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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턴 님의 서재입니다.

뇌경화 좀비와 메신저 RNA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추리

킹스턴
그림/삽화
킹스턴
작품등록일 :
2022.05.11 17:22
최근연재일 :
2022.06.16 20:0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809
추천수 :
30
글자수 :
209,754

작성
22.06.12 20:00
조회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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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형광(37)

진화하는 좀비




DUMMY

가상의 형광은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그냥 그 자리에 앉아서 하준을 지켜봤다.

그리고 더 이상 참기 어려웠던지 천천히 일어섰다.


“나 먼저 갈게. 택시 타고 갈 테니 걱정 말고 일 끝내고 와.”


형광이 나가는 모습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일에만 열중하는 하준의 모습이 잠시 보이더니 가상의 세계는 형광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형광은 실험실에서 나와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로비로 내려갔다.


“형광아? 왜 너 혼자야?”


“네? 아··· 하준이가 일이 많아서 먼저 나왔어요.”


김박사였다.

현실의 하준의 무표정이 사라지고 긴장한 눈빛이 김박사로 향했다.


“너 먼저 가는 일이 거의 없잖아? 싸웠어?”


“아.. 아니에요.. 오늘.. 너무 피곤해서 그래요. 그 .. 그 녀석 기다리다가는 오늘 안으로 집에 못 갈 것 같아서요. 하 하 ..”


“그 놈 참··· 싱겁긴. 웃긴 또 왜 웃어?”


김박사가 별일 아니라는 듯 엘리베이터를 타고 본인의 집무실로 올라갔다.

형광은 그 모습을 지켜보더니 잠시 그 자리에 멈춰 뭔가를 생각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현실의 형광은 땀을 흘리며 뭔가 참고 막으려는 듯 손에 힘을 주고 서 있었다.


잠시 뒤 전화가 울렸다.

형광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계속해서 울려대는 전화를 받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형광을 지켜보던 쿼드의 모든 사람들은 이 장면이 너무나 어색하고 이상했다.


“왜 전화를 안받지? 저 녀석 땀 흘리는 거 봐. 왜 저래?”


형광은 뒤 돌아 건물을 나가려는 듯 천천히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그 발걸음이 무거운 쇠 덩이를 발목에 걸어 놓은 듯 힘겨워 보였다.

한발 한발 움직이는 것이 너무나 힘들어 보였다.


“야! 이놈아 왜 전화를 안받아?”


김박사가 다시 로비로 내려왔다.


“네?”


형광은 너무 놀란 표정으로 김박사를 돌아봤다.


“나랑 얘기 좀 하자. 하준이에 대한 얘긴데, 그 녀석에겐 비밀로 하고 우리끼리 얘기 좀 해야 할 것 같아.”


“네? 하준이에 대한 얘기요? 아··· 근데 저.. 오늘은 제가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집에 가야할 것 같아요. 내일 하면 안될까요?”


“5분이면 돼. 급한 건 아니지만 일전에 너와 얘기했던 부분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면 돼.”


“저··· 진짜 몸이 안 좋아요. 저 이만 갈게요.”


“잠깐만! 그럼 이거 들고 가. 새로운 약이야. 이전 약은 하준 몰래 먹는 음식이나 물에 잘 녹여줬지?”


“네? 네!”


“이번 약도 조심해서 그 녀석이 눈치 못 차리게 잘 먹여야 한다. 알았지? 그리고 절대 네가 먹으면 안 되는 거 알지? 넌 유전자 편집을 제대로 한 몸이 아니기 때문에 잘 못 먹으면 큰 부작용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널 대상으로 임상실험 하는 건 위험이 따라, 우선은 내 자식부터 해보고 결과가 좋으면 너에게도 해주마. 다시 설명 안 해도 되지?”


“알았어요. 저 갈게요.”


“저 녀석이 왜 저러지?”


김박사는 바쁘게 건물을 빠져 나가는 형광을 지켜보다 다시 집무실로 올라갔다.

형광은 건물 밖으로 나와서 택시를 잡아 타고 집으로 향했다. 택시 안에서도 여전히 땀을 흘리며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형광은 방으로 뛰어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 쓴 채 가만히 있었다.

쿼드 안의 모든 사람은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궁금했다. 갈수록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는 형광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특히 하준은 뭔가를 눈치라도 챈 듯 가상의 형광에 열중하고 있는 현실의 형광을 관찰하듯 보았다. 형광은 그런 하준의 시선은 신경 쓸 겨를도 없는 듯 가상의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형광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불 속 형광은 몸부림을 치며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다.


“그만! 이제 그만해! 난 이만하면 충분히 스트레스 받았어. 이제 그만 이 가상의 세계를 꺼!”


형광이 천정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아무런 방송맨트도 나오지 않았다.


“제발 부탁이야. 충분히 봤고, 충분히 힘들어 그러니 이제 그만 끄라고 부탁이야···..”


여전히 이 이상한 상황이 그에게 도대체 어떤 고통을 주고 있는지 사람들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들 이불 속 형광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며 지켜봤다.


다리 한쪽이 이불 속에서 나왔다. 그때까지 심하게 발악하듯 움직였던 다리는 천천히 이불 밖으로 뱀이 움직이듯 천천히 꿈틀거리며 나오기 시작했다.

다리는 털이 하나도 없어진 채 매끈했다. 잠시 후 이불 속에서 천천히 일어선 형광은 이불을 던져 버렸다.


사람들은 형광의 모습에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놀란 모습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머리카락도 사라졌고 온 몸의 털이 다 없어졌다. 그리고 몸이 평소의 2배 이상은 부풀어 올랐다. 근육으로 도배되다시피 한 그의 몸은 흡사 밀랍인형이나 인조로 만들어진 인간로봇 같아 보였다.


형광은 김박사가 준 약을 한번에 입에 틀어 넣었다.


그리고 포효하기 시작했다. 온 집안의 물건들이 떨어져 나뒹굴 정도로 크고 울림이 있는 소리였다. 현실의 형광은 더 이상 컨트롤이 안 되는지 포기한 듯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잠시 후 큰 후드티를 입고 머리를 감싸고 얼굴을 가린 채 택시를 잡아 타고 회사로 향했다.


회사로 향한 형광은 주저 없이 김박사의 집무실로 올라갔다.


“어? 너···너···. 누구야? 너 형광이니?”


형광은 대답 없이 김박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책상에 종류별로 전시라도 하듯 놓여진 주사기와 약을 한번 보더니 그 중에 가장 큰 주사기를 들어 김박사에게 놓았다.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뒹구는 김박사를 지켜보던 형광은 김박사를 질질 끌고 집무실 옆에 붙어 있는 개인 실험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닥에 던진 후 또 다른 약들을 찾기 시작했다.


약을 찾은 듯 형광은 다가가 억지로 김박사의 입 안으로 약을 틀어 넣었다.


“하준을 더 이상 괴롭히지마! 차라리 내가 하준 대신 널 죽여주마!”


흐릿했던 시야가 돌아 온 김박사는 형광을 말렸다.


“왜 이러는 거야? 이러지 마라. 난 하준을 .. 그리고 널 최고의 인간으로 만들어 주려는 거야. 뭔가 오해가 있다면 ··· 지금이라도 말해. 풀자. 우리..”


“당신이 하준에게 주라고 한 모든 알약은 내가 먹었어. 난 그가 당신의 실험대상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보기 싫어. 그리고 절대 그래서도 안돼. 그는 내 친구인 동시에 내 우상이야. 그가 당신의 믿을 수 없는 실험의 대상이 되어 왔다는 사실도 화가 나고 지금까지 당신의 임상실험 대상으로만 살아왔던 것도 화가 나.


하준은 당신이 아버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희생양이 된 거야. 당신을 죽이고 싶지만 참는 거고. 그래서 내가 하준을 대신해 당신을 죽일 거야. 이제 그와 난 이 지긋지긋한 실험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 거야.”


“뭐라고 그 약을 네가 먹었다고? 너 미쳤구나. 넌 그 약을 감당하지 못해. 지금 네 모습을 봐. 그게 부작용이야. 너 어쩌려고 그런 짓을 했어. 자··· 진정하고.. 내가 다시 널 돌려 놓을 방법을 찾아줄 테니까. 진정하고 날 좀 일으켜줘.”


형광은 그런 김박사의 말과 행동을 더 이상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를 일으켜 세우는 대신 그의 목을 한 손으로 잡고 조르기 시작했다.


“케···켁.. 이..러······지마··· 너···.너 지금 그 부작용으로 오래 못 버텨. 곧 온 몸이 부풀어 올라 터져 버릴 거야. 네 말대로 하준과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면 나를 놔줘. 내가 널 .. 널. 구해줄게.”


형광은 멈칫했다. 그리고 이번엔 그를 들어 올렸다.


“어디 있어? 주사? 약?”


“일단.. 이거.. 이거부터 놓자. 내가 금방 찾아줄 테니까. 너.. 내가 좀 전에 준 약도 다 먹은 것 같은데.. 1시간이 채 안돼서 그렇지 곧 온 몸이 부풀어 올라 죽을 거야.”


형광은 김박사를 놔주었다.

김박사는 형광을 한번 쳐다보더니 주사약을 찾아 왔다. 그리고 형광의 팔에 주사제를 투여하려는 순간 형광이 다시 김박사를 꼼짝 못하게 잡았다.


“이 약이 퍼지면 금방 효과가 나타나는 거야?”


“그래 그래. 이거 좀 놓고 얘기하자.”


“얼마나 걸려?”


“금방이야 걱정 마.”


“그래 그럼 당신은 목은 내가 회복되기 전까지 잡고 있을 거야. 만약 날 속이고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내가 죽기 전에 당신의 목을 비틀어 버리고 죽을 거야.”


“알았어! 알았다니까! 넌 날 어떻게 생각하는 지 모르겠지만 난 널 내 아들의 가장 친한 친구로 믿어 왔어. 그리고 너도 반드시 초인간으로 만들어 주려고 했고. 그러니 의심하지마.”


“당신이 어떤 말을 해도 당신이 다시 좋은 사람으로 바뀌진 않을 거야. 하준이 널 죽이지 않은 것에 감사해.”


김박사는 주사를 놓았다. 그리고 채 2분이 지나지 않아 형광의 머리카락과 몸 전체의 털이 다시 자라고 부풀어 올랐던 근육들이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건··· 널 완전히 되돌린 게 아냐. 네가 이미 하준에게 주려고 한 약들을 모두 먹었다면, 그 다음은 나도 예상할 수 없어. 그 약은 적어도 몇 번의 유전자 편집을 거친 사람만이 견딜 수 있고 업그레이드 될 수 있도록 만든 약이기 때문이야. 단 한번도 너처럼 신생아에게 투약해 본 적이 없어.”


“신생아? 나 같은 일반인에게는 약을 투약해 본 적이 없다면······ 앞으로 또 다시.. 방금 당신이 주사한 약을 주사 하면 되잖아?”


“그건 나도 몰라. 네 계획 밖의 일을 저질렀으니.”


“다시는 하준을 실험하지마. 그가 이런 부작용을 겪으며 죽게 될지도 몰라. 하준뿐만 아니라 그 어떤 살아 있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야. 당신은 당신 자신만을 위해 남의 희생 따위 전혀 신경 안 쓰는 악마 같은 사람이야. 어떻게 하나밖에 없는 자식에게 조차 위험을 무릅쓰고 실험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이제 마지막이야. 지금까지 별다른 부작용 없이 잘 적응하며 성장하고 있는 아이야. 이건 네가 왈가불가할 문제가 아니야. 나도 여느 부모처럼 내 아들을 사랑해.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닥칠 미래에 대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뿐이야. 아들이 죽기를 바라지 않아. 그 어떤 부모도 자식을 실험대상으로 삼아 죽든 말든 상관없어 하는 사람은 없어. 난 곧 닥칠 미래를 알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아들을 살리려는 거야.”


“미래? 무슨 미래?”




메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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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되돌릴 수 없는 과거(35) 22.06.10 10 1 11쪽
35 뇌, 스트레스(34) 22.06.09 20 1 11쪽
34 4단계로 가는 길(33) 22.06.08 10 1 10쪽
33 석지 그리고 선화(32) 22.06.07 23 1 11쪽
32 홍해파리(31) 22.06.06 11 1 11쪽
31 또 다른 테스트(30) 22.06.05 29 1 12쪽
30 뇌경화 좀비(29) 22.06.04 10 1 11쪽
29 타타라 바이러스(28) 22.06.03 26 1 11쪽
28 상왕(27) +2 22.06.02 13 0 11쪽
27 로우한과 선화(26) 22.06.01 22 0 11쪽
26 하준, 태환, 현수(25) 22.05.31 18 0 12쪽
25 상혁(24) +2 22.05.30 19 1 11쪽
24 3단계 홀(23) 22.05.29 27 0 11쪽
23 상혁과 동완(22) 22.05.28 17 0 11쪽
22 뭐지?(21) 22.05.27 14 0 11쪽
21 지광(20) 22.05.26 23 0 11쪽
20 김하준, 키메라(19) 22.05.25 10 0 11쪽
19 상혁(18) 22.05.24 21 0 13쪽
18 쿼드 테스트(17) 22.05.23 1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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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형광(12) 22.05.18 2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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