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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쩜의 서재입니다.

파괴신이 될 운명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특이쩜
작품등록일 :
2021.03.20 19:14
최근연재일 :
2021.03.29 07:2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2,916
추천수 :
13
글자수 :
84,464

작성
21.03.20 20:05
조회
446
추천
2
글자
13쪽

절망. 은인. 운명

DUMMY

아···


끔찍한 고통과 함께 눈이 뜨였다.


일어나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온몸이 심한 구타로 인해 작은 경련이 일고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주룩~


눈물이 흘렀다.

그게 시작이었다.


“어억, 어어어~ 아아아악!!”


미친 듯이 소리치며 울었다.


“어··· 엄마~! 엄마아아아!! 예랑아!!”


서글픈 절규는 한동안 계속됐다.


* * *


어머니와 여동생이 납치당했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유목민들에 의해 우리 마을에 있는 재물과 가축들이 약탈당하고 부녀자들과 여아들은 납치된 것이었다.


아버지가 괴수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힘겹게 삶을 이어간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아 이런 고난이 또다시 찾아왔다.


도저히 맨정신으로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이었다.


이제 어떡하지, 어떡해야 되는 거지···.


한참을 실성한 듯이 소리치며 울다가 붕괴되려는 정신을 가까스로 부여잡았다.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이를 악물고 간신히 일으켜 세웠다.


“헉··· 헉··· 누구 없어요?! 숨 붙어 있는 사람 어디 없어요?!”


목소리를 내기도 힘든 몸 상태지만 있는 힘껏 외쳤다.


한동안 외치고 둘러봐도 들려오는 소리는 없었다.


그래··· 다 죽은 거구나.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나 역시도 죽은 줄 알았으니까.


구타 중에 기절한 나를 죽은 줄 알았는지 그냥 두고 갔기에 나는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일단 관아에 가서 신고해야 하나?

아니, 이미 신고는 됐을 것이다.


이 정도 사건이라면 먼저 도망친 병사들에 의해 신고가 들어가서 벌써 조사에 나섰을 건이다.


조사를 들어가 봤자 우리 같은 부락민들의 사망, 실종 등은 대충 처리되겠지만.


* * *


유일한 방어선인 국경 경비대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나라 조정에선 현재 제 나라와 전쟁 중인 상황이라 북쪽 변방의 일에 신경 쓰고 지원할 여력이 없을 것이다.


“단석평··· 그 개새끼만 아니었어도!!”


마을을 침공한 유목 민족 그 개자식들이 가장 씹어 먹을 놈들이지만 못지않게 분노가 향하는 인간이 바로 몇 달 전에 국경 경비대장으로 부임했던 단석평이었다.


그렇게 분노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쉬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쉬이이


고개를 들어보니 매가 날아오는 소리였다.


‘뭐지, 괴수인가? 아직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데··· 제길!’


낭패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날개를 넓게 펼치며 유유하게 날아오던 매가 내 머리 위에 서더니 빙빙 원을 그리며 돌았다.


‘······?’


하는 행동을 보면 적의가 있는 것 같진 않은데? 내심 다행이라 여기고 있을 때, 매의 부리에서 웬 노인의 음성이 들렸다.


“살아있는 사람이 있었구먼. 두무지를 보낸 보람이 있어.”

“헉?!”


힘겹게 일으켰던 몸이 놀람에 다시 자빠졌다.


쿵-!


“으윽. 매가 말을···?”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내가 너무 정신이 망가져서 헛소리를 듣는 건가.


“···이러면 안 돼. 엄마와 예랑이를 구해야 돼.”


스스로에게 정신 차리라고 의지를 다지는 그때, 매가 다시 말했다.


“허허, 처음 보는 현상이면 놀랄 만도 하지. 허나 잘 생각해보면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닐 걸세. 도사들이 동물들과 교감을 통해 그들을 부릴 수 있다는 걸 들어본 적 없는가?”

“······아아.”


그때서야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과거 나는 무관에서 어떤 자질도 인정받지 못하고 일꾼으로 배정됐었다.


무관에 있던 그때에 간혹 도사 지망생들이 도력 부리는 것을 봤었다.


그때 말고는 살면서 도사나 도술 등을 접할 일이 없었다.


그저 정해진 작업장에서 노역만 죽어라 했을 뿐.


이 분의 정체는 모르지만 동물의 입을 빌려 자신의 말을 전달하는 정도면 상당한 경지일 것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중에 매의 부리에서 다시 노인의 음성이 들렸다.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쉬고 있게. 근처에 말이 있으니 곧 이쪽으로 데려오겠네.”

“네?! 근처에 말이 있다고요?”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부락에 있는 모든 가축들은 유목민들이 다 약탈해서 없을 텐데···.


“이 촌락에 변고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말 한 마리를 같이 데려왔네. 근처에서 이쪽으로 보내놨으니 조금만 기다리게.”

“······.”


설마 매뿐만 아니라 말까지 부리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정말 높은 경지임에 틀림없다.


도술은 잘 모르지만 이 분이 범상치 않다는 건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겠다.


나는 정중히 포권을 하고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도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허허, 살아있어 줘서 내가 고맙네.”


내상이 점점 악화되고 있고 거동은 버거운데 주변에 산 사람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 상태로는 얼마 못 가 다시 쓰러졌을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 신통한 경지의 웬 도사 분이 나를 발견해 돕고 있었다.


잠시 뒤 왼쪽 측면 방향에서 말 한 마리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다각- 다각-


말은 내 바로 앞에서 멈췄다.

이번엔 말의 입을 통해 노인의 음성이 들렸다.


“힘들겠지만 어서 용, 아니 이 말에 몸을 싣게. 부상이 심각하니 치료가 시급하네. 내가 머무는 곳까지의 거리가 꽤 되니 서두르세.”

“네··· 감사합니다!”


말에게 다가가 몸을 실으려 하자 말이 스스로 몸을 굽혀주며 내가 몸을 실을 수 있게 도왔다.


푸르륵

다그닥- 다그닥-


영특한 말은 투레질을 한 번 하더니 지체 없이 달려 나갔다.


이 방향은··· 관아 방향은 아니다.

이쪽으로 계속 가다보면 조 나라와의 국경에 닿는다. 그 전에 멈추겠지?

···아니, 상관없다.

어디든 누구든 내게 도움을 줄 수만 있다면.


* * *


한참을 달리는 동안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나는 연 나라 사람이었다.


연 나라 북쪽의 국경 지대, 그 위쪽엔 많은 유목민들이 왕래했다.


그곳이 그들의 주요 활동반경인 것인데 이들의 전투력은 매우 막강했다.


모든 사람이 두려워 떠는 괴수들도 그들에겐 그저 식량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이들이 다니는 국경 지대로부터 제일 인접해있는 부락에 우리 가족이 살았다.


부락 주변에 있는 광산에서 광부로 일하며 겨우 끼니를 잇고 사는 중에 사건이 터졌다.


유목 민족이 습격한 것이었다.


보통은 국경 경비대 선에서 약간의 성의를 보이면 물러나는 것이 통상의 사례였다.


아예 국가 조정에서 곡물과 자원 등을 따로 마련해 지원하기도 했다.


강성한 그들과 부딪쳐서 병사가 죽고 마을이 약탈될 바엔 조금 쥐여 주고 보내는 것이 나았으니까.


문제는 몇 달 전에 새로 부임했던 국경 경비대장 단석평이었다.


그는 탐욕이 넘치는 인물이고 주제파악을 못하는 작자였다.


건네기로 돼 있는 자원의 대부분을 본인 주머니로 챙기는 것에 아무 주저함이 없던 그는 저들의 전투력을 과소평가하는 반면 자신의 역량과 권위는 과대평가했다.


호색한이기도 했다.


부락에 사는 여러 부녀자들에게 추파를 던졌고, 내 여동생에게도 느끼한 말과 행동으로 소위 작업을 걸어댔다.


변태적인 성향도 짙었다.


언젠가 어머니가 빨래를 하고 건조하기 위해 널어둔 예랑이의 속옷을 그놈이 밤중에 몰래 가져가는 광경이 동네 사람들에게 포착됐었다. 개좆같은 놈···!


그렇지만 차마 그에게 따질 수도 대적할 수도 없었기에 앞으로 더욱 열심히 내공을 쌓고 단련해서 이 마을을 빨리 떠야겠다는 각오만 다지고 있었는데···


그랬는데 결국 일이 났다.


통상적으로 으레 받아야 할 것들을 받지 못하자 흥분한 유목 민족이 주저 없이 총공격을 감행한 것이었다.


안 주고 뻗댈 거면 방비라도 신경 쓰고 있었어야 되는데··· 단석평, 이 끼새개는 기방에서 술 처먹고 기녀들과 뒹굴다 뻗기 일쑤였다.


결국 침공이 시작되자 제일 먼저 몸을 내뺐다.


경비대원 전원이 죽거나 도망침으로써 부락은 쑥대밭이 됐다.


남자는 성인이고 아이고를 가리지 않고 모두 살해당했다.


숨거나 도망치는 것에 실패한 부녀자와 여아들 모두는 몸종으로 끌려갔다.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어머니와 예랑이를 쳐다보며 입꼬리를 올리던 녀석들의 면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 * *


그렇게 괴로움과 분노로 점철된 생각들에 깊이 빠져있는 사이 어느새 말은 조 나라와의 국경 지대까지 와있었다.


연 나라의 경비대원들은 이 말과 내가 뻔히 보일 텐데도 못 본 듯이 굴고 있었다.


‘···혹시 이것도 도사님의 도술인가?’


못 볼 리가 없는 상황인데 그들은 전혀 이 말과 나를 알아보지 못하였고 따라서 제지하지도 못했다.


다그닥- 다그닥-


말은 앞으로 계속해서 달려 나갔다.


멀리서 조 나라의 국경 경비대원들이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이 도사님이 거처한 곳은 조 나라 안의 지역 같은데 이번에도 과연 제지당하지 않고 지나칠 수 있을까?’


‘······.’


대장으로 보이는 자는 인상을 찡그리며 이쪽을 노려보지만 딱히 제지할 기미는 없어보였다.


그 경비대장의 정면으로 열 발걸음가량 앞에서 말이 멈추었다.


히힝- 히힝-


잠시 조율의 과정을 거친 뒤 이제는 익숙한 노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아아~ 아, 수고가 많네. 이 노도의 부탁을 들어주느라 마음고생이 많겠구먼.”

“아이고,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도사님도 참, 하핫!”


찡그려져 있던 조 나라 경비대장의 인상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순식간에 펴졌다.


아마도 조 나라에 소속된 걸로 짐작되는 이 노도사 분이 여기서는 정체를 밝히고 통과하려는 것 같았다.


문제는 나였다.


신분패가 있는 상인이나 용병도 아닌 나를 과연 조 나라에서 통과시켜 주겠냐는 것인데.


“내일이 가기 전에 돌려보낼 테니 너무 걱정 말게.”

“예,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하하~”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말을 앞에 두고 무슨 상전 모시듯 예우를 갖추던 경비대장은 제재 없이 나를 조 나라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덕분에 무탈하게 조 나라의 국경을 통과할 수 있었고 이후 한참을 더 달려갔다.


‘···도대체 이 도사님의 거처는 어디까지 가야 있는 거지? 여기서 그 먼 곳까지 동물들을 부렸다는 건가!?’


내가 아는 상식을 월등히 뛰어넘은 능력이었다.


국경을 지나친 지 약 두 시간 정도 되었을 때, 드디어 멀리 노도사 분이 거처하는 곳으로 짐작되는 작은 도관이 보였다.


좀 더 다가가니 도사님은 이미 대문 밖에 나와 있었다.


* * *


그는 흔히들 떠올리는 늙은 도사의 외관처럼 가슴 부근까지 내려오는 흰 수염을 하고, 위아래로 온통 흰 색의 무명옷을 입고 있었다.


다가닥- 다가닥-

이히히힝-!


노도사를 보자 반갑다는 듯이 달음박질치던 말이 그 바로 앞에 멈춰 서서는 애교 부리듯 머리를 비벼댔다.


“수고했다, 용개.”


노도사는 그런 말의 갈기를 쓰다듬어주며 웃었다.


그러자 어느새 날아온 매가 노도사의 머리 위에서 마치 시위하듯 빙빙 돌았다.


삐- 삐- 삐-


“하하! 너도 수고 많았다, 두무지.”

“···도사님. 곤경에 처한 소인을 도와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나는 공손히 포권을 취하며 노도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아니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그보다 상흔이 단순하지 않으니 어서 처소로 들어가게. 약재와 침은 이미 다 준비를 해뒀네.”

“네···.”


나는 노도가 가리키는 처소로 들어가 그의 지시대로 곧바로 몸을 누였다.


그는 우선 내 마혈에 침을 꽂아 신체를 마비시켰다.


그리고 잠시 뒤에 몇몇 혈도를 더 찔렀다.


따끔하지만 참을 만했고 계속 무겁게 느껴지던 몸이 점차 가볍게 풀리는 느낌이었다.


다음으로 노도는 내 복부와 심장 부근에 손을 얹고 기운을 주입했다.


그러자 따뜻하고 포근한 기운이 밀려들어와 내상을 어루만져주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내 몸에 기운을 불어넣어주던 노도는 잠시 호흡을 고른 뒤 준비해 놓은 탕약을 내 입가에 조금씩 흘려주었다.


“후우~ 다행히 조치가 늦지는 않은 것 같구먼! 한숨 푹 자고나면 많이 호전될 것이야. 그럼 쉬고 있게나.”

“네··· 저기, 도사님.”

“그래, 할 말이 있는가?”

“도사님의 도명을 알고 싶습니다.”


“아! 이런, 급하게 하다 보니 내 소개도 못 했구먼. 허허! 빈도는 청마라고 하네.”

“소인의 성명은 고주랑이라 합니다.”

“그래, 만나서 반갑네! 주랑 소형제.”

“······정말 염치 불고하지만 소인의 사정을 듣고 소인을 좀 도와주셨으면 합···”


“일단 몸부터 정양하게. 사정은 그 뒤에 듣겠네.”

“어··· 어르신! 어르···”


쿵-


청마 도인은 더 듣지 않겠다는 듯이 문 밖으로 나가버렸다.


“하아···.”


도움을 받자마자 바로 다른 도움을 청한다니··· 내가 생각해도 염치가 없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무슨 수를 써서든 내 가족들을 구출해야 했으니까.


저 분의 정체도, 그 능력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작은 희망이라도 보인다면 난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어느덧 날은 노을이 지고 얼마 안 가서 어두워졌다.


청마 도인은 처소 밖에서 말과 매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이히히힝-

삐 삐 삐-


그런데 그런 그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살성, 그것도 보통 살성이 아니구나. 벌써 이 세계가 끝에 다다른 것인가···!’


작가의말

열심히 쓰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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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신이 될 운명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역천을 이루다 [完] 21.03.29 188 0 7쪽
14 주르첸 정벌 21.03.28 179 0 8쪽
13 쟈다란의 쟈무카 21.03.27 140 0 14쪽
12 역사적인 순간 21.03.26 168 0 14쪽
11 석호와의 생사결 21.03.25 135 0 12쪽
10 진 나라로 이적하다 21.03.24 157 0 13쪽
9 종언의 돌 21.03.24 151 1 13쪽
8 진 나라와의 전쟁 21.03.23 160 1 14쪽
7 주르첸 공습 21.03.23 180 1 13쪽
6 괴수 사냥 21.03.22 167 1 13쪽
5 비무 21.03.22 170 1 13쪽
4 조가장 21.03.21 205 2 13쪽
3 주르첸의 용사 +2 21.03.21 226 2 13쪽
2 각성 21.03.20 244 2 13쪽
» 절망. 은인. 운명 21.03.20 44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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