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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엔버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 재능 강탈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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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엔버
작품등록일 :
2023.09.14 18:34
최근연재일 :
2023.10.06 22:25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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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60
추천수 :
109
글자수 :
114,026

작성
23.09.1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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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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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0쪽

2화

DUMMY

2화.


적막이 감돌았다.

두 소년은 말없이 서로를 쳐다봤다.

본의 아니게 구경꾼이 된 인간들이 그 둘을 초조하게 쳐다봤다.


그 때.

빨간 머리가 먼저 바닥에 다가가 칼을 집어 들었다.


“뭐, 뭐하는 거야!?”

“······.”


빨간 머리가 다가가자. 소년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오지 마!”


소년의 당황한 음색이 짙게 묻어나온다.


복면인들에 의해 끌려나오긴 했지만 상대가 정말 자신을 죽이려 나올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다.


“오, 오지 말라고! 으, 으아아아···!”


빨간 머리가 단검을 붙들고 다가가자 공포를 이기지 못한 소년이 빨간 머리에게 달려들었다.


“윽!”


설마 칼을 쥔 자신에게 달려들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는지 빨간 머리는 소년과 함께 그대로 바닥을 굴렀다.


“내놔! 칼 내놔아아아!”


먼저 빨간 머리의 몸 위를 선점한 소년이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둘렀다.


“아악!”


빨간 머리는 본능적으로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죽어! 죽어어어!”


흥분한 소년은 단검은 까마득하게 잊은 채 눈앞에 소년을 때리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 때였다.

빨간 머리가 몸 아래에 깔려있던 단검을 꺼내들어 자신의 위에 올라탄 소년의 몸에 단검을 있는 힘껏 박아 넣었다.


“끄아아악!”


엄청난 고통에 소년이 비명을 질렀다. 빨간 머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소년을 밀어냈다.


“하아 하아···.”


빨간 머리가 연거푸 숨을 내쉬며 가까스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굴이 망신창이가 된 빨간 머리의 눈빛에는 살았다. 라고 쓰여 있었다.


“내, 내, 내 배가···!”


날붙이에 찔린 경험은 처음인지 소년은 단검을 빼어들 생각도 하지 못하고 피를 흘리며 땅바닥을 기었다.


빨간 머리는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복면인을 쳐다보았다.


소년은 이미 큰 부상을 입었다. 사실상 싸움에 복귀하기에는 힘든 상태다.


“아직 안 죽었다. 제대로 끝을 내라.”


그러나 복면인은 가차 없었다.

정말로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날 모양새였다.


빨간 머리는 망설임 끝에 소년에게 다가갔다.


소년은 이미 반 쯤 실성했는지 빨간 머리가 근처에 다가온 것도 모른 채 울부짖고 있었다.


“엄마··· 엄마아아···.”


빨간 머리는 말없이 소년의 몸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두 손으로 있는 힘껏 소년의 목을 졸랐다.


“···컥! 커억!”


소년은 살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끝내 목숨을 잃었다.


“잘했다. 넌 저기로 가라.”


빨간 머리를 출구로 내보낸 복면인은 죽은 소년의 몸에서 단검을 뽑아내고 시체를 오른편으로 던졌다.


“다음.”


또 다시 남자아이 둘이 호명되었다.


“방금 전에는 처음이라 봐줬지만. 이번부터는 룰이 추가된다. 모래시계의 알이 전부 떨어질 때까지 상대를 죽여라. 만일 알이 떨어져있는데도 결판이 나지 않으면 둘 다 죽는다.”



* * *



그는 생각했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곳은 그가 즐겨하던 게임. 로스트 사가 속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게 아니라면 아까 조장이라는 사람이 보인 신비한 몸놀림은 도무지 설명되지 않는다.


상황을 파악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듯 싶었다.


그도 그럴 게···.

그의 몸은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그야말로 풋내기라고 할 만한 애송이였기 때문이다.


하물며 눈앞의 복면인들은 성인 남성들도 우습게 베어 넘길 수 있는 강자들이다.


어설프게 달려들었다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유일한 어른이라 할 수 있는 남자가 칼을 꼬나 쥐고 복면인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으아아아! 죽어어어!!”


복면인은 가소롭다는 듯이 남성의 머리를 발로 찼다. 그대로 벽에 날아간 남성은 그대로 목이 꺾이며 절명했다.


“넌 부전승이다. 운이 좋군.”


살아남으려면 죽이는 수밖에 없다.

방금 전의 상황은 그 간단한 이치를 모두가 깨닫게 만들었다.


그 때문인지 4번째 결투부터는 피 튀기는 혈전이 벌어졌다. 단검으로 상대를 찌르는 건 예사요 물어뜯고 할퀴고···.


생존 앞에서 모두 인간으로서의 예의를 한 꺼풀 접어둔 모습이었다.


천만 다행스럽게도 그는 이곳에서 살아날 방법을 알고 있었다.


‘플레이어의 특전.’


이 세계가 정말로 로스트 사가 속이라면. 사전에 설정해둔 고유 재능과 10이라는 한계치까지 뚫어놓은 스탯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에게는 비장의 한 수가 있었다.


‘스킬창.’


[확인하지 않은 스킬이 2개 존재합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잔여 점수를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던 것은 모두 이것을 위해서였다.


‘잔여 점수가 천만 점을 넘으면 스킬 1개. 오천 만점을 넘으면 스킬 2개. 1억 점을 넘기면 스킬 3개.’


로스트 사가는 어설프게 스탯을 올리는 것 보다 초반부에 스킬을 얻는 게 몇 배는 살아남을 확률이 높았다.


물론 잔여 점수가 1억 점을 넘으면 스킬 보다는 고유 재능을 고르는 게 맞지만.


‘제발 전투계열 스킬 하나만 나와라.’


그는 조심스럽게 2개의 스킬을 확인했다.


- 정신 보호 A를 획득했습니다.

- 신성한 손 F를 획득했습니다.


결과는 꽝이었다.

얼굴이 급속도로 굳어지는 찰나.

복면인이 그를 호명했다.


“방금 얼굴 찌푸린 놈하고 거기 뚱뚱한 놈 나와라.”



* * *



‘젠장 하필이면···.’


눈앞에 보이는 상대의 체격이 상당했다.

과장하면 일견 2배는 되어보였다.


그는 자신의 허약한 몸뚱아리를 내려다보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반면 상대방은 그의 모습을 보고 실실 웃었다.


싸우면 보나마나 자신이 이길 것이라는 걸 아는 눈치였다.


‘이기려면 어떻게든 단검을 잡아야 한다!’


여태까지의 싸움 양상을 보면, 체격이 크고 작고를 떠나 단검을 잡은 쪽이 우세했다.


아무리 몸이 크더라도 피부가 강철이 아닌 이상 날붙이는 효과적인 대응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모래시계가 뒤집어지는 순간. 그와 뚱뚱한 소년이 동시에 단검 쪽으로 달려 들어갔다.


가장 먼저 그의 손이 단검에 닿았다.


‘잡았다!’


라고 생각한 순간. 주먹이 복부로 날아들어 왔다. 그 충격에 그는 그만 단검을 땅바닥에 놓치고 말았다.


“끝났군.”


그 상황을 지켜보던 복면인이 한마디 했다.


그는 가까스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이미 단검은 뚱뚱한 소년에게 들어간 뒤였다.


“넌 이제 나한테 죽은 목숨이야.”


그렇게 말하는 녀석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벌써부터 이겼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단검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모양새에 그는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고 뒤로 물러났다.


‘전면전은 무리야.’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은 만큼 몸은 빠르지만 조금만 스쳐도 이쪽은 치명상이다.


설령 행운이 따라줘 간신히 이기더라도 몸이 망신창이가 될 것은 자명했다.


생각은 짧았다. 그는 얼마 나아가지도 못하고 시체더미에 발이 묶였다.


“도망칠 곳은 이제 없어. 넌 날 이길 수 없고. 그러니까 어서 나한테 와!”


하지만 그의 시선은 상대가 아닌, 시체더미에 가 있었다.


‘이기려면 이 방법 밖에 없다!’


그는 시체더미로 올라가 시체들의 옷을 벗겼다. 대부분 단검에 난도질 되어 헝겊에 가까웠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그 중 온전한 것 하나를 양손에 꽉 쥔 뒤 팽팽하게 잡아들었다.


“날 그걸로 어떻게 해보려고?”

“시간 얼마 안 남았는데. 계속 지껄이게?”


어느새 모래시계는 1/4를 남겨놓은 상태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둘 다 죽는다!


그는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복면인에게 죽기 싫으면 이쪽으로 오라는 뜻이다.


“우와아아악!”


그 도발에 녀석이 거센 고함을 지르며 시체더미를 타고 올랐다.


“죽어! 죽어어! 빨리 이리 와서 죽으란 말이야!!!”


그는 맞서지 않고 재빠르게 헝겊을 펼쳐 놈의 시야를 가렸다.


놈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덕분에 그는 아주 쉽게 녀석의 발을 걸어 넘어뜨릴 수 있었다.


순간 손에 떨어져나간 단검.

이번에는 놓치지 않았다.


놈의 위로 올라탄 그는 단검으로 목과 배를 사정없이 찍었다.


“그륵! 그르륵!”


동맥을 잘랐는지 피 분수가 솟구치며 그의 몸을 붉게 적셨다.


갓 나온 피는 신선하고 따뜻했다.


- 높은 스트레스를 확인.

- 정신 보호 A가 발동합니다.


그 때 현실감 없게도 그의 귓가에 띠링. 하는 소리가 들렸다.


- 상대의 죽음을 확인. 고유 재능 ‘죽이면 내꺼’가 발동합니다.

- 근력 보정 F를 획득했습니다.

- 단검술 Lv 0을 습득했습니다.

- 단검술 숙련도가 58% 증가했습니다.



* * *



“좋다. 너도 저쪽으로 가라.”


복면인의 허락이 떨어지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출구로 향했다.


시야를 가리는 검은 천을 걷어내고, 창문하나 없는 통로를 따라 이동한 장소에는. 앞선 결투에서 승리를 쟁취한 이들이 모여 있었다.


살아남았음에도 그 분위기는 결코 밝지 않았는데. 그것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히익!”


온몸을 피로 칠한 그의 모습에 곳곳에서 헉하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이 달갑지 않은 반응은 그가 의도한 것이었다.


‘피를 안 닦길 잘했네.’


검과 마법이 존재하는 이 세계에서는 힘의 논리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


무엇이든지 될 수 있고.

무엇이든지 얻을 수 있다.


‘충분한 힘만 있다면.’


하지만 지금 그에게는 자신을 지킬 힘조차 부족했다. 아까 맞은 복부가 아직도 욱신거리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살아남으려면.

강자가 되어야만 한다.


그는 어설픈 속임수에 속지 않은 녀석들을 눈에 담아두며 복면인에게서 멀건 죽이 담긴 그릇을 넘겨받았다.


“넌 앞으로 17호다.”


17호.

이름조차 사치라는 듯 붙여진 단어.

이곳을 벗어나기 전까지 시도 때도 없이 불려 지게 될 그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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