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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역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알신더
그림/삽화
경배
작품등록일 :
2019.07.16 21:08
최근연재일 :
2021.05.21 20:00
연재수 :
2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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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61,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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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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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글자
13쪽

235화

DUMMY

목이수는 내일 아침 일찍 지원금을 전달할 수 있도록 사비를 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일혜당의 계획을 망치지 않기 위해 너무 화려하거나 은밀하지 않도록 적당한 마차를 수배하라는 명령을 내리고선 연무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기(動機)라는 것이 이렇게나 중요할 줄은 몰랐네요. 그렇게 귀찮아하던 무공 수련을 나서서 할 줄이야.’


지금까지는 등쌀에 이기지 못해 억지로 했었다면 지금은 자신이 원해서 무공수련을 이어가고 있었다.


억지로 수련한 것만으로도 칠영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재능이 본격적인 수련으로 인해 끝을 모르고 꽃피웠다.


나무 한 그루만 있던 삭막한 황야에 꽃과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발전하고 성장했지만 목이수는 멈추지 않았다.


운기조식으로 기를 받아들인 목이수는 단전에 쌓은 기운을 운기행공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경팔맥을 거쳐 운기행공을 시작하더니 십이주천, 즉 열두 번의 주천을 거쳐 소주천을 마치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많이 강해지기는 했지만 겨우 이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지. 스님과의 격차를 메우려면 아직도 부족해.’


소주천에 걸리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고, 기해(氣海)를 가득 채운 내공 역시 몸과 마음을 충만하게 만들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닥치는 대로 무공서적을 탐독하고 하나로 합치며 필요 없는 것마저도 연구를 거듭해서 왜 필요 없는지 알아냈다.


자신의 몸에 맞는 무공이 아닌 상문을 제압할 수 있는 무공을 수렴하고 익히며 그에 따라 자신의 몸을 개조했지만, 상문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졌다.


‘차분하게. 침착하게. 스님을 부수기 위해서는 내 마음마저도 가라앉혀야 한다. 즐거움은 스님을 부수고 나서도 늦지 않아.’


상문을 자주 본 것은 아니지만 세작 덕분에 상문이 어떻게 싸우는지 알 수 있었다.


정면으로 맞붙는다면 승산이 전혀 없기에 거리를 벌리고 검을 휘둘러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기에 보법과 신법, 외공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련을 녹여내며 하루가 스물네 시진이라도 부족할 정도로 노력했다.


하지만 뛰어난 재능과 노력만으로 극복하기에는 격차가 너무나도 많이 벌어졌다.


절정의 경지에 올라 임독양맥을뚫었지만 화경 혹은 그 경지에 한 발자국만을 남겨둔 상문과 정면에서 맞붙기에는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래도 언제나 길은 있지.’


목이수가 도달한 결론은 걸작을 만드는 것이었다.


복건성에서 주운 복수심만 가득한 쓰레기가 아니라 더 훌륭한 소재로 지금까지의 연구를 모두 집대성할 수 있어야 상문과 맞붙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최고의 소재를 찾았고, 연구를 집대성할 수 있는 틀 역시 찾을 수 있었다.


‘혈정과 현자의 돌.’


혈교의 비전인 혈정과 몇 대에 걸쳐 내려오며 축적된 현자의 돌을 결합할 수만 있다면 삼류무사를 절정의 경지로 이끈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물론 실패한다면 엄청난 돈을 들여 만든 현자의 돌과 언제 다시 구할 수 있을지 짐작할 수도 없는 혈정이 증발하는 것이기에 심혈을 기울여야만 했다.


혈정을 연구해 현자의 돌을 만들어낸 만큼 둘의 성질은 비슷했기에 섞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둘을 구성하는 성분이나 효능은 판이하였기에 쉽게 시도할 수 없었다.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청람여명회에서 연구한 결과 혈정은 인간의 피를 기본으로 삼아서 유기물들을 혼합해 만들었다.


게다가 혈정은 단전을 잠식해 내공을 혈기로 바꾸며 피를 갈망하는 광인으로 만들었다. 이것이 혈정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침식하고 먹어 치우는 것이 혈정의 효능이었다.


현자의 돌은 목이수가 건넨 혈정을 연구해서 완성한 것인 만큼 인간의 피로 중심을 잡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만년한철(萬年寒鐵)이나 현철(玄鐵), 진은(眞銀), 청금오사(淸金烏沙) 등 무게의 열 배나 되는 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든 희귀한 금속 등 무기물을 혼합해 만들었다.


그리고 효능은 더욱더 판이했다. 먹어 치우는 혈정과는 다르게 현자의 돌은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뱉어내고 변화시켰다. 물론 그 변화를 통제할 수는 없었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던 이전까지와는 다르게 성공에 한발 다가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숙주를 먹어 치우는 혈정과 숙주를 변하게 만드는 현자의 돌을 하나로 섞는 일은 힘들었지만, 다행히도 몇 달간의 연구 끝에 며칠 전에 최대한 안전하게 두 가지를 섞을 방안을 찾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 강해진다면 다른 한쪽을 전부 삼키고 소재가 폭주할 위험이 있기에 미량을 떼어내 비율을 맞춰야만 했다.


결국 두 가지만 섞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이 만든 내단이나 환약을 중화제로 삼아 두 가지를 조화시키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렇게 해도 불안정하지만, 갑자기 벽을 넘으려면 이 정도는 필요하지.’


인형설삼이나 만년화리의 내단처럼 희귀한 영약을 사용해 충돌하는 두 소재의 반발을 억누르고 장점만 취할 수 있겠지만 아무리 청람여명회의 회주라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시간이 부족해.”


그렇게 중얼거린 목이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더니 집무실이 아닌 다른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곧장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수련하느라 더러워진 몸을 닦아내고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입에 천을 두르고 나서야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그가 들어선 곳은 무가(武家)의 건물이 아니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할 만큼 기괴하고 진기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지만 여기 모인 이들은 매우 능숙하게 도구들을 다루고 있었다.


“회주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목이수가 자신의 자리로 가려는 찰나에 비슷한 복장을 한 이가 다가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목이수가 고개를 돌리자 연구원은 글자가 빽빽하게 쓰인 종이를 건넸다.


종이를 받아든 목이수는 그 자리에 서서 서찰을 읽더니 입을 가리고 있음에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가장 안쪽에 있는 제 자리로 발걸음을 옮기더니 나무로 된 망치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렸다.


소리가 그리 크진 않지만, 연구에 몰두하고 있던 이들의 이목을 잡아끌기에는 충분했다.


“이틀 뒤, 고대하던 작업에 들어가겠습니다. 내일도 연구하실 분들은 나오셔도 좋지만, 가급적이면 푹 쉬시고 건강에 유의하여 주십시오.”


자신이 맡은 분야를 모두 끝냈기에 개인적인 연구를 하던 이들에게서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환호를 보냈다.


“오늘은 객잔에서 연회를 즐기고, 내일 푹 쉬신 다음 이틀 뒤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목이수는 수석 연구원을 불러 돈을 건넸고, 빠져나가는 이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시작이다.’


텅 빈 연구실을 보며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힌 목이수는 깊은 생각에 빠진 것인지 초점이 흐려진 눈으로 한참이나 문을 바라보더니 건물 안이 어둠에 가라앉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틀 후.


목이수는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아침부터 연구실로 향했다.


다만 이틀 전과 다른 점이 있었다.


긴 머리를 위로 묶었던 이틀 전과는 다르게 머리카락 한 올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깨끗했다. 햇볕을 받지 않았기에 파르스름했지만 목이수는 개의치 않고 옷을 갈아입었다.


이틀 전과 마찬가지로 입을 가리는 것은 같았지만 평소에 입던 옷이 아니라 시체에 입히는 수의처럼 하얀색이었다.


사다리나 다름없을 정도로 가파른 계단을 타고 한참이나 내려가자 야명주로 불을 밝힌 동굴이 나타났다. 천장과 벽은 거칠지만, 바닥만큼은 맨발로 걸어도 될 만큼 매끄러웠고, 목이수는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동굴의 끝에는 보기만 해도 육중함이 느껴지는 철문이 있었다.


목이수가 신호에 맞춰 문을 두드리자 보이는 것처럼 육중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어두운 동굴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밝은 빛이 쏟아졌다.


그들은 목이수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목이수 역시 그들에게 묵례로 화답한 다음 가운데 비어있는 석판에 몸을 뉘었다.


목이수의 제안에 따라 팔다리에 두꺼운 쇠고랑을 채우고 나서야 수석연구원은 비장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모든 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금침을 들어 사혈에 가져다 대더니 신호에 맞춰 동시에 찌르는 것으로 대법을 시작했다.


그들의 움직임은 신속하면서도 정확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사혈에 금침을 꽂는 것을 시작으로 기해는 물론이거니와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될 혈도에 침을 놓았다.


물론 고통이 어마어마한 만큼 목이수의 몸이 꿈틀거릴 수밖에 없었다.


목이수의 몸이 떨리며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지만, 강철 같은 의지로 자신의 몸을 제어하려고 애쓰는 데다가 사혈과 기해를 제압당했기에 크게 날뛰지 못했다.


그 모습에 대법을 시행하던 이들의 손이 멈췄고 지휘하던 이의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여기서 조금이라도 지체한다면 대법이 실패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마음을 다잡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


우렁찬 목소리에 멈췄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선 기문혈을 열어 숨을 쉬게 해서 영약을 삼킬 수 있도록 만들었고, 가장 먼저 현자의 돌을 입안에 흘려 넣은 다음 내단과 환약을 차례대로 넣었다. 마지막으로 혈정을 먹이자마자 다시금 우렁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천령, 천극, 당문, 제문, 회음의 순서대로 뽑아낸다. 개시.”


그 말과 함께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움직임으로 금침을 제거했다. 뇌해혈에 박은 침이 아직 남아있지만, 대법의 실패를 대비한 최후의 보험이기에 그는 부디 금침을 깊게 박는 일이 없길 빌며 지시를 이어갔다.


“기해에 박힌 침을 뽑음과 동시에 기경팔맥으로 기운을 유도한다. 지독할 정도로 연습했으니 긴장하지 마라!”


땀을 줄줄 흘리는 이들을 독려한 그가 기해에 꽂혀있던 금침을 뽑아내자 목이수의 몸이 크게 펄떡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마저도 대비한 이들이었기에 순식간에 천령과 회음을 다시 막고선 폭주하는 기운을 목이수가 알려준 구결대로 인도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충맥!”


연습한 대로 하라는 것처럼 그 역시 연습때와 마찬가지로 차분하게 외쳤고, 대법을 이행하던 이들의 손이 다시금 움직였다.


바깥만큼이나 밝은 빛을 계속해서 받느라 그들의 눈이 피곤해졌지만, 손만큼은 계속해서 움직였다.


몇 시진이 지났는지 모를 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고, 몇 번의 위험한 고비를 넘기며 대법을 이어간 결과 마지막 한 걸음만 남아있었다.


절정고수에 오르며 뚫렸던 임독양맥을 억지로 막았기에 천령과 회음에 박힌 금침이 파르르 떨렸다.


이제 두 곳의 금침을 제거한다면 몸에 적응한 기운이 다시금 천령과 회음으로 휘몰아치며 처음 막혔던 길을 뚫을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금 벽을 넘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었다.


물론 이때는 최후의 보험이었던 뇌해혈의 금침마저도 제거해야 했지만 그는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았다.


“지금!”


목이수의 몸이 잠잠해진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와 함께 세 혈을 막고 있던 침이 동시에 빠졌고, 몸속에서 막대한 기운이 휘몰아치며 점점 목이수의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겉으로도 드러날 만큼 격렬한 기의 폭풍은 몇 번인지 알 수 없을 만큼 그의 몸을 휘감더니 이내 정수리에서 꽃을 피워냈다.


무슨 색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분명 붉은색의 꽃이 세 송이가 피었고, 그와 동시에 만개한 꽃잎이 스러짐과 동시에 기의 폭풍이 가라앉았다.


어느덧 머리까지 다시 길어진 목이수의 모습에 모두가 환희에 차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단 한 사람만큼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목이수의 눈이 천천히 떠졌고, 주변을 둘러보고 나서야 책임자가 입을 열었다.


“문은 항상 열려있다.”


“하지만 문으로 가는 길은 닫혀있다.”


수수께끼와 같은 문답이었지만 약어(約語)가 맞기에 책임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목이수와 책임자 두 사람을 제외한 이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감사합니다.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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