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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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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알신더
그림/삽화
경배
작품등록일 :
2019.07.16 21:08
최근연재일 :
2021.05.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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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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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30화

DUMMY

내공을 담긴 했지만, 상문 나름대로 전음의 방식을 사용해 남궁세가의 위에 목소리를 터트렸기에 귀가 아프거나 내공의 위압감에 짓눌리는 사람은 없었다.


커다란 소리는 그것만으로도 이목을 끌었기에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자존심이 높기로 유명한 남궁세가에서 소란을 피운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눈살을 찌푸리거나 심지어 경계하는 눈빛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상문은 적의와 경계가 섞인 눈총을 받았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지 차분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상문이 쭉 뻗은 길을 따라 걷다가 정문과 비슷한 문을 만나 잠시 고민하는 동안 문 건너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 상문을 맞이해줬던 내당주의 목소리였기에 상문은 굳게 닫힌 문을 여는 대신 잠시 기다렸다.


그러자 평소에 쓰지 않던 문인지 묵직한 걸쇠를 푸는 소리가 들렸고, 듣기 좋지 않은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기다려달라고 말씀드렸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십니까. 게다가 큰 소리를 내시다니요.”


내당주의 말투는 여전히 공손했지만, 은근히 상문을 질책했다. 내공을 담아 남궁세가 전역에 소리친 행위는 무례라도 몰아세워도 할 말이 없을 만큼 과격했다.


더군다나 다른 곳도 아닌 남궁세가에서 이런 짓을 벌일 사람은 온 무림을 뒤져봐도 현사 단 한 명뿐이리라 생각했지만 방금 그런 무식한 짓을 벌이는 사람이 새로이 탄생했다.


“나무아미타불. 창천검협 선배님께 초대장을 전하러 왔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태상가주님께서는 외출 중이십니다. 금방 돌아오실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상문이 했던 말을 반복하자 내당주 역시 했던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기다릴 만큼 기다린 상문은 그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기에 차분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가주님께 안내해주시지요.”


용원표국과 역수채에서도 직접 전달하지 못했기에 차선책을 택한 상문이었지만 내당주는 상문을 호락호락 들일 생각이 없는지 묵묵부답이었다.


상문을 쉽게 들이지 않겠다는 생각은 내당주의 생각이 아니었다.


내당주는 지금처럼 상문을 몰아붙인 다음 남궁대정이 그런 상문을 준엄하게 꾸짖고 확실히 우위를 점하고 나서야 초대장을 받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남궁대정은 상문에게 직접 초대장을 받을 생각이 없었기에 내당주의 의견을 기각했다.


현사와 자신의 강기를 품 안으로 끌어당겨 풀어헤친 기괴한 광경을 직접 목도했기에 직접 얼굴을 맞대는 것이 껄끄러웠다. 게다가 명성이 높고 강하긴 하지만 기껏해야 삼대제자에게 초대장을 받는다는 사실이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청명을 넘겨 초대장을 받자는 말을 꺼냈고, 남궁대정은 그편이 좋다며 냉큼 허락했다.


썩 좋은 계책은 아니지만, 왕이 원한다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책사의 의무였다.


하지만 나름대로 상식적이라는 상문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올 줄은 몰랐기에 내당주는 골머리를 썩였다.


‘이대로 나아간다면 곧장 가주전이다. 이틀 후면 모를까 지금 가주님을 뵙게 만들 수는 없어. 시간을 끌어야 한다.’


천시(天時)는 양측 모두에게 불리했다. 그렇기에 내당주는 지리(地利)와 인화(人和)의 유리함을 빌어 상문을 상대하고자 했다.


“여기는 다른 곳도 아니라 남궁세가입니다. 아무리 무공이 강하시다고 한들 이렇게 무례하실 수 없습니다. 정파의 무인이라면 사마외도를 처단할지언정 그들처럼 악독한 수를 써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스님께서는 어찌 이리 무례하십니까!”


지리와 인화를 끌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내당주는 너무나도 쉽게 무인들의 공분을 끌어낼 수 있었다.


내당주는 남궁세가라는 말에 힘을 줬다.


상문의 압도적인 위용에 물러선 이들이었지만 이들 역시 남궁세가의 무인들이기에 긴말이 필요 없었다.


그저 이곳이 남궁세가라는 것을 되새기게 만드는 정도로 충분했다.


자신의 집 혹은 가족의 집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굳어버린 몸을 일깨울 수 있었다.


내당주는 다음으로 정파라는 말과 무례라는 말에 힘을 줬다.


비록 자신은 음지의 길을 걷고 있지만 남궁세가의 무인들은 정도를 걸었다. 의(義)를 지키고 협(俠)을 숭상하는 그들에게 외도를 걸으며 무례를 범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인화까지 끌어내자 남궁새가의 무인들에게 공통적인 의식이 자리 잡았다.


‘비록 이 한 몸이 스러진다고 할지언정 남궁세가의 기개와 의협이 살아있음을 보여주겠다. 한 발도 물러날 수 없다.’


서로 말하거나 눈빛을 주고받지 않더라도 남궁세가의 무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겼기에 검병에 손을 얹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천천히 움직이며 상문을 포위했지만, 상문은 가만히 고민했다.


‘말씀을 잘하시는군. 내가 말로 저분들을 설득할 수는 없겠지만 시도는 해봐야지.’


내당주라는 직위는 소림으로 따지자면 백의전주나 다름없었기에 그리 만만한 사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짧은 말로 무인들의 기세를 북돋운 것으로 미뤄보아 인망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공륜 역시 무공을 깊이 익히지 않았건만 공법만큼이나 존경을 받았기에 상문은 더욱더 그를 높이 평가했다.


그런 사람의 앞에서 무력을 앞세우는 것만큼 부끄러운 행동이 없다고 여겼기에 상문은 반장과 함께 불호를 외며 입을 열었다.


“나무아미타불. 제가 큰 소리를 낸 것은 사죄드립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면 제가 언제 내당주님을 뵐 수 있었겠습니까.”


말솜씨가 없는지 간결하게 말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상문의 모습에 내당주는 내심 눈살을 찌푸렸다.


“가주님께서도 일이 바쁘셨습니다. 하지만 내일이면 뵐 수 있었겠죠.”


겨우 하루를 참지 못해 이 난리를 피웠냐고 말하듯 은근히 질책했지만, 상문은 도리어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하루 일찍 뵌다고 해도 큰 변화는 없겠군요.”


너무나도 당당한 태도로 너무나도 단순하게 말하자 순간 내당주는 멍해진 눈으로 상문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문은 그런 내당주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초대장을 전할 뿐입니다.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일도 아니니 지금 뵙고 떠나는 편이 좋겠습니다.”


상문은 긴장감이 팽팽해진 주변을 둘러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약간의 농담이 담겨있는 것 같았지만 내당주는 그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갖은 계책을 짜내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내당주와는 다르게 상문은 공천과 법호에게 배운 대로 정도라고 믿으면 의심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기에 자칫 잘못하면 소림과 남궁세가의 자존심 싸움으로 비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상문은 너무나도 당당하게 행동했다.


마치 제 주머니에서 떨어트린 돈을 다시 줍는 것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러웠기에 내당주는 그대로 상문을 통과시킬 뻔했다.


‘아니지. 이대로 보낼 수는 없어.’


겨우 정신을 차린 내당주는 고개를 크게 저으며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상문을 보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아무리 소림이라도, 아무리 고수라고 할지언정 남궁세가를 무시하실 수 없습니다. 내일까지 기다려주십시오.”


다른 이들 역시 상문의 당당함에 경계의 기색이 옅어졌지만 내당주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그와 동시에 무공을 제대로 익히지 않은 내당주가 화경의 고수일 지도 모르는 상문을 당당하게 막아서는 모습을 본 무인들은 내심 그를 다시 평가했다.


남궁세가의 기질과 다르게 음습하고 음험한 계책만 내는 데다가 깐깐하고 입만 살아있다는 것이 내당주의 평가였다. 하지만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남궁세가의 사람이라고 말해도 충분했다.


그런 내당주마저 앞서서 상문을 막아서는데 자신들이 질 수 없다고 여긴 무인들이 검병을 쥔 손에 힘을 불어넣었다.


“어쩔 수 없군요.”


그 말과 함께 상문은 기지개를 켜듯 몸을 쭉 펴더니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고서는 아무런 일도 없다는 것처럼 반장했다.


“저는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여러분께서는 그런 저를 막으시면 됩니다.”


내당주는 지금 이 상황을 너무나도 잘 표현하는 말이었기에 굳이 입 밖으로 꺼낼 필요도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무인들은 다르게 받아들였다.


상문의 말은 내당주의 평가대로 간단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만큼은 간단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투지를 불태웠다.


무림은 무인이 사는 세계였다. 그리고 무인은 무(武)로 모든 것을 증명하는 족속이기에 말을 길게 하는 대신 직접 자신을 막으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한 명이 검갑에서 검을 꺼내 들자 다른 이들 역시 검을 꺼내 들어 본격적으로 상문을 포위했다.


“잠깐! 그만두십시오!”


승산 없는 싸움을 두고 볼 수 없기에 내당주는 그들을 막으려 했지만, 아직 포위망에 참여하지 않은 무인이 내당주의 어깨를 잡으며 만류했다.


“내당주님께서 남궁세가를 지키려는 마음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저희도 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믿어주십시오.”


경멸하거나 무시하는 눈빛이 아니라 동료를 바라보는 눈으로 올곧게 이야기를 하자 내당주는 움직이지 못했다.


무인들이 상문의 간단한 말을 알아들은 모습에 놀라서 움직이지 못하기도 했지만 가주 말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인정해주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남궁세가의 검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내당주님의 의지를 대변한다. 소연검진 위치로!”


“위치로!”


그러자 상문이 다시금 반장을 하며 고개를 숙였고, 상문의 고개가 올라오자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패련이 그랬던 것처럼 우선 기세를 끌어올려 상문을 압박한 다음 천천히 몰아붙이며 압박을 이어가다가 기세에 밀려 실기가 생긴다면 그대로 짓눌러버리는 것이 남궁세가의 진법이었다.


그렇지만 상문은 미동도 없었다.


압박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주변을 둘러보더니 포위망이 촘촘하게 완성되고 나서야, 한 발자국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나무아미타불.”


그 순간 상문을 압도하기 위해 끌어낸 기세가 반전된 것처럼 어마어마한 위압감이 남궁세가의 무인들을 덮쳤다.


“크윽!”


복건성 무인들의 입을 다물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상문의 몸에서 압도적인 기세가 쏟아졌다. 순식간에 입도 뻥끗하지 못하고 압도당했던 그들과는 다르게 남궁세가의 무인들은 버텨냈다.


하지만 상문은 차분하게 주위를 둘러보더니 앞으로 걷기 시작했고 무인들은 이를 악물더니 계속해서 포위망을 좁혀나가기 시작했다.


상문이 뿜어낸 기세에 짓눌렸음에도 남궁세가의 진법은 용케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좁혀지던 포위망은 어느덧 검격이 닿을 만큼 상문과 가까워졌다.


“출(出)!”


커다란 목소리와 함께 삼면(三面)에서 검격이 쏟아졌다.


정확하게 머리와 팔, 다리를 노리면서도 한 사람이 공격하는 것처럼 동시에 쏟아지는 공격은 까다로웠다.


하지만 상문은 공격을 어렵지 않게 막아낼 수 있었고, 공격한 이들 역시 먹히지 않을 것을 예측했기에 곧장 뒤로 물러났다.


공격을 한 번 하고 물러나는 이들과 연달아 공격하다가 뒤로 물러나는 이들의 모습은 수백 번 수련한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모든 인원이 한 몸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끊임없이 공격을 이어가는 도중에도 상문의 발걸음을 늦출 수 없었다.


결국 상문은 단 한 번의 머뭇거림도 없이 대로를 따라서 움직일 수 있었고, 웅장함이 돋보이는 가주전 앞에 도착해서야 발걸음을 멈췄다.


기세 좋게 발걸음을 옮긴 상문이었지만 막상 가주전 앞에 도착하자 잠시 고민했다. 조금 전처럼 크게 소리 지르는 것은 실례인 데다가 이제 와서 다시 발걸음을 돌려 내당주에게 초대장을 전하기에도 늦었다.


‘이럴 때일수록 평범하게 행동하는 것이 제일이겠지.’


상문은 가볍게 심호흡을 하더니 옷매무시를 다듬었고, 품 안에서 초대장을 꺼내 흐트러진 곳이 없는지 다시금 확인하고 나서야 반장과 함께 허리를 숙였다.


“나무아미타불. 소림의 삼대제자 상문이 금분세수의 초대장을 전하러 왔습니다. 바쁘시겠지만 잠시만 시간을 내어주십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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