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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메메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물 소설로 들어감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무메메
작품등록일 :
2020.12.26 23:14
최근연재일 :
2021.01.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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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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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균열

DUMMY

도강원과 대화를 마친 지금 나는 이동운을 만나기 위해 발을 바삐 움직이고 있다.


“일단 나쁘지 않은 상황이야.”


내일 있어 중요한 인물인 이동운.


그가 사건 당시부터 있다면 더욱 편하게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현재 시각은 10시로 정확히 24시간 뒤면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사건에 나타나게 될 균열의 안에서 나타나는 몬스터를 없애는 것이, 내일 있을 우리의 목표이다.


균열이란 이 세계의 발달 된 문명으로도 밝혀진 바가 없으며, 균열은 전대미문의 난제라 알려져 있다.


왜 균열이 일어나는지. 왜 균열이 나타났는지. 그리고 균열의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


사람들은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자신들 나름대로 다양한 조사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그들은 균열에 대해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이러한 균열에 대한 분석은 현재까지 이어져 왔으며 지금까지도 밝혀진 바가 없다시피 한다.


하지만 이런 균열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나 강민우이다.


“소설에서도 다뤄진 바가 있기에 알고 있을 뿐이지만, 지금 나에겐 가장 중요한 정보야.”


이 세계. 소설 신화가 깃든 아카데미에 나타나는 균열은 어느 영령(英靈)의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영령. 그것은 세계를 구성하는 물질(物質)이다. 영령은 형태, 즉 실체가 없는 것으로 령(靈)의 형태로 존재하지만 이런, 령의 형태가 아닌 실체를 가진 영령 또한 존재했다.


실체를 가진 영령. 그 영령은 타 영령과 비교하면 악에 치우쳐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영령은 선(善)과 악(惡) 중 대부분이 선에 속하지만, 이 세계에서 단 4마리의 영령들만은 악이라 칭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4마리의 영령 중 하나의 능력이 바로 균열를 생성하는 능력이다.


‘사흉회.’


그 네 마리의 악을 섬기는 집단. 그들은 신화가 깃든 아카데미에 등장하는 빌런으로 도강원이 상대한 주 적이 바로 이 사흉회(四凶會)였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져버렸지···.’


도강원은 강했다. 세계관을 통틀어 가장 강하다 칭할 정도로.


하지만.


원작에서 도강원은 그들에게 패해버리고 말았다. 제아무리 강한 도강원이었지만 그는 빌런의 계획을 저지하는데, 실패해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세계는 빌런에 의해 멸망해 버리고 말았다.


사흉회의 목표를 저지하지 못한 도강원은 결국 세계와 함께 끝을 맞이했다. 이것이 소설의 마지막 화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를 거야.’


소설에서는 나오지 않는 내가 있다. 물론 그만큼 달라진 미래가 나를 기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나를. 그리고 나와 함께할 동료를.


아직 동료라 할만한 실질적인 사람은 도강원 밖에 없지만, 어차피 시간이 지나게 되면 여러 주요 등장인물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들의 성장을 가속시켜 미래에 있을 일들을 가볍게 타파할 수 있을 것이다.


*****


미래에 있을 일들을 생각하며 걷고 있던 나는 어느새 목표로 했던 장소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똑! 똑!


목표로 한 문 앞에 서고선 그대로 노크를 했다.


“들어오세요.”


문 안쪽에서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의 말대로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 드디어 일어났구나.”


문안에는 이동운이 있었으며 그는 안으로 들어온 나를 발견하고는 눈이 한번 흔들리고는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드러났다. 아마 자신의 생도가 다쳤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에 저러는 것일 거다.


“네. 일단 정상이라고 하시긴 했지만, 너무 무리는 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나는 보건실에서 들었던 여인의 말을 그대로 그에게 해주었고, 그 말을 들은 이동운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온 뒤, 내 어깨에 그 큰 손을 올렸다.


“미안하고 고맙구나. 살아줘서.”


그 장소에 자신이 없었기에 내가 다친 것에 대한 사죄. 그리고 무사히 살아 있는 나를 향한 안도.


그의 말에는 다양한 말이 담겨있었으며, 나는 그에게 답을 해주었다.


“감사합니다. 교관님. 교관님 말씀 덕분에 힘이 나네요.”


내가 해줄 거라고는 그가 한 말에 대한 공감이다.


“네가 쓰러져 있는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일단 자리에 앉아서라도 얘기하자.”


이동운은 방안으로 초대를 하듯이 의자로 안내해 주었다.


의자에 앉은 나를 향해 이동운은 4일간의 일들을 차근차근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처음으로는 내가 쓰러져 보건실에 간 것을 시작해 김한결의 처분과 함께 사건을 묻기로 한 것까지.


물론 그 밖에도 다양한 얘기를 했지만 이미 도강원에게 들은 바가 있기에 대부분이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네가 원한다면 그 사건에 대한 처분을 너에게 맡길 수도 있다.”


그는 나를 향해 진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내 뒤를 봐줄테니, 네가 원하는대로 해도 된다는 듯한 말을 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미 내 답은 정해져 있었다.


“사건은 이대로 묻기로 하죠. 일단 제 몸이 무사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다행이니깐요.”


괜히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은 없기에 이대로 만족한다.


“그래도 그 일에 대해서 학원장님과 대화를 하고 싶은데 교관님이 도와주실 수 있나요?”


하지만 받을 건 받아야 하지 않겠나.


“그거라면 나에게 맡기렴.”


씨익하고 미소를 짓는 든든한 이동운의 모습에 그가 믿음직스러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이젠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아 있었다.


“저 그리고 한 가지 더 부탁이 있는데 괜찮을까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말이다.”


이동운은 자신의 힘이 닿는 한까지 도와줄 수 있다는 말을 했으며, 나는 그의 모습에 충분하다는 표정이 절로 지어졌다.


그의 든든한 모습에 나는 내일 있을 사건을 위해 그에게 거짓말을 시작했다.


“교관님 내일 혹시 시간 있으신가요?”


*****


“그럼 가보겠습니다.”


“너무 무리는 하지 말고 그대로 기숙사로 가렴.”


“네. 교관님.”


이동운의 마중을 받은 나는 다른 곳으로 향할 생각도 없기에 그대로 기숙사에 가서 쉴 생각이지만 그전에 한군데 살펴볼 곳이 있었다.


“이걸로 이동운은 넘어왔고, 도강원은 내일 내가 데리고 있으면 되니깐 남은 건 박하윤 인가? 아니구나, 이지아도 있구나.”


이동운은 내 말을 듣고 내일 균열이 벌어지는 장소로 향할 것이고, 도강원은 내가 데리고 있으면 됐기에 남은 것은 박하윤 뿐이란 생각을 했지만, 그녀의 곁에는 언제나 이지아가 함께 하는 것이 문득 떠올랐다.


“이지아는 어떻게 해야하지?”


생각해보면 그녀는 박하윤과 언제나 같이 있었지만 나는 그런 그녀를 소설에서 읽어본 적이 없었다.


이처럼 박하윤과 관계가 있다면 한 문장이라도 그녀에 대한 설명이 있었을 테지만 내 기억상으로 이지아에 대한 정보는 읽어 본 적이 없었다.


어쩌면 내가 그녀에 대한 글을 읽었으면서 떠올리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진짜로 그녀가 소설 속에서 등장한 적이 없었던지···


둘 다 가능성이 있다 보니 어느 한 가지의 가설을 정할 수 없었기에 두 가지 모두를 의심하기로 했다.


“분명 균열이 나타나는 건 기숙사 뒤편에 있는 호수였던가?”


균열은 생도들이 머무는 기숙사 뒤편에 위치한 호숫가에서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그 호숫가에는 박하윤이 있을 것이다. 그녀가 왜 그곳에 있는지는 몰라도 그 균열로 인해 그녀는 죽게 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정보다.


그러기에 내일 그녀가 몬스터에게 습격받을 호숫가에 미리 가보려고 한다.


-솨아아


4월의 차가운 바람과 함께 호수의 물들이 철렁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여기서 내일 균열이 나타난다라···.”


호수의 주위에는 산책 코스 마냥, 평평한 땅 위에 표지판들이 세워져 있었지만 나는 그런 것보다 호수에 비치는 아름다운 빛들만이 눈에 들어왔다.


“거울 호수라··· 아름답네···.”


확실히 이름값이라도 하는지 호수에 비치는 달빛과 별들은 상상을 초월한 듯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그렇지?”


-?!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기에 놀라 그대로 몸이 경직되었지만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여성의 목소리라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 해 보았다.


“박하윤. 여기 있었구나.”


“벌써 일어난거야?”


나를 바라보는 그녀는 언제나처럼, 개구쟁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몇 시간 전에 일어났어.”


“그래서 눈뜨고 누구한테 먼저 간 거야? 지아지?”


그녀는 언제나처럼 장난스러운 말투로 나를 대했다.


“아니. 맨 처음으로 본건 도강원이었고, 그다음으로 교관님을 뵙고 온 거야. 그리고 지금 너를 보는 거고.”


“쓰러진 너를 지아가 얼마나 간호해 줬는데. 지아를 두고 바람을 펴?”


“애초에 나는 걔랑 사귀지도 않는데 바람은.”


평소와 같아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한편으로 다행이기도 하고 지겹지 않나 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나저나 움직여도 괜찮은 거야?”


“빨리도 물어본다. 이젠 멀쩡하긴 하지만 무리는 하지 말라 그랬어.”


“다행이네.”


그런 그녀는 다행이라는 말을 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진심이 담겨져 있는 것이 장난을 치던 아까와는 달리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넌 여기에 언제부터 있던거야?”


진지함은 그녀와 어울리지 않기에 빠르게 대화의 주제를 바꿔버렸다.


“으음··· 1시간 전?”


1시간 전이면 내가 이동운과 얘기를 시작했을 때이다. 1시간이란 시간 동안 그녀가 여기에서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자 그녀가 말하길.


“저걸 봤어.”


그녀는 손가락을 들어 올리고는 그대로 호수를 가리키기 시작했다. 나는 박하윤이 가리키는 손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이곳에 와 처음 본 그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있잖아. 여긴 나한테 특별한 곳이다?”


호수를 바라보던 중 갑작스레 이야기를 시작하는 박하윤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호수를 보는 일렁이는 눈을.


‘특별한 곳?’


소설에서도 설명된 적 없는 이야기다. 왠지 지금 이 이야기가 중요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나는 그녀가 하는 말을 얌전히 듣기로 했다.


“여긴 이 학교에 먼저 입학했던 언니가 알려준 곳이야.”


박하윤은 자신에게 언니가 있었으며, 그 언니가 이곳 가온 아카데미에 다녔었다는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것 역시 들어 본 적이 없는 얘기였다.


소설에서 그녀의 역할은 그저 사건의 희생자로 나오는 엑스트라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이런 얘기를 가지고 있더 라도 내가 모르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할 수 있었다.


“언니가 주말마다 집에 올 때면 언제나 이 호수의 아름다움을 자랑했어.”


그녀의 말대로 호수에 비친 달과 별들은 상당히 아름다웠으며, 호수에 비치는 달과 별들은 반짝거리는 것이 마치 살아 있는 거와 같은 생동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도 이젠 과거야.”


말을 하면 할수록 박하윤의 인상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젠··· 더 이상 언니는···.”


말을 차마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박하윤의 눈가에 눈물이 차오르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말을 잇지 못하는 그녀의 말을 내 나름대로 해석을 하자면 아마도 그녀의 언니는 더 이상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지 않나···.


“너··· 도, 민우 너도 아무··· 말없이 떠나는 줄 알고··· 흑.”


그녀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눈가에 드리웠던 눈물은 그녀의 따사한 볼을 지나 하염없이 바닥으로 뚝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그녀가 눈물을 흘릴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으며, 심지어 내가 위험했을 뻔한 이유로 인해 이렇게까지 변하게 된 것을 생각하면 나는 어쩌면 박하윤의 겉모습만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해맑게 웃고 지내는 그녀. 그리고 내 앞에 있는 그녀는 전혀 상반된 이미지였다. 마치 동전의 앞 뒷면과도 같이.


앞면이 평소의 해맑은 그녀라면 뒷면은 지금 내 눈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그녀이지 않을까.


그녀는 내일이면 죽는다. 그녀의 언니가 좋아하는 이 장소에서.


하지만 나는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가 죽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위해 열심히 움직인 것이 아닌가.


‘아직 애다.’


17살밖에 안 된 어린애 말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박하윤이나 도강원, 온서희 그리고 이지아도 아직 성인 채 되지 않는 나이에 불과하다.


기분이 착잡해지기 시작했다. 글로써만 읽었지, 소설에 나온 그들의 기분을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 뿐만이 아닌 다른 독자들도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저들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언제 목숨이 위험해질지 모르는 세상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 들 중 한 명이 된 나였기에.


어깨가 무거워진다. 팔다리에 모래주머니를 단것만 같이.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그녀의 반응을 봐서 그럴까. 어쩌면 미래를 바꾼다는 것을 너무 가볍게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해내야겠지···’


하지만 나는 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다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그렇다면 하나의 미래라도 바꿔봐야 하지 않나.


나는 박하윤에게 다가갔다. 하염없이 눈물을 떨어트리는 그녀를 향해.


속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가볍게 안아주었다. 사람을 위로하는 건 글로만 읽어보았지 실제로 해 본 적 따위는 없다.


그렇기에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그녀에게 해줄 뿐이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떠나거나 하지 않을 거야.”


품 안에 있는 박하윤의 몸이 떨리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물론이고 이지아도 갑자기 떠나거나 하지 않을 거야.”


그녀에게 있어 이지아는 웬만한 친구보다 더욱 친밀한 관계임을 옆에서 지켜본 나는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지아의 이름을 꺼내어 그녀를 진정시키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품에 안은 지 1분이 지나가려 하자.


-툭!


“나, 나 이제 갈게!”


박하윤은 나를 살짝 밀치고는 그대로 고개를 푹 숙인 채 기숙사가 있는 방향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자 그저 한숨만이 나올 뿐이었다.


“역시 나는 이런 거, 하고는 안 맞나보네.”


다른 누군가를 위로해준 적이 없다 보니 방금같이 박하윤이 나를 뿌리쳤다는 생각에 자조적인 웃음이 흘러나왔다.


*****


한편 강민우를 뿌리치고 그대로 기숙사의 방까지 순식간에 달려온 박하윤은 그대로 침대를 향해 다이빙을 해버렸다.


“으아아아아!!!”


침대 이불에 얼굴을 박은 뒤 크게 소리를 지르고는 방금 호수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떠나거나 하지 않을 거야.’


강민우가 자신을 품에 안은 체한 위로의 말을.


‘나는 물론이고 이지아도 갑자기 떠나거나 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또다시 들려왔던 안위의 말을.


“내가 미쳤지, 미쳤어!”


그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박하윤은 여지껏 자신의 언니에 관한 얘기를 다른 누군가에게 한 적이 없었다. 그것은 자신과 붙어 다니듯이 생활하는 이지아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것이 방금 깨져버렸다.


그녀는 입학을 한 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밤 그 호숫가로 향했었다. 그곳엔 죽은 언니의 온기가 남아 있는 듯했기에.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사람. 매일매일 기억나는 사람.


그녀의 언니는 언제나 웃음을 달고 살았었다. 웃는 게 고운 사람. 그것이 박하윤의 언니인 박하영이었다.


처음 가온 아카데미에 입학한 이유는 그저 언니의 발자취를 따라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언니가 자랑하던 아카데미가. 그녀가 즐겁게 생활했던 아카데미를.


그리고 처음 배정받은 반에 들어와 수업을 기다리던 순간 그녀는 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사람을 발견했다. 그것이 바로 이지아였다.


이지아는 죽은 그녀의 언니인 박하영과 굉장히 닮았다. 마치 죽은 언니가 다시 살아 돌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지아와 박하영의 외모는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다가간 것이다. 자신의 언니와 닮은 그녀라면 비어버린 자신의 마음이 채워지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런 예상은 정확했다.


이지아는 그녀의 언니인 박하영과 외모만 비슷한 것이 아니라 성격마저 유사했다.


다른 누군가를 포근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는 여자. 그녀를 안고 있으면 언제나 자신을 안아주던 언니가 떠올랐다.


행복했다. 언니와 다시 만난 것만 같았기에,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언니가 아니었다. 박하영은 이미 죽었다. 그녀가 돌아오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언니와 닮은 이지아가 행복해졌으면 했다. 자신의 언니가 행복하지 못한 만큼.


‘나도 알아··· 하지만.’


안다. 이건 쓰레기 같은 짓이란 것을 말이다. 하지만 자신이 쓰레기가 돼서라도 그녀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기꺼이 쓰레기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그녀는 강민우와 같이 있으면 행복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둘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날 밤 기숙사로 돌아가던 그녀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적어도 너보다는 많이 안다. 걔는 남들 몰래 매일 같이 피땀 흘리며 훈련을 하고, 보통 여자애들이 좋아하는 달달 한 것중에 생크림 딸기 케익을 가장 좋아하고, 성격은 까칠하면서 귀여운 것은 얼마나 밝히는지···.’


그날 밤 호숫가에서 기숙사로 향하던 도중 들은 강민우의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강민우 역시 이지아에게 마음이 있는 것이란 생각을 했지만, 그의 마음에는 이지아가 아닌 다른 여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밤 알아본 것이다.


하지만 온서희와의 대화에서 알게 된 것은 강민우 혼자 일방적으로 온서희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일이 있고 호숫가에서 바람을 쐬기 위해 갔지만··· 그곳에 그가 찾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뒤는 호숫가여서 그런지 아니면 다쳤던 강민우의 모습과 언니의 기억이 겹쳐져서 감정이 샘솟더니 결국 눈물을 흘려버린 것이었다.


“하으으으···.”


부끄럽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에게 찾아가 그때의 기억을 다 잊어버리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한편으로는··· 좋았다.


그녀를 위로해주는 그의 품은 따뜻했으며, 다정하게 그녀에게 속삭인 말에 박하윤의 심장은 빠르게 뛰는 것만 같았다.


침대에서 몸을 돌리고 천장을 바라본 박하윤은 붉어진 얼굴을 띤 채 나지막하게 말을 내뱉었다.


“나 왜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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