서야 내가 한 오해를 강민우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 바보같이··· 나 혼자서···.’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분명 그는 내가 이런 오해를 한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근데 나는 그저 피해망상에 걸린 듯이 그가 알고 있을 것이란 생각한 것이다.


불찰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부끄러움에 수치사 할 것 같았지만 그런 나를 도와주려는지 도강원이 말을 했는데.


“서희가 너한테 사과하고 싶었데, 너를 오해한 것 때문에 말이야.”


도강원의 말을 들은 강민우는 아~ 하고는 무언가 떠오른 듯한 표정을 지었는데. 나는 그것을 보고는 무슨 일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알고 있었던 건가? 그렇다면 누가?


나는 고개를 돌려 도강원을 살펴보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마치 자신이 범인이라는 듯 시인하고 있는 듯했다.


‘저···?!’


지금 당장이라도 그의 멱을 붙잡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지금 이 상황에 그러기에는 왠지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그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딱히 신경쓰고 있지 않았으니깐, 너무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강민우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들은 나는 그저 곱씹어 볼 뿐, 어째서인지 말이 입에서 튀어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말해야 하는데···.’


나는 지금 당장 저 말에 답을 하고 싶었지만, 말이 도저히 튀어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민우가 이렇다는데 넌 어때? 서희야.”


하지만 그런 나를 향해 답을 해달라는 도강원의 말에 나는 이윽고 말이 나왔는데.


“응.”


짧은 답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도강원의 말에는 답할 수 있었기에 그저 다행일 뿐이었다.


“그럼 서로 악수하고 끝내자.”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에 나는 안도의 한숨이 나오려 했지만 다시금 들려온 도강원의 말에 마치 청천벽력 마냥 머리에 번개를 맞은 것 같았다.


‘뭐! 뭐라는거야?!’


그녀가 악수해본 적이 언제일까. 족히 5살부터 시작해 그녀의 손에 익히 잡힌 것은 차갑고 무거운 금속으로 지금껏 그녀의 손에 남자의 손이 닿은 적은 한정적이었다. 더욱이 같은 동년배의 남자 손은 잡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그를 향해 손을 뻗었는데. 손은 마치 내 신체 부위가 아닌 것마냥 덜덜 떨리기만 했다. 그에 나는 그것을 보고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가는 것만 같았다.


뭐라 생각할까. 왜 손을 이리 떠냐고 하려나? 아니면 무슨 다른 말이라도 하려나?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 내 손에 잡힌 따스한 것이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것을 확인해 보았다.


그것은 손으로, 내 손은 강민우의 손에 잡혀 있었다. 그리고 멈추지 않을 것 같던 떨림은 이미 멈추었는데.


“잘 부탁해, 온서희.”


잘 부탁한다는 그의 말과 나를 보며 짓는 미소. 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어떠한 표정도 짓지 못했다. 그저.


“나도.”


나 역시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할 뿐.


그렇게 말을 주고받은 후, 온서희의 손을 벗어나는 온기에 그녀는 조금··· 아주 약간의 아쉬움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그것을 깨닫기도 전에 들려온 도강원의 말에 결국 그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럼 누구부터 해볼래?”


도강원은 어느새 훈련할 생각이 가득인지 밝은 미소를 보여주었으며, 그런 그를 바라보던 강민우는 그를 향해 뭐라 말을 하기 시작했다.


상당히 친해 보이는 둘의 모습에 그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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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야습(夜襲) +2 21.01.10 342 9 14쪽
15 야습(夜襲) +5 21.01.09 380 11 16쪽
14 월광(月光) +1 21.01.08 392 10 15쪽
13 월광(月光) +3 21.01.07 403 9 19쪽
12 월광(月光) +3 21.01.06 400 10 16쪽
11 월광(月光) +3 21.01.05 449 9 13쪽
10 시작 +1 21.01.04 459 9 14쪽
9 시작 +3 21.01.03 502 11 18쪽
8 시작 +1 21.01.02 499 13 16쪽
7 시작 +1 21.01.01 523 1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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