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숨비 님의 서재입니다.

파괴의 신이 내 몸에서 숨어 지냄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숨비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5.15 18:5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75
추천수 :
6
글자수 :
44,088

작성
23.05.14 19:50
조회
11
추천
2
글자
11쪽

08. 수상한 목걸이(3)

DUMMY

“마나 구슬에 대해서 더 말해줄 수 있어? 어디서 구할 수 있는 거야?”

[크흠!]


브란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뭔데?”

[.....나에게도 무언가를 줘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뭐.... 큰 걸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니고! ....흐음.]


그는 자꾸만 말을 꾸물거렸다.


[내가 원해서 그런 건 아니다... 절대! ....스승이라던가.... 아님 뭐 제자 던가...]


아, 그 문제였나.


“왜. 내 스승님이 되고 싶으신가?”

[뭐.... 딱히....]


정말 하고 싶어 하는데...?


“우린 이미 더 좋은 관계잖아.”

[더 좋은 관계....?]

“우리는 친구지. 서로 나누는 존재.”

[도대체 뭘 나누는 거지? 거의 내가 퍼주고 있는데.]

“난 너에게 몸을 빌려주고 있지.”


브란은 입을 다물었다.


“심심할 때마다 말벗도 해주고 말이야.”

[......]

“내 몸에 가만히 있어서 조금 찌뿌둥 하지? 빨리 강해져서 그것도 풀어줄 수도 있지.”


그는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금 더 찔러볼까.


“말은 좀 삐딱하게 해도 너는 착한 사람이야. 상하관계가 아니라 평등관계인 거지.”

[....사람은 아니지만 뭐 듣긴 좋구나.]

“그래그래. 우리 빨리 강해져 보자꾸나.”


브란은 전보다 가벼운 목소리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마나 구슬은 몬스터 심장부 아래에 있는 보석을 말한다. 그 구슬에는 강한 에너지원이 잠재 돼 있는데, 무언가와 결합할수록 효과는 더 방대하지. 하지만 아무도 그 힘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 우리 조각들 밖에는 말이야.]

“왜 재화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던 거지?”

[그걸 알려줬다면 그들은 아마 몬스터들을 죽이겠다며 더 많은 싸움을 해야 했을 거야. 재화들은 이미 전쟁으로 충분히 지쳐있었다.]


그의 말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끄덕.


끄덕 끄덕끄덕 끄덕끄덕.


움직이는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그럼 이거 나밖에 모르는 거네?”

[그렇지. 어쩌다 보니.]


브란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평범하고 낡아 보이던 목걸이가 새삼 달라 보였다.


“이렇게 대단한 걸 가만히 목에 매고 있었다니.”

[그 목걸이에 있는 구슬은 오래돼서 빛을 잃었지만,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몸에서 채취한 마나 구슬은 신선하고 영롱하지. 그래서 많이들 기념으로 들고 다녔을게다.]

“와.... 그럼 우리 스승님처럼 아무렇지 않게 들고 다니는 헌터가 있을 수 있단 소리네.”

[근데 다른 재화들과 사이 안 좋다며?]

“뭔 걱정? 뺏어야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소용없다!]


브란이 다시 자리에 앉혔다.


[신선한 구슬이 아닌 이상, 네 몸에는 채워지지 않는다고 했던 걸 고새 까먹은 게냐? 갖고 있는 거나 다 먹거라.]

“쳇.”


구슬을 왕창 입에 때려 넣었다.


다섯 개를 더 먹었나.

먹을 때마다 몸속에서 브란이 몸을 체크해주는 게 느껴졌다.

이곳저곳에 손을 대는 느낌은 간지럽다기 보단, 따뜻한 젤리를 꾹꾹 누르는 느낌에 더 가까웠다.


“어때?”

[흐음.... 그래 이거지!]


그는 경쾌하게 말을 이었다.


[이제야 재화다운 몸을 갖게 됐다. 솔직히 말하자면 네 몸은 누군가 일부로 혈맥과 근육을 끊어놓은 것처럼 엉망이었다.]

“그래서 일반 재화들보다 더 체력이 안 좋았던 거였나?”

[놀라지 않네?]

“그냥 내 몸 어딘가 망가졌구나 했지.”

[멍청한 게 도움이 될 때도 있구나.]

“....과거는 중요하지 않아. 나는 앞으로 더 성장해 나갈 테니까.”


내 말에 브란이 코웃음을 쳤다.


“그래서 말인데, 나 한번 해 보고 싶은 게 생각났어!”



*



“흐악... 흐악.... 스승님 이게 맞는 겁니까?”


해 보고 싶은 거는 무슨.

당장 아침에 스승님과의 훈련이 시작됐다.


‘구십육.... 구십구....’


“왜. 불만 있어?”

“아닙니다.”


‘백....’


스승님은 나를 보자마자 등에 매달려 팔 굽혀 펴기를 시켰다.


마나 구슬의 효과는 굉장히 방대했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근육이 더 쫀쫀해지고 선명하게 자리를 잡아갔다.

물론 브란이 바로 만져줘서 효과가 더 두드러진 거겠지만.


원래 운동을 오래 하면 할수록 힘든 건데, 하면 할수록 지치지 않았다.

처음에 그저 무겁게만 느껴졌던 스승님도 더 이상 무겁지 않았다.


‘백이십이.... 백이십삼....’


현우는 아침에 옥상 문을 열고 들어온 도하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와 헤어진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헌터가 되겠다며 다짐을 한 눈동자와 전에는 보이지 않던 기백과 풍채까지.


“....백오십!! 자 이제 내려오시지요 스승님.”

“귀찮아.”

“얼른 훈련 다 끝내고 치킨 드셔야지요.”


나는 결코 옥상으로 오면서 치킨을 챙기는 건 잊지 않았다.

어디 가냐며 바짓가랑이를 붙들던 찬을 떼어내는 게 힘들었을 뿐.


“안 그래도 네놈을 헌터로 만들려고 했어. 내가 가르쳐준 게 쓸모없으면 안 되니까. 근데 서율이 가만히 있을까?”

“그건 걱정 마세요. 사건 사고하면 제가 아니겠습니까.”


스승님은 입술을 삐쭉 내밀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구석에서 칼 두 자루를 꺼냈다.


“자, 칼싸움에서 죽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잘 막아야죠.”

“....그렇지. 그러면 어떻게 막지?”

“검을 잘 써서....”


스승님은 칼등으로 내 머리를 때렸다.


“땡. 바로 예측이야. 칼싸움뿐만 아니라 모든 싸움에서 중요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니 스승님은 한숨을 내쉬었다.


“공격할 테니까 넌 막아.”


그는 다짜고짜 앞으로 팔을 뻗었다.

첫 공격은 막기 어렵지 않아 툭 쳐냈다.

그다음 찌르기

다음 베기

차분히 공격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타악!


스승님은 내가 막은 칼을 가볍게 한 바퀴 돌려 쳐낸 다음, 목에 칼을 들이밀었다.


“마지막 건 왜 못 막았어?”

“몰랐어요.”

“그렇겠지. 너는 내 싸움 스타일을 모르잖아.”


그러니까 예측이라는 게....


“성격이 다 다른 것처럼 싸우는 방식도 다 다른 거지. 공격적인 사람, 수비적인 사람, 치고 들어오는 타이밍까지. 싸움에는 목숨이 걸려있으니까 싸우다 보면 그 사람에 대해 더 잘 알게 돼.”

“감이 중요한 거네요.”

“감도 물론 중요. 더 중요한 건, 경험이지. 아, 이런 사람은 이렇게 싸우고 저런 사람은 저렇게 싸우는구나 하는 경험?”


스승님의 깊은 강의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였다.


“그런 경험이 없으면 못 이기는 건가요?”

“무슨 소리. 상대방이 너보다 경험이 많아서 네놈 공격이 다 보인다고 해도 강한 힘 앞에서는 장사 없어.”


강한 힘이라면 걱정 없었다.

내 몸 안에 파괴의 신이 있다!


“왜 웃는 거지...?”

“아닙니다.”


서둘러 입꼬리를 내렸다.


“경험이야. 무조건 뭐라고?”

“경험입니다!”

“좋아 좋아. 아주 잘 알아들은 거 같군. 자 다시 칼 들어.”

“옙!”

“그러니까 오늘 죽어나갈 때까지 싸워보자꾸나.”

“옙! ....예?!”


스승님의 진지하던 눈빛이 사악한 악마로 변해있었다.



*



“크윽...... 다리가 후덜거려.”


맥이 다 빠진 채로 계단을 내려왔다.


[푸하하. 나는 오래간만에 재미있었다.]

“밥은 맥이고 싸워야 할 거 아냐...? 어우 배고파.”


주머니에서 어제 남은 구슬을 꺼내 먹었다.


아침에서 저녁이 될 때까지 스승님은 나에게 경험을 선사하겠다며 열심히 칼을 휘둘렀다.


[그래도 나쁘지만은 않은 시간이었다.]

“그렇게 말하니까 나만 꼭 나쁜 사람 같다?”


열심히 막겠다며 아등바등거렸지만 다 예상과 빗나가서 상처를 입고 말았다.

살살 봐줘서 그 정도로 끝난 건지 아님 봐주지 않아서 다친 건지 헷갈렸다.

그래도 점차 공격을 막아낼 때의 희열은 재밌었다.


[봐준 거였다. 네놈 스승.]

“어후... 표정은 전혀 아니었어.”


달려들 때의 표정을 다시 떠올리니 섬뜩했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때였다.


위이이이이잉!!


시끄럽게 경보가 울렸다.

밤이어서 그런지 위치를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저쪽에서 결계가 붉게 번쩍이고 있었으니.


“하... 하루가 참 길다.”

[갈 거냐?]

“가야지! 마나 구슬 얻으러~”


지친 건 다 잊고 빠르게 그곳으로 달려갔다.


“와......”


처음 보는 웅장한 모습에 넋을 잃을 뻔했다.


결계 밖으로 몬스터 세 마리가 있었다.

그중 한 마리는 결계를 뚫으려고 멀리서 달려와 머리 박치기를 해댔다.


쿠웅! 쿠웅!


투명한 결계가 부딪히는 타이밍에 맞춰 붉게 변했다.

점차 어두워지는 저녁하늘 사이에 번쩍하고 스쳐가는 빛은 정말이지......


“지금 이 장면, 되게 예쁘다고 말하면 이상한 거지?”

“미친 거지.”


찬이었다.


“너 여기서 뭐 해?”


그는 가쁜 숨을 내쉬며 나를 쳐다봤다.

경보가 울리자마자 달려온 것 같았다.


“아... 결계가 울리니까 한 번 와 봤지.”

“이게 제정신이 아니구나? 저걸 보고 예쁘다고 하지 않나. 경보가 울린다고 한 번 와 봤다고?”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결계가 뚫린 것도 아니고, 곧 있음 헌터들 올 거고. 나는 그냥 옆에서 구경이나....”

“없어.”

“응?”

“아무도 없다고.”


‘아무도 없다니?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거야?’

[아니, 잘 들은 거 같은데.]


찬은 말을 이었다.


“대장은 알파팀 총 동원해서 어디론가로 사라졌고...”

‘서율 이 개자식... 아직도 버릇 못 버렸네?’

“우리 리예님은 베타팀 데리고 숲으로 들어가셨지.”

“숲에는 왜?”

“곧 그날이잖아. 마을까지 내려오지 못하게 잡으려고 들어가셨지.”

“그럼 쟤넨?”

“....몰라. 몰이를 잘못했나 봐.”


찬이 코를 훌쩍였다.


“근데 너도 베타팀 아니야?”

“......나는 아주 중요한 임무가 있ㅇ.”

“다른 거 구경하러 갔지?”

“아냐. 난....”

“맞네. 누가 사고 쳐서 그거 구경하려고 빠졌네.”

“......”


나의 예리함에 그는 입을 다물었다.


“혹시나 하고 물어보는 건데, 여긴 누가 지켜...?”

“결계가 지켜주겠지. 아니 근데 너는 왜 여기로 온 거야?”


‘이 새끼 이상한 버튼 작동할지도 몰라....’


나는 서둘러 그의 시선을 피했다.


“하! 이 미친 새끼.”


찬은 머리를 쓸어 넘겼다.


“너 여기 헌터가 되려고 온 거구나?!”


난 분명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어째서 거기까지 결론을 내린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물론 헌터가 되려는 것도 맞고, 몬스터를 잡으면 바로 헌터가 되는 것도 맞지만

여긴 그저 구슬만 얻으려고 온 건데....

이런 식으로 헌터가 될 생각은 없었다.


“그래... 한 번 해봐.”

“응? 뭘?!”


찬은 뒤로 돌아 결계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야!! 뭐 하는 거야?”

“헌터가 되려고 온 거잖아. 그럼 몬스터를 잡아야지. 저거만 잡으면 넌 바로 헌터야! 크.... 내가 도와줄게. 재밌게 놀아보자고!”

“아니야... 나는..!!”


쿵!! 쿵!! 쿠웅!!


몬스터는 미친 듯이 결계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찬은 내 말을 귀등으로 쳐 안 듣고 결계를 풀었다.

결계 막이 풀어지면서 주위의 공기도 한순간에 달라졌다.


망했다.

죽음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19 dr******..
    작성일
    23.05.14 22:22
    No. 1

    이 소설은 당신을 이야기로 끌어들이고 주인공과 강한 연결을 만듭니다. 작가가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칭찬받을 만합니다. 이 소설에서의 역사적 정확성과 세부에 대한 주의는 칭찬할 만합니다.
    저도 글을 한번 작성해 봤는데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파괴의 신이 내 몸에서 숨어 지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 09. 또라이 +1 23.05.15 15 1 10쪽
» 08. 수상한 목걸이(3) +1 23.05.14 12 2 11쪽
7 07. 수상한 목걸이(2) 23.05.12 14 0 10쪽
6 06. 수상한 목걸이(1) 23.05.11 16 0 10쪽
5 05. 치킨의 행방 23.05.10 18 0 12쪽
4 04. 고백 23.05.10 20 1 12쪽
3 03. 자라지 않는 소년 23.05.10 22 0 10쪽
2 02. 어떻게 된 일이더냐 23.05.10 22 0 12쪽
1 01. 시든 꽃 +1 23.05.10 37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