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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k3698_angelli9 434 님의 서재입니다.

최약체 헌터, 귀농합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limkun
작품등록일 :
2024.03.17 13:04
최근연재일 :
2024.03.2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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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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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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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8화

DUMMY

귀농 3일 차.

여전히 이른 아침에 눈을 뜬 나는 밖으로 나왔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시작된 9월이건만, 여전히 바깥의 날씨는 덥다 느껴질 정도였다.

시원한 물에 세수를 하고 양치까지 하니 정신이 조금은 맑아진 느낌이 든다.

나는 과거 사용되었던 텃밭의 터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텃밭에서 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하기. 귀농인의 로망이라 할 수 있는 일이지. 소설 같은 데서 보면 아무거나 심어도 하루 만에 막 자라나고, 그 작물을 먹으면 능력치도 올라가고 그러더구만. 나에도 그런 숨겨진 재능, 특성 같은 거 없으려나.’



최근 스마트폰으로 읽었던 판타지 소설을 떠올리며 낄낄거리던 나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으며 진지한 눈빛으로 텃밭을 바라보았다.



‘쓸데없는 생각 하지는 말고. 그런데 무얼 심으면 좋을까? 동네 노인들 텃밭에는 온갖 작물들이 주렁주렁 열려있던데. 내 텃밭도 그렇게 되겠지?’



어제 동네 노인들의 일을 도와(?) 주기 위해 그들의 집에 방문했을 때 보았던 텃밭들.

심겨있는 작물들은 각기 달랐지만, 모든 작물들이 풍족하게 자라있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었지.



‘그러고 보니.. 이 마을은 도대체 무슨 마을이기에 외국인이 그렇게나 많은 걸까? 희한하단 말이지.’



어제 만났던 마을의 주민은 총 다섯 명.

말년 할머니와 백호 할아버지는 딱 봐도 토종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흑인인 엘렌 할머니와 타오, 지로 할아버지들도 토종 한국인이라는 느낌이 아니었다.

타오 할아버지는 이름을 보면 중화권 쪽 인 것 같고 지로 할아버지는... 일본인 이려나.

그러고 보니 이전에 만났던 하얀 머리의 젊은 여자도 한국인으로 보이지는 않았었잖아.

아무튼,

이 작은 마을에 정말 다양한 국적을 소재로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말이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라 할 수 있는 거지.



‘아직 못 만나 본 사람 중에도 외국인이 있을 수도 있겠네. 거 참...’



나는 다시 고개를 저어 쓸데없는 생각을 털어내고는 텃밭을 바라보았다.



‘자꾸 생각이 다른 곳으로 새네. 아무튼... 이 시기라면 무얼 심는 게 좋을까. 동네 주민들에게 물어봐야 하려나. 아니야. 괜히 얽히려 했다가 또 이런저런 일들을 시켜올지도 몰라. 최대한 혼자 해 봐야지.’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어 검색을 시작하였다.



‘오오, 심을 수 있는 작물이 꽤 많잖아? 얼마 안 있으면 겨울이라 애매할 거 같다 생각했었는데. 시금치, 비트, 배추, 봄동... 괜찮네. 비트는 뭐 어찌 먹어야 할지도 모르겠으니 패스하고 시금치랑 배추, 봄동 정도 생각하고 심어볼까. 봄동 수확해서 겉절이처럼 무쳐 밥이랑 참기름으로 슥슥 비벼먹으면 크으...’



생각만으로도 침이 넘어가는 느낌.

왠지 즐거워지는 느낌에 나는 근처의 종묘사를 검색해 보았다.



‘음, 읍내 쪽에 종묘사가 있구나. 가서 이것저것 사 와야겠어. 부족한 물품 있으면 추가로 더 사 오고.’



이전 생필품과 음식들을 사기 위해 차를 타고 나갔다 왔던 읍내에 종묘사가 하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한 번 나갔다 와야겠네.

내 차는 지금 걸어서 십오 분 정도 떨어져 있는 도롯가에 주차되어 있다.

여기까지의 길이 차가 들어올 수 있는 길이 아니거든.

이동이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뭐, 감수할만하다.

이곳은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니까.

나는 마당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나간 김에 운동기구들이랑... 수련용 목검도 사 오도록 하자. 다음 각성제가 12월... 솔직히 이번 각성제에 등급확인을 받는 건 무리일 거야. 석 달밖에 남지 않았잖아. 빡세게 수련해서 내년 각성제를 노려야... 하아. 나도 나이가 적지 않은데. 내년 각성제면 스물아홉... 아니, 연말이니까 거의 서른 인 거잖아.’



헌터들은 처음 헌터로 각성을 할 때, 그리고 이후 경험치를 충분히 쌓은 후 등급업을 확인할 때 연말에 열리는 각성제에 참가하곤 한다.

각성제에 참가하여 각성석을 이용하는 비용은 회당 1억.

절대 적지 않은 비용이기에 쉽게 참가할 수 없는 행사이기도 하다.

덕분에 행사장 주변에는 각성자금 불법 고금리 대출을 하려는 업체들이 만연해 있고... 나 또한 그런 업체들에 대출을 받아 겨우 각성석을 이용할 수 있었더랬지.

헌터 협회에서 홍보하는 헌터 금융에서는 고아출신인 나에게 대출을 해 주지 않더라고.

아무튼, 그렇게 각성석을 이용하여 각성한 내 등급은 최 하급인 7급이었다.

암담했지.

기껏 불법 고금리 대출까지 받아 큰돈을 주고 각성석을 이용한 것에는 그 정도의 돈은 헌터가 되면 금방 갚을 수 있을거나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하급이라니.

다른 헌터들의 짐꾼노릇이나 해야 입에 풀칠할 수 있는 마당에 돈이나 제대로 갚을 수 있겠냐고.

그랬던 나 인지라 연예계로 스카우트되어 배우가 되었던 것은 정말 다행이라 할 수 있었겠다.

그게 아니었으면 헌터가 된 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빚더미에서 허덕이고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잘 풀린 케이스라 할 수 있겠지. 짜릿해. 늘 새로워. 역시 잘생긴 게 최고야.’



음.

쓸데없이 이런저런 재수 없는 생각들을 하고 있기만 하고 있으니 안 되겠어.

빨리 나갔다 오던지 해야지.

외출준비를 하기 위해 방으로 들어가려던 그때,



“미야옹.”



앞쪽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반색하며 울음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니 역시나,



“고, 고양아!!”



그때 그 고양이이다.

내 라면 세 개를 믿기지 않는 속도로 흡입하고는 사라져 버렸던 그 하얀 아기 고양이.



“너 괜찮은 거야? 라면을 그렇게나 먹었는데.. 이리 좀 와봐.”


“갸오옹-”


“잠깐만. 가만히 좀 있어봐. 몸이 붓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래. 잘 됐다. 나랑 같이 동물병원에 다녀오자. 가만, 주인에게 말이라도 하고 갔다 와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주인이 누구지?”



고양이를 안아 들고 이리저리 살피던 나는 고민에 빠져버렸다.

이 고양이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야 말이지.

그냥 가까운 마을 사람의 집에라도 찾아가서 물어봐야 하려나.

내가 고민에 빠져있던 그때,

집 앞을 지나가는 엘렌 할머니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 저기요! 할머니! 엘렌 할머니?”



내 부름에 왠지 모를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는 엘렌 할머니.

그녀는 내 품에 안겨있는 고양이를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으응? 설화잖아? 왜 설화가 지환총각이랑 같이 있는 거야?”


“아, 역시 아시는 고양이군요. 이름이 설화인가 보죠?”


“당연히 알다마다. 그런데. 왜..”


“아, 이 고양이 말이에요. 주인이 누구인가요?”


“주인은 왜 찾는데?”


“아, 다른 게 아니라.. 병원에 좀 데리고 다녀올 수 있을까 해서요. 주인에게는 허락을 맡는 게 우선일 것 같아서..”


“병원? 병원에는 왜?”


“그게...”



나는 이틀 전 내가 먹으려 끓인 라면을 이 설화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홀라당 먹고 도망쳤다는 이야기를 엘렌 할머니에게 해 주었다.



“그래서 분명 뭔가 문제가 생겨도 생겼을 거라... 고양이가 그런 거 먹으면 안 되거든요.”


“아아. 그래서 병원에 데려간다고.”


“네, 검사라도 좀 받아봐야..”


“괜찮아.”


“... 네?”



아무렇지 않게 답하는 엘렌 할머니를, 나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괜찮다고. 설화는 원래 사람들 먹는 음식 다 잘 먹어.”


“아니, 그래도..”


“괜찮다니까. 걔가 라면만 먹는 줄 알아? 매번 사람하고 똑~같은 음식을 먹고도 탈 한번 나지 않는 애가 걔야. 그러니 병원이고 뭐고 갈 필요 없다고.”


“그게 겉보기에만 멀쩡한 것 일수도 있어요. 속은 다 상했을지도 모른다고요.”


“괜찮다니까. 걔가 그렇게 엄청 오랫동안 살아온 아이야.”


“그, 그래도..”


“지민 총각은 고양이가 술을 먹어도 된다고 생각해?”



응?

갑자기 웬 술 이야기이지.



“수, 술이요? 어.. 제가 고양이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안되지 않을까요? 몸에 굉장히 좋지 않을 것 같은데..”


“그렇지? 그런데 설화가 말이야. 우리 마을에서 술을 제일 잘 마셔. 그 주당인 타오 오라버니 보다도 잘 마시는 게 설화라는 말이야. 그러니 엄한 음식 먹는다고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어. 알겠지? 그러니 병원이니 뭐니 데려갈 생각 하지 말고 지민 총각 몸이나 신경 쓰도록 해. 비쩍 꼴아서는 망치질 하나 제대로 못하잖아.”


“아, 아니 그건..”


“나는 가겠네. 설화야. 가자.”



엘렌 할머니의 말에 내 품에 안겨있던 설화가 폴짝 뛰어내리더니만 할머니를 따라 걸어갔다.

나는 멀어져 가는 엘렌 할머니와 설화의 뒷모습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설화의 주인이 엘렌 할머니였던가.

저래 서슴없이 따라가는 것을 보면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괜히 내가 라면을 먹인 것 같아서 전전긍긍하며 마음 소모했던 것이 아까울 지경이잖아.

뭐, 주인이 괜찮다 하면 괜찮은 게 맞겠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외출 준비를 하였다.



****



종묘사에 들러 이것저것 씨앗과 물품들을 구입하고, 스포츠 용품점에서 수련용 목검과 아령등을 구입하여 돌아오니 꽤나 늦은 오후시간이었다.

나는 장 봐온 물품들을 마당에 내려놓으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차로 들어올 수 없는 장소이다 보니 무조건 15분 정도는 걸어야 하잖아.

아령까지 들어있는 짐이다 보니 힘이 들 수밖에.



‘그나저나 스포츠 용품점이 있어서 다행이야. 더 멀리까지 나가야 하나 걱정했었는데.’



작은 읍내지만 있을 건 다 있더라고.

다행히 시간을 아낄 수 있었지.

나는 대충 짐을 정리해 놓은 후 종묘사에서 사 온 모종과 호미 등을 꺼내어 들고 텃밭으로 향하였다.

해가 지려면 몇 시간 정도 남아있으니 오늘은 밭을 한번 만들어 봐야지.

나 같은 생 초보는 씨앗으로 시작하는 것보다 일단 모종을 심어 키워보는 것이 좋다는 종묘사 사장님의 조언을 받아 상추 모종과 시금치 모종을 구입해 왔다.

뭐든 전문가의 말을 잘 따르는 것이 좋은 게지.

나는 종묘사 사장님의 조언을 떠올리며 밭일을 시작하였다.



‘일단 흙에 비료를 뿌려서 잘 섞어주고, 이랑과 고랑을 만든다..라고 했지.’



나는 구입해 온 비료를 텃밭에 뿌린 후 호미를 이용하여 흙과 잘 섞어 주었고, 이후 삽과 쟁기를 이용하여 이랑과 고랑을 만들어주었다.

꽤나 작은 사이즈의 텃밭인지라 약 2m 정도 길이의 이랑 두 개를 만들 수 있었다.

거기에 검은 비닐을 씌워 흙으로 잘 고정한 후 일정간격으로 구멍을 내주고...



‘안에 모종을 심으면 되는 거지. 간단한걸?’



솔직히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처음 해 보는 일이니까.

힘도 꽤나 들었고.

하지만 생각보다 잘한 것 같단 말이지.

나는 밭에 심어져 있는 상추와 시금치 모종에 물을 주며 뿌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리 작은 텃밭이라지만 여기서 나오는 작물들을 혼자 다 먹을 수는 없을 거야. 주변에라도 나누어 주어야 하나. 나중에 송이한테도 택배로 보내던지 해야겠네.’



나는 심은 작물들이 다 자라 수확할 날을 떠올리며 기분 좋은 상상에 잠겼다.



‘상추 수확하는 날 고기라도 사 와서 구워 먹어야겠네. 야외에서 즐기는 바비큐 파티라. 크으, 너무 좋잖아? 바로 옆 텃밭에서 따온 상추에 싸 먹는 고기의 맛은 또 얼마나 좋을 거야. 아, 침 넘어가네. 이게 바로 귀농의 맛인 게지.’



모든 텃밭 만들기를 완료했을 때는 이미 해가 넘어간 후였다.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인 텃밭 만들기를 했으니, 이제 내일부터는 수련을 시작하도록 해야겠어.

모처럼 몸을 제대로 움직였더니만 꽤나 피곤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게 바로 귀농생활인 거야.

앞으로는 더더욱 몸을 힘들게 해야 하는 것이고.

나는 대충 라면으로 식사를 때운 후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큰일 하나를 끝냈다는 만족감이 기분 좋게 나를 감싸는 밤.

피로에 지친 나는 금방 잠이 들 수 있었고,


다음날.


아침에 마당으로 나온 나는 현실적이지 않은 텃밭의 모습에 입을 떠억 벌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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