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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만렙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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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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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03.03 21:48
최근연재일 :
2021.06.12 23:00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74,644
추천수 :
1,082
글자수 :
353,293

작성
21.05.06 22:30
조회
498
추천
6
글자
12쪽

뒤처리 (3)

DUMMY

“...마나를 흡수하는 건가.”


주군과 헤어진 이후, 경기장의 중앙에 있는 놈을 원거리에서 비늘을 날려 처리하려 했다.

그렇지만 녀석의 몸에 닿기 직전, 그 비늘들은 내 통제를 벗어나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런 일이 있을 줄이야.


“생긴 모습만 해괴망측한 게 아니군.”


놈은 지렁이였다.

그러나 그 크기가 기차 정도로 거대하다면 믿기겠는가?

그런 녀석이 지금 저기 저 앞에 있었다.

그저 크기만 거대한 것도 아니었다.

머리인가 꼬리인가, 양쪽의 말단 부위에는 뾰족한 이빨을 가진 입이 있었다.


“말라 죽으면 좋으련만.”


비 한 방울 오지 않는 썰렁한 봄날 밤.

놈은 오히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놈의 주위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저 기괴한 기상 현상은 틀림없이 녀석의 스킬이다.

마나를 흡수하는 주제에 자신은 스킬을 사용하다니.

정말 불공평한 싸움이었다.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으나, 이대로면 골치가 아픈 싸움만이 이어질 뿐이었다.

주군과 다른 이들에게 사념 전달을 사용했다.


-경기장 중앙에 있는 녀석, 마나를 흡수합니다. 이 골치 아픈 녀석부터 처리해야...


그렇지만 그 스킬은 각자에게 전해지지 못한 채, 무언가의 방해 때문에 공중으로 흩어졌다.


‘그런가... 이 녀석뿐만이 아닌 건가.’


공중에서 방해를 받은 걸 보면, 다른 몬스터들은 마나 흡수를 더욱 광범위하게 하는 듯했다.

그럼 싸울 수밖에 없다.


먼저 내가 가진 다른 공격 수단을 살펴본다.

흠.

딱히 없었다.

주군과 함께 태평양 던전을 클리어한 이후로는 딱히 스킬을 사용한 경험이 없을뿐더러, 하나만이라도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고자 비늘 공격만을 꾸준히 수련했다.

그런데 그게 지금 독이 될 줄이야.


쿵-!


녀석이 꼬리를... 아니, 머리인가?

어느 한 쪽의 입을 지면에 처박았다.

이미 놈의 주변의 땅은 진흙이 되어있었기에 큰 데미지는 없어 보였다.


어떤 공격이 날아오더라도 당장 피할 수 있게 자세를 잡았다.

어디서 날아올까.

지면?

공중?


사주경계를 하고 있을 때, 녀석이 움직였다.

한 쪽의 입은 지면에 처박은 채, 또 다른 한쪽 입을 내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나를 향한 그 입은 꼭 오므라져 있었는데.

참 기괴한 모습이었다.

생체 대포를 조준하는 것 같았다.


“...대포.”


그 생각이 들자마자, 놈의 몸뚱이가 한껏 부풀더니 입에서 눅진한 진흙 덩어리들이 내게 쇄도했다.


타닷!


발을 굴러 피함과 동시에 비늘들을 끌어모아 견고한 벽을 형성했다.

그러나.


치이이익-

화륵!


“...!”


녀석이 내뱉은 진흙은 단순한 진흙이 아니었다.

놈의 몸을 거친 진흙은 용암처럼 뜨거웠다.

저것이 그저 단순한 뜨거운 물이었다거나 염산 같은 부류였다면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그렇지만...


후두둑-


비늘을 모두 녹여내고 태운 진흙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온도는 낮아지지 않았으며, 뜨겁다고 해서 도자기처럼 굳는 것도 아니었다.

여전히 끈적끈적한 상태로 바닥에 남아있다.


후우웅!


녀석의 진흙은 끊임없이 내게 달려든다.


“시간이 없다...”


이대로 전투가 길어진다면 더 이상 내가 밟고 서 있을 땅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게다가.


치이익-


비늘에 붙은 것들을 아무리 떼어내고자 용을 써보아도 떨어지지 않는다.

즉, 저 진흙에 스치기라도 한다면 치명적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빛을 감지하는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방에서 뜨거운 열을 뿜어낸다면 놈을 감지할 수 없을지 모른다.


‘녀석에게 유효한 공격 방법을 떠올려야 한다.’


놈의 공격을 계속 회피하며 생각한다.

마나를 담은 비늘을 직접 날리는 것은 소용없었다.

비늘을 얼마나 빨리 날리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마나가 빼앗기는 순간, 모두 운동에너지를 잃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마나를 담지 않은 공격이라면...?”


애초에 마나가 담겨있지 않으니, 마나가 빼앗겨 운동 에너지를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바로 실행으로 옮긴다.

텔레포트를 사용해 녀석의 앞에 이동한다.

그리고 비늘을 고속으로 쏘아 보낸다.


푸욱!

-----!


녀석이 괴로운 듯 온몸을 꿈틀거렸다.

사방으로 몸을 흔드는 놈의 입에서, 놈의 몸에 있던 진흙들과 같은 토사물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나는 다시 텔레포트를 사용해 거리를 벌렸다.

역시 텔레포트를 연속으로 사용하는 것은 마나에 꽤나 무리가 간다.


녀석은 괴로운듯 온몸을 떨었지만, 치명상은 아니었다.

거대한 몸에 자그마한 흠집 하나 낸 것뿐.

앞으로 천천히 이 행동을 반복하기만 한다면...


쿠르륵-


“...?”


순간 내가 서 있는 땅이 바닥으로 푹 꺼졌다.


“설마...!”


나는 놈이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기분탓이었을까?

놈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뜨거운 기둥의 형체는 놈이 확실했다.

그랬을 터인데.


푸화아아악!


내 발밑에서 뜨거운 진흙이 용암처럼 분출했다.

나는 재빨리 비늘들을 내 발밑에 끌어모아 방어했다.

그 발판을 타고 하늘로 솟구쳐 오르며 그제야 상황 파악을 할 수 있었다.

저 열 기둥은, 놈이 나를 속이기 위해 만들어놓은 기둥이었다.

몸부림치던 녀석이 한순간에 잠잠해질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치이이-


진흙이 내 비늘 사이사이를 녹이며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텔레포트를 사용하면 손쉬운 일.

그렇지만 텔레포트는 앞으로 많아도 두 번.

오늘 하루만 태평양에서 상하이까지 두 번을 오갔으며, 자잘한 텔레포트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사용했다.

이렇게 강력한 놈과 싸울 줄 알았다면 마나 좀 아낄 걸 그랬다.

앞으로 텔레포트 두 번으로 놈과 결착을 내야 한다.

그리고, 너무나도 좋은 방법이 지금 머릿속에 떠올랐다.


쿠르르륵-!


놈이 바닥을 비집고 올라왔다.

아마 진흙비의 빈틈을 피해 달아나는 나를 확실하게 잡아내기 위함이겠지.

그것이 네놈의 패인이다.


파밧-!


나는 녀석의 근처에 텔레포트함과 동시에, 비늘들을 바닥에 깔아 발판을 만들었다.

녀석 주변의 진흙들은 전부 들끓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그 발판을 딛고 놈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발을 아래에서 위로 힘껏 올려 찼다.

발차기가 특기는 아니었으나, 그동안 레벨업을 한 보람이 있었는지 녀석의 몸은 공중으로 들어 올려졌다.

녀석의 묵직한 몸은 10m 가까이 들어 올려졌고.

거리를 확보한 나는 다시 텔레포트를 사용해 몸을 피했다.

그래, 관중석 위쪽의 천장에서 놈을 내려다보면서 마무리한다.


스스스스슷-!


놈의 주위에 돔 형태로 비늘들이 전개되었다.

그리고 그 바깥으로 한 겹의 2차 비늘들을 또다시 전개했고.


후우웅!


1차 비늘들의 마나 조작을 해제함과 동시에, 낙하하는 그 비늘들을 2차 비늘로 강하게 밀어낸다.

이렇게 하면 실질적으로 날아가는 비늘들은 마나를 지니지 않고도 빠른 속도로 녀석의 몸에 처박히는 게 가능하다.


수 만개의 비늘들이 놈의 살갗을 찢고 파고들었다.


그때, 천장에서 굉장한 진동이 느껴졌고 이후에는 관중석에서부터 굉장한 폭음이 들려왔다.

그 충격파는 경기장의 지반을 다시 한번 뒤집어놓았다.


“주군.”


합류하겠습니다.


***


“...은신으로 은밀하게 접근하려 했더니, 되는 일이 없네.”


아무래도 녀석은 마나를 흡수하는 능력을 지닌 것 같다.

김도현 녀석에게 사념 전달을 사용하려 했지만, 그것 또한 흡수당했다.

이렇게 되면 육탄전밖에 없다.


또옥···.


내 두 검에 독을 코팅했다.

신체 내부에서 독을 생성한 이후 내뿜는 형태였기에 이것까지 흡수당하지는 않았다.


“자, 누구 독이 더 강한지 시험해 보자고.”


30층에서 생사를 넘나들었던 기억이 절로 떠올랐다.

지네 녀석, 이번에는 이를 갈고 왔구나.


타다닷-!


놈이 좀 더 작았다면 내게는 한없이 불리한 곳이 이 전장이다.

관중석의 사이사이를 미꾸라지처럼 기어 다니며 내 공격들을 피했을 테니까.


놈이 먼저 이빨을 들이밀었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텁-


나는 관중석의 의자를 하나 뽑아들어 놈의 이빨에 꽂아주었다.

섣불리 목을 노리지는 않는다.

저 의자가 얼마나 버텨줄지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그러니, 위협을 하나하나 천천히 줄여나간다.


처음은 녀석의 오른쪽 앞다리 두 짝.

관절을 노린다.


서겅-


관절을 노렸음에도, 얼마나 단단한지 놈의 체액이 조금 흩뿌려진 것이 전부였다.

그렇지만 내 검에 묻어있던 독이 녀석의 다리를 괴사시킨다.


후두둑-


녀석의 입에서 무언가 흘러내렸다.


“...!”


방금 내가 녀석의 입에 박아넣었던 의자였다.

의자가 액체처럼 흘러내렸다.


“저걸 독이라고 불러도 되는 거야...?”


무생물을 바로 액화시키다니.

이미 독의 범주를 벗어났다.

놈은 곧바로 이빨을 내게 들이댔다.


팅!


한쪽 검으로 간신히 막아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녀석은 무언가 확신에 찬 듯, 계속해서 내게 이빨을 들이밀었다.

놈의 그 이빨 끝에는, 한 방울의 액체가 맺혀있었다.


“이런!”


나는 당장 힘겨루기를 그만두고 녀석의 오른편으로 빠져나왔다.

동시에 놈의 오른 다리 두 개를 베어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 독에 맞았으면 어떻게 되었으려나...”


내가 상상을 하기도 전에.


후두둑


왼손이 가벼워졌다.

왼손에 쥐고 있던 검이 말 그대로 액체가 되어 녹아내렸다.


“이런 미친...”


이제 잘 알겠다.

독과 독.

한 방 싸움이다.


공평하지는 않았다.

놈은 독을 내 몸에 묻히기만 해도 승리.

반면에 나는 놈의 외피를 뚫고 검을 집어넣어야 한다.

게다가 다리같이 말단부위이거나, 머리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몸통 부위를 공격해도 죽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적어도 머리부터 다섯 마디 안쪽으로는 유효타를 넣어야 한다.

나는 날이 흘러내린 왼손의 검자루를 바닥으로 내팽개쳤다.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다리를 움직였다.


찌익-


이제는 독을 분사하는 녀석.

노린 것인지 아닌지, 곧바로 내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고개를 옆으로 비켜 피했다.

동시에 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놈의 이빨도 나를 향했다.

그렇지만 내가 조금 더 빨랐다.

내 눈앞에 선명하게 갈라진 녀석의 마디 사이가 보였다.

거창하게 완벽하게 베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저 사이로 검 끝을 찔러넣기만 하면 내 승리다.


후웅, 검이 공기를 갈랐다.

그렇지만 그 끝소리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금속 소리였다.

녀석이 순간적으로 몸을 웅크려 빗나갔다.

놈은 알고 몸을 웅크린 건 아닌 듯하다.

왜냐하면, 놈의 이빨이 내 등 뒤에 있었기 때문이다.

오직 내 등에 독을 뿌리기 위해 몸을 웅크린 것이다.


후두둑···.


그렇지만, 흘러내린 것은 검은 후드였다.

그래, 인간은 외피를 몇 겹이나 입고 다닌다고.


푸욱!


내 검이 놈의 마디 사이를 파고들었다.

놈은 빠르게 괴사하기 시작했다.

이제 몇 초 후면 머리까지 썩어 문드러질 것이다.


기긱-


“...?”


검이 뽑히지 않았다.

녀석이 마디를 꽉 조이고 있었다.


“같이 죽자는 거냐!”


검을 버리고 몸을 피할 시간이 없었다.

이미 내가 놈의 몸에 검을 꽂아넣은 시점에 놈의 이빨이 내 등 뒤에 있었으니까.

내 새하얀 등을 향해 독을 분사할 속셈이다.


그때였다.


쿠과가가가각-!!


관중석의 반대편에서 핵폭탄이 터진 것 같은 굉음이 들려왔다.

동시에 얼굴만한 파편이 날아와 놈의 괴사한 부위를 강타했다.

그 곳을 중심으로 놈의 몸이 두 동강 났으며, 머리 부위는 힘없이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놈이 분사한 독은 놈의 얼굴로 다시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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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C.M.]세계길드연합(2) 21.05.10 441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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