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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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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알신더
그림/삽화
경배
작품등록일 :
2019.07.16 21:08
최근연재일 :
2021.05.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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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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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43화

DUMMY

호연문열과 범현룡이 상문을 쓰러트리기 위한 노력을 거듭했다. 그러는 동안 산문 아래에서도 금분세수 이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그 시대를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덕분에 이틀이라는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갔고, 마침내 그날이 당도했다.


농부들은 논밭의 흙을 고르며 본격적인 농사 준비를 시작했고, 상인들은 따뜻해지는 날씨에 바쁘게 움직였다.


청명(淸明)이라는 이름답게 화창한 날씨가 소실봉에 가득했지만 소림의 분위기는 작년과는 다르게 제법 무거웠다.


금분세수(金盆洗手).


현사가 무림에서 은퇴하는 날임과 동시에 십만대산에서 온 손영공이 생사를 걸고 현사에게 도전하는 날이기에 모두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 모여주신 무림 동도 여러분께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저는 미흡하지만 소림의 방장을 맡은 공법입니다. 사적으로는 제 사백님이시자 무림팔주의 일인이신 권성 현사의 금분세수를 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금분세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일 수 있는 법당이 아니라 대연무장에서 진행했다.


오늘 금분세수를 하지만 아직은 무인이기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일생일대의 행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찾아온 이들이 많았기에 장소를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공증인으로 와주신 귀빈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귀빈석은 그리 화려하지도 않은 데다가 텅 비어있었지만, 공법의 소개에 따라 한 명씩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들이 등장할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지만, 공법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름순으로 소개한다고 사전에 전달하지 않았다면 큰 싸움이 날 뻔했지.’


다행히도 그런 것에 민감한 남궁대정의 이름이 가장 먼저 호명되었고, 명망이 가장 높은 유정 진인 역시 흔쾌히 그 요청을 받아들였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일점홍이십니다.”


다른 다섯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장강어옹까지 등장했음에도 일점홍이 나타나지 않자 잠시 어리둥절하던 이들은 가장 신비한 무림팔주가 마지막에 등장하자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일점홍은 마지막에 등장하고 싶었기에 고집을 피웠고, 급히 장강어옹을 설득해야 했었다. 하지만 별 탈 없이 소개를 마쳤기에 공법은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기에 공법은 다시금 긴장의 끈을 부여잡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오늘 금분세수를 거행하실 권성 현사 사백님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말이 끝났음에도 현사는 등장하지 않았다.


‘무슨 꿍꿍이속이신 거지.’


공법이 내심 짜증을 내고, 좌중에서 소란이 일기 시작할 무렵 하늘에서 검은 그림자가 솟구쳤다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하하하. 반갑습니다. 제 새로운 출발을 축복해주시기 위해 여기까지 와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억지로라도 입지 않았던 노란색 장삼과 붉은 가사를 두른 것뿐만이 아니라 목에는 염주를, 손에는 목탁을 들고 화려하게 무공을 뽐내며 내려왔다.


마지막까지 변함없는 모습에 무림팔주는 물론이거니와 공법까지 어안이 벙벙했지만 금세 안색을 회복하고 속으로 이를 갈았다.


‘어휴. 긴장감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으시네. 금분세수 연후에 얼마나 사고를 치실지 감도 잡히지 않는군.’


공법이 한숨을 쉬는 동안에도 일부러 자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착지한 현사는 환호에 화답하며 천천히 자리로 돌아왔다.


나름대로 고승의 흉내를 내며 자리에 앉은 모습에 몇 번인지 모를 한숨을 속으로 내쉰 공법이었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어나갔다.


“나무아미타불. 지금, 이 순간을 기점으로 하여 금분세수를 진행하겠습니다. 본격적인 행사를 진행하기 전에 이의가 있으신 분은 지금 나서주십시오.”


그 말이 끝나자마자 혹시 모를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주변에서 경계하던 소림의 제자들은 물론이거니와 공법까지 서 있던 자리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금분세수의 불문율에 따라 원(怨)을 갚는 데 방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임과 동시에 현사가 마음껏 날뛸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모두 알고 있기에 좌중 역시 뒤로 천천히 물러났고, 일단의 무리만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선두에 서 있던 노인은 모두 물러났음을 확인하려는 것처럼 천천히 좌우를 돌아보더니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천천히 포권했다.


“본인은 백련지파의 전대교주이자 천응손가의 전대가주인 손영공이올시다. 난세(亂世)였기에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만 아버님의 원수가 무탈하게 금분세수를 하는 모습을 가슴이 이해할 수 없기에 이 자리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소문이 중원을 휩쓸었기에 모두 알고 있었지만 직접 그의 모습을 보게 되자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세대마다 반응이 극렬하게 갈렸다.


백련지파의 난에 휩쓸렸던 이들은 눈살을 찌푸리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바닥에 침을 뱉는 이도 있었고, 은은하게 적의를 드러내는 이도 있었다.


그보다 어린 이들은 적대감 자체는 덜했지만 말하는 모습에서 어딘지 모르게 거부감을 받았다.


하지만 뒤이은 말에 젊은 무인들은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원을 풀기 위해 이 자리에 나섰지만 크게 보자면 시대를 마무리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아버지의 잘못과 당신의 활약으로 연 시대이니 아들인 본인과 당신의 손으로 마무리 짓는 편이 보기에도 좋지 않겠습니까.”


고도로 정치적인 술수였지만 담담한 목소리에 담겨있는 힘과 뜨거움만큼은 바보라도 알 수 있을 만큼 강렬했다.


별생각 없던 현사 역시 시대의 마무리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


물론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 것은 아니었다. 반쯤 은퇴한 것이나 다름없는 유정 진인과 장강어옹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남궁세가를 천하제일로 만들 남궁대정이나 여전히 현역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청안혈도나 해광삼절은 자신이 장강의 뒷물에 휩쓸린다는 것처럼 단정 짓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나설 자리가 아니기에 꾹 참을 뿐이었다.


“하하하. 시대의 막이라니 좋군.”


지금까지는 나름대로 기쁨을 억제하던 현사였지만 더할 나위 없이 멋진 무대가 만들어지자 결국 크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고야 말았다.


소림의 고승이 왈패처럼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얌전히 식이 진행된다면 충분했기에 나서지 않았다.


“그럼 제가 선수를 취하겠습니다.”


명성이나 실력 등 종합적으로 보더라도 손영공이 현사의 밑이었다. 그렇기에 검을 뽑아 기수식을 취했고, 현사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들고 있던 목탁과 염주를 내려놓고선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합!”


힘찬 기합과 함께 화살처럼 몸이 쏘아지며 앞으로 나간 손영공의 검은 매서웠다.


자신의 목숨으로 한 시대의 막을 내려 백련지파가 다시금 날아오를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현사에게 도전했다. 그런 정치적인 이유로 아버지의 원수라는 말을 담담하게 했지만, 그 감정만큼은 진심인지 검기에 살기가 깃들었다.


정확하게 미간을 노리는 찌르기가 계속해서 이어지다가도 갑작스럽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검이 어지럽게 움직이더니 순식간에 초식이 변했다.


‘백련지파를 이끌면서도 수련을 꾸준히 이어온 모양이로군. 날카로우면서도 검 끝이 살아있어.’


일류라고 할지언정 움직이는 상대의 미간을 정확히 노리는 것은 힘들었다. 하물며 가볍게 움직이고 있지만, 상대가 무림팔주 중 가장 강하다는 현사였기에 일류는커녕 어지간한 절정고수라도 노리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손영공은 쓸데없는 허례허식을 모두 걷어낸 채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서둘러 공격을 이어나갔다.


‘이번에는 팔이라니 궁리를 많이 했군.’


현사가 본 것과 마찬가지로 손영공의 검은 손목을 향하고 있었다.


맞추기 쉬운 어깨부터 노리는 것이 아니라 양지와 곡지 그리고 척택을 노렸다.


팔을 당한다면 모든 무인이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권사인 현사에게 세 혈도는 특히나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주먹을 쓰는 만큼 공격이나 방어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기에 현사는 피하는 대신 그대로 받아치며 공격을 무위로 돌렸다.


“아직 멀었습니다!”


지금까지 내공을 한 것 끌어올리고 오감을 총동원해 현사를 압박했지만 모두 무산되었다. 그러나 겨우 이 정도로 포기할 생각이었다면 애초부터 십만대산에서 나서지 않았을 것이기에 손영공은 다시금 이를 악물고 몸을 움직였다.


‘아마도 삼 초를 양보해줄 테니 이번이 마지막이겠군. 여기서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모조리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마음을 굳게 먹은 것과는 다르게 경쾌하던 움직임이 갑작스럽게 둔중해졌다.


이렇게 움직임이 급변하는 경우는 드물었기에 현사 역시 마음을 다잡고 천천히 기를 끌어올렸지만 손영공은 인내심을 시험하려는 것처럼 더욱더 느리게 움직이며 천천히 초식을 쏟아냈다.


쾅쾅쾅!


지금까지 검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경쾌한 찌르기가 주를 이뤘다면 지금 쏟아지는 공격은 대도(大刀)라고 느껴질 만큼 묵직한 베기가 주를 이뤘다.


정직하게 같은 곳을 내려치는 공격이었지만 처음을 제외한다면 둔중하지 않고 빠르게 쏟아졌으며, 그 위력 역시 처음 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격렬했다.


하지만 현사의 굳건한 방어를 뚫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손영공의 노림수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자세를 낮추더니 텅 비어버린 다리를 노리고 단숨에 초식을 쏟아냈다.


“과연!”


지금까지 한 초식에 세 번의 공격을 반복하던 것 또한 현사의 방심을 유도한 것이었다. 게다가 미끼를 던져두고 다른 곳을 노리는 초식은 많았기에 손영공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는 만큼 현사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지만 감탄했다고 공격을 고스란히 맞아줄 생각은 없기에 현사는 무릎을 세워 아래를 쓸어내는 검을 그대로 걷어냈다.


그러자 손영공은 여기까지가 초식이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뒤로 물러나 고개를 숙였고, 현사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본격적으로 자세를 잡았다.


그 뒤로는 현사의 공격이 이어졌고, 손영공 역시 모든 것을 쥐어 짜내며 방어하고 회피했으며 반격했다.


‘나도 저런 싸움을 하고 싶다.’


손영공의 모습은 너무나도 처절하면서도 너무나도 장절했기에 군중 속에서 두 사람의 비무를 지켜보던 범현룡은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범현룡뿐만이 아니라 백련지파에 적대적인 감정을 지녔던 이들마저도 주먹을 불끈 쥐고 뜨거워진 피를 가라앉히기 위해 마음을 다스려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화경의 고수와 초절정에 가까운 절정고수의 차이는 장절함만으로는 메워질 수 없었고, 지근거리에서 쏟아낸 백보신권이 손영공의 흉부를 강타하자 두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쿨럭!”


모든 것을 짜내서 현사에게 덤볐던 만큼 내상 역시 입은 것인지 손영공은 죽은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나무아미타불.”


현사가 답지 않게 반장과 함께 불호를 외자 손영공은 쓰게 웃었다.


“하하···. 쿨럭! 하하하. 큭···. 적어도 상처 하나쯤은 남길 수 있을 줄 알았건만 무리였군요.”


웃다가 내상이 도진 것인지 다시금 피를 토해낸 손영공은 검을 지팡이 삼아 반쯤 무너진 몸을 일으켰다.


“자네의 검은 지금까지 겪었던 어떤 검보다 날카롭고 무거웠네.”


평소였다면 저런 말과 함께 비웃음을 가득 담았을 현사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진중했다.


검의 기교나 기의 강함이라면 초절정에도 미치지 못하건만 검에 담긴 마음은 날카로웠고 무거웠기에 진심을 담았다.


제게 닿기 위해 노력하고 수련했던 세월이 그의 검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현사의 말에 담긴 진심을 알았는지 손영공은 천천히 두 손을 올려 포권했다.


“감사합니다. 저는 스님께 닿지 못했습니다. 원을 풀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쿨럭···. 하지만 시대의 막은 확실하게··· 확실하게 내렸습니다. 마지막까지 남아 축하해드리지 못하는 점을 용서해주십시오.”


몸을 지탱하던 검을 밀어내 두 발로 간신히 서서 말하다가도 기침이 나오자 몸을 휘청거렸다. 하지만 손영공은 겨우 말을 마칠 수 있었고, 말이 끝나자마자 몸을 돌리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그와 함께 온 수행원들이 서둘러 손영공을 부축해 하산했고, 텅 빈 자리에는 현사의 불호만이 감돌았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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