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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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fficult, Dirty, Dangerous.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3D 직종이라도 우리보단 사정이 낫지 않나 싶다. 요즈음엔 Distant, 장거리 까지 붙는 추세지만 그래봤자 4D 아니냐. 우린 거기에 Deadly까지 얹힌 5D라고. 시발.
단언컨대 세상에 우리만큼 X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살인적인 근로강도에 갈려나가는 건 예사요, 나름 실력이 있더라도 운이 받쳐주질 않으면 그대로 나가리인걸. 설령 어찌어찌 버텨냈다 한들 후유증으로 한평생 골골대는 게 정해진 클리셰니.
월급이야 많이 주지만, 그래 봤자다. 늘어가는 약값에다 하루가 멀다 하고 걷어가는 부조금을 빼면 별로 남는 것도 없으니까. 그렇다고 허울 좋게 내세울 명예가 있는 것도 아니고. 느는 건 한숨밖에 없다.
하기야 사람들은 우리가 있는 줄도 모르는데 뭘 바라겠어. 굳이 좋은 점을 꼽자면 나랏님도 몰라서 세금도 안 뗀다는 것 정도겠지. 이렇게 말하니까 또 슬퍼지네. 디메리트가 너무 크잖아.
그럼에도 이 업계에서 발을 못 빼는 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사명감을 들먹이는 것보다 총알이 빠르다고, 안하면 죽이겠다는 데 별 수 있나.
그러게, 애초에 이게 말이 되냐고. 괴수가 존재한다는 게.
픽션에서나 볼법한 설정이지만 우습게도 그게 현실이다. 게다가 저 근본 없는 새끼들은 매우 흉포해서 말이 통하는 상대도 아니고. 그래서 놈들이 패악질 부리기 전에 족쳐야 하는데 여기엔 매우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
이 썩을 것들 중엔 현대 병기가 일체 통하지 않는 놈들이 있다는 거다! 나도 긴가민가해서 한 탄창 바닥나도록 갈겨봤는데, 죄다 튕겨나가더라. 세상에 시벌. 보통 이러면 각성자라 해서 없던 능력이 솟아나 괴수들을 잘만 무찌르던데. 역시 만화는 만화인가 보다.
그래도 용케 방법을 찾긴 했다. 그게 참 뭣 같아서 그렇지. 어떤 새끼가 고안했는지는 몰라도 아마 정상은 아닐 거다. 곱씹어 봐도 일반인 머릿속에서 나올만한 아이디어는 아니었으니까.
어찌됐건 공략법 덕분에 괴수는 순조롭게 퇴치중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우리가 숨어 살아야 하는 이유가 돼버렸다.
가끔은 무의미한 가정을 해본다. 이 비밀을, 대중이 알게 된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하는. 우릴 영웅으로 받들까, 아니면 괴물처럼 취급할까. 물론 전자겠지, 당장 자기들을 지켜주는 게 요원들이니.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그래봤자 먼 미래의 얘기였다. 형편 좋은 소리나 해댄 내가 바보지. 당장 오늘 살기도 벅찬데 내일은 어떠려나.
그보다 한강은 따듯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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