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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9_uknow5177 님의 서재입니다.

코로나 시대의 고상한 취미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현대판타지

레고랜드
작품등록일 :
2021.08.11 23:59
최근연재일 :
2021.11.26 16:17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352
추천수 :
0
글자수 :
76,580

작성
21.10.26 12:04
조회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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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5화.비탄의 밤

DUMMY

..고민에 빠진 작가의 밤


강훈이 오지 않고 있다.

약속한 시간이 두 시간이나 지났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강훈에게 받은 연락처로 전화를 해도

응답이 없다.


또 불량 클럽에게 끌려갔다면

강훈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글쓰기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임시저장한 글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앨리스를 만나 혜나와 에이전트11의

비밀을 어느 정도 알게 됐지만

제이가 위험에 처한건 여전했다.


나는 머리를 움켜쥐었다.

다른 작가가 끼어들어 처음 생각한

스토리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자신의 글을

한심스러웠다.

한참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내가 처음 생각한건 소소한

일상에 말도 안되는 일이 끼어드는

B급 능력물이었어.

그런데 갑자기 여러 장르가

뒤섞이면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됐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상념에 잠겨있다보니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향해가고 있었다.


곧 이번주 인기순위가 발표될 시간이었다.

공모전 기간은 3개월.

공모전이 시작된지 정확히 일주일이

지나고 있었다.

공모전 공지대로라면 이번주에

탈락자가 결정될 것이다.


물론 나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공모전에 참석하고 있다는 사실도

강훈이 알려줘서야 알 수 있었으니까.


'모든걸 되돌리거나 제이에게

엄청난 능력을 주는건 어떨까?'


내가 해결책을 생각하고 있는 동안

자명종 시계가 요란하게 울렸다.


모든게 전자식으로 바뀐 요즘시대에도

내가 살고 있는 집에는 과거의 유물들이

아직 가득 들어차있다.


자명종?


나는 거실로 나가 내 키만큼이나 커다란

자명종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시간을 되돌린다면 이 모든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많은 소설에서도 타임슬립은 흔한

소재다.

임시저장 글에 적용한다고

이상할건 없었다.


나는 머그컵에 코코아를 담아 방으로

돌아왔다.


다시 웹소설 사이트에 접속해보니

인기순위와 탈락자 공지글이 올라와

있었다.


차라리 지금 탈락하는 것도 이 복잡한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묘안이라고

생각하며 공지글을 차분히 읽어갔다.


"우선 이번 공모전에 참석한 모든

작가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지난 일주일 간 참석자가 급격히 늘어

현재 600명 이상이 공모전에 참석한

상태입니다.


앞으로 한달 간 참석이 가능하며

공모전은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우선 이번주는 인기순위 500위 이후의

소설을 탈락자로 선정하였습니다.


한 주마다 탈락 순위는 100위씩 떨어지게

되며 마지막 한달은 토너먼트로

우승후보를 선정합니다.


탈락자분들의 양해를 바랍니다."


공지글의 끝부분에는 주간 인기순위와

인기 캐릭터 순위,

그리고 살생부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탈락자 명단이 공개되어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쓴 글은 100위

안에 들어가있었다.

순위가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강훈의

글도 73위였다.


코코아를 한 모금 마시는 동안

메인화면에 새로운 글이 하나

올라온게 보였다.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자극적인

제목이 달려있었다.


'사이트 운영진에 의해 곧 사라질

운명이구나'하고 생각했지만

살짝 흥미가 생겼다.


'다 날려서리겠다니

뭐가 그렇게 불만인거야'


마치 대국민 발표라도 하듯 거창하게

시작된 글은 이번 공모전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함께 다들 공모전에 속고

있는거라는 음모론까지 적혀있었다.


'탈락자 중 한 명인가보구나'


오늘처럼 탈락자를 발표하는 날,

얼마나 많은 비난의 글들이 올라올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그냥 그들 중 한명일거야'


하지만 글의 마지막 문구는 심상치

않았다.


'회사에 폭탄을 설치하겠다고?'


이걸 장난으로 흘려들어도 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나는 일단 글을 쓴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기로 했다.

글 상단에는 무명용사라는

닉네임이 달려있었다.


다시 메인화면으로 나와 공지글의

탈락자 명단을 읽어내려갔다.

역시 명단에 무명용사란 닉네임이

39번째 올라와 있었다.


'앙심을 품으면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나는 무명용사가 올린 글을 다시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무명용사의

글은 사라지고 없었다.


'자신이 지운걸까?

아니면 지워진걸까?

기억을 떠올려보자'


무명용사는 글에서 자신의 소중한

캐릭터인 회색의 바바리언을

다른 작가에게 빼앗겼다고 했다.


서둘러 캐릭터 인기순위로 화면을

전환했다.


회색의 바바리언은 갈색 고구마란

작가가 소유한 캐릭터로 표시되어

있었다.


순위가 높진 않지만 30위 안에 있는걸

보면 인기가 없지는 않았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코코아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목이 타지 않은데도 코코아가 물처럼

술술 넘어갔다.

뜨근한 열기가 뱃속에 번져가자

두근거리는 심장이 심하게 펌프질을 해

머리로 피를 끌어올렸다.


기억 속에 남겨진 글은 마지막 글귀에

가서 멈춰섰다.


"이틀 뒤 저녁 9시, OOO 본사 건물에

폭탄을 설치하겠다"


..소설 속


"환영이야"


제이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불타는 노을이 너무 강렬하고

선명해서 그 광경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속으면 안돼.

너와 나한테 각인된 이미지를

보여주는거야.

현실과 혼동해선 안돼"


여전히 하늘을 올려다보는 자세로

제이는 혜나에게 말했다.


"저게 가짜라고?

저렇게 아름다운데?"


철썩.


혜나는 제이의 뺨을 후려쳤다.

제이는 너무나 갑작스런 상황에

하늘의 노을처럼 붉게 변한 뺨을

멍하니 어루만졌다.


"지금 뭐하는거야?


"이제야 내 말이 들리니?"


제이는 자신을 둘러싼 아이들이

불안한 눈으로 올려다보고 있는게

보였다.

이 정원에서 저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는건 제이와 혜나, 로리나뿐이었다.


"이 아이들은 거지촌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이야.

대부분 부모님이 없이 버려진 아이들.

내가 어떻게 해서든 지켜줘야 해"


"세상에 너만 있는줄 아는구나?"


로리나가 새침한 얼굴을 들이밀었다.

혜나의 말에 따르면 로리나는 폭탄

같은 존재였다.

감정에 따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로리나의

능력이 모든 아이들을 구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앨리스.

여길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있니?"


로리나는 제이와 아이들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매일 밖으로 돌아다니는 말썽꾸러기 혜나가

만들어놓은 토끼굴이 있어"


그 때 음산한 남자의 목소리가

정원 가득 퍼져나갔다.


"식충식물에 잡아먹히고 싶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게 좋아"


지축을 흔드는 울림이 다리 밑으로

전해지더니 제이의 앞에 금방이라도

자근자근 씹어먹을 것 같은

거대 식충식물이 땅을 뚫고 올라왔다.


"저걸 뚫고 갈 수 있는거야?"


꿈틀대는 징그러운 물체가 쩌억 입을

벌리자 뱀의 꼬리같은 길쭉한 혀가

툭 튀어나왔다.


"비밀통로는 하나 뿐이야.

내가 신호를 보내면 뛰어"


로리나가 눈썹 치켜뜨자 모두 다

귀를 막았다.

혜나만 우산처럼 생긴 무기를

가다듬고 앞을 뚫고 나갈 준비를

했다.


"꺄아아아아"


로리나가 소리를 이용한 충격파로

식충식물을 날려버렸다.


"세이렌, 너가 거기 있는걸 알고 있어.

모습을 바꾼다고 우리가 널 못

찾는게 아니야.

너도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알텐데"


갑자기 풍경이 변해 주변이 어둠 속에

묻혔다.

그리고 제이와 아이들이 달려가는

바로 앞에 덩그러니 좁은 나무다리가

나타났다.

다리는 낡고 이가 빠져서 금방이라도

부숴질 것 같았다.


"이게 뭐야?"


다리 아래로 시커먼 물줄기가

엄청난 속도로 흘러가고 있었다.

제이가 살짝 발을 들여놓자

바스락거리며 나무 판자가 부숴져

아래로 떨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용기가 있으면 지나가봐.

시간이 없어.

뒤에선 너희를 맛있게 먹어줄

식물들이 입맛을 다시고 있을테니까"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제이와 혜나,

로리나에게 모여들었다.

땅이 갈라지면서 식충식물이 자라나고

있었다.


"이것도 모두 가짜야.

지금 들리는 목소리는 에이전트9,

미스틱 브라더라는 이름의 환영술사야.

아주 정교한 환영을 만들어 사람들을

속이고 죽음에 이르게 하지.

사람들이 환영을 믿으면 믿을수록

그 환영은 더욱 생생하게 살아나"


로리나의 설명을 듣긴 했지만

제이는 선뜻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떨고 있는 아이들의 불안한 눈빛이

제이의 등을 떠밀었다.


로리나는 소리를 질러 환영을 쫓아보려

했지만 본체를 노리지 않는한

소용이 없어보였다.


"내가 먼저 갈게"


혜나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지금 필요한건 용기가 아니야.

살아야겠다는 마음.

그거 하나면 돼"


제이의 머릿 속에 앨리스를 끝까지

지켜주라는 김노인의 말이 떠올랐다.


"그 마음 내가 받을게"


제이는 천천히 발을 움직였다.

다리 밑을 지나는 거센 물소리가

귓가에 생생하게 들려왔다.


"살아야한다는 이유면

난 여기서 죽을순 없어"


제이의 발이 허름한 나무판자를

밟는 순간 발 끝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나무판자가 반으로 쪼개지며

제이의 몸이 아래로 떨어져내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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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정원의 그녀 21.10.25 11 0 8쪽
13 13화.당근마나 21.10.22 13 0 7쪽
12 12화. 신의 한 수 21.10.18 12 0 11쪽
11 11화. 앨리스 21.10.16 14 0 12쪽
10 10화. 불안한 예감은 언제나 불현듯 찾아온다 21.10.15 13 0 10쪽
9 9화. 왜곡된 기억 21.10.14 13 0 11쪽
8 8화. 살아남기 21.10.13 12 0 6쪽
7 6화. 지상 최대의 쇼 21.10.12 12 0 6쪽
6 5화. 의외의 능력 21.10.11 12 0 7쪽
5 5화. 불길 속에서 21.10.09 12 0 8쪽
4 4화.종말? 21.10.08 15 0 8쪽
3 3화. 소년 21.10.07 21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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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 아무렴 어때 21.10.05 74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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