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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대장 님의 서재입니다.

대세는 원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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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대장
작품등록일 :
2021.07.26 19:24
최근연재일 :
2021.08.29 16:06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6,585
추천수 :
290
글자수 :
153,479

작성
21.08.04 18:50
조회
251
추천
9
글자
12쪽

9화

DUMMY

“반갑습니다. 니콜라이라고 합니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덩치가 성큼 다가와 손을 내미었다.


“강철입니다. 반가워요.”


올려다보는 것이 영 익숙하지 않았지만,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그의 손을 맞잡았다.


“너무 딱딱하게 굴 필요 없어 이제 막 18살 된 애야.”

손을 맞잡고 있는 우리 사이에 샤샤가 다시 끼어들며 한 말에 2차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저 몸뚱아리가 틴에이저의 몸이라니...


“흠...”


샤샤의 말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한쪽 눈썹을 찡그리며 침음성을 내뱉는 니콜라이였고, 그의 누나를 닮아 잘생긴 얼굴이었지만 그의 우람한 육체와 어우러지며 위압감 넘치는 아우라를 발산했다,


“애취급 하지마 샤샤!”


“그래그래~ 그래도 강한 아이지.”


살짝 뚱해진 남동생을 대충 달래는 듯한 그녀의 말이었다.


여기까지는 투닥거리지만 사이 좋아보이는 남매의 모습.


그리고 뒤이어진 말이 나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방금 우리를 도와준 것도 니키야.”


우리를 도왔다라.


그렇다는 것은 방금 적들 사이에 퍼부어졌던 대포와 같은 탄환이 니콜라이의 작품이었다는 말이었다.


“총을 다루나 보군요?”


그렇게 말하며 니콜라이를 다시 보니 그의 등 뒤에 고운 자태를 뽐내는 클래식한 형태의 장총이 메어져 있었다.


“네, 제가 사용하는 무기입니다.”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하는 그였지만, 이 시대에서 이능력자와 총의 조합이라니 이색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흥미로운 일이었지만, 나는 잠시 그것을 묻어 두어야 했다. 먼저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샤샤! 이제 설명이 좀 필요할 거 같은데?”


지금까지 여정에서 벌어진 모든 일. 여기까지 휘말린 이상 설명이 듣고 싶어졌다.


“후...일단 우리 마을로 가자. 가면서 다 설명해줄게 네가 찾는다는 그 광물에 대해서도”


긴 이야기가 될 모양인지 자리를 이동할 것을 권하는 그녀.


퓨어 메탈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온 마당에 거절할 이유도 없었으므로, 나를 빤히 바라보는 샤샤와 니콜라이에게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며 둘의 뒤를 따라나섰다.


***


니콜라이와 샤샤


닮은 외모 외에는 전혀 남매라고 볼 수 없을 것 같은 외형의 둘을 따라 도착한 마을은 이르쿠츠크와는 조금 떨어진 외곽에 자리한 마을이었다.


‘불릿 어때?’


[이 일대에서 감지되는 것이 제가 탐지한 마나 유동 패턴과 일치합니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불릿에게 사실을 물은 나는 이곳에 퓨어 메탈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확한 위치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단서는 앞에 가고 있는 샤샤가 쥐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나는 그제서야 마을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둘러볼 수 있었다.


도시와 떨어진 지역답게 마을의 건물들은 지어진지 오래 된 듯 허름해 보였고, 흐릿한 날씨와 맞물려서인지 분위기 또한 다소 어둡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거기다 한창 사람들이 활동할 늦은 오전 시간임에도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좀 조용하네?”

분위기가 묘해 앞서가는 둘에게 지나가듯 말을 걸어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렇게 말없이 걷기를 잠시 꽤 규모가 큰 2층 건물의 문 앞에서 샤샤가 입을 열었다.


“우리 집이야.”

안으로 들어서자 일반적인 가정집의 모습을 상상했던 내 예상과 딸린 사방이 탁 트인 넓은 공간이 나를 맞이했다.


내부에는 공작기계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무언가를 만들다 말았는지 여러 가지 부속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샤샤, 왔어?”


그때,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통해 누군가가 내려오며 우리를 맞이했다.


“빅토르 손님이야 커피 한 잔 부탁해”


호리호리한 체형에 어딘가 부스스해 보이는 빅토르는 커피를 타기 위해 한쪽에 있는 주방과 같은 곳으로 향했고, 샤샤와 니콜라이는 나를 자리로 안내했다.




“빅토르 킴입니다.”


“강철이에요.”


금방 세잔의 커피를 타서 함께 자리에 앉은 빅토르는 내게 자신을 정식으로 소개했다. 그러면서 바라본 빅토르의 얼굴은 보통 러시아인이라고 생각되는 생김새가 아닌 동양인에 가까운 인상이었다.


“고려인입니다.”


“네?”


“하도 빤히 쳐다보시길래...”


내가 빤히 쳐다보자 그 뜻을 스스로 짐작했는지 이어지는 빅토르의 추가설명이었다.


“그렇군요.”


“그나저나 샤샤 다녀왔던 일은?”


내 짧은 대답에 충분한 설명이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바로 화제를 돌리며 샤샤에게 물었다.


“놈들이 습격해왔어.”


“설마했지만...”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기 전에 한 번, 여기 도착하기 직전에 한 번. 아주 작정을 한 것 같아 개새끼들.”


지난 두 차례의 습격이 생각났는지 샤샤는 분노하며 이를 갈았다.


“너 몸은 괜찮고?”


“알잖아~ 나 튼튼한 거! 아무 문제없어. 그리고 여기 강철이 도와주기도 했고.”


자연스레 나에게 화제를 토스 하며 말하는 그녀의 칭찬에 살짝 민망함이 느껴졌다. 사실 그녀의 수준이라면 나 없어도 상처 하나 없이 습격을 물리쳤을 것 같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쨌든 대화의 중심이 나로 옮겨지자 나는 잠잠히 듣고 있으면서 더 쌓이기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샤샤 당신 무슨 일을 벌인 거야?”


그러자 입을 열려는 샤샤를 니콜라이와 빅토르가 걱정된다는 듯 쳐다보았고, 샤샤는 괜찮다는 듯한 눈짓을 주며 입을 열었다.


“나는...아니 우리는 ‘블라디카야’를 통해 무기를 팔려고했어.”


***


자원의 보고라고 불리는 바이칼호 서쪽에 위치한 이르쿠츠크 외곽에 한 마을


샤샤와 니콜라이, 그리고 빅토르가 자라난 이곳은 근처에 위치한 작은 철광과 구리광산을 기반으로 살아가던 작은 마을이었다.


광산에서 나오는 부산물의 양은 많지는 않았지만, 마을 사람들이 부족하지 않은 생활을 살아가는 데는 충분했고, 사람들은 그런 생활에 만족해하며 살아갔다.


그러나 그렇게 평화롭던 마을에서 벌어진 갑작스러운 사고가 이곳에 비극을 몰고왔다.


현재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차원의 균열 ‘크랙’이 광산 근처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한국과 같은 시스템이라면 크랙을 감지한 국가소속의 기관이 이를 막으러 출동했겠지만, 넓은 땅덩어리를 가진 러시아에서 그런 신속한 대응을 바라기는 힘들었다. 특히 예전과 같은 강력한 러시아 연방이 아닌 찢어진 연방이라고 비아냥거림을 받는 현 상태에서는 더더욱 기대하기 힘든 일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자체적으로 무장을 들고 불안해하며 튀어나올 마물과 싸울 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캐내고 마을 사람들이 만들어 낸 무기를 들고 대기하던 중 마침내 크랙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튀어나와야 할 마물은 나오지 않은 채 요동치던 크랙은 점차 사그라들기까지 하는 것처럼 보였고, 시간이 흘러도 별다른 일이 없고 크랙의 크기도 점점 작아지며 사라져 가는 것 같자 사람들은 안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점점 작아져가던 크랙은 사라져가던 것이 아닌 힘을 한껏 응축하던 것이었고, 사람들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폭탄과 같이 응축된 힘을 폭발시켜버렸다.


마물의 습격이 아닌 마을을 덮친 어마어마한 마나 폭발


이는 어찌보면 마물의 습격보다도 더한 재앙이었다. 마을 전체가 거대한 마나의 폭풍에 직격당하자 사람들은 하나 둘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마나 중독 현상


몸이 감당할 수 없는 마나를 체내에 받아들이게 된 사람들은 그렇게 하나둘 쓰러져 가며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


“시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천천히 죽어갔어.”


마을이 텅 비어버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렇다는 건?”


“살아남은 건 여기 우리 셋과 이 건물 위층에 있는 아이들 뿐이야.”


모두가 예외없이 빗겨갈 수 없는 재앙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어린아이들 만큼은 마나의 끔찍한 저주에서 빗겨갈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예외, 이 자리에 있는 세 명은 또래의 친구들이 죽어갈 때 그들에게 또한 저주가 빗겨가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축복받은 것처럼 새로운 힘을 선물받았다.


“네가 찾는 퓨어 메탈도 마찬가지야”


마나가 폭발한 크랙과 가장 가까이 위치해 있던 철광산은 그 폭발에 여파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았고, 광산에서 채굴되던 일반적인 광석들이 마나가 흐르는 가장 순도 높은 광물을 뽑아내는 광석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부터가 이야기의 출발점


“광산에서 나온 광물들로 여기 빅토르가 특수한 탄환을 만들었어. 그리고 우리는 그걸 블라기카야에 팔려고 했던 거고”


탄환이라. 아까 니콜라이가 쏜 그 대포같은 탄환을 말하는 건가 싶어 새삼스러운 눈으로 빅토르를 바라보았다.


“저희 집이 대장간이었습니다. 저는 아버지 밑에서 가업을 위해 일을 배웎고요. 탄환 뿐만 아니라 샤샤가 사용하는 검도 제가 만들었죠”


샤샤는 그렇다 치더라도 니콜라이에게는 무지막지하게 큰 대검이 어울릴 거 같은데...


내가 의아함을 느끼며 묻자 샤샤의 입에서 전혀 의외의 대답이 흘러나왔다.


“니콜라이 검에 더럽게 재능이 없어...”


샤샤의 직설적인 대답에 니콜라이가 당황하며 변명했다.


“제가 싸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하하”


궁색한 변명이었지만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해주었다. 이야기는 얼추 들은 것 같고, 내게는 진짜 본론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퓨어 메탈은 지금 구할 수 있는거야?”


“그래...당신이 부탁 하나만 들어준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줄 수 있어.”


“부탁? 무슨 부탁?”


“당신 총에 대해 잘알아?”


“잘 알지?”


“어떻게 사고 팔리는 지도?”


당연히 잘 알았다. 내 본업이었으니까.


“당근 내가 총기 거래상이니까.”


무슨 부탁을 하려는건지 잠시 뜸들이던 샤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를 좀 도와줘! 마을을 재건하려면 돈이 필요해!”


***


며칠 후


달빛이 차오른 밤 샤샤는 마을 근처에 마련된 공동묘지에 있는 한 묘비 앞에 서있었다.


묘비의 주인은 그녀와 가장 가까웠던 마을 주민이자 친구 빅토르의 아버지인 안톤


좋은 기억이 떠오르게 하는 곳이 아닌터라 자주 오는 장소는 아니었지만, 큰 일을 겪기도 했고 피곤해보이던 빅토르에게 묻자 아버지의 귀신을 봐서 그런 것 같다는 헛소리를 듣고 생각이나 오랜만에 찾아온 것이었다.


“아저씨 그곳에서는 편하게 있는거죠?”


어릴 적 놀이터였던 안톤의 대장간


니키, 빅토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추억, 아이들을 보며 즐거워 하던 안톤의 모습이 떠오른다.


쪼르르륵


생전에 좋아하던 위스키를 그의 묘비 위에 뿌려준 뒤 남은 위스키는 그녀의 입으로 털어 넣었다.


“크...어때요? 이제 아저씨보다 잘 마시는 거 같죠?”


성인이 되면 첫 술잔은 안톤과 부딪히기로 했는데 지켜지지 못한 약속이 되어버렸다.


“끄어어어”


샤샤가 아직 조금 남은 위스키를 비우고자 입으로 갖다대려는데 갑자기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끄어어억”


잘못 들은 것이 아닌지 다시 들려오는 섬뜩한 곡소리. 그녀가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검은 형체의 무언가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저게 뭐야?”


사람같기도 한 형태였지만 뭔가 기형적인 움직임이었고, 천천히 어둠을 뚫고 나온 그것의 정체를 샤샤는 바로 알아 볼 수 있었다.


“안톤!”


“끄어어억”


고통스러운 듯한 신음소리의 정체 그것은 샤샤 앞에 저리한 묘비의 주인 안톤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미 죽어 이 땅 아래 묻혀 있어야 할 그의 시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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