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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대장 님의 서재입니다.

대세는 원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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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대장
작품등록일 :
2021.07.26 19:24
최근연재일 :
2021.08.29 16:06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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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3
추천수 :
290
글자수 :
153,479

작성
21.08.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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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5화

DUMMY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고층건물의 옥상


나는 이 곳에서 소란이 벌어진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바라보고 있다.


도착했을 때만 해도 질서정연의 표본을 보여주던 현장은 예상을 벗어난 일이 벌어지자 금새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위협이 임박해오자 앞서거니 뒷서거니 서로 마구 뒤엉키기 시작하는 사람들


인간의 마음이란 것이 일견 단단해 보이지만 작은 충격에도 깨지기 쉬운 유리와 같은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들게하는 모습이다.


그그그그궁


다리 위에서 시작된 떨림이 이제 내게도 다다랐다.


“저기 있네.”


바리게이트로 막혀진 한강 남단의 입구. 현장을 바라보고 있는 연화가 보였다.


모두가 도망치고 있는데, 그녀는 흐름을 거스르고 혼자만 반대방향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혼자 어딜가는 거야...”


고글을 통해 보이는 세상은 폭풍이 불고 있는 것 처럼 마나가 요동치고 있었고, 연화가 지금 다가가고 있는 곳은 그 폭풍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어느 새 지축을 울리던 진동은 조금 진정된 상황. 그러나 그것은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예상하기로 곧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이 모습을 드러낼 전조였다.




고요하고도 잔잔하게 옅은 빛만 일렁이던 공간에서 사방천지를 울리는 굉음이 들려오며 엄청난 기운이 사방으로 폭사했다.


앞으로 나아가던 연하가 염동을 일으켰고, 나는 바닥에 엎드리며 사격을 준비했다.


“불릿, 방금 저거 마기지?”


[그렇습니다.]


역시나...


그 동안 나타나던 일반적인 크랙이라면 차원의 경계를 채우는 순수한 마나의 분출이었겠지만, 지금 깨진 공간의 틈에서는 흘러나오고 있는 것은 마기였다.


지금 그 깨진 공간 속에서 튀어나와 연화가 만들어 낸 방벽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저 기파 또한 마기로 이루어진 것 이었고, 마기로 똘똘 뭉친 반월의 기파는 곧 방벽을 토막 낼 기세로 매섭게 파고들어갔다.


하지만, 그것을 막아서는 방벽 역시 그녀의 염동에 의해 한계까지 압축된 상태


끼기기긱


더 나아가지 못하는 반월의 칼날이 소름끼치는 마찰음을 만들어냈고, 끝내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흩어졌다.


“나온다.”


연화가 한 차례의 위기를 넘기는 사이, 나는 스코프를 통해 크랙의 주변을 바라보고 있다.


사격 준비에 들어선 나의 기감은 날카롭게 벼려져 있었고, 어떤 작은 움직임이라도 잡아내는 것이 가능한 상태


피슝


방아쇠를 당기자 은밀하게 타깃을 노리는 마탄은 바람 소리를 내며 날아갔고, 깨진 공간 틈의 어둠을 뚫고 모습을 드러내고 있던 어떤 존재의 어깨에 관통했다.


“키약!”


괴상한 비명과 함께 보라 빛 피부에 관자놀이에 작은 뿔이 나있는 마족의 팔이 어깨부터 떨어져 나갔다.


피슝


그 모습을 확인하기도 전에 다시 쏘아낸 한 발


이번에는 머리통이 터지며 마족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녀석이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숨을 끊어버렸지만, 이게 끝 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 증거로 한 마리의 마족을 뱉어낸 이 후부터 어둠을 품은 크랙의 틈이 계속해서 요동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콰지직_쾅!


강렬한 스파크와 함께 커튼처럼 가려져 있던 칠흑의 어둠이 깨어져 나갔고, 공간의 너머로 하나의 세계가 모습을 드러낸다.


자라고 있는 생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메마른 적색의 대지와 하늘은 뒤덮은 검은 구름에 의해 더해진 삭막함이 내리 깔려 있는 세상이 보인다.


“불릿, 저거 마계 맞지?“


스미스의 공방을 얻고 차원 결합의 진실을 알게 된 뒤부터 곧 벌어질 일이라고 알고 있던 사태


남은 시간 동안 좀 더 준비를 갖추고 맞이하려고 예정된 위기.


마계와의 연결이 시작되었다.


***


바리케이드를 통제하던 KDT요원 박우식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크랙이 만들어낸 거대한 폭발에 다리 위에 있던 동료 요원들이 쓰러지고, 무지막지한 공격이 자신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오는 상황


그 때 자신의 옆에 서 있던 유성길드 소속의 여자가 벽을 세워 막아내지 않았다면 지금 쯤 자신의 몸은 반토막이 나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살아남았다고 끝난 것이 아니었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의 크랙, 깨진 공간 그 너머로 처음보는 세계가 펼쳐져 있었고, 마주한 적 없는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적게 잡아도 백은 넘어 보이는 적들은 구속에서 막 해방된 죄수들 마냥 광기어린 돌격을 시작했다.


촤악


내공을 실은 혼신의 일격에도 그들의 가죽은 쉽게 베어지지 않았다.


“헉헉...”


“낄낄낄, 힘 좀 내봐라 인간!”


말까지 내 뱉으며 조롱하는 악마의 주둥아리가 정신을 어질어질하게 만들었고


깡__!


한 번 격돌이 있을 때마다 느껴지는 그들의 완력은 상급마물의 그것과 비슷했다.


“싱겁다. 인간! 그냥 죽...억!”




지금처럼 힘이 빠질때마다 괴물들을 떵으로 쳐박아주는 연화라는 여자의 마법


피슝__펑!


그리고 어디선가 날아오는 무언가가 시기적절하게 날아와 적들의 대갈통을 깨부수지 않았더라면 전투는 진작에 끝이 났을 것이라고 박우식은 생각했다.


“연화씨! 저놈들은 대체!”


근처에 있던 적들이 쓰러지자 잠시 여유가 생긴 박우식은 연화에게 다가갔다.


무엇 때문인지 연화의 눈은 금방이라도 피가 흘러내릴 것처럼 충혈되어 있었고, 그런 와중에도 쉼없이 염동을 조작하며 마족들을 찍어 누르고 있었다.


“역겨운 마족 새끼들 다 죽여버리겠어...컥!”


무리를 한 탓인지 연화가 입에서 피를 쏟았다.


“연화씨!”


“저 년 죽여!”


잠시 틈이 생겨났고, 마족 둘이 연화를 노리고 공격해온다.


“젠장!”


박우신이 검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그의 몸은 이미 한계였고,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면 스스로를 지키키도 힘든 상황. 지금도 하나 둘 쓰러져가는 동료들의 모습에 그 자신이 겹쳐보이는 듯 했다.


두두두두두


“끼아악”


그 때 육중한 총성과 함께 달려들던 마족들의 몸이 걸레짝이 되며 바닥으로 스러진다.


두두두두두


박우식은 다시 들려온 소리에 이번에는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멈추지 않는 총성이 들려옴과 동시에 그의 시선에 보인 것은 허공에 찍힌 수 많은 빛의 점들이었다.


흡사 별과 같아 보이는 무수한 점들, 그것들은 유성우처럼 떨어지며 땅과 그 위에 발을 딛고 있는 모든 마족들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강철...?”


공간을 가득 메우는 탄환의 세례에 모두를 고전하게 했던 마족들이 갈기갈기 찢기며 쓰러져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연화는 강철을 떠올렸다.


언제나 지금처럼 현장의 상황이 안 좋을때면 든든하게 뒤에서 받쳐주던 강철의 모습이 익숙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강철의 존재를 느끼고 긴장이 풀렸기 때문일까. 현장을 잠시 벗어나 벽에 잠시 기대어 앉은 그녀의 눈이 스르르 감겨갔다.


***


나는 움직이는 포대가 되어 도시의 밤을 누비고 있다.


다행히도 한강을 둘러싼 고층 건물들은 즐비했고, 두 다리를 디디고 방아쇠를 당길 만한 사방에 널려있다.


“무장 소환. 메테오르 ver.라이플.”


공방의 아이템 카테고리에서 마족들의 골통을 부시기에 가장 적절한 무구를 선택해 구현한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다른 세계에서 명중률 하나만으로 총잡이들의 애첩이 되었던 물건


한 끗발의 모자람으로 인해 대작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당장 하급 마족들을 지워버리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피슝


전투가 가능한 요원들이 분투하고 있는 상황. 중간중간 힘에 부쳐 보이는 이들에게 위험한 상황이 찾아올 때마다 방아쇠를 당겼다.


“넘어온 녀석들은 저게 끝인가?”


[크랙 너머로 더 이상의 마족은 없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아무래도 떨거지들이 우발적으로 넘어온 듯 하다.


“근데 쟤 좀 무리하는 것 같은데...”


스코프를 통해 계속해서 현장을 주시하고 있는 내게 연화의 모습이 보였다.


염동으로 마족들을 말 그대로 바닥에 찍어누르며 압사시키고 있는 모습


평소보다 출력도 사용하는 시간도 두배 이상으로 염동마법을 시전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확실히 무리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그럼에도 마치 마족들과 원수라도 진양 멈추지 않고 힘을 폭주시키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고 마는 연화


“저러다 애 잡겠네...”


무슨 사연이 있어 저러는 지는 모르겠지만, 더 시간을 끌면 쓸데없는 피해만 생길 것이었다.


나는 엎드려 있던 자세에서 일어나 개머리판을 어깨에 견착했다.


“불릿 하급 마족들이라 별 거 없겠지?”


[예, 저들의 데블 코어를 모두 수거한다고 해도 1회 발사 분 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완전 거지들이다 이말이다.


박멸할 벌레 그 이상도 아니었고, 극한에 다다른 마력 수치에서 나오는 고밀도의 마나를 메테오르에 주입했다.


묵직해진 손 맛을 느끼며, 연사모드로 바꾼 나는 하등 쓸모없는 하급 마족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두두두두두


농밀한 마나를 머금은 마탄들이 허공을 수 놓으며 지상을 향해 날아갔고, 하늘에서 내리는 천벌에 당하는 것처럼 마족들은 빛 줄기에 난도질 당하며 하나 둘 쓰러져갔다.


***


삐빅


서울의 한 고급호텔


그곳의 최상층에 위치한 스위트룸의 문을 열고 한 남자가 들어서고 있었다.


“자기~왔어?”


풀어 헤쳐잔 가운 하나만을 걸친 채 소파에 앉아 있는 여인이 흡사 연인을 반기 듯 남자를 맞이했다.


그러나 방 안에 들어선 남자 백창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굳은 얼굴로 어질러진 방안을 훑어보았다.


뭐 하나 성한 것 없이 난장이 된 가구들. 이어서 비릿한 혈향을 따라가니 방 안 곳곳에는 핏자국이 중구난방으로 묻어있었다.


백창훈의 생각으로 핏자국을 남긴 피의 주인은 눈 앞에 있는 이 여자가 아닐 것이다.


지금 저 바닥에 말라비틀어진 채로 널브러져 있는 저 남자의 것이 분명했고, 부서진 가구들 또한 고통에 몸부림 쳤을 그의 작품일 것이었다.


“달기...좀 자중할 것을 부탁했을텐데.”


“으응~? 왜 또 그런 표정을 짓고 그래에?”


달기라고 불린 여자가 나신 위에 걸친 실오라기 하나를 나풀거리며 백창훈에게 다가갔다.


“무섭잖아~”


어느 새 코앞까지 다가와 요염한 손길로 백창훈의 몸을 쓰다듬으며 속삭이는 달기.


그러나 백창훈은 그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애초에 두려움을 느껴야 되는 것은 그녀가 아닌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방안 전체가 거대한 압력에 의해 짓눌렸다. 백창훈 또한 그것에 짓눌려 양 무릎이 바닥에 닿으며 쓰러질 수 밖에 없었고,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이 서 있는 이는 어느 새 꺼내진 아홉 개의 꼬리를 살랑거리고 있는 달기 뿐이었다.


“방 안에서만 있으려면 얼마나 답답한 줄 알아?저게 유일한 유흥이란 말야. 그러니까 자기가 수고 좀 해줘야지~“


안하무인 격으로 감정에 호소하는 듯한 달기의 말이었지만, 제 멋대로 하는 것 같은 모든 행동은 백창훈 스스로 쓸모을 증명하게 만드는 일종의 시험이자 충성심 테스트였다.


달기가 원한다면 무엇이든 해결해 내야하는 백창훈이었고, 그렇게 그의 마음은 조금씩 달기에게 잠식되어 가는 것이었다.


“알았다...”


“호호, 고마워 역시 자기야~”


뒤늦게 위험함을 깨달은 백창훈이었지만, 그는 결국 복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어떤 위험과 굴욕이 있더라도, 달기에게 얻은 이 힘만은 절대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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