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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禹步)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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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禹步)
작품등록일 :
2011.01.29 19:52
최근연재일 :
2010.11.10 22:05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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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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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6

작성
10.11.0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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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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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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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무상마도천 - 금선탈각(金蟬脫殼) [4]

DUMMY

금선탈각(金蟬脫殼) [4]


***


설마 하던 아삼은 아연실색했다.

강호에 떠도는 풍문 한 자락이 머릿속에 벼락같이 떠올랐다.


묘수귀의 종리벽.

소위 이사삼괴오흉(二邪三怪五兇)이라 불리는 십대악인 중 삼괴의 수좌를 차지하고 있다.

별호 그대로 뛰어난 무공과 의술을 지녔다.

조공의 으뜸이라는 북명대망조(北溟大蟒爪)의 대가였고, 중원을 통틀어 남악신의(南嶽神醫)만이 비견될 정도의 실력을 지닌 의원이었다.

문제는 그의 괴팍한 성격과 잔혹한 손속이었다.

조금이라도 비위에 거슬리면 정사마를 막론하고 거리낌 없이 살인을 행했고, 죄의식 따위는 없었다.


아삼과 달리 정작 노인은 태연자약했다. 곧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젊은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피식 웃은 장천패가 말했다.

“발뺌을 하다니…… 거물답지 않은 태도구려.”

“당최 무슨 소린지 모르겠구먼. 아! 혹시 손에 묻은 피 때문에 그러는가?”

장천패가 동문서답을 했다.

“혹 옥화반점의 만두를 드셔 보았소? 근방에 소문이 자자하니, 한번 쯤 먹어 보았을 법도 하오만?”

“…….”

노인이 졸지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자, 이번엔 아삼을 향해 물었다.

“당신은?”

“…….”

아삼도 대꾸를 하지 못했다.

“노인장이야 그렇다 치고, 당신은 명색이 반점의 점소이인데, 만두를 먹어보지 않았단 말인가?”

“그, 그게…….”

“그 이유를 내가 말해 줄까?”

“…….”

“…….”

둘 모두 가타부타 대꾸 없이 장천패를 노려만 보았다. 그의 입가엔 득의만만한 웃음이 스르르 피어났다.

“인육만두이기 때문이지.”

“…….”

노인은 여전히 침묵했다.

무언의 긍정인가?

한층 가늘어진 그의 눈매에선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잠깐 사이에 질식할 듯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았다.

꿀꺽.

잔뜩 긴장한 아삼이 마른침을 삼켰다.

공간을 지배하던 고요함이 단번에 깨지자, 비로소 노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인육만두라…… 당최 모를 소리만 계속 늘어놓는군.”

인상을 찡그린 장천패가 말했다.

“실망스러운 대답이구려. 여하튼 한 가지 더 알려드리지. 당신의 버릇 중엔 재미난 게 하나 있소.”

“버릇?”

“거짓말을 할 때 보면, 왼쪽 눈썹이 부지불식간 살짝 올라간다는 거요.”

아삼이 고개를 들어 노인의 얼굴을 흘끔거렸다.

과연 죽립사내의 말 대로였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눈치 채기 어려울 정도이긴 했지만, 확실히 양쪽 눈썹의 균형이 무너져 있었다.

노인의 얼굴이 어느새 딱딱하게 굳어졌다.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야 하나?”

“그럴 필요까진 없소.”

“은거한지 오 년이 훌쩍 넘었는데, 내가 이곳에 있다는 걸 어찌 알았나?”

진득한 살기가 느껴지는 물음이었다.

절로 등골이 오싹해진 아삼은 속으로 비명처럼 외쳤다.

‘망할, 정말 묘수귀의였어! 어쩐지!’

흡사 늦가을 추위처럼 온 몸에 소름이 와르르 돋아났다. 호랑이 아가리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 겁도 없이 제집처럼 드나들었다니!

한편 종리벽은 장원 주변의 기척을 면밀히 살폈다.

혹 죽립 사내와 동행한 자들이 숨어있지 않나하는 의심이 더럭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별다른 이상 징후는 느껴지지 않았다.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로군.’

종리벽은 진기를 은밀히 오른손에 모았다. 여차하면 상대의 목 줄기를 틀어쥘 심산이었다.

장천패가 느긋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다 아는 수가 있소.”

“자네 말고 또 누가 알고 있나?”

“아직은 없소.”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군. 여하튼 자네는 누군가?”

“장천패라고 하오.”

고개를 갸웃거린 종리벽이 말했다.

“금시초문이로군. 날 찾아온 걸 보면 분명 무명소졸은 아닐 터인데, 뭐하는 사람인가?”

순간 장천패의 입가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고, 이내 진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장차 무림지존이 될 사람이오.”

종리벽의 두 눈이 졸지에 휘둥그레졌다. 아삼 역시 황당무계하다는 얼굴이었다.

“푸하하, 푸하하하!”

앙천대소였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하늘을 쳐다보며 한바탕 크게 웃은 종리벽이 말했다.

“알고 보니 미친놈이었군.”

“딴에는 아주 틀린 말은 아니오. 미치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는 꿈이니까.”

순간 종리벽의 두 눈이 반짝 빛났다.

‘어라, 이놈 보게?’

묘하게 끌리는 말이었다.

뭐랄까? 가슴 속에서 꿈틀거리는 거대한 야망 한 자락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문득 죽립에 가린 얼굴이 궁금해졌다.

“후후, 제대로 미친 것도 같구먼. 어디 그 죽립 안의 얼굴 좀 볼까?”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 장천패는 죽립의 끈을 풀었다. 그의 얼굴이 늦가을 햇살 아래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삼의 보고가 맞았다.

‘확실히 먹물 깨나 먹은 얼굴이로군.’

이러니 더욱 이상하지 않은가?

무림지존의 야망을 품을 법한 자의 얼굴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무공을 익혔나?”

“익히긴 했는데, 그리 대단할 것이 없소.”

“어디 소속인가? 혹 관원인가?”

“소속은 없소. 발길 닿는 대로 강호를 떠돌 뿐이오.”

“그렇다면 대체 무슨 재주로 무림지존이 되려는가?”

묻고 보니 참으로 한심한 질문이 아닌가.

설마 눈앞의 먹물이 정말 무림지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노선배가 내 거래에 응하면 가능하오.”

“거래라니?”

아삼에게 눈길을 한번 준 장천패가 입술을 달싹여 전음을 보냈다.

- 충맥통해(衝脈通解)는 완성하셨소?

노회하기 짝이 없는 종리벽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필생의 과제로 여기며 남 몰래 불철주야 매달리고 있는 일이건만!

종리벽도 전음으로 대꾸했다.

- 어찌 알았는가?

- 백맥통해(百脈通解)도 알고 있소만.

점입가경이라더니!

이를 두고 하는 말인가? 거짓말 할 때의 버릇과 함께 비전 중 비전인 두 대법의 존재를 알고 있다니!

‘결코 살려두어서는 아니 될 놈이로다!’

종리벽이 살심을 굳혔을 때, 장천패가 재차 전음을 보냈다.

- 그간 애꿎은 사람들을 무수히 해치며 시행착오를 거쳤으니, 지금쯤이면 모종의 소득이 있지 않겠소?

- ……!

- 나와 함께 작품을 만들어 봅시다. 중이 제 머리를 깎지 못하듯, 노선배의 몸에 직접 시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오? 마침 적당한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고 하니, 내 기꺼이 자원하겠소.

- ……!

종리벽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단순한 놀람을 넘어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비밀스럽기 짝이 없는 일들을 어찌 이리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가! 한동안 강호와 인연을 끊고 연구에만 몰두했건만!

장천패가 한 술 더 떴다.

- 협조 사항이 하나 더 있소.

- …….

- 얼굴도 좀 바꾸어 주시오. 사내답고 강인한 인상이면 좋겠소. 물론 험악한 건 사양이오.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이제 추임새까지만 넣으면 삼박자 완성인가?

‘허허, 이거야 원…….’

치솟던 살심이 어디론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더불어 머릿속이 삽시간에 혼란스러워졌다.

무림지존.

마냥 헛소리가 아니었던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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