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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onezu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에서 돌아온 회귀자의 체크리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초고교급
작품등록일 :
2020.10.18 23:10
최근연재일 :
2020.11.16 23:17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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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수 :
68,706

작성
20.11.14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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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서울2035#3

DUMMY

-1.


나는 무형검주가 내 말을 믿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차피 초면이기 때문에 신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그럼에도 내가 회귀자라는 사실을 무형검주에게 밝힌 것이 마냥 전생에서의 연 때문이 아니다.


물론 그 연에서 생겨난 부산물인 무형검제의 성격에 대한 지식에 대해선 말이 조금 달랐다.


애초에 인연에 대한 믿음으로 그러한 행동을 하기에는 그렇게 특별한 사이가 아니었다.


나이 차이는 컸지만, 그럭저럭 대화가 통하는 친근한 관계.


딱히 친구나 친우라고 부를만한 사이는 아니었다.


전생의 무형검주는 고령에 의해 싸울 수 없었기에, 전우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단지 그 정도의 인연이었다.


그럼에도 무형검주는, 그 성격 자체가 너무 강렬하였다.


그렇기에 그에 대한 특징은 뇌리 깊숙이 박혀왔다.


개성이 너무 강하여 어렵잖은 노력만으로도 이 남자에 대한 요약이 가능했다.


사고방식이 뒤틀리다 못해 황천 저 너머로 가 있어서, 친족이 부를때면 그 뒤통수를 후려갈길 만한 사람.


그럼에도 사고방식이 유연하였다. 그 때문일까, 아무리 상식적으로 믿을 수 없는 일을 보아도 근거가 충분하다면 어떻게든 유추했고, 진실을 말해준다면 얼마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그것이 사실임을 알아챘다.


하지만 내 생각을 배신하듯이, 눈앞의 이 남자는 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아니, 위협이나 살의를 느끼고 있다고 표현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무형검주는 말했다.


“ ······내 위치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서 얻은 거지? 순순히 답한다면 빠르게 끝내주마. ”


“ 조금 진정하시죠. 최윤태 어르신. ”


무형검주, 최윤태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시선만으로 기력이 다는 느낌이다. 딱히 그에 대한 특수한 스킬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특유의 인상. 그리고 강자에게서 느껴지는 특유의 아우라가 존재한다.


전투가 벌어지면 답이 없다. 지금 내 상태로는 이 남자를 온전하게 제압할 방법이 없다.


“ 협회 쪽 놈이냐? 분명 다시 찾아온다면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했거늘! 감히 어디라고 그 이름을 대는 게냐. ”


“ 예···?”


그 이름이라는 단어가 뜻하는 이는 그의 손녀일 것이다.


마침 그녀가 있는 장소도 내가 가야 할 목적지와 일치했다.


러시아 북부의 던전. 지금이라면 그녀는 이선아와 같은 장소에 있을 것이다. 내가 무형검주의 손녀에 대한 언급을 대수롭지 않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히 존재했다.


다만, 그것을 무형검주에게 말하려면 먼저 내가 회귀자라는 사실을 이해시켜야 했다.


‘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거지? ’


선을 넘었다거나, 역린을 건드리는 발언은 하지 않았을 터였다. 손녀에 대한 것도 단순히 형식상의 안부 인사에 불가하다. 딱히 죽을병에 걸려 있다거나 하지도 않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머릿속에 산재하여 있는 모든 정보를 끌어모아, 정리한다. 이것들이 의미하는 단 하나의 결론.


그것이 필요하다. 전생, 현생에 얽매이지 않고, 되도록 방금 나눈 대화의 키워드 중에서. 그리고 결국 그 답을 도출했다.


‘ 아뿔싸! ’


그러자 후회가 몰려왔다.


답은 조금 전 무형검주의 입에서 나온 문장 속에 존재했다.


그의 손녀, 차후 멸망에 맞서 등을 맞대고 싸울 전우 중 하나. 그녀의 존재는 현재 시점에서 알려지지 않았다. 협회 쪽에서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형검주의 매몰찬 반응도 이해가 갔다. 게다가 그렇게 의문만 가득 찬 상태로 회귀자라는 언급조차 못할 만큼 황당한 발언을 했으니 말이다.


“ 협회 쪽 인물은 아닙니다, 물론 그 이외의 조직에서 온 것도 아닙니다. 방금의 발언에 대해선 제가 너무 성급했으니, 조금 흥분을 가라앉혀주시길 바랍니다. 충분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


딱히 무를 수 있는 화제도 없다. 그렇다고 무력으로 제압할 수도 없으니 일단 이 화제를 계속 밀고 나갈 수 밖에.


“ 무슨 변명을! 이전에도 그렇게 당했는데, 내 또 그런 방법에 당할쏘냐! ”


“ 정말 아닙니다! 증명할 수 있으니 대화에 응해주시길 바랍니다! ”


“ 오냐, 정 원한다면 직접 제압하고 해보아라. ”


그리고 무형검주는 나에게 단검 하나를 쏘아 던졌다.


‘ 협회 개새끼들 진짜. ’


-2.


챙! , 하고 청렴한 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불꽃이 튀었다.


나는 황급히 검을 휘둘러 단검을 튕겨냈다. 손이 얼얼하다.


‘ 무슨 힘이···! ’


나는 빠르게 뒤로 이동했다. 단검을 튕겨낸 거리도 그리 가까운 곳은 아니었다. 원거리에서 날린 단검이 양손을 한순간 무력화시킬 정도의 근력이라면, 근거리에서 덤볐다간 어떻게 될지 눈에 선했다.


‘ 젠장, 대화로 해결 하기에는 글렀구먼. ’


양손으로 검을 부여잡고, 무형검주를 응시한다.


희게 샌 백발의 머리는 이 남자의 연륜을 말해주고 있지만, 세월이 느껴지는 주름 밑으로 보이는 비대한 근육은 자못 늙었다고 말하기에는 망설여졌다.


그 육체는 약해졌지만, 전투에 대한 실력은 전성기 때와 비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그에게 늙었다는 표현은 맞지 않았다. 오히려 녹슬었다. 혹은 낡았다. 같은 표현이 더 적합할 것이다.


당장 녹을 벗겨낸다면 전장에서 뒹굴던 그때처럼 사용할 수 있을듯한. 노련한 전사의 모습이 비친다.


남자는 입을 닫았다. 더 이상의 대화는 없다는 뜻이겠지.


그의 양손에 무기는 들려있지 않았고, 몸에 방어 장비 또한 걸치고 있지 않았지만. 언제 어디에서 공격이 날라와 내 머리를 날려버릴지는 모를 일이다.


우리는 잠깐 서로의 기색을 살피며 상황을 기다렸다.


고요. 정적. 전투에 어울릴만한 단어는 아니다.


모순적이게도, 우리의 전투는 고요하면서도-


“ 흡! ”


격렬했다.


정적을 먼저 깬 것은 무형검주의 투척이었다.


그에 답하듯 나는 일렬로 날아오는 단검을 검으로 튕겨냈다.


머리, 팔, 다리, 복부. 단검은 어느 쪽으로든 날아왔고, 나는 반격할 겨를도 없이 그것을 막는 데 집중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디서 나오는지도 모를 단검은 쉴새 없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고, 그 돌진은 황소와 같아서 견고하고 위협적이다.


단번에 몰려드는 4개의 단검을 검을 흘려 전부 바닥으로 쏟아낸다.


평소의 상태라면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기예.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내공의 사용이었다.


이전의 던전에서 얻었던 무공.


명단일검冥斷一劍은 나름 절세 무공이라 부를 만큼 훌륭했다. 그곳에서 얻은 기술은 매우 유용했다. 예를 들면-


“ 스읍— ”


하단전의 내공을 전신으로 운용한다. 신체에 담은 기는 그것의 그릇을 보다 견고하게 만들어 주었고, 이렇게 운용을 할 때면 보다 폭발적인 힘을 발휘했다.


그것이 지금까지 내가 버틸 수 있는 이유다.


기를 운용하지 않는다면 단검 하나를 한 번 튕겨낼 때도 온몸이 부들거렸겠지.


‘ 이 정도면 가능할지도. ’


나는 바닥을 박차고 무형검주에게 도약했다.


“ ?! ”


무형검주가 순간 당황하여 뒤로 몸을 움직였다.


내 검이 궤도를 그린 곳은 무형검주가 서 있던 공간이었다. 수직으로 내려쳐진 직선의 베기는 그 어떠한 술수도 없이 깔끔했다.


검로는 쾌적하고, 그곳에 담긴 힘은 강했다. 가히 초인적이라 할 수 있다.


내공 하나 운용했다고 이 정도인가.


전생에서도 기공을 익히긴 했지만, 성장 속도가 차원이 다르다. 명단일검冥斷一劍의 수준 자체가 높다는 뜻이겠지.


“ 합! ”


나는 그곳에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내달리며 검을 휘둘렀다. 도망은 불가하다. 무형검주는 장비를 통해서 더욱 강해지는 형태의 헌터다. 무방비 상태인 지금 제압해두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때문에.


-검을 휘두른다.


틈을 놓치면 안 된다.



1 식式 - 명천일단 冥天一斷.



위에서 아래로 검을 내려친다. 이전과 결과적으로는 같은 형태의 움직임이지만, 그 과정은 달랐다. 내공을 담기에 좀 더 쾌적한 형태로 움직였고, 그러므로 그 단 칼에는 더욱 높은 쾌와 패가 담겼다.


무형검제는 내가 우습다는 듯 크게 소리쳤다.


“ 흥! 그리 느려빠진 움직임으로 누굴 공격하겠다는게냐! 빈틈 투성이다! ”


확실히, 일 순의 공격을 중시하기에,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기까지의 빈틈이 생긴다. 무형검제의 움직임이 흐트러져 검이 날아오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이때 공격을 받았다면 꼼짝없이 당했을 것이다.


본래 움직임이 큰 타 무공과는 다르게, 기의 유동성을 살리되, 실전적인 움직임의 가능성을 놓지 않았다.


그렇기에 다시 다음 공격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


내려쳤을 때의 반작용으로 올려진 검.


그것을 다시 나아가며 내려친다.


무형검주는 계속해서 피하겠지만, 상관없다. 무기를 보충하지 못할 곳으로 몰기만 하면 된다. 생산계 능력의 특성상 장비 의존도가 매우 높을터. 맨 손으로 만든다면 이쪽이 유리하다.


“ 합! ”


다시 기합이 울린다.


그리고 검은 내려쳐 진다. 간혹 좌우로 공간을 파훼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하면, 세로 베기가 아닌 대각선으로 베면 될 뿐이다.


큰 묘리가 담겨져 있거나 복잡한 움직임은 아니기에 직선적인 베기이기만 하면 그 위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된다. 간단하지만, 그만큼 응용성이 높다. 그것이 이 초식의 장점이었다.


다시금 검을 내려친다.


“ 큭. ”


신음을 흘린 것은 다름 아닌 무형검주였다.


‘ 할만하다! ’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이대로만 가면 손쉽게 제압이 가능할 것이다. 무형검제가 무방비 상태였기에 가능했단 기예. 가호가 발동되었다는 알림도 울리지 않은 걸 보니, 딱히 운이 작용한 것도 아닌 모양이다.


나는 계속해서 공격을 가했다. 검이 무형검주에게 직접 닿지는 않았지만, 무기를 들 시간도, 내공을 크게 발휘할 시간도 주지 않았기에 우리 둘 사이의 체력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


‘ 이게 스킬빨인가 하는 그건가. ’


전생에 협회에 속해 있을때가 있었다. 그때 경력 오래된 헌터들이 그런말을 사용했던것 같기도하다.


어쨌든 이 이후로도 대화를 취해야 하기에, 일단은 상황에 집중하기로 했다.


“ 궁지에 몰리지 않으셨습니까. 조금 진정하시는 건 어떨련지요. ”


“ 쯧, 제법 기본기는 익혀 온 놈이로군. 이전에 온 놈은 별 잡스러운 것만 익혀 왔다만, 사지 하나만 잘라서 보내줄 생각이었거늘. 묵사발을 내주지. ”


무형검주는 옅게 조소를 내뱉고는, 그가 허공에 손을 펼쳤다. 그의 손을 기점으로 기계 장치가 펼쳐져 나오더니, 이내 전신을 전부 덮을 만큼 늘어났다.


그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기에 나는 곧바로 달려가 검을 휘둘렀으나, 무형검주가 있던 곳에서 튀어져 나온 쇠 한 덩이가 검로를 막았다.


끼기긱, 하고 검과 쇳덩이는 마찰음을 튀겼다. 검로를 수정하려고도 하였으나 그것은 귀신같이 검을 쫓아왔다. 다리를 사용해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부상만 당했다.


‘ 뭐가 이렇게 단단해! ’


그렇게 내가 이도 저도 못한 채 쇳덩이와 씨름을 하고 있을 때, 그 너머에서 무형검주가 걸어 나왔다.


그는 기형의 갑옷을 입고. 그 유명한 무형검을 허리춤에 차고 있었다. 그가 무형검주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이유. 그것이 바로 본인의 손에 들려 있었다.


“ 씨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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