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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k3698_angelli9 434 님의 서재입니다.

최약체 헌터, 귀농합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limkun
작품등록일 :
2024.03.17 13:04
최근연재일 :
2024.03.27 00:05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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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3,364

작성
24.03.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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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화

DUMMY

나는 집 대청마루에서 걸어 나오는 새하얀 고양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얼룩 하나 없이 새하얀 털이 너무나도 부드러워 보이는 아기 고양이.

옅은 붉은색의 눈동자에 내 손보다 조금 큰 정도의 귀여운 모습이 내 눈길을 화악 끈다.

녀석은 대청마루에서 토옥 뛰어내리더니만 내 발치에 와서 자신의 얼굴을 내 다리에 부벼대었다.

와.

이렇게나 귀여운 생명체라니.

이건 반칙이잖아.

나는 짐을 내려놓고는 바닥에 쭈그려 앉은 채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는 누구니? 엄마는 어디 가고 혼자 있는 거야?”


“미야옹”


“너 진짜 귀엽구나. 와, 털은 왜 이렇게 부드러운 거야. 누가 기르는 건가? 너무 깨끗한데...”



녀석의 관리를 받은듯한 탐스러운 털이, 그냥 길에 떠도는 고양이가 아님을 알게 해 준다.

나는 녀석의 머리를 한번 더 쓰다듬어 준 후, 말했다.



“자주 놀러 와. 너같이 귀여운 아이는 대 환영이니까.”



귀여운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이가 얼마나 될까.

게다가 이렇게 작고 귀엽고 예쁜 아이라면 누구도 마다할 수 없겠지.

나는 고양이에게 인사를 하고는 가장 먼저 주방으로 들어갔다.


쏴아아아


타타타타탁


화르륵



물도 잘 나오고, 가스레인지에 불도 잘 들어와.

그러고 보니 공과금 같은 것은 어찌 내야 하는 거지?

나중에 그 백호라는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던지 해야겠네.

그나저나, 정말 다행이야.

대형 소형 가전들이 이미 구비되어있어서 말이야.

그게 아니었다면 내가 직접 구입해서 설치해야 했을 거잖아.

외부인 출입금지라 하니 마을 밖에서부터 일일이 다 옮겼어야 했을 것이고.

나는 밖에서 사 온 냄비를 꺼내어 물을 받고는 가스레인지 위에 올렸다.

하루종일 나름 바빴다 보니 한 끼도 못 먹었잖아.

그래서 내가 선택한 저녁식사는 바로 라면이었다.

요리도 거의 못하는 내가 빠르게 만들어 배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은 라면이 유일하니까.

불에 올린 냄비의 물이 금방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였고, 나는 라면을 세 봉지나 뜯어 넣어 주었다.

한 끼도 못 먹었으니 이 정도는 먹을 수 있지.

라면이 익어가며 향이 퍼지기 시작하자, 안 그래도 고픈 뱃속이 난리가 나기 시작한다.

아, 진짜 배고프네.

가스레인지 앞에서 라면이 빨리 익기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뒤쪽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너 아직도 안 갔어? 난 이제 밥 먹을 거야. 너도 집에 가도록 해. 주인이 기다리겠다.”



내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녀석은 내가 장 봐온 짐을 열심히 뒤지고만 있다.

음.

쟤도 배가 고픈 것일까.



“미안한데 네가 먹을만한 것은 없어. 아, 우유가 있긴 한데... 먹어도 되려나? 잠깐만 기다려봐.”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어 아기고양이에게 줄 수 있는 음식을 검색해 보기 시작하였다.



“아... 우유 안된단다. 고양이들 먹는 우유가 따로 있다네. 음... 다음에 나가게 되거든 고양이 간식 같은 거라도 좀 사 오던지 해야겠네. 고양아, 미안해. 네가 먹을 수 있는 게 없어.”


“갸오옹-”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내 장바구니를 냥냥펀치로 탁탁 내리치는 하얀 고양이.

정말 다음에 나갔다 올 때는 고양이가 먹을 수 있는 무언가라도 사 와야겠어.

하지만 오늘은 뭐, 어쩔 수 없잖아.

나는 다시 한번 고양이에게 사과를 하고, 다 끓인 라면을 가지고 대청마루로 나갔다.

이런 라면은 또 바깥에서 먹어주면 그 맛이 더욱 각별해지는 법이지.

밥상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없으니 어쩔 수 없지 뭐.

라면을 대청마루 바닥에 내려놓은 나는 앞접시를 들고 앉았다가 다시 급히 일어났다.



“아, 김치. 김치를 빼먹다니...”



나는 다시 주방으로 달려가 짐꾸러미에서 김치를 꺼내었다.

소포장된 맛김치 두 개.

라면을 먹는데 김치를 빼놓을 수는 없지.

김치의 포장을 뜯어 일회용 접시에 덜고 있던 그때,


후루루루루루루룩


대청마루 쪽에서 무언가 호쾌하게 들이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내가 주방에서 나가보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냄비에 머리를 쳐 박고는 라면을 흡입하듯 들이키고 있는 하얀 고양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 안돼!!!”



아무리 내가 고양이를 길러본 이가 아니라 하더라도 라면을 먹으면 안 된다는 사실정도는 알고 있다.

염분이 고양이에게 그리 안 좋다잖아.

아니, 그걸 떠나서 저 뜨거운 라면냄비에 머리를 처박고 있으면 어찌 되겠냐고.

나는 급히 대청마루로 달려갔고, 그 짧은 사이 라면을 빠르게 들이켠 고양이가 그대로 몸을 돌려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어, 어어...”



나는 멀어져 가는 고양이의 뒷모습과 면발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라면 냄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당황스러운 일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야.

그 짧은 시간에 세 개의 라면을 흡입했다고?

그게 말이 되나?

김이 펄펄 나고 있던 뜨거운 라면인데?

아니,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저 고양이 괜찮을까?

나는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어 관련 내용에 대해 검색을 해 보았다.



‘고양이, 라면.... 어, 여기 있다. 고양이가 소량의 라면수프를 핥아먹었다고... 극소량이면 괜찮을 것 같지만 걱정되면 동물병원에 가 보는 게 좋다라... 아니, 방금 걔는 극소량이 아니라 그냥 세 개를 다 먹었는데..’



라면을 빼앗긴 것보다, 걱정이 밀려왔다.

데리고 동물병원에라도 가 보고 싶은 마음에 바깥을 나서보았지만, 이미 컴컴해진 거리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그 작은 몸집도 보일 리가 없지.

나는 주변을 더 살펴보다 포기한 채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포털 사이트에 질문글을 남겼다.



-아기 고양이가 끓여놓은 라면 세 개를 혼자 다 먹었습니다. 이거 괜찮을까요?-



질문글을 올리자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답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까고 있네. 새끼 고양이가 라면 세 개를 먹었다고? 이건 무슨 신종 어그로냐.-


-고양이가 무슨 라면을... 아니, 끓인 라면이면 뜨거울 거 아냐. 그걸 먹었다고? 고양이에 대해 아~무겠도 모르는 찌질이가 관심 좀 끌어보려고 주작해서 글 싸지르고 있네.-


-고양이가 라면을 세 개나 처먹을 동안 글쓴이는 뭐 하셨습니까?-



으음.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인데.

아무래도 방금 내가 격은 일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스마트폰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괜히 귀여운 새끼 고양이 한 마리 보낸 느낌이라 영 마음이 편치 않네.

혹시나 다시 만나게 되거든 꼭 동물병원에 데려가 봐야지.

나는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고양이 라면 소동으로 인해 급 떨어진 밥맛 탓에 다시 끓인 라면은 한 개가 전부였다.

그렇게 꽤나 우울한 느낌으로 진행된 무명촌에서의 첫 식사.

식사를 마치고 나니,



‘... 할 일이 없네.’



생활에 필요한 가전들은 다 들어서 있지만 TV만큼은 있지 않았다.

뭐, 나도 딱히 TV가 보고 싶지는 않았어.

예능, 드라마, 광고까지 섭렵한 정지민의 얼굴이 자주 비치는 모습을 보면... 속 쓰리기만 하니까.

딱히 할 일이 없었던 나는 일찌감치 방에 이부자리를 펴고 드러누웠다.

그나저나 이 이부자리.

장롱에 들어가 있던 것인데, 퀴퀴한 냄새 하나 없이 뽀송뽀송한 것이 최근까지도 사용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집... 정말 내가 살아도 괜찮은 집 맞는 거지?

우려한 대로 진짜 집주인이 나타난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안한 것은 불안한 거다.

내일은 마을을 좀 돌아다니면서 주민들도 만나보고 해야겠어.

나에 대한 소개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좀 들어본다면 백호라는 노인이 말한 것이 사실인지 확실히 알 수 있을 테지.

앞으로의 귀농 생활에 대해 생각하고 있으려니 노곤함이 밀려오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내일 할 일에 대해 떠올리다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


창 밖으로 들어오는 강력한 햇살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스마트폰을 열어보니, 6시 30분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커튼이라도 달아야겠네. 이런 시간에 눈이 떠 지다니.”



도시에서 생활할 때의 내 기상시간은 오전 10시 이후였다.

매일 일찍 좀 자고 일찍 일어나라던 송이의 잔소리가 생각나네.

그나저나 너무 이른 시간인데.

조금 더 잠을 자도록 할까.

창 밖으로 들어오는 햇살만 어찌한다면 더 잘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때,



“안에 계시는감?”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랑카랑한 할머니의 목소리.

뭐지, 이렇게 이른 시간에.

문을 열고 나가니 대청마루 앞쪽에 누군가가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백발 성성한 머리에 작은 몸집을 가지고 있는 할머니 한분.

전형적인 시골 할머니의 모습이라 할 수 있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꽃무늬 블라우스와 꽃무늬 몸빼바지를 입고 있는 할머니가 나를 보며 말했다.



“어이구 반갑구먼. 나는 저~짝에 살고 있는 최 말년이여. 어제 백호헌티 여그로 이사왔다고 들었는디, 맞제?”



나는 자신을 최 말년이라 소개한 할머니를 보며 꾸벅 인사를 하였다.



“아... 안녕하세요. 네 맞습니다. 제가 어제 이사 온 강지민이라고 합니다. 안 그래도 오늘 마을로 인사를 다녀야 하나 생각했었는데..”


“인사는 무슨. 그냥 잘 살믄 되는게지. 여기 사는 노인네들 그런 거 신경 안 쓰니 피곤하게 그럴 필요 없네.”


“아뇨, 그래도..”


“그런디 참으로 훤~칠하게 잘생긴 청년이구먼, 기지? 우리 마을에도 저래 젊고 잘생긴 청년이 들어왔으니 이거 참 환영할만한 일이당께.”



음.

도대체 어느 지역의 사투리인 거야.

내가 사투리들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이곳 저곳의 사투리들이 몽땅 섞인듯한 느낌인데.

뭐, 소통에 문제는 없으니.



“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른 아침부터 어쩐 일로..”


“이른 아침? 무슨 소리당가. 해가 중천에 뜬 지가 은제인디. 아니 뭐, 우리 마을에 새로운 젊은 인물이 들어왔다기에 얼굴도 보고 겸사겸사 쪼매 부탁도 할 게 있어서 말이지.”


“아.. 부탁이요? 어떤..”



내 말에 말년 할머니는 손에 들려있는 형광등을 나에게 내밀며 말했다.



“이 전등 좀 갈아줄 있으까잉? 내가 갈라켓는데, 영 할 수가 있어야 말이지. 나이 먹응께 손도 올라가들 않고 쉽지가 안구마잉.”


“아... 저, 전등이요?”



음.

형광등 교체라.

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아니, 솔직히.

집안 잡일 같은 것은 거의 해본 적이 없다.

고아원에 있을 적에도 나에게 할당된 자잘한 일들은 나를 좋아하는 다른 여자아이들이 대부분 대신 도맡아서 해주기 일쑤였으니까.

그때는 뭐.

마냥 그게 좋았지.

내 얼굴이 확실히 잘생기긴 했구나 하는 재수 없는 생각으로 자신감도 뿜뿜 올라왔었고.

하지만 그 결과, 지금 봐봐.

얼굴 빨 떨어진 지금, 나이 먹은 할머니가 형광등 대신 갈아달라는 것조차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어서 망설이게 되었잖아.

왠지 모를 자괴감에, 나는 말년 할머니를 바라보며 말헀다.



“네, 제가 해 드리겠습니다. 뭐, 대단한 일도 아닌걸요.”


“아이구 고마워라. 따라와 봐. 우리 집으로 안내해 줄텡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년 할머니의 집으로 이동을 하였다.

그리고,


와지직



의자에 올라가 형광등을 손에 든 나는 이음새 부분을 완전 작살내버리고 난 후 떨떠름한 눈으로 말년 할머니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

형광등 교체.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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