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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만렙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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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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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03.03 21:48
최근연재일 :
2021.06.12 23:00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74,704
추천수 :
1,082
글자수 :
353,293

작성
21.04.2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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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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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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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꼭두각시(1)

DUMMY

좋아, 박현성 녀석은 저항할 의지마저 잃었다.

이제 상하이에 나도 감당하지 못할 몬스터가 발생하기 전에 무슨 조처를 할 차례이다.

고통을 느끼며 비참히 죽어가야 할 박현성이 한순간에 죽어버리면 곤란하니까.


“박현성.”

“으, 으응!?”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박현성을 돌려보내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이곳에서 네가 보고 들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물론이지!”

“그리고, 만약 수작을 부린다면...”

“...”

“나는 인류의 적이 되겠다.”


그는 고개를 조심스럽게 끄덕였다.

인류의 적이 된다.

물론 하등 영양가 없는 거짓말이다.

그저 정의롭고 싶고, 사람 좋아하는 놈에게 있어서 최고의 협박이 될 것 같았기에 내뱉은 말이었다.

내 안식처가 만인에게 공개된다면 그것보다 불쾌한 일이 없을 테니까.


“좋아, 1층 입구로 돌려보내 주지. 변명거리는 알아서 잘 생각해 봐.”


***


녀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던전 입구의 거대한 문 너머로 이동했다.


‘순간이동...’


해당 스킬북 자체가 몇십, 몇백 억에 거래되는 초 희귀 스킬북이었다.

단거리만을 이동해도 아주 많은 마나가 소모되지만, 그 활용도는 다른 스킬과 비교가 불가하다.

그런데 이렇게 장거리를, 스킬이 사용된 것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발동할 수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

나는 녀석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만약 수작을 부린다면, 나는 인류의 적이 되겠다.


확실히 지금의 놈은 인류의 적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아니었으면 상하이를 지키라는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겠지.


‘그 녀석이 인류를 적으로 돌리면...’


오싹-


상상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적어도 수 만 명의 각성자가 희생되어야 그를 멈출 수 있지 않을까.


저벅 저벅


나는 계단을 오르며 변명거리를 생각해냈다.

그리고.


콰직-!


인간들을 위해, 카메라는 파손된 것으로 하겠다.

녀석에게 수작이라고 생각될 수 있으니까.


***


박현성을 밖으로 내보낸 이후, 나는 라운을 불렀다.


“지금부터 다시 상하이에 갈 거야. 나랑 같이 가서 마나 농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알려줘.”

“물론이죠!”


평소의 라운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나는 그런 라운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언제나 고마워.”


라운 또한 입꼬리를 슬며시 들어 올리며 답했따.


“천만에요.”


우리는 함께 상하이로 이동했다.

장소는 각성자 토너먼트 경기장 주위의 광장이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하거든, 실시간으로 마나의 농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야 했다.


“라운 지금은,”


고개를 돌린 순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라운이 보였다.


“으으음... 이상하네...”

“뭐가 이상한데?”

“잠시만요!”


라운은 다시 내 품을 파고들었다.

몸을 더듬는 그 손길이, 조금 전에 마나 농도를 측정했던 행위와 같았다.

그리고 그 상태로 고개를 스윽 들어 올리더니, 입술을 천천히 떨어뜨렸다.


“역시, 이 일대의 마나 농도가 옅어졌어요.”

“그 짧은 시간 동안??”

“네...”


당황스러웠다.

잠시 태평양 던전에 다녀오는 동안, 큰 이변이 생겼다.

그래, 이것 또한 박현성 때문이다.

녀석이 내 던전에 들어오지만 않았다면 이 상하이 문제는 아주 손쉽게 처리되었을 테다.


“라운, 그 마나의 흐름을 읽을 수 있겠어?”


그 마나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지금은 그것을 알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내 말에 라운은 스읍- 하-, 깊은 심호흡을 두 번 하고선 말했다.


“으으음, 딱히 어디론가 향하고 있지는 않은데요.”

“않은데?”

“그냥 가라앉고 있어요!”

“가라앉고 있다고?”

“네!”


라운은 칭찬을 해달라는 듯 힘차게 꼬리를 흔들어댔지만, 아직 정보가 부족했다.

그냥 가라앉고 있다니.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어느 한 지점으로 모이는 게 아니라, 마나들이 바닥에 가라앉는 거야? 눈처럼 쌓이면서?”


이에 라운이 답했다.


“아니요! 굳이 말하자면, 눈보다는 비 같아요! 땅 밑으로 조금씩 스며들고 있어요!”

“...!”


드디어 핵심 정보가 나왔다.

이럴때는 마나를 못 느끼는 것이 너무나도 불편했다.

직접 바로바로 알 수 없었으니까.


“즉, 마나가 모이는 곳은 땅속이라고...”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했다.


“라운, 확실한 거 맞아? 땅 속 마나도 한 번 확인해 줘!”

“네엡!”


라운은 웅크려 앉아 두 손을 땅에 짚고 마나를 느꼈다.


“앗! 맞아요! 옅어진 만큼의 마나가 이 속에서 느껴져요!”


역시나 예상이 맞았다.

공기중의 마나가 땅속으로 흡수되고 있다.


“마나 구슬을 상하이 전 지역에 깔아놓아야 하나...”


그때, 내 혼잣말에 누군가 답했다.


“아니, 왜 굳이 그래야 해?”


트로였다.


“그야, 이대로 내버려두면 사람들이...”

“잘 생각해봐.”


그녀는 후드의 주머니에 양손을 푹 찔러넣고, 내 얼굴을 위로 올려다보며 째려보았다.


“저기 모인 녀석들은 전부 싸움이라면 멋드러지게 할 수 있는 각성자들이야. 게다가 이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아티펙트 시장이라면서? 하다못해 레벨 50대 겨우겨우 찍은 녀석들이 힘을 합치고, 머리를 맞대서 여름이를 죽였어. 그런 녀석들이 과연 아무것도 못 하고 당하기만 할까?”


그녀의 말이 맞았다.

이곳에서 몇 걸음 걷다 보면 발에 치이는 것이 몬스터 사냥 전용 아티펙트들이었다.

적이 몬스터라는 전제하에, 상하이는 거대한 무기고 그 자체였다.

그 무기를 다룰 수 있는 사람도 절대로 적지 않았다.

오히려 한 명씩 하나의 무기를 쥐여준다면 무기가 부족할 지경이다.


“그리고! 왜 이런 곳에서 일어나는 몬스터 발생까지 일일이 다 네가 막으려고 하는 거야?”


트로가 오른손으로 내 가슴팍을 쿡쿡 찌르며 말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트로 너도! 얘가 시키는 일이면 무조건 좋다고 하지 말라 했지! 너도 생각이란 것 좀 하라고!”

“헤헤...”

“헤헤는 무슨!”


라운에게 버럭 화를 내는 트로를 향해 나도 나름의 소심한 반박을 해 본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규모가 너무 커. 이거 진짜로 잘못하면 인류가,”

“멸망 안 해! 그리고 설령 인간들이 이곳에 있는 것들로 아무리 애 써봐도 몬스터들을 막지 못한다면, 인류는 그만큼 나약한 거야. 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지렁이들!”

“...”


나도 지금의 인간들이 너무나 약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만약 인간들이 지금보다도 더 강해지려면 레벨을 높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이번과 같은 일들이 수없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그 정의로운 꼭두각시 녀석도 허무하게 죽기 싫다면 온 힘을 다해 싸우지 않겠어? 지켜보다가 정 안 되면 그때 가서 우리가 처리해도 돼.”

“하지만 우리랑 비슷한 녀석들이 나올 수도 있고, 약하지만 우리를 충분히 위협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몬스터들이 들이닥칠 수도 있어.”


그래, 이것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막상 인류를 위해 도움이 되겠다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주겠다고 큰소리는 뻥뻥 쳐놓고서 몬스터들 하나 제대로 막지 못할까 봐.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무슨 조치를 해야 했다.

내 말을 들은 트로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미간을 손으로 콩콩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그, 그거 어떻게 쓰더라...”

“...”


잠깐의 어색한 정적이 흐르고, 트로가 생각났다는 듯 눈을 번뜩였다.

동시에, 어떤 이미지가 내 머릿속에 흘러들어왔다.


라운이 체격에 맞지 않는 흰색의 펑퍼짐한 옷을 입고 있는 것이 가장 먼저 보였다.

그리고 그다음으로는 그 배경의 녀석들이었다.

지금 보기에는 넓지도, 좁지도 않은 그런 방의 여섯 면을 전부 새까맣게 뒤덮은 벌레 떼.

30층의 보스룸이었다.


지금 되돌아보니, 정말 치열하게 싸웠다.

아슬아슬하게 벌레들의 공격을 피하고, 스친 상처 따위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으며.

혹시라도 우리들 중 한명이 거미줄에 걸린다면 트로가 곧바로 처리해준다.

그렇게 몇 시간이나 싸웠는지. 지금 와서는 기억도 안 난다.

이어서 60층, 70층, 80층대의 전투가 비춰졌으며.

가장 골치아팠던 녀석들인 그림자처럼 생긴 주제에 그 형체는 있었던 흑기사들과의 전투가 비춰졌다.


그리고, 다시 눈앞이 밝아지며 트로의 얼굴이 보였다.


“우리가 언제, 단 한 순간이라도. 우리보다 약했던 녀석이랑 싸운 적 있어?”

“...없네.”


정말, 나도 한 고집 하지만. 이번에는 당해낼 수 없었다.

신의 기억을 이어받아 인류를 지키고 쓸모있는 존재가 되려는 인간의 고집.

그 인간의 고집은 그를 강박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어하는 소환수에 의해 꺾여버렸다.


내 입장에서 트로의 말을 듣는다면 단순히 고집처럼 느껴졌지만, 마냥 고집이라고 무시할 수 없었다.

이번 상하이에 관여하게 된다면, 나는 아마도 다른 곳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면 참지 못하고 달려갔을 것이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마나 농도가 짙어지고 있는 이 지구에서 내가 계속해서 봉사해 줄 수는 없는 법.

진정 인류를 위한 것이라면, 인간들 스스로 몬스터 발생 원인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가 관여를 하면 할수록, 연구 자료가 엉망진창이 되어버려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네가 걱정하는 상황이 일어난다면...”


지금까지 조잘조잘 잘도 떠들어대던 트로의 얼굴이 서서히 붉어졌다.


“그, 그때처럼 같이... 싸, 싸워 주겠다고...!”


잊고 있었는데, 은근 이 녀석도 귀여운 구석이 있었지.


“그래, 그때는 다시 같이 싸우자.”


스윽-


나는 트로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려놓기 위해 팔을 뻗었다.

그런데.


“...?”

“...?”


트로가 머리를 들이밀었다.

마치 라운처럼.


“이, 이건... 그러니까...!”

“그래, 라운한테 뭔가 옮았겠지.”


그러며 나는 트로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


들썩-


우리의 발밑에서 무언가 느껴졌지만.

이 뒤는 다른 이들에게 맡겨볼까 한다.


***


“박현성님, 정말... 기억나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까?”


국방부장관의 비서인가, 뭔가. 옆에 졸졸 따라다니던 청년이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어쩌면 당연했다.

장관의 명령으로 던전 내부를 조사해달라고 했는데, 정작 건진 것은 하나도 없고.

살아 돌아온 것은 나뿐이었으니.


“네... 정말입니다. 은신 사용도중 몬스터들에게 들켜 전투가 시작되었고... 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 분명 트러스터님이나 녀석들이 저를 지켜 준 것이겠죠.”

“그렇다고 해서, 눈을 떠보니 던전의 입구였다- 라는 건 애초에 말이...”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남을 깔보려는 듯한 의도는 담지 않았다.

진짜로 무심코 나와버린 헛웃음이었다.


“말이 안 된다고요...? 하하, 우리가 언제 말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었다고 그러십니까.”


그런 모습이 체념적으로 보이기라도 한 것일까.

남성은 미안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죄송했습니다...”


...


그리고 나는 뉴스를 보았다.

예전엔 이수혁이나 강은지가 세상 돌아가는 소식이나 좋은 정보들을 말해 주곤 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이미 말이 없으니, 이렇게라도 해야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태평양 던전 공략건에 관한 뉴스들만 쏟아져 나오더니, 하루가 지나자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영웅들이 죽었다는 소식이 이슈거리가 안 되어 묻힌 것이 아니다.

그들의 죽음보다도 더 거대한 세계적 관심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상하이의 땅을 뚫고 올라오는 몬스터들의 모습입니다. 당국은 몬스터의 개체 수를 최소 3,000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만 단위까지 올라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중국의 각성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만,...


하지만 난 별로 놀랍지 않았다.

다름이 아니라.


-내일까지 모든 전투 준비를 끝마쳐라.


뭐, 대충 이런 내용의 사념 전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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