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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멈무 님의 서재입니다.

공작가 빙의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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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친놈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1
최근연재일 :
2022.05.28 18:15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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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63
글자수 :
13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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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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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3화. 돈. (3)

DUMMY

23화. 돈. (3)



당황한 듯 굳어있는 아말 자작의 모습에 가렌은 조소를 지었다.


대리 영주.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은 하나 같이 뱀 같은 자들이었다.


그런 사람만 오를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세상인데 이곳도 똑같았다.


위에 잘 보여야 얻을 수 있는 자리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아래를 쥐어짰겠는가.


딱 아말 자작의 모습만 봐도 그 사실을 말 수 있었다.


휘황찬란하게 꾸며진 옷은 그가 얼마나 물욕이 가득한지 알게 해주었고. 턱에 가득 쌓인 지방은 식량이 부족한 이곳에서 얼마나 잘 먹고 사는지 알게 해주었다.


가렌은 당장에라도 죗값을 치르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참아야 해.’


미래에는 죗값을 치르게 하더라도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당장 이 자를 죽이면 근처 대리 영주들은 도주를 선택할 것이다.


욕심이 많은 만큼 겁도 많은 자들이니 뻔했다.


가렌은 한동안 고민에 잠겨 있었었다.


이제는 주인공이 사라진 세계. 그리고 그 힘을 이어받은 자신.


‘내가 아니면 결국, 파멸로 나아갈 세상인가.’


그냥, 적당히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나쁘지 않게 살고 싶다는 생각만 하던 가렌이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책임의 무게는 적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짓눌리고 있다는 표현이 적당했으리라.


그때. 그를 응원해준 존재들이 있었다.


아무리 친해도. 부모라도 하지 못할 걱정을 공유하고 응원하는 존재.


사방신이었다.


직접적인 조언보다는 감정을 보내왔다.


‘어쩌면, 홀로 나아가던 남궁진은 이들이 있어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혼자여도 흔들리지 않던 그의 모습은 혼자가 아니어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존재가 이제는 가렌에게 이어졌다.

누군가 자신을 무조건 믿는다는 것은 굉장한 위로와 응원이 되었다.


그 응원에 힘입어 가렌은 남궁진의 뒤를 잇기로 했다.


‘할 수 있다.’


가렌은 우선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정하기로 했다. 그 고민의 결과는 하나였다.


‘별에 미친 새끼들을 막는다.’


그들을 막으려면 남궁진처럼 모습을 드러내면 안 됐다.

그렇다고 혼자 무언가를 해내기도 쉽지 않았다.


가렌에게는 그에게 있던 압도적인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세력을 만들어야 해.’


이게 고민의 결과였다.


그리고 그 시작은 검은 숲에서 나아가기로 했다.


“아말 자작. 왜 이곳에 왔지?”


잘 대답해라. 안 그러면···.


가렌은 눈빛에 감정을 담았다. 그 사실은 아말 자작도 느낄 수 있었다.


뱀처럼 교활하기에 얻을 수 있었던 대리 영주다. 이런 눈빛조차 못 읽었다면 진즉 빼앗겼을 것이다.


“사과하러 왔습니다. 원하시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이야기해 주십시오.”


정석적인 아랫사람의 태도였다. 먼저 무언가를 제시하는 우를 범하지도 않았다.


아말 자작은 나름 선방했다는 생각을 하며 더욱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가렌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되려 아말 자작이 아닌 뒤에 서 있던 크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가져오라고 했던 건?”


크론이 곧장 품에서 통을 꺼냈다. 그리고는 뚜껑을 열어 안에 보관되어 있던 종이를 내밀었다.


“마탑의 특급 계약서로 계약과 동시에 두 사람의 합의 없이는 파기할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아말 자작은 지금 상황을 대충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기사들과 함께 들어오는 건데.’


앞으로의 일이 그려졌지만 빠져나갈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마탑에서 나온 계약서라 다행이군.’


마탑에서 나오는 만큼 불공정 계약은 어려울 것이다.


아말 자작이 얼마나 손해를 볼지 계산하는 사이. 가렌이 테이블로 다가가 펜을 들었다.


“우리 생각을 해보자고. 내가 누구지?”

“가렌님 이십니다.”

“뒤에 성은 왜 빼는 거지?”

“가렌 라르카스 님이십니다.”


대답하던 아말 자작은 불현듯 걱정이 들었다.


‘가문을 기준으로 한다면···?’


아말 자작은 마탑의 계약서라 다행이라 생각했었다.


파훼가 어려운 만큼 불공정 계약이 불가능해서였는데, 막상 라르카르 가문을 걸고 시작하자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맞아. 이제 본론으로 돌아오지.”


가렌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계약서를 들고 아말 자작에게 다가갔다.


“라르카스 공작령의 영지 사람들의 재산을 강제로 빼앗고 노동력 또한 강제로 착취했으니 사형이네?”


움찔.


아말 자작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사형이요···?”

“아니라고 생각해?”


가렌이 싸늘하게 웃었다. 사실 라르카스 가문에 알려지면 단순 사형이 아닌 친척들까지 싹 사형당할 일이었다.


지금까지는 적절한 뇌물과 라인을 타며 살아온 것이었다.


그런 그가 가렌 라르카스에게 일이 걸린 것이다.


이대로 공작가에 연락이 간다면?


꿀꺽.


“사태의 심각성은 충분히 깨달은 모양이지?”


아말 자작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모르겠는가. 멸족할지 모르는 상황인데.


“물론, 그냥 사형을 집행하는 것도 좋겠지만, 난 그럴 생각이 없어.”


가렌의 말에 아말 자작의 눈에는 희망이 싹텄다.


‘맞아, 그냥 죽일 거라면 굳이 계약서를 가져오라고 할 이유가 없지.’


미약하지만 희망을 찾는 그 모습에 가렌은 진절머리가 났다.


‘죽고 싶은 인간은 없겠지.’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걸 이렇게나 잘 아는 사람이 영지 사람들을 죽게 내버려 둬?


가렌은 화를 꾹꾹 눌러 참았다.


“계약서를 작성하지. 난 네 목숨을 걸지. 대가로 무엇을 걸 것이냐?”


가렌의 말에 아말 자작은 미친 듯이 머리를 굴렸다.


여기서 잘못 대답한다면 거래는 끝이 날 것이다. 최대한 손해를 안 보고 거래를 하고 싶은데, 문제는 거래 대상이 자신의 목숨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좋단 말인가.’


서둘러 머리를 굴리던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일단, 이 상황을 빠져나가자. 그리고 돈은 또 모으면 되니까.’


“전 재산을 드리겠습니다.”


아말 자작은 나름 크게 질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렌의 생각은 달랐다.


그건 당연한 거지. 애초에 네 것이 아니었는데.


“또?”

“예?”

“아말 자작. 잘 들어봐. 도둑이 가져간 걸 돌려놓는다고 끝이던가?”

“부당합니다.”

“뭐가 부당하지? 네게 맡긴 영지에서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어. 그동안 뭘 했지?”


눌러 놨던 화가 가슴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왔다.


천천히. 더욱 가까이 다가간 가렌의 눈이 빛났다. 터지려는 그의 분노를 사방신들이 달래는 중이었다.


그런데도 눈빛은 흉흉했다.


놀란 아말 자작이 고개를 숙였다.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떠는 그에게 가렌은 더는 대화할 의미를 느끼지 못했다.


“넌. 전 재산을 몰수당할 거야. 그리고 살고 싶다면 영지가 잘 발전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고. 세금은 규정에 맞게 걷어야 할 거야. 마지막으로 내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해.”


천천히 테이블로 돌아온 가렌이 계약서에 그 내용을 적었다.


상대의 동의가 없다면 적어봤자 소용이 없었다.

단순 동의가 아니다. 서로의 계약서인 만큼 합당한 대가가 오가야 했다.


아말 자작은 이 계약서를 받아들일 것이다.

죽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또 다른 방법을 찾으려 들겠지.


물론, 그렇게 둘 생각은 없었다.


‘정보 단체가 시급하겠네.’


가렌은 검은 숲을 본거지로 근처 영지들을 손 아래 놓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제국 내 활동하는 별미새를 방해할 것이다.


‘이제 시작인가.’


아말 자작은 가렌의 예상대로 계약서에 동의했다.


계약서의 힘이 발동되자 종이는 점점 투명해지더니 두 사람의 영혼으로 흡수됐다.


이제 계약을 어기는 순간 아말 자작의 목숨은 사라질 것이다.


만약, 단순 협박으로 목숨을 거래하려 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돈은···.”


머뭇거리는 아말 자작의 모습에 가렌이 고개를 저었다.


“재정 관련은 내가 아니라 크론과 이야기하고. 근처 영지 4곳에 초대장을 돌려서 파티를 열어. 1달 후로.”

“파티 말씀입니까?”

“그래. 정리를 좀 해야겠어. 나에 관한 모든 것은 비밀로 하고.”


이미 모든 걸 포기해서일까? 아말 자작은 별다른 반항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가렌은 피식 웃었다.


역시 박쥐 같은 자다. 어차피 누군가는 앉혀야 할 자리.

이렇게 새장에 가두듯 벌을 받을 자리라면 차라리 저런 자를 앉히는 게 맞지 않을까?



***


최대한 빠르게 재산을 정리하라는 명령을 받은 아말 자작이 영주 성으로 돌아갔다.


“생각보다 많은 부를 쌓았더군요.”

“그래?”


오르우드에서 안스 자작의 돈을 정리한 경험이 있는 크론이다.

그런 그가 이런 말을 하는 것으로 봐서는 안스 자작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거 같았다.


“안스 자작의 재산보다 2배 이상 많을 듯합니다. 그나저나 영지로 돌아가실 겁니까?”


크론의 질문에 가렌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곳이면··· 조심하셔야 합니다.”


크론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었다.


계약서에 묶인 아말 자작이라면 허튼짓을 못 해도 그의 아들이나 측근이라면 또 몰랐다.

고작 셋이서 돌아다니기에는 이곳은 위험했다.


“크론, 하운즈를 너무 못 믿는 거 아니야?”


마침 문을 열고 들어오던 하운즈가 무슨 의미냐는 듯 궁금해했다.


“아닙니다. 스승님을 못 믿다니요. 혹시, 위험할지 모르니까···.”


크론은 똑똑했다. 분명 똑똑한데, 약간 맹한 구석이 있었다.


“그러니까, 하운즈가 있는데 왜 위험하냐고. 그게 못 믿는 거 아니야? 그치?”


가렌의 시선이 하운즈에게로 향했다.


“맞습니다.”


하운즈의 목소리가 무겁다. 그 사실을 깨달은 크론이 얼른 일어났다.


“에헤이. 도련님이 장난치는 겁니다. 스승님. 제가 얼마나 스승님을 믿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대화 나누고 계시면 제가 가서 마실 것 좀 가져오겠습니다.”


급격하게 말수가 늘어난 크론이 후다닥 밖으로 나가버렸다.


“크론은 네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모르는 모양이네.”


가렌의 말에 하운즈가 고개를 숙였다.


“도련님 덕분입니다.”


애이. 그건 아니지. 원래 강해질 사람에게 나쁘지 않은 능력을 좀 준거뿐인데.


“현이는 잘 크고 있어?”

“물론입니다. 이제 어느 정도 마음이 맞아가서인지 컨트롤이 어렵지 않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하운즈가 힘을 살짝 끌어올렸다.

그의 머리가 갈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하는데 걸린 시간은 찰나였다.


그만큼 빠르게 힘을 끌어올렸다는 뜻이었다.


“좋네. 그 정도면.”


마나를 보고 손쉽게 다루는 능력 때문인지 가렌에게는 손발 다루듯 쉬웠던 일이다.


하지만, 하운즈가 익히는 모습을 보니 이건 나름의 재능인 것 같았다.


‘나쁘지 않나.’


“찌이익!”


둘만 대화를 나누니 제리가 심심한 듯 관심을 요구했다.


“제리도 이 힘을 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단지, 아직 각성을 끝마치지 않은 상태이기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지 몰랐다.


“나중에 제리도 줄게.”


가렌은 생각을 이야기하며 제리의 배를 긁었다.


“찌, 찌이이이익!!!”


한참 동안 제리의 배를 간지럽히던 가렌은 크론이 가져온 음료를 들고 숙소를 나섰다.


가렌이 향한 곳은 마로프 영지의 한 건물 앞이었다.


건물 입구에 쓰여있는 크림슨이라는 이름을 보고 가렌은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찾았다.’


좀 자세하게 써 놓으면 어디 덧나나?


파멸의 별은 위치에 관해 자세한 설명이 되어있질 않았다.


책을 읽을 때야 별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처럼 현실이 되고 보니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찾았으니 다행이다.


“여기입니까?”


한참을 함께 헤맨 크론이 의아한 듯 물었다.


딱히 가렌이 들를 만한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맞아.”

“이곳은 왜···?”

“얻을 게 있거든.”


가렌은 대답을 끝으로 건물로 향했다. 그리고 그 뒤를 크론과 하운즈가 조심스럽게 따랐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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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돈. (2) 22.05.27 114 5 14쪽
21 21화. 돈. 22.05.26 138 6 13쪽
20 20화. 주변 정리. (3) 22.05.25 142 7 12쪽
19 19화. 주변 정리. (2) 22.05.24 157 8 13쪽
18 18화. 주변 정리. 22.05.23 200 8 13쪽
17 17화. 진짜 주인공. (4) +2 22.05.22 223 11 14쪽
16 16화. 진짜 주인공. (3) +2 22.05.22 242 12 12쪽
15 15화. 진짜 주인공. (2) 22.05.21 261 11 12쪽
14 14화. 진짜 주인공. 22.05.20 301 10 12쪽
13 13화. 변화. (4) +2 22.05.19 291 12 13쪽
12 12화. 변화. (3) +2 22.05.18 318 12 13쪽
11 11화. 변화. (2) 22.05.17 342 17 13쪽
10 10화. 변화. 22.05.16 362 18 13쪽
9 9화. 인과응보. (3) 22.05.15 370 19 13쪽
8 8화. 인과응보. (2) 22.05.14 374 18 13쪽
7 7화. 인과응보. 22.05.13 397 21 12쪽
6 6화. 인정. (3) 22.05.12 414 21 13쪽
5 5화. 인정. (2) 22.05.11 441 22 14쪽
4 4화. 인정. 22.05.11 496 22 12쪽
3 3화. 공작가의 저능아. (3) 22.05.11 535 24 12쪽
2 2화. 공작가의 저능아. (2) 22.05.11 581 25 14쪽
1 1화. 공작가의 저능아. 22.05.11 701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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