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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우드 님의 서재입니다.

내 호르몬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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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우드
작품등록일 :
2020.10.28 16:17
최근연재일 :
2023.10.10 20:47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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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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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0
글자수 :
677,280

작성
23.07.0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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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포메이션D

DUMMY

89화








“선배, 혹시나 기분이 이상하면 바로 말해요.”


“응?”


선배에게 마음의 준비를 시키며 아직도 엉거주춤 굳어있는 놈들에게 성큼 다가섰다.


“뭐, 뭐야!”


뭐긴 뭐야.

너희들의 구원이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최소 전신복합골절이나 영구장애 같은 단어들이 머리 속에 떠올랐지만,

선배와 함께 있으니 끓어오르던 살심이 어느 정도 누그러들었다.


개정색 패기!


누그러든 살심을 놈들을 향해 풀어냈다.

허둥거리며 서둘러 테이저건을 겨누려던 놈들이 어깨부터 뻣뻣하게 굳었다.


“···············끄윽!···············”


놈들은 저마다 호흡이 멎은 채로 입을 뻐끔거리며 괴로워했다.


혹시나 해서 유진선배를 돌아보았지만 선배는 그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선배는 괜찮아요?”


“응. 혹시 저 사람들······ 니가 그런 거니?”


“네.”


“어떻게?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해 줄게요.”


“······응. 알았어.”


놈들의 얼굴이 붉은 색을 넘어 흙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감정의 색은 검게 물들어 불규칙하게 일렁거렸다.


“셋 중 하나를 선택해. 하나, 이대로 질식한다. 둘, 나한테 한 대씩 맞고 기절한다. 그리고 나머지 세 번째는, 저기 저 선배에게 맞고 쓰러진다.”


끼기긱.


놈들의 손가락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얼굴이 터질 것 같이 붉어진 놈들은 숨도 맘대로 쉬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기어코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내보였다.


“다들 생각이 같냐?”


네 마리 수컷들의 손가락들이 필사적으로 끄덕거렸다.


“그래. 선배도 괜찮죠?”


“나야 뭐, 아쉽긴 하지만 상관없어.”


뭔가 오싹한 선배의 대답과 함께 녀석들의 관자놀이에 적당히 점혈을 해주었다.

산비탈에 사이좋게 누운 녀석들은 개정색 패기를 멈추자 오히려 안색이 편안해 보였다.


“벌써 다 정리했구나.”


“아빠!”


“아버님!”


아빠가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산을 올라오고 계셨다.

지치신 기색이 역력하지만 크게 다치신 곳은 없어보여서 다행이었다.


“아빠, 괜찮으세요? 좀 도와드릴까요?”


“됐다. 유진양이나 도와-”


“선배, 다리 아프죠? 공주님 안기 해 줄까요?”


“아냐, 아냐! 난 괜찮아! 아버님 다리가 많이 아프신 것 같으니까 아버님 도와드려!”


“에이······. 아빠···. 업히실래요?”


“······사양하마.”


“그럼 할 수 없이······ 어?”


털썩.


선배를 향해 돌아서다가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어?”


다리에 갑자기 힘이 풀렸다.

이게 왜 이래?


“어떻게 된 거냐? 혹시 교통사고 때 다친 거니?”


“어머, 그러고 보니 너 다리가······.”


“아! 맞네! 그래서 멧돼지를 잡아탄 거였어! 근데 방금은 어떻게 움직인 거지? 아픈 건 전혀 아니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


“······.”


그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일종의 마비 상태인 것 같은데, 손으로 꾹꾹 눌러봐도 감각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이 정도면 다리를 움직이는 것은 고사하고 고통 때문에 엔돌핀에 취해서 정신을 못 차려야 정상인데······.

이게 바로 파워 오브 럽?


명경지수가 진통효과까지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뭐, 어쨌든 급한 순간에 잘 움직였으면 됐죠. 그것 보다, 엄마가 기다리시겠어요. 제가 얼른 가서 모시고 올게요.”


“다리도 아픈데 어떻게 움직인다는 거니? 내가 가마.”


“아니에요, 아버님. 제가 갈게요.”


“아빠랑 선배는 엄마 위치를 모르잖아요. 산은 이렇게 올라가면 되요. 아빠랑 선배는 쉬고 계세요.”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물구나무를 서서 성큼성큼 산을 올랐다.

거꾸로 보이는 선배와 아빠의 입이 크게 벌어져 있었다.




******




“유진아! 여보!”


엄마를 모시고 산을 내려오니 아빠와 유진 선배는 나무그늘에 숨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라니······. 고생많았지? 다친데는 없고? 당신은 괜찮아요?”


엄마가 아빠와 유진 선배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눈물을 글썽이셨다.

그래도 모두 무사한 상황에 마음이 놓이셨는지 감정의 색이 밝게 살아났다.


드디어 헤어졌던 가족이 다 모였다.

가슴속에 막혔던 숨구멍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신경쓰이던 것을 치워버릴 적당한 기회도 찾아왔다.


물구나무를 선 채로 바닥에 놓여있는 돌멩이를 하나 골라서 주워들었다.


“놀라지들 마세요. 흡!”


두 손으로 바닥을 번갈아 짚어가며 다리를 회전시켰다.

예전에 비보이 영상에서 본 기억이 있는 움직임과 흡사했다.


회전이 점점 빨라지고 그 속도에 익숙해지는 순간.


돌멩이를 든 손으로 바닥을 밀어내며 미리 반바퀴가 넘게 회전해 있는 허리 근육을 콱 조였다.


제로의 영역 - 에어 트랙 캐터펄트!


압축되어 있던 허리근육이 하늘을 향해 돌직구를 쏘아 올렸다.


푸화확! ··················퍼걱!


하늘에 떠 있던 커다란 드론이 박살나며 사방으로 잔해를 흩뿌렸다.


“오오오!”


“우와아!”


엄마와 유진 선배가 눈을 반짝였다.


“헤헤······.”


쑥스러워서 코 밑을 쓱 닦는데 손에서 흙 냄새가 났다.


“잘 했다. 나도 신경이 쓰이던 참이야.”


“오? 아빠도 알고 계셨어요?”


“아까부터 갑자기 느껴지더구나. 너무 높이 떠 있어서 어떻게 처리하나 고민이었는데, 진작 말할 것을 잘못했어. 괜히 우리 가족이 한 곳에 모였다는 것만 알려준 꼴이잖아.”


아빠는 원래도 귀랑 눈이 밝은 편이셨지만 이건 좀 신기한데?


방금 드론을 격추시킬 수 있었던 것은 드론이 너무 가까이 접근한 탓이었다.

나무그늘에 시야가 가려져서 억지로 고도를 낮췄던 것 같은데, 원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릴 정도로 멀리에 떠 있었다.


“어디에서 띄운 걸까요? 명성에서 띄운 거면··· 저랑 아버님을 따라온 걸까요?”


“아마도 그렇겠지. 진만이쪽은 감시위성으로 보고 있었을 테니까.”


“네? 감시위성이요?”


아빠를 제외한 가족들은 입을 다물지 못 했다.


감시위성이라니······.

스케일이 커져도 너무 커졌잖아······.


하긴 뭐, 오바인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니긴 하지.


“감시위성이 보지 못 하는 곳으로 이동해야해. 지금도 나무가 있어서 조금은 은폐가 되긴 하겠지만, 어차피 이 산에 있는 것을 알고 있으니 곧 수색이 재개될 거다.”


“근데 CIA에는 사람이 많이 없나봐요? 꼴랑 4명만 따라오던데요?”


“응? CIA?”


유진선배의 동그랗고 투명한 눈이 내 쪽으로 향했다.

뭔가 설명을 바라는 눈빛이라 난감했다.


“그, CIA에서 나를 쫓고 있어요. 저 아래쪽에 눕혀놨는데, 지금쯤 일어났을 수도 있겠네요.”


“······그럼 큰일난 거 아니야?”


“그러게요.”


명경지수 덕분에 요즘들어 가장 차갑게 식은 머리로 생각해봐도 큰일은 큰일이었다.


“그럼 한시라도 빨리 산을 내려가야 할 텐데, 우리들이 다리가 이래서야······.”


언제 구하셨는지 엄마 아빠는 두 분 다 나무 지팡이를 짚고 계셨다.

원래 다리는 내려갈 때 더 아픈 걸 생각한다면 산을 빠르게 내려가기는 정말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건 뭐, 돌멩이처럼 굴러 내려갈 수도 없고.”


엄마가 무심코 발로 툭 찬 돌멩이가 산비탈을 굴렀다.


“오······. 그 방법 좋은데요?”


“응? 뭐가?”


“타세요.”


“응?? 뭘??”


“저요.”




******




“꺄아아아아악!”


“어머머머머머!”


“제법! 승차감이 나쁘지 않군!”


온 가족이 한 덩어리가 되어 전속력으로 다운힐을 공략하는 중이었다.


이른바 포메이션D.


나는 물구나무를 서서 등을 앞으로 향한 채, 앞을 보지 않는 상태로 정신없이 두 손으로 산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좌우 180도로 쫙 찢은 양 허벅지에 엄마와 유진 선배가 앉아있고, 아빠가 둘 사이에 걸터앉아 내 두 종아리를 잡고 운전을 하고 계셨다.


전적으로 아빠의 운전실력을 믿어야만 할 수 있는 기행이었다.


“코너에서 탈출하는 각이 너무 커. 두 손을 더 간결하게 짚어라!”


“넵!”


“다음 기어를 넣을 때까지 알피엠을 확실히 올려!”


“부릉!”


“무게중심은 낮을 수록 좋다!”


“이렇게요?”


팔을 더 구부린 채로 바닥을 짚자, 몸이 밑으로 훅- 떨어지며 엄마와 선배가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악!”


“이 미친 놈들아!”


아빠의 내리막길 공략법은 굉장했다.


덕분에 우리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산을 내려올 수 있었다.


“우읍······.”


“유진아, 괜찮니?”


“선배, 괜찮아요?”


“애는 그렇다 쳐도! 당신은 왜 덩달아 애를 부추겨요?”


“아니, 여보. 난 그저 시간이 없으니까······.”


“쓰읍!!”


어머니의 이빨 사이로 공기가 빨려들어가는 소리에 아빠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어릴 때부터 느낀 거지만 저 소리에는 음공과 같은 내력이 깃들어 있는 건 아닐까?


삐빅!


아빠가 차키의 버튼을 누르자 늘어서 있는 승합차 중의 한 대가 소리를 내며 라이트를 반짝거렸다.

산길을 내려오며 챙긴 명성 패거리의 차키였다.


“일단 이 차를 타고 가까운 시내로 갑시다. 지하철로 이동하면 추적을 피할 수 있으니까.”


명성 놈들이 타고 온 차라서 뭔가 찜찜하긴 했지만 아빠의 운전 솜씨라면 크게 문제될 것 같지 않았다.

모두 승합차에 올라타자 아버지가 부드럽게 운전을 시작하셨다.


“마침 생수와 종이컵이 있군.”


“으이그. 알았어요.”


“······?”


엄마가 종이컵에 찰랑거리도록 물을 따르시는 것을 보며 선배의 벨트를 단단히 매어주었다.

아빠와 엄마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선배를 위해 내가 대신 해야할 말을 전했다.


“그냥 즐겨요.”


“······응?”


부오오오오옹!


급격한 가속으로 시트에 몸이 파묻혔다.


“오빠아아아아!”


엄마에게서 아까와는 전혀 다른 비명이 터졌다.


“미안해요. 조금만 참으면 금방 적응될 거예요.”


“······.”


옆에 앉아있는 선배는 정면에 시선이 고정된 채 움직이지도 못 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추월당한 차들이 경적을 울리거나 브레이크를 밟지는 않았지만,

아버지는 연신 비상등을 켰다껐다 하시면서 차들을 빠르게 앞질러 나가셨다.


워낙 빠른 속도로 달리다보니 다른 차들은 멈추어 서 있고 우리 차만 달리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선배가 빠른 속도에 익숙해져서 숨소리가 조금씩 안정되어 갈 때 쯤 아파트 단지와 상가들이 나타났다.

넓고 번듯하게 뻗은 8차선 도로 옆으로 지하철역이 보였다.


천천히 속도를 줄이는 차 안에서 놀이기구의 끝을 맞이한 듯한 분위기의 엄마가 아쉬운 한숨을 내뱉었다.

선배도 그새 조금 익숙해졌는지 아쉬워하는 듯한 표정을 보였다.


역시 남자는 운전인가?

나중에 운전은 꼭 아빠한테 배우리라.


후훗······. 하지만 난 운전이 문제가 아니라 차 그 자체로 변신할 수 있지.


차에서 내리자 마자 크게 외쳤다.


“포메이션D!”


엄마와 유진선배가 질색을 했지만 계단을 내려가는 짧은 순간도 아껴야했다.

차들의 엔진음 사이로 멀리서 날고 있는 드론의 날개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포메이션D로 계단을 내려가며 불안한 마음에 아빠에게 물었다.


“지하철을 타도 될까요? 저 쪽에 드론이 따라와 있었어요!”


“나도 들었다! 지하철을 탄다는 것을 알아도 어느 방향인지, 어디서 내릴지 알아내려면 CCTV를 해킹해야 해! 아무리 명성이나 정보국이라도 시간이 좀 걸릴 거다!”


“아하!”


“혹시 지하로 따라 내려올 수도 있다! 서둘러!”


“부릉!”


지하철역 안으로 들어가자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는 알림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지하철역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장애인 개찰구를 통과하며 경고음과 함께 차단막이 튀어나와 몸에 부딪혔지만 그대로 무시하고 안으로 달렸다.


“죄송해요! 여기 현금이요!”


엄마가 소리치며 지폐를 꺼내 안내 데스크로 던지셨다.

안내 부스에 있던 역무원이 당황하면서도 얼른 데스크에 떨어진 지폐를 확인했다.


“왼쪽!”


파다다다다다닥!


급하게 방향을 꺾느라 관성드리프트가 일어날 지경.


두 칸씩 계단을 뛰어내려가자 이미 도착한 지하철의 문이 닫히고 있었다.


“부스터 ON!”


아빠의 외침과 함께 제로의 영역이 한계까지 발휘되었다.


제로의 영역 - 에프터 버너!


이것은 내 의지 뿐만이 아닌 아빠와 온 가족의 의지.

차와 인간이 하나가 되어 펼쳐진 기적이었다.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속에서 아슬아슬하게 닫히는 지하철 문 사이로 점프!


타타타타타타타탓!


착지와 함께 가속을 상쇄하기 위한 바쁜 손놀림 끝에 천천히 레이스가 끝나고.


뜨거워진 손바닥을 후후 불어 식히는데, 손 뿐만이 아니고 뒤통수도 뜨끈뜨끈 했다.


지하철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말 없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휴대폰을 꺼내서 조용히 동영상을 찍기도 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지하철은 유유히 서울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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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버니-합 23.09.11 27 2 14쪽
104 악동 23.09.04 34 4 13쪽
103 이게 되는군 23.08.28 31 3 14쪽
102 아빠가 정체를 숨김 +1 23.08.21 37 3 15쪽
101 어딜 도망가 23.08.15 37 3 13쪽
100 노 캔 23.08.10 41 4 13쪽
99 주문 23.08.08 46 4 13쪽
98 웃음의 종류 23.08.03 42 4 14쪽
97 넌 이미 죽어있다 23.07.31 46 5 13쪽
96 곰덫 23.07.27 48 5 15쪽
95 인풋 아웃풋 23.07.25 57 4 15쪽
94 진심 23.07.20 59 4 14쪽
93 데헷. 23.07.17 56 4 14쪽
92 틱? 23.07.13 66 4 15쪽
91 티킥타칵 23.07.10 65 4 15쪽
90 난 할 수 있- 23.07.06 65 4 14쪽
» 포메이션D 23.07.03 67 4 13쪽
88 명경지수3 23.06.29 78 3 14쪽
87 신제품 23.06.26 72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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