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특이쩜의 서재입니다.

파괴신이 될 운명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특이쩜
작품등록일 :
2021.03.20 19:14
최근연재일 :
2021.03.29 07:2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2,914
추천수 :
13
글자수 :
84,464

작성
21.03.22 20:05
조회
169
추천
1
글자
13쪽

비무

DUMMY

“후우··· 알았으니 가보게.”

“예, 장주님.”


공손히 고개를 숙인 총관이 문 밖으로 나갔다.


“아버님, 서신의 내용이 무엇입니까?”

“···넌 알 거 없다. 그보다 고 소협, 그대가 청한 대로 조만간 비무를 해봅시다.”


“감사합니다.”



조사와의 얘기를 마친 주랑이 장주전을 나왔다.


바로 뒤따라 나온 조괄이 그에게 말을 붙였다.


“형님, 왜 그런 청을 하셨어요? 아버님은 적당선이란 게 없는 분이신데···.”

“내가 말한 그대로야. 나보다 약한 사람 밑에 있을 수는 없어.”

“하아··· 형님이 강하고 특별하신 건 알지만 아버님은···”


“괄이, 이제 정신 좀 차렸냐? 주제도 모르고 국경 밖까지 나가서 깝치더니··· 쯧쯧.”

“···?”


돌연 끼어든 목소리의 주인은 조금 전에 장주전에서 쫓겨났었던 둘째 공자 조순이었다.


“···둘째 형님.”


조괄을 조롱한 조순은 주랑을 보더니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이쪽이 우리 못난 동생을 구해준 분인가? 인사나 좀 합시다.”


상당히 건방진 자세와 말투였다.


“······.”


잠시 조순을 쳐다보던 주랑은 그대로 조순을 지나쳤다.


저벅- 저벅-


“···어? 어이!? 이봐, 사람 무시해? 내가 우습냐? 어?”

“···형님,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조괄은 깨소금이다 생각하며 주랑을 따라갔다.


* * *


그 후로 사흘이 흘렀다.

사흘 동안 주랑은 조가장에서 잘 먹고 자며 지냈다.


기이할 정도의 회복력까지 있으니 이 짧은 기간에 주랑의 몸 상태는 최상이 돼 있었다.


주랑은 바로 가서 조사에게 비무하고 싶단 의사를 밝혔다.


조사는 잠시 망설였지만 곧 흔쾌히 받아들였다.


다만 확인해야 할 서류들이 조금 남았으니 세 시진 뒤에 비무장에서 보자고 전했다.


주랑은 세 시진 동안 몸을 풀고 식사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비무할 시각까지 일 다경 정도 남았을 때,


주랑은 시종의 안내를 따라 조괄과 함께 비무장으로 가고 있었다.


도착해보니 비무장은 굉장히 크고 깨끗했다.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거 같았다.


비무장에 먼저 도착해있던 조사는 목검을 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주랑과 같이 있던 조괄이 조금 안심했다.


‘그래도 우려하던 큰일은 일어나지 않겠구나.’


저벅- 저벅-


주랑이 조사와 대치하는 곳에 섰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도 잘 부탁하네.”


주랑이 조가장에서 지내게 되면서 조사는 자연스레 주랑에게 말을 놓게 됐다.


조사가 말을 이었다.


“숨기지 말고 모든 기량을 발휘해보게. 나도 우리 가전무공을 제대로 보여줄 생각이니.”

“···알겠습니다.”


‘그래, 이 남자는 강하다. 내 모든 힘을 다 쏟아도 걸맞기 힘들만큼.’


그래서 주랑은 더 호승심이 일었다.


이런 남자도, 또 조 나라도 엄두를 못 낼만큼 주르첸 놈들 세력이 강성하단 것인가.


“그럼 바로 시작하지.”


타닷-


조사가 말을 마치자마자 주랑은 조사에게 빠르게 다가가 그의 복부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훙―


“···?”


그러나 그 주먹은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조사는 주랑의 뒤에 서 있었다.


“다시 와보게.”

“···하앗!”


훙― 훙― 후웅―


주랑은 몇 번의 공격을 반복했지만 도저히 조사의 움직임을 잡지 못했다.


주랑의 공세를 여유롭게 피해내면서 조사는 생각했다.


‘확실히 무공을 배운 움직임은 아냐.’


“하아, 하아···.”

“십 초 양보했네. 더 필요한가?”

“······?”


‘양보? 그래, 공격하지 않고 봐줬다 이거지!’


“마음대로 하시오!”


훅― 후욱― 훅―


발끈한 주랑의 공세가 조사를 향해 더욱 매섭게 가해졌다.


‘어떻게든 잡아채야 한다. 아무리 움직임이 좋아도 한 번만 잡아내면 그때부턴···.’


주랑의 그런 마음을 알았는지 조사가 순순히 잡혀주었다.


‘음?’


순순히 잡혀준 게 조금 의아했지만 주랑은 지체 없이 바로 조사의 안면을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


그러나 조사는 슬쩍 고개만 돌려 피해냈다.


주랑이 연이은 공격으로 무릎을 쳐올렸지만 조사는 목검으로 어렵지 않게 막아냈다.


파앙―!


“···?!”


주랑의 무릎이 지닌 파괴력이면 목검이 두 동강 나야 정상인데 의외로 목검은 멀쩡했다.


“기막을 두른 것이네.”


조사가 그 말을 함과 동시에 공격 자세를 취했다.


곧 그의 목검이 현란하게 모든 방위를 점하더니 주랑에게로 쏟아졌다.


그것을 본 조괄이 경악했다.


‘저··· 저것은!’


마멸리검 제 칠 초식 마멸파해


파파파파파팍!


전방위에서 수도 없이 쏟아지는 목검의 찜질 세례가 주랑을 몰아쳤다.


“끅···!”


주랑은 뼛속까지 울리는 통증을 느꼈다.


고통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 뼈가 멍드는 기분!


“···이쯤 하는 게 어떻겠나?”

“더··· 더 하겠습니다.”


타닷―


주랑은 굴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사 초식 마멸파쇄

오 초식 마멸리파괘


마멸리검의 강력한 초식들을 연거푸 얻어맞고도 주랑은 계속해서 일어났다.


“하아, 하아···.”


그런 주랑을 보며 조사는 속으로 인정했다.


‘대단하긴 하군. 저 몸이, 그리고 정신이!’


누워있을 만도 한데 주랑은 계속 일어나서 달려들었다.


“이제 그만하지. 좀 있으면 내상이 더 심해질 테니.”

“아아아아!”


주랑은 아랑곳없이 달려들었다.


비무가 재개되었다.


* * *


계속 비무를 하다 보니 뭔가 이상했다.


조사가 느끼기에 주랑은 비무가 지속될수록 더욱 재빠르고 강해지는 거 같았다.


그의 공격을 허용할 뻔한 적도 몇 차례 있었다.


‘···그럴 리가. 내 착각인가?’


전력을 다하진 않았지만 마멸리검의 실속 있는 초식들이 몇 차례나 제대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런 상태에서 역량이 더욱 올라간다는 게 당최 말이 안 되지 않는가?


어느덧 주랑의 눈동자가 붉어져 있었다.


핏줄이 터진 것과는 조금 달랐다.


너무나 진한 빨강


오싹-


그걸 본 조괄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혀··· 형님?’


“으아아아아!!”


주랑은 이성을 잃은 듯이 조사에게 덤벼들었다.


‘결국 끝을 보고자 하는가···!’


조사가 몸을 뒤틀며 목검을 뒤로 하였다.


“···아버님! 안 돼요!”


조사의 예비 동작을 본 조괄이 외쳤다.


저 자세는 마멸리검 최강의 일초 마멸섬진격이다.


목검일지라도 저 검초에 맞으면 몸이 뚫려나갈 것이다.


‘말려야 하는데···!’


이미 늦었다.


“아아아아!!”

“오라!”



쾅―!!


마멸섬진격이 작렬했다.


조괄은 차마 눈 뜨고 그 광경을 보지 못했다.


“······이럴 수가.”


조사가 의아해하는 소리를 듣고 조괄이 슬며시 눈을 떴다.


그리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생각지도 못한 장면이 펼쳐져 있던 것이었다.


조사가 내뻗은 목검이 주랑의 왼손에 잡혀있었고, 그 주랑의 오른 주먹은 조사의 옆구리에 닿아있었다.


그러나 그 주먹엔 힘이 실려 있지 않았다.


힘이 실렸어도 조사의 내기로 된 기막 때문에 손상을 입힐 순 없었을 것이다.


주랑은 선 채로 기절해 있었다.

모든 잠력이 고갈돼 혼절한 것이었다.


“···정말 여러 번 놀라게 하는군.”


조사는 기절한 주랑을 부축해서 시종에게 넘겼다.


“···아버님.”

“···하하, 참 물건이구나. 물건 중에 물건이야!”


“아아!”

“결코 다른 곳에 뺏겨선 안 되는 청년이다.”


‘아··· 아버지가 이토록 인정하시는 건 처음 본다!’


“네 말대로 제대로 된 무공을 익힌다면 그 성장세가 어디까지 갈지 짐작도 되지 않을 정도구나.”


조사는 진심으로 감탄하며 생각했다.


‘이런 인재가 마멸리검을 익힌다면··· 어쩌면 조가장의 역대 무인 중에서 최초로 조화에 다다르는 이가 나타날 수도···.’


“네··· 형님은 분명 일반 무인과는 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해봐야겠다. 너도 이만 가봐라.”

“네, 아버님!”


조괄마저 비무장을 나가자 비무장엔 조사 홀로 남아있게 되었다.


조사는 계속 주랑에 대해 생각했다.


‘이제까지 본 적 없던 옹골진 신체, 그 몸에서 일어나는 회복 능력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가 결투를 지속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마멸섬진격은 저 청년이 받아낼 수 있는 수준의 검초가 아니었다. 한데···’


받아냈을 뿐만 아니라 역공까지 가했단 말이지···. 끝에 가서 모든 힘이 다 빠져 그대로 혼절하긴 했다만.


‘단시에 일어난 실력의 진보가 경이로울 정도다!’


욕심이 나고 조바심도 났다.


얼른 마멸리검을 직접 전수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조사 본인이 마멸리검의 십이 성을 개척해냈듯 주랑이 조화의 경지에 도달해 그 다음 단계인 십삼 성을 개척해주길 바랐다.


‘이번 사태만 잘 마무리된다면 말이지···.’


조사는 사흘 전에 총관에게 건네받은 조정의 서신을 떠올리며 한숨지었다.


그 서신에는 조 나라 왕이 직접 조사에게 조가장의 무인들을 차출하여 출정할 것을 명령하고 있었다.


진 나라의 위협이 코앞까지 닥친 상황.


자랑스러운 첫째 아들 평원군 조승이 연 나라로 떠난 지 한 달 가까이 되었지만 아직 아무 소식이 없었다.


아무리 조 나라와 연 나라가 동맹 관계라 하여도, 연 나라는 현재 제 나라와 전쟁 중인 상황이라 병력을 내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조 나라 입장에선 어떻게든 파병을 받아내야만 했다.


왜냐하면 진 나라는 제 나라와 다르게 중원 대륙에 있는 모든 나라 중에 한 나라와 더불어 전력 면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어디서든 파병을 받지 못하면 국가의 존속이 위태로웠다.


주르첸 부족 역시 언제 침공할지 알 수 없는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상황.


‘후우~ 이 나라가 과연 어찌 될런지···.’


현재 유목 부족에 대한 방비는 신안군 석호가 맡고 있었다.


그 외의 무인 대부분은 진 나라와의 전면전에 투입될 예정이었고, 조사 역시 가신들과 함께 참전해야 했다.


다만 조사가 고민이 되는 것은 조가장의 소재가 진 나라보다는 주르첸과의 접경지에 더 가깝다는 것이었다.


진 나라를 막더라도 유목 기병들에게 방비가 뚫리면 조가장이 풍비박산날 수도 있는 상황.


진 나라와의 전면 전쟁이 장기화되면 유목 기병들의 공습은 확실시된다.


조사는 석호가 자신 못지 않은 명장임은 알지만 그 혼자서 주르첸의 공습을 감당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가 힘들었다.


‘아무래도 고 소협을 남겨둬야겠지.’


고주랑, 그는 실력은 물론이고 주르첸 유목 부족에게 원한도 깊으니 안성맞춤이었다.


석호의 괴팍하고 잔혹한 성정도 주랑이라면 능히 감당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을 정리한 조사는 석호에게 보낼 서신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 * *


그 후로 다시 사흘이 지났다.


조가장의 장주전에는 조사와 조괄, 그리고 고주랑 셋이 나무에 유리를 끼운 원탁 주위에 둘러앉아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괄아.”

“네, 아버님.”

“이 아비는 내일 조적대를 이끌고 출정을 갈 것이다.”

“출정이요?”


“···아마 꽤 긴 여정이 되지 않을까 싶구나.”

“···진 나라입니까?”


“그래, 내 너에게 긴 얘기는 하지 않겠다. 둘째 놈은 못미더우니 네가 고 소협과 함께 조가장을 지켜라. 조가장의 운영이나 관리는 장로들과 상의하면 되고.”

“······네! 맡겨주십시오.”


‘무에는 영 미달이지만 문에는 제법 밝은 놈이니 장로들한테 휘둘리지 않고 잘해내겠지.’


조사가 고개를 돌려 주랑을 보았다.


주랑은 조사가 자신을 바라보자 고개를 숙였다.


“고 소협.”

“말씀하시죠.”


“소협의 국적을 바꾸고 우리 조가장에 소속시키는 일은 총관에게 명해뒀으니 금방 처리될 걸세. 이제 자네는 우리 식구나 마찬가지야.”

“감사합니다.”


“그래. 마음 같아선 당장 우리 조가장의 여러 무공들을 전수해주고 싶네만 상황이 그걸 허용치 않는군.”

“···저도 많이 아쉽습니다.”


“괄이와 자네는 조가장의 미래일세. 조만간 복귀할 승이를 둘이 문무로 받쳐주며 조가장을 잘 이끌어주게나.”

“네···.”


“그럼 편히 지내고 있게. 혹시 전쟁 소집령이 떨어지면 자네가 가서 활약해 주게나. 자네가 가장 증오하는 녀석들과의 전투일 테니.”

“알겠습니다.”


“아! 이 전쟁이 끝나는 대로 바로 왕에게 상소를 올려 자네의 여동생이 구출되도록 힘써보겠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모두에게 인사와 당부를 마친 조사는 그 다음 날, 모든 집안사람과 가신들의 배웅을 받으며 조적대를 이끌고 조가장을 떠났다.


* * *


조사가 떠난 후 다시 이틀이 지난 날 아침


그동안 주랑은 조가장이 내준 넉넉한 거처에서 편히 지내며 마음을 차분히 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처음 각성하고 나서 사막 길에서 품었던 그 살의가 점차 고개를 들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강도가 심해지면서 이젠 무엇이라도 죽이지 않으면 안 될 정도가 되었다.


이러다가 조금 더 지나면 조가장 내의 모든 사람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일 것 같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파괴신이 될 운명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역천을 이루다 [完] 21.03.29 188 0 7쪽
14 주르첸 정벌 21.03.28 179 0 8쪽
13 쟈다란의 쟈무카 21.03.27 139 0 14쪽
12 역사적인 순간 21.03.26 168 0 14쪽
11 석호와의 생사결 21.03.25 135 0 12쪽
10 진 나라로 이적하다 21.03.24 157 0 13쪽
9 종언의 돌 21.03.24 151 1 13쪽
8 진 나라와의 전쟁 21.03.23 160 1 14쪽
7 주르첸 공습 21.03.23 180 1 13쪽
6 괴수 사냥 21.03.22 167 1 13쪽
» 비무 21.03.22 170 1 13쪽
4 조가장 21.03.21 205 2 13쪽
3 주르첸의 용사 +2 21.03.21 226 2 13쪽
2 각성 21.03.20 244 2 13쪽
1 절망. 은인. 운명 21.03.20 446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