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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禹步) 님의 서재입니다.

무상마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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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禹步)
작품등록일 :
2011.01.29 19:52
최근연재일 :
2010.11.10 22:05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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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422
추천수 :
509
글자수 :
21,066

작성
10.11.05 11:21
조회
33,010
추천
71
글자
7쪽

무상마도천 - 금선탈각(金蟬脫殼) [3]

DUMMY

금선탈각(金蟬脫殼) [3]


***


옥화반점(玉化飯店).

강서의 성도인 남창에서 풍성(丰城)으로 이어지는 관도 변에 자리한 반점이다.

외관으로만 보자면 허름한 건물에 영락없는 삼류 반점이지만, 사시사철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이유인 즉.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다는 고기만두의 명성 덕분이었다.

바야흐로 때는 점심 무렵이었다.

“여기 만두 한 접시 추가요!”

“주인장! 나도 부탁함세!”

“주문한 음식은 대체 언제 나오는 게요! 벌써 일각이나 지났소!”

“화차가 떨어졌소이다. 좀 더 주시구려!”

반점 안의 풍경은 실로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했다.

빈자리가 없는 건 당연했고, 심지어 대기하는 줄은 십여 장까지 길게 늘어섰다.

끼니때가 되면 늘 이 모양이었다.

오랜 인고(?)의 기다림 끝에 죽립을 쓴 사내가 마침내 반점의 문을 열고 들어와 구석진 자리를 차지했다.

홀로 사인용 탁자를 차지한다는 건 언감생심이었고, 합석은 으레 당연시되었다.

그러나 어디 이것뿐이랴?

맛은 천하제일일지 몰라도, 손님을 접대하는 태도만큼은 가히 최악이었다.

탁!

화차 주전자를 탁자 위에 던지듯 내려놓은 점소이가 죽립사내를 향해 퉁명스럽게 물었다.

“뭘로 드실 거요?”

마치 먹을 테면 먹고, 말라면 말라는 듯, 사뭇 불량스런 태도였다.

“백주 한 병.”

이맛살에 주름을 잡은 점소이가 재차 물었다.

“만두는 안 드실 거요?”

사내가 죽립을 살짝 치켜들었다.

서늘한 눈매와 짙은 눈썹, 고집스러움이 엿보이는 입매를 본 점소이가 내심 중얼거렸다.

‘제법 곱상한 것이, 영락없는 백면서생이로군.’

죽립사내가 묘하게 웃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툭 던졌다.

“인륜에 반하는 짓을 할 수는 없지.”

순간 점소이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그러나 곧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요?”

“어설픈 연극 따위는 그만두고, 가져오라는 술이나 얼른 가져와.”

“당최 무슨 말인지…… 여하튼 잠시 기다리시오.”

점소이가 물러난 직후.

맞은편에 앉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허겁지겁 고기만두를 먹어치우던 구레나룻 사내가 물었다.

“형씨, 그 무슨 말이오? 인륜에 반하다니?”

“때론 모르는 게 약이라오.”

“쩝쩝, 보아하니 초행길인 모양인데, 쩝쩝, 이곳 만두는 정말 끝내준다오. 일단 한번 드셔보시오. 쩝쩝. 절대 후회하지는 않을 게요.”

죽립사내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난 됐으니, 귀하나 많이 드시오.”

“쩝쩝, 여하튼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우리 통성명이나 합시다. 난 임호라고 하오.”

“장천패요.”

두 사람이 몇 마디 나누는 사이, 점소이가 백주 한 병을 내왔다.

“옛소.”

퉁명스런 태도는 여전했다.

쪼르륵.

투명한 액체가 술잔 가득 차올랐다. 그러나 따라놓기만 하고 통 입에 댈 생각을 않았다.

의아해진 임호가 물었다.

“안 드시오?”

“못 마시오.”

“마시지도 못할 거면서 주문은 왜 한 거요?”

“내가 아니라 술이 문제라오.”

“점점 모를 소리만…… 여하튼 안 드실 거면 내가 좀 마셔도 되겠소?”

술잔에서 시선을 뗀 장천패가 임호를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

“명년 오늘이 제삿날이 되고 싶으면 드시오.”

졸지에 토끼눈이 된 임호가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술에 독이라도 탔단 소리요?”

“모른 척 하시오. 알면 다친다오.”

“허허, 이거 참…….”

점소이 아삼.

손님들의 시중을 드는 와중에도 장천패를 연방 흘끗거렸다. 그의 얼굴이 삽시간에 딱딱하게 굳어졌다.

‘귀신같은 작자로군!’

그가 슬그머니 뒷문 쪽으로 걸어갔다.

복도 모퉁이를 돌아 장천패의 시야에서 온전히 벗어나자마자, 부리나케 뒷문을 열고 나갔다.

관도엔 행인들이 제법 많았다.

오가는 사람들의 눈치까지 살피며 슬금슬금 관도 변 동쪽 숲으로 접근했다.

이윽고 오솔길로 접어들자, 냅다 뛰기 시작했는데, 행여 쫓아오는 사람은 없는지 연방 뒤를 돌아보았다.

더위 먹은 소처럼 헐떡이며, 아삼이 도착한 곳은 외딴 곳에 자리한 장원이었다.

용의장(庸醫莊).

돌팔이 의원이 주인으로 있는 장원?

늦가을 삭풍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낡은 현판에 대충 휘갈겨 쓴 글씨건만, 그 뜻은 사뭇 기이했다.

급히 장원 안으로 들어선 아삼이 큰소리로 외쳤다.

“헉헉, 노야! 노야!”

끼익.

후원 쪽의 창고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아삼이 서둘러 안채를 돌아가니, 창고에서 백발노인이 걸어 나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아삼은 몸을 흠칫 떨었다.

노인의 양손에서 시뻘건 액체가 뚝뚝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 망할! 피잖아!’

손에 묻은 피를 툭툭 털어내고 앞치마에 쓱 문질러 닦은 노인이 물었다.

“무슨 일인데, 이리 호들갑이더냐?”

꿀꺽.

저도 모르게 침을 한번 삼킨 아삼이 더듬더듬 대꾸했다.

“바, 반점에 수, 수상한 자가 나타났습니다.”

“수상하다니?”

“마, 만두를 주문하지 않았습니다.”

몇 가닥 남지 않은 노인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었더니 글쎄…… 인륜을 저버릴 수 없다고 하지 뭡니까?”

순간 노인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눈빛을 대하자, 아삼은 머리털이 주뼛 서는 느낌이었다.

“술은 시켰느냐?”

“백주를 따라놓기만 하고 마시지 않았습니다.”

“어찌 생겼더냐?”

“죽립을 쓰고 있었는데, 얼굴이 제법 곱상한 것이 서생처럼 보였습니다.”

“서생이라…….”

혼잣말처럼 짧게 중얼거린 노인이 느닷없이 아삼의 따귀를 후려갈겼다. ‘짝’ 하는 소리와 함께 아삼은 뒤로 나동그라졌다.

“어이쿠!”

노인이 노성을 토해냈다.

“네 놈이 꼬리를 달고 왔구나!”

“노, 노야!”

“내 그리 주의하라고 당부했건만! 네 놈이 죽으려고 작정을 한 게로구나!”

아삼이 황급히 대문 쪽을 바라보았다.

‘저, 저 자는!’

반점에서 보았던 죽립사내였다.

그가 느긋한 걸음걸이로 아삼이 열어놓았던 대문 안으로 막 들어서고 있었다.

‘비, 빌어먹을! 이, 이젠 죽었다!’

아삼이 털썩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노야, 정말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으면 죽어야지.”

“노야! 사, 살려주십시오!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습니다. 제발…… 목숨만은…….”

노인이 피 묻은 손을 번쩍 쳐들었다.

벌벌 떨던 아삼이 두 눈을 질끈 감았을 때, 무심한 듯 낭랑한 음성이 귓전을 파고들었다.

“묘수귀의(妙手鬼醫) 종리벽…….”

슬그머니 눈을 뜬 아삼은 깜짝 놀랐다.

‘묘수귀의라면…… 설마!’

그러나 놀라긴 아직 일렀다.

“무련 살생부 팔 위, 현상금 금자 이백 냥. 대막혈궁 살생부 삼 위, 현상금 금자 오백 냥. 마교 살생부 십오 위, 현상금 금자 백 냥. 기타 자질구레한 이력은 생략. 후후, 과연 거물답게 화려하군.”

급기야 아삼의 턱이 아래로 툭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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