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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좌의 서재입니다.

금딸로 무림최강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쮼쮼마류
작품등록일 :
2020.02.23 13:40
최근연재일 :
2020.09.07 21:25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30,105
추천수 :
1,100
글자수 :
259,515

작성
20.08.10 22:41
조회
433
추천
25
글자
17쪽

29일.

DUMMY

하루전.


.

.


꺼억.


절로 트림이 나왔다. 속이 더부룩한 것이 간만에 위장에 기름칠을 한 덕분인 것 같았다.


넘 맛있었어.


린은 예상과 달리 상상을 초월했다. 식사 후 동료를 데리고 린을 따라가니, 그곳엔 미리 도축해 놓은 고기가 좌르륵 널려 있었다. 이후엔 말 그대로 고기파티였다.


아기인직이 굽고, 나머지 동료들이 미친 듯이 흡입했다.

다행히 고기를 굽는 건 린이 설치한 기문(奇門) 안에서 했기에 안 들킬 수 있었다.


고기를 거부하던 명영이도 내 속삭임에 넘어가 난생처음으로 고기를 입에 댔다. 그리고 그날 가장 많이 고기를 먹어 치운 건 명영이였다.


작은 위장에 그렇게까지 들어갈 줄 꿈에도 몰랐지.


아기인직이 고기를 굽는 즉시 명영이가 입으로 가져갔다. 마치 식신을 보는 느낌이랄까. 덕분에 우린 남은 부위만 해치울 수밖에 없었다.


걍, 이참에 파계해버릴까.


아직도 목구멍에서 남은 육향(肉香)이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이미 반쯤 놓아버린 소림 계율이지만, 질긴 육질을 뜯는 쾌락에 진심으로 살아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히냨.”


나는 이불에 누워 빈둥거렸다. 본래라면 상급반에서 사저와 만났어야 했다. 시험 전 마지막으로 역근경을 봐주시기로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 방 안에만 있을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현실에게의 내 다짐이 떠올랐다. ‘1일4딸’을 제외한 신념이나 마찬가지였다.


‘오늘 할 일은 반드시 내일로 미루자.’


그렇다. 오늘 할 일은 반드시 내일로 미룬다. ‘역근경’을 꼭 익혀야만 하는 게 아니지 않는가? 그래, 원래부터 이랬어야 한다.


지금껏 너무 열심히 살았어.


객관적으로 판단해도 내 무위는 다른 누구보다 출중했다. 기술적인 측면은 아직 부족했지만, 내공만큼은 일갑자(一甲子)가 넘었다. 지금 현 능력치로도 강호에서 어느 정도 주름잡을 수 있겠지.


무엇보다 이 세계가 내게 요구하는 건 단 한 가지 ‘금딸’이었다. 그러니, 나는 착실하게 ‘금딸’만 해도 할 도리를 다한 것이다.


“히냨!”


나는 「중원제일 춘화집 3편」의 다음 장을 넘겼다. 저절로 거친 콧김이 뿜어져 나왔다. 왜 이런 명작을 지금 봤을까 하는 후회마저 들었다.


‘중원제일 춘화집’


매달 사파(邪派) 어딘가 비밀리에 발간하는 서책이었다. 현실에서의 맥심 잡지라고 보면 될까. 이 책의 그림작가가 더할 나위 없이 솜씨가 좋았다.

마치 사진을 그대로 베꼈다고 해도 위화감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혈마(血魔).


매혹적인 붉은 눈이 그림 넘어 장난기스럽게 응시하고 있었다.

3대 혈마인가, 4대인가. 확실한 건 춘화집의 대미는 바로 이 소녀가 장식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혈교(血敎)인 만큼 명백한 사파다. ‘피로 세상을 씻어내자’ 라는 험악한 교리를 지닌 종교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 종교의 수장이 바로 혈마다.

하지만 그런 말이 무색할 만큼 그림의 소녀는 아름다웠다.


‘아이 같이 옛된 얼굴.’


‘평평한 몸매.’


‘15살로 보이는 나이.’


그러고 보니 소설 플랫폼에서 본 댓글이 기억난다. 분명, 혈마가 처음 등장한 장면에서 독자가 ‘당장 종교 개명하겠습니다.’라고 댓글을 남겼었지. 그 댓글이 아직도 뇌리에 남았다.


물론, 나는 무조건 천마님 빠돌이다. 나는 다음 장을 넘겼다. 한쪽이 빼곡하게 적힌 코멘트를 읽어나갔다. 이 책은 신기한 게 그림에 대한 인물 평가가 적혀 있었다. 그중 몇 개를 읽어나갔다.



―검선비록의 창시자 : 저 야릇한 빨간 손톱으로 온종일 긁히고 싶소.


―창궁무예의 달인 : 이걸 보고 두 다리로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친놈들인가.


두 번째 암이 나았단 댓글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첫 번째 ‘검선비록의 창시자’.


녀석이 남긴 저 빨간 손톱에 긁히고 싶다는 말은 대체 뭔 생각인지 모르겠다. 저런 손톱에 긁히면 보통 통증이 아닐 게 분명했다. 상처도 금방 낫지 않겠지.


나사 빠진 놈들 투성이라니까.


여하튼 나는 로리는 싫었다. 그림이 매혹적이긴 하지만 그뿐이다. 나는 다시금 춘화집 앞장으로 넘겼다.


어디 보자 제갈소향의 미색이 그리 영롱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정확히 12페이지였다. 찾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흘렸다.


“오우야.”


그야말로 끝내줬다. 어디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역시, 머리가 똑똑하면 마음도 풍요로워진다더니 나올 곳은 다 나왔다.


참하다, 제갈세가(諸葛世家)!


눈을 호강하며 이불에서 이리저리 뒹굴고 있을 때였다. 순간 아랫도리가 간지러웠다.


“······으음.”


나는 고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래로 손이 향했다. 아랫도리를 벅벅 긁었다. 빳빳하게 굳은 아랫도리가 유달리 간지러웠다. 그래, 이건 그냥 긁는 것뿐이다. 다른 의미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것 봐, 어우 시원해.


좀 더 긁어볼까. 요즘 날씨가 매우 후덥지근해졌다. 제때 긁어놓지 않으면 땀띠가 날 확률이 명백했다. 좀만, 좀만 더 긁을까?


똑똑.


“기운사제, 안에 계신가요?”


······뭐, 뭐?


“사제, 들어가겠습니다.”


방문 밖에서 사저의 외침이 들려왔다.

잠만, 잠깐만! 나는 재빨리 춘화집을 접었다. 어떤 때 보다 빠른 속도로 이불 밑에 숨겼다. 그와 동시에 방문이 열렸다.


제, 젠장.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사제, 괜찮으십니까?”


“아, 아뇨. 대체 여긴 어떻게 오신 거에요?”


“진명영이라는 아이에게 들었습니다.”


명영이구나, 젠장.


나는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었다. 사저는 지금 말도 없이 무단침입을 한 것과 다름없었다. 우위를 잡을 수 있다. 내가 언성을 높이려고 하던 그때였다.


“사제, 아직 역근경은 진전이 없으신가요.”


“네, 네. 근데 사저 말입니다······.”


“죄송하지만 기운사제, 유예가 없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사저가 손을 들어올리며 내 말을 저지했다. 그 행동에 나도 모르게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사저가 말했다.


“만일 역근경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면 어찌하겠습니까.”


“네?”


동시에 사저가 내게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책이었다. 책 표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동자공(童子功).


나는 순간 사저가 장난을 치는 거라 착각했다. 하지만 올곧은 사저의 눈동자를 보고 나서 착각이란 걸 알게 되었다. 사저가 말했다.


“저번에 말했다시피 기운사제는 현재 심기체가 안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많은 양기로 인해서 말이죠.”


“사저.”


내 말에 사저가 미안한 듯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기운. 주변에 여시주가 많더군요.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책을 내게 준다고?


“책을 넘겨보십시오. 본론은 이거입니다.”


나는 의뭉스러워하면서도 책을 넘겼다. 순간 종이가 책 한구석에서 빠져나왔다. 바닥을 향해 팔랑팔랑 떨어졌다.


어라?


종이가 바닥에 완전히 닿기 전에 내가 먼저 낚아챘다. 종이를 펼쳤다. 빽빽하게 무언가 쓰여 있었다. 첫 줄에 적힌 단어를 읽었다.


“······동자용체(童子蛹體)?”


“맞습니다. 정확히는 개량한 동자공이죠.”


사저가 말을 이었다.


“본래의 동자공은 양기를 쌓으면 쌓을수록 어느 심법보다도 빠르게 내공의 습득량이 늘어납니다. 하지만 그만큼 큰 단점이 있죠.”


“······기혈이 엉켜버리는.”


사저가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저가 말을 덧붙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여성을 통한 정을 나누게 되면 그동안 쌓아온 모든 내공이 소멸하게 됩니다.”


“그럼, 개량했다는 말은 뭐죠?”


“간단합니다.”


사저가 입꼬리를 올렸다.


“부작용을 지웠지요. 기혈이 얽히지 않아도 동자공의 장점을 온전히 가져올 수 있습니다.”


“!!!”


나도 모르게 경탄을 흘렸다. 예컨대 세간에서부터 내려오는 ‘동자공’은 총 세 단계가 존재했다.


첫째는 촉(蜀)


동자가 되기 위한 첫 번째 과정, 비옥한 땅에서 갓 태어난 애벌레를 뜻했다.

몸뚱이로 따지자면, 정기신(精氣神) 중에 막 정(精)을 열어낸 단계겠지.


둘째는 용(蛹)


애벌레가 막 번데기로 변하는 시기였다. 몸에 넘치는 진기로 인해 몸이 평소보다 단단해지고 신체 능력이 전반적으로 상승한다.


마지막 동자(童子)


말로만 들으면, 몸 안에 쌓인 진기가 백회(百會)에 도달해, 삼위일체를 달성한 시점이라고 한다. 번데기에서 날아올라 동자로 현현하는 단계다.


······여기까지가 내가 아는 ‘동자공’이었다.


마지막 단계까지 도달한 사람은 정말 극소수에 불가했다. 보통은 이 단계도 도달하지 못하고 끝나는 게 부지기수였다. 나는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동자공은 생각하긴 했다. 다만, 이성과 함께 있으면 기혈이 박살 난다는 전제에서 눈물을 머금고 동자공을 제외했다.


하지만 이런 사기적인 동자공에 부작용이 없다면? 이미 금딸로 인해 매일 진기가 생성되는 나였다. 그야말로 동자공으로 인해 고금제일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행복회로에 빠진 사이 사저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기운사제 많이 흥분하셨군요.”


“네, 네?”


“제 실수입니다. 허실을 너무 덧붙이느라 사제를 착각하게 했군요. 동자공의 부작용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아, 그런가.


납득했다. 나도 모르게 순간 흥분하고 말았다. 동자공이 부작용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사저가 말하는 건 동자용체(童子蛹體)겠지. 나도 모르게 듣고 싶은 것만 들었네. 순간 착각해서 동자공이 부작용이 없다는 거로 들었다.

내가 말했다.


“그 동자, 뭐시기 말씀하시는 거죠?”


“맞습니다. 말 그대로 몸이 단단해지는 무공으로 충분히 시험에서 역근경을 대신할 수 있을 겁니다.”


역시나.


여느 때처럼 사저는 날 도와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런 사저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했다.


“동자용체는 ‘동자공’의 두 번째 경지에서 따온 무공입니다. 본래라면, 정기신에서 기(氣)에 도달해야만 가능한 경지지만.”


사저가 감탄했다는 눈빛으로 내 몸뚱이를 훑었다.


“사제는 이미 탈태를 겪었습니다. 이미 중단전의 기를 움직이실 줄 아신다는 거죠.”


“······.”


“가끔 그런 무에 남다른 재능을 지닌 자들이 있습니다.”


사저가 칭찬 치레는 여기까지라는 듯 눈빛을 굳혔다. 사저가 말했다.


“제가 불러드리는 대로 운기하시죠,”


이후 사저가 ‘동자용체’의 심득을 불러주었다.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외웠다. 사저의 심득을 들으면 들을수록 눈동자가 저절로 커졌다. 무학의 문외한이라도 알 수 있었다. 이건, 초상승의 무학이었다.


사저의 말이 다 끝나고 나자, 나는 자리에서 멍하니 생각했다.


엄청난 깨달음이 스치고 지나갔다. 대체 이 무공을 창시한 사람은 어디까지 내다본 것일까.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가만히 생각에 빠졌다.


그랬다.

동자용체(童子蛹體)는 외공의 극의(極意)였다.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기운을 끌어올렸다. 하단전부터 시작해 첩첩산중 기를 이끌어 원을 쌓기 시작했다.

원을 어느덧 세 개를 쌓았다.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혔다. 더는 자력으로 쌓기가 힘들었다. 중단전의 선천진기를 원의 중심부로 이끌었다. 선천진기가 중심에 녹아들자―


츠즈즈즈.


몸뚱이가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피부껍질이 금강석 마냥 딱딱하게 굳었다.

그 모습을 본 사저가 눈동자에 부릅뜨고 힘을 주었다. 금방이라도 탄성을 지르고 싶지만 애써 억누르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다시금 집중하며 원을 더 넓히려고 애썼다. 눈가가 씰룩거렸다. 하나 더 쌓을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원에 온 신경을 쏟아냈다. 몸 전체가 서서히 푸른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만, 그 정도도 충분합니다.”


츠즈즈즈.


“그만.”


순간 코에 무언가가 주르륵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아직이다. 더 할 수 있어. 그때였다.


“―컥.”


“사제!”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운용하던 동자용체가 풀려버렸다. 동시에 단전에 있던 원이 모조리 흩어져 버렸다.


“사제, 빨리 닦으십시오!”


“으, 으?”


사저가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그제야 내 몸상태를 깨달았다. 인중에서 미친 듯이 코피가 흐르고 있었다. 나는 손수건으로 코를 훔쳤다. 사저의 난생처음 보는 화난 표정이었다.


“사제, 제가 멈추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죄송합니다.”


“방금 자칫하면 주화입마에 빠질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나마 아직 3성이라 가능한 거지 그 이상을 넘어가면 불구가 되실 뻔 했습니다.”


몸을 훑었다. 사저의 말이 맞았다. 반탄력으로 인해 몇몇 기혈이 손상되어 있었다. 사저가 이내 허탈한 날숨을 흘리며 말했다.


“그나저나 처음으로 시도했는데 바로 3성에 도달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게다가 푸른 빛이라니······.”


나는 임의로 코의 혈도를 좁혀놨다. 피가 슬슬 멈추기 시작했다. 인중에서 손수건을 떼어내며 말했다.


“무언가 잘못되었나요?”


“그건 아닙니다만, 본래 동자용체의 4성 언저리에 다가가게 되면 피부의 색이 변합니다. 보통은 검은색이지만, 사제는 신기하게 푸른색이더군요.”


······푸른색이라.


정확히 원인은 뭔진 모르겠지만, 아이에 떠오르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아마 음기 때문에 그런 거겠지.


흑오공의 내단을 취하고 나서 눈동자가 푸른빛으로 변했다. 하루 뒤 그나마 완화가 되었지만, 이미 음기로 몸이 절여진 상태였다. 이것도 마찬가지겠지. 푸른색 색상이 좀 튀긴 하지만 그리 나쁘진 않았다. 나는 사저를 보며 말했다.


“그래서, 이런 초상승 무학을 누가 제게 가르치라고 한 건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하하, 들켰네요.”


나는 대답 없이 그저 미소만 지었다. 조금만 생각을 하면 알 수 있었다.


동자용체(童子蛹體)는 내가 지금껏 본 무공 중 가장 고절했다. 심지어 역근경을 뛰어넘으니 말할 것도 없었다. 아마 장경각에선 제한서고를 넘어서 몇몇 장로들만 열람이 가능한 그런 심득이었다.


······이런 무공을 내게 넘겨준다고?


말도 안 된다. 무림인에게 무공은 곧 생명이다. 그건 소림도 마찬가지였다. 억만금으로 살 수 없는 무공을 내게 넘겨주는 건 딱 두 가지다.


미쳤거나.


필시 다른 이유가 있거나.


이번 건은 후자였다.

나는 말 없이 사저를 응시했다. 일종의 시위였다. 내 눈빛에 사저가 곤란한 듯 볼을 긁었다.


“아 참, 이거 들키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 말이죠. 원래는 제가 창시한 무공이라 하려 했는데 깜빡했습니다.”


······그게 더 의심스럽거든요, 사형.


내 눈빛을 이기지 못한 사저가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방장님입니다.”


역시나. 정체는 할아버지였다.

혹시나 몰라 목록에 담람스님이나 운철스님을 동일 선상에 두었는데 다행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위화감이 짙어졌다.


할아버지가 내가 역근경으로 고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다고?


이 동자용체는 역근경 보다 상향 무공이었다. 즉, 이 무공을 내게 알려주라고 명령하신 할아버지는 내가 일전에 역근경으로 고생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단 뜻이 된다.


······설마.


단언컨대 주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오로지 내가 역근경으로 고생한다는 사실은 사저뿐이었다. 다시 확인차 사저에게 물었다.


“사저, 제가 토벌단 시험으로 고생한다는 거 타인에게 알려주었어요?”


“아니요, 일절 없습니다.”


예상대로다. 거짓말한 기색은 없었다. 하긴 사저 특성상 이런 말을 다른 사람에게 하고 다니는 인물이 아니다.


그렇담.


나는 꿀꺽, 침을 삼켰다. 같이 목울대가 들렸다. 사저에게 물었다.


“할아버지가 어떻게 사저를 부르셨죠?”


“방장님께서 육신통(六神通)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겁니다.”


―아.


“어제 저녁에 저를 전음입밀로 부르셨습니다.”


“······.”


“독대로 이야기를 나눴지요. 방장님께 부탁을 받았습니다. 이 무공을 기운 사제에게 잘 전달해드리라고 말이죠.”


점점 내 표정이 심각해지자 사저가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뭐, 그만큼 방장님께서 기운사제를 굽어살핀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별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덕분에 저도 보상을 넉넉하게 받았거든요, 흐.”


사저가 너스레를 떨었지만 나는 전혀 웃을 수 없었다. 머릿속이 새하애졌다. 마지막 확인차로 사저에게 운을 뗐다.


“······할아버지, 아니. 방장님께선 저를 줄곧 지켜보고 계셨겠죠?”


“아마 그러지 않고선 저를 그런 이유로 부르지 않으셨겠죠. 그런데 사저, 무슨 일 있나요?”


“······.”


‘할아버지는 내가 역근경으로 고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다.’


‘할아버지가 무공을 전달하라고 명령하셨다.’


‘할아버지가 나를 줄곧 지켜보고 계셨다.’


그 말은―


.

.


내가 자신의 손주가 아니란 사실을 알고 계셨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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