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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원 님의 서재입니다.

네오마르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주현우
작품등록일 :
2014.12.26 18:19
최근연재일 :
2015.01.23 19:56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31,928
추천수 :
736
글자수 :
192,638

작성
14.12.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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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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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글자
13쪽

네오마르스2-1새로운 시작

DUMMY

어색함의 연속이었다.

두 남자 커플은 은소영의 새침한 등장에 할 말을 잃었고 그녀 또한 부담스러운 커플룩에 어디에 눈을 둬야할지 몰라 했다.

“못 보던 동안에 숙녀가 됐는데.”

궁희성이 힘들게 입을 열자 은소영의 볼이 더욱 빨개졌다.

처음 봤을 때. 은소영은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하연철이 알바를 하는 편의점에 놀러갔다 같이 일하던 그녀와 친해졌고 사고 전까지도 간간히 연락하던 사이였다.

“아직 기억하시네요.”

“무슨 소리야? 내가 얼마나 너를 귀여워…….”

“그런데 어떻게 연락 한 번 없어요?”

변명 아닌 변명을 끊는 목소리에 서운함이 가득 담겨있었다.

본의 아니게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은 지 6개월이 넘었다.

그런데 그녀의 격한 질책에 궁희성은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사실 그렇게 가깝다거나 심각한 사이가 아니었는데 말이다.

뭔가 항의 비슷한 말이 입술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슬픔도 기쁨도 아닌 오묘한 그녀의 표정을 보자 아이스크림 녹듯 입안에서 사라져버렸다.

“미안, 사정이 있었어.”

궁색한 답을 놓은 궁희성이 하연철을 바라봤다.

하연철은 그와 눈길이 마주치자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자신도 그녀가 왜 이러는지 모른단 뜻이었다.

“그런 얘기 그만하고 술이나 들자. 일단 술이 들어가야 목이 부드러워지지.”

갑갑해하던 송우진이 잔을 들었다. 몇 순배가 돌았지만 여전히 분위기는 냉냉했다.

“뭐야? 그 이상한 복장은?”

“너무 기분이 좋아서 한 번 해봤어. 많이 이상해?”

“그걸 말이라고 해? 너희들이 10대 날라리야?”

하연철은 심각하게 꾸짖었지만 둘은 그저 실실거릴 뿐이었다. 그렇게 말꼬가 조금씩 터졌다.

“마셔요.”

소외감을 느낀 은소영이 바로 소주잔을 들었다.

“마셔도 돼?”

“저 이제 성인이거든요.”

입술을 삐죽 내민 그녀가 바로 잔을 털었다.

“무슨 돈으로 이렇게 마시는 거야? 그 옷들은 다 뭐고?”

두 백수와 한 알바. 다 합해야 한 달 수입이 100만원 될까 말까하는 청년들의 모임.

“희성의 꿍쳐 둔 한 수! 나 오늘 우리 궁사장님 완전히 다시 봤어.”

네오마르스의 일이 송우진의 입을 거쳐 활극으로 변했다.

얘기 중간 중간에 또다시 몇 번의 술잔이 오갔다.

“그게 말이 돼? 10억이나 되는 아이템을 6개월 넘게 잊었다는 게?”

“그럼 뭐? 내가 은행이라도 털었을까봐?”

“맞아! 나도 같이 있었다니까 그러네.”

궁희성은 일단 네오마르스에 들어가게 된 과정은 숨겼다. 이 자리에서 말해 봤자 의심만 더 커질 것이 뻔하니 말이다.

식탁위의 빈병이 빠르게 늘어갔다.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요. 어떻게 6개월간이나 연락 한 번 없을 수가 있냔 말이에요?”

은소영의 혀가 꼬였다.

술자리의 주제가 궁희성과 네오마르스에 머물다보니 그녀의 자작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술잔을 또 들었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나 술 세요. 그보다 왜 연락 한 번 없었던 거죠?”

똑같은 얘기의 무한반복.

하지만 그녀의 주사를 눈치 채기엔 남자들도 만만치 않게 취했다.

툭!

“뭐야, 얘? 도대체 오늘 왜 이렇게 오버하는 거야?”

그녀의 머리가 궁희성의 어깨위로 떨어졌다.

긴 생머리에서 풍겨오는 향기에 궁희성의 머릿속으로 아찔함이 스쳐 지났다.

“너 혹시 예전에 얘랑 뭔 짓 한 거 아니야?”

“무슨 소리야? 내가 그런 범죄를 저지를 놈이야? 그런데 얘는 도대체 어떻게 데려온 거야?”

송우진의 귓속말에 궁희성이 펄쩍 뛰어올랐다.

궁희성이 어깨를 흔들어보지만 은소영은 팔짱까지 끼며 더욱 달라붙었다.

“사실 얘……. 그동안 말은 안 했지만 네가 그렇게 된 이후 편의점에 매일 들려. 네 소식도 올 때마다 묻고. 너 만나러 간다니까 끝까지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안 하더라고.”

“그래? 전에 만났을 땐 별로 적극적이지도 않았는데……. 도대체 속을 알 수가 없네. 모르겠다. 마시자!”

궁금증은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였다.

다들 궁핍하게 살다보니 오랜만의 술이 너무 달았다.

은소영이 쓰러지자 남자들의 표정이 자못 진지해졌다.

“희성아. 10억……. 그걸로 뭐 할 거야?”

“우리 살길을 찾아야지. 사업 어때?”

“이 돈 가지고?”

“이건 계약금 정도로 생각해 둬.”

궁희성의 당당한 목소리에 친구들 표정이 의아해졌다.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변한거야?”

“이제 슬픔을 끝내려고.”

사실, 알 수 없는 상황에 궁희성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중요한 건 재활할 돈이 있고 자신감도 넘친다는 것이다.

“좋았어. 우리 희성이 완전히 살아났는데. 자! 한 잔 더.”

친구들은 정체모를 돈보다도 궁희성의 부활을 더 반가워했다.

그들은 오늘 스펀지 흡수하듯 술이 땡겼다.

“우리 자취방 때려치우고 오피스텔 구하자. 거기서 폼 나게 시작하는 거야.”

“그렇게 펑펑 쓰다 어쩌려고 그래? 있을 때 아껴야지.”

하연철은 사람은 확실한데 소심한 게 문제였다.

모든 일에 걱정부터 앞서는 타입 말이다.

“프랜차이즈? 치킨집이나 호프집 어때? 요즘 잘나가는 커피숍은?”

“야! 크게 봐야지 겨우 구멍가계야?”

송우진은 이속은 밝은데 통이 작은 게 흠이고.

“하하하, 그런가? 그럼 벤처로 나가는 거야? 전부터 꿔왔던 우리의 꿈 말이야?”

“맞아! 이제 우리의 날개를 펼쳐보는 거라고! 하하하~”

기억하기조차 싫은 그 일이 있고 이렇게 호쾌하게 웃어 보긴 처음이었다.

궁희성은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냥 이 자리가 좋았다.

‘아버지, 어머니. 저 다시 웃으라고 이런 기회 주신 거죠? 고마워요. 이제 다시는 울지 않을게요. 열심히 노력해서 두 분 몫까지 행복하게 살게요.’

“위하여!”

궁희성은 잔을 높이 들었다.


***


물컹!

손바닥에 잡히는 부드러운 감촉에 눈이 떠졌다.

정신이 들자 어젯밤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호쾌한 건배.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던 술자리. 나가떨어진 은소영을 업고 자취방으로 돌아오던 귀가길…….

은소영?!

궁희성은 끊어진 기억을 잇는 과정에서 머리를 때리는 충격을 느꼈다.

물컹한 오른손바닥과 무거운 뭔가에 눌려 끊어질 듯 절인 왼팔. 좌우로 사람 등판 사이에 끼여 옴짝달싹 못하고 옆으로 누워있었다.

‘뭐야? 그럼 내가 지금 안고 있는 게?!’

자신이 끌어안고 있는 건 분명 사람이다.

그것도 부드럽고 볼록한 무언가를 등의 뒤쪽에 지닌.

지금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자 머릿속 피가 신체의 다른 곳을 향해 급격히 흘러내려간다.

이로 인해 궁희성은 심한 어지러움을 느꼈다.

‘뭐야?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거야?’

두 사람 사이에 끼어 몸을 틀수도 없다. 머리 위는 벽.

밑으로 내려가려 했지만 발밑에도 사람이 누워있었다.

분명 이대로 다른 사람들이 깨어난다면 그는 아주 곤란한 상황에 놓일 것이다.

일단 물컹한 뭔가를 쥐고 있는 손바닥부터 떼었다.

그런데 뗀 팔을 마땅히 둘 곳이 없다. 그래서 그는 팔을 그대로 허공에 들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다른 곳이었다.

자신의 몸이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작동하는 그놈!

그놈이 자라나 은소영의 몸 은밀한 곳 근처를 사정없이 찔러댄다.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머릿속이 멍하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자 양쪽 팔이 떨어져나갈 듯 절여왔다.

“음냐~ 어? 너 왜 그러고 있냐?”

발밑에서 자던 송우진이 몸을 일으켰다.

궁희성은 그가 일어난 틈으로 지렁이처럼 꿈틀대 두 사람 사이를 빠져나왔다.

“휴~ 살았다.”

“오빠들 잘 잤어요?”

그가 빠져나오자마자 은소영도 바로 몸을 일으켰다.

맑은 목소리였다. 그녀는 오래전에 이미 깨어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요망한 것! 내가 난처하다는 것은 뻔히 알면서도 여태껏 가만히 있었던 거야?’

궁희성은 곁눈으로 그녀를 째려보며 양팔을 주물렀다.


***


궁희성은 자취방으로 돌아오면서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들을 믿는다면 감출 이유가 없다 생각한 것이다.

그는 가기 싫어 칭얼대는 은소영을 달래고 얼러 돌려보내고 둘이 보는 앞에서 다시 워 오브 아너에 접속했다.

“그러니까. 지금 보고 있는 이 캐릭터가 워 오브 아너, 그러니까 워너의 캐릭터란 말이지. 여긴 네오마르스고.”

하연철은 화면 여기저기를 세심하게 살펴봤다.

“이게 버그로 인해 일어난 일이라면 위험할 수도 있어. 잘못하면 손해배상 같은 문제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그의 걱정에 송우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이벤트를 통해 들어갔다면 버그는 분명 아니야. 우리가 책임질 이유는 없어.”

“그럼 이 아이템은 정상적인 거란 말이지?”

“그렇다니까. 잘못 되도 이건 게임사 문제야. 우린 이벤트를 통해 정상적으로 들어갔다 하면 그만이라고.”

송우진의 결론에 궁희성이 활짝 웃음을 지었다.

“좋아, 그럼 아이템을 처분해 사업 자본으로 삼는 거야.”

“그런데 남아있는 아이템이 아직 포럼에서조차 나온 적이 없는 거라고?”

“그래, 감정도 되지 않아.”

“그렇다면 곤란한데? 희귀아이템으로 팔면 돈이 되겠지만 정확한 능력치가 없는 상태에선 제값받기 힘들 텐데.”

송우진의 우려에 궁희성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능력치조차 알 수 없다면 누가 알아보고 사겠는가.

“그럼 어째?”

“이건 내 생각인데 사냥을 더 해보는 건 어떨 가?”

“사냥을 더? 이제 총알도 별로 없는데?”

“그건 내가 생각해둔 바가 있어. 오르가니 마을에 대장간이 새로 생겼는데 뭐든 가져다주면 그대로 복사해주거든. 비용이 엄청나지만…….”

“총알도?”

“될지는 미지수지만 해봐서 손해 볼 건 없잖아.”

“오케이. 그렇게만 된다면 난 더 바랄 게 없지.”

“일단 총알 한 개를 소포로 보내줘. 그럼 내가 알아볼게.”

“알았어. 그럼 연철이는 우리가 살 오피스텔을 알아봐. 나중에 다시 옮기지 않아도 되게 돈 아끼지 말고 중심부에 큰 걸로 말이야.”


***


보라 빛이 낀 푸른색 하늘과 파란 숲.

네오마르스의 세상은 이질적이면서도 아름답다.

과연 이것이 인간이 만들어낸 그래픽인가가 의심스러우리만치 말이다.

하지만 궁희성에게 네오마르스란?

“돈다발들아, 내가 왔다!”

타다다다~

“으하하! 아이템 내놔. 가진 거 다 내놔!”

이곳이 바로 삶의 현장이다.

그는 접속하자마자 몬스터를 찾아 숲속을 헤집고 다녔다.

“이크크~ 조심, 조심.”

몬스터들이 모두 보스 몬스터 급이기에 스치기만 해도 사망이다.

적당한 거리를 두며 원거리 사격으로 하나하나 처리해야만 하는 것이다.

“아이언 오우거 로드. 약점이 두 눈 사이 미간이었지.”

궁희성은 시간이 갈수록 요령이 늘고 있었다. 그는 약점을 찾아 단발로 몬스터를 잡으려 노력했다.

다행히 네오마르스에서도 총알은 구할 수 있었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궁희성은 열광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젠장, 총알 한 발에 10골드라니. 워너에서는 한 탄창에 10원도 안하는데. 도둑놈들. 한 발에 12만원?!”

궁상과 절약을 미덕으로 아는 그에게 총알 가격은 충격 그 이상이었다.


***


최고급 오피스텔.

풀 옵션의 넓은 실내에는 최고급 컴퓨터와 세 대의 시뮬레이터를 갖추고도 여유가 있어보였다.

“역시 희성이는 게임의 천재야. 저런 사격술을 가진 이가 세상에 또 있을까?”

궁희성의 플레이를 한 발 뒤에서 지켜보던 송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신 컴퓨터에 맞춤식 인테리어.

최적의 조건에서의 궁희성은 또 다른 차원의 플레이어였다.

“역시 그때 게임 쪽으로 빠졌어야했어. 그랬다면 프로게임 계에 새로운 샛별이 출현했을 텐데……”

“쉿! 혹시라도 들으면 어쩌려고?”

그의 혼잣말에 옆에서 듣던 하연철이 기겁을 했다.

“얘, 게임에 빠지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 헤드셋까지 꼈는데 뭐가 걱정이야?”

“그래도, 혹시라도 듣게 되면……. 앞으론 절대 내색도 하지 마.”

“거지같은 세상. 사람을 두 번 죽여도 유분수지. 저런 효자를 용의자로 몰아? 게임에 미쳐 부모를 죽인 방화범? 당하는 사람은 어쩌라고 그런 오보를 내보낸 거야?”

“그러게 말이야. 그나마 바로 누명을 벗어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애 완전히 잡을 뻔했어.”

“이제라도 정신 차렸으니 잘해주자. 다신 좌절하지 않게.”

허연철의 결심에 송우진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 원샷 원킬! 완전 예술인데. 근데 저런 집중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돈의 힘.”

송우진의 단정에 하연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소리야? 집중력이 돈의 힘이라니.”

“희성이 성격 몰라? 총알 한 발에 12만원이라고.”

“그래서? 돈 아끼려는 집착에서 나오는 집중력이다? 그렇다면 말이 안 되잖아. 그런 너희들이 그날 몇 천 만원 어치나 쇼핑했다며?”

“히히, 그냥 기분만 낸 거야. 가격표 하나도 안 떼고 다음날 바로 반품했거든.”

“말도 안 돼! 그럼, 이 오피스텔은? 한 달 월세 500만원이 넘는 이 오피스텔은 뭐냐?”

“그 이상을 벌겠다는 희성이의 의지지. 몇 달간 한솥밥을 먹고도 모른단 말이야?”

송우진의 설명에 하연철은 입이 절로 벌어졌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겁이 나기 시작했다.

궁희성이 돈을 벌기위해 자신을 얼마나 부려먹을지 상상만 해도 오한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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