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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수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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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수
작품등록일 :
2015.10.18 22:07
최근연재일 :
2015.10.22 23:0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10,369
추천수 :
314
글자수 :
20,805

작성
15.10.19 23:00
조회
1,389
추천
41
글자
7쪽

시험에 들다 (1)

DUMMY

철컥.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직도 기억속 생생한 병실의 모습이 펼쳐졌다. 이재우는 이십 년 만에 동생의 얼굴을 마주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오빠?”

자신을 보자마자 우는 오빠를 본 이재연이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불렀다. 곧 호흡기에 의지해 숨을 쉬겠지만 아직은 호흡기를 달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나 왔다.”

이재우는 동생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거의 게걸음으로 다가가 곁에 앉았다. 선물을 선반 위에 올려놓고 좀처럼 동생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우리 오빠가 왜 그러지?”

이재연은 누운 채로 힘없는 손을 들어 이재우의 볼을 만졌다. 그 손길을 느끼자 전기가 찌르르 흘렀다. 강둑이 터진 듯 눈물이 흘렀다. 그는 엉엉거리며 동생의 품으로 고개를 처박으며 안겼다.

“오늘 재우 청년이 감성 폭발 했구먼?”

“참 사이좋은 남매야. 그나저나 선보고 왔나? 웬일로 멋지게 차려입었대.”

“누가 보면 남매지간이 아니라 연인으로 알겠어! 하하, 우리 재연이 오빠한테 선물도 받고 좋겠네?”

한 병실을 쓰는 환자들의 보호자들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그들 중 남을 신경 쓰거나 농을 던질 만 한 마음의 여력이 있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같은 처지에서 위로하며 어울리는 것이다.

이재우는 그들에게 고개를 꾸벅여 보이고는 이재연의 손을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

“후- 후- 후.”

심호흡을 했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미안하다. 내가 너무 슬픈 영화를 보고 오는 길이거든.”

“누구랑? 여자?”

이재연이 희미하게 웃으며 물었다. 아마 아프지 않았다면 제법 짓궂은 표정을 지었을 텐데, 이재우는 마음이 아려왔다. 그러나 생색내지 않고 대답했다.

“여자는 무슨. 원래 혼자 영화 보는 걸 좋아하지 않냐.”

“에고고, 독고다이로 낭만만 즐기지 마시구요. 어서 새언니 좀 데려 와봐. 내가 매일 오빠가 장가는 갈 수 있을까 걱정을 하니까 심장이 낳으려야 나을 수가 있겠어?”

“핑계도 가지가지다. 네가 환자식 물려해서 죽 좀 사왔다. 그리고 이 시집도 한 번 읽어봐.”

시집은 이재연의 상태가 악화되어 호흡기를 끼고 있을 당시 이재우가 병상 곁에서 간호하며 읽어주었던 것이었다. 이재연은 굉장히 좋아했었던 것이 떠올라서 사왔다.

“웬 시집? 전복죽은 내가 완전 싸랑하지!”

이재연이 밝게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예전에는 그녀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피부에까지 전해지지 않았는데 이제는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왜 몰랐을까?’

이재우는 스스로에게 자문하며 억장이 무너졌다. 전복죽을 먹는 그녀를 보며 저절로 말문이 트였다.

“넌 병원비 같은 건 걱정 말고 몸조리나 잘해. 이번에 좋은 기회로 취업하고 직장도 잡았는데, 직원복지가 꽤 좋아서 병원비 쪽으로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게 됐어. 월급도 짱짱해서 빚도 금 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고. 반드시 너 낫게 해줄 테니까 조금만 참아봐.”

거짓말이 대부분이었지만 마지막 한마디는 진실이었다.

이재연은 먹던 것을 멈추고 숟가락을 매만지며 시선을 떨구었다. 그녀는 소매로 눈가를 훔치며 말했다.

“에이 씨, 갑자기 먼지가 들어가고 있어.”


*


병문안을 마치고 나온 이재우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인적이 드문 공터에 내려서 걸어가기로 했다. 그는 멈춰 서서 심장의 마력에 정신을 집중하고 손을 뻗었다. 숨 쉬는 것처럼 간단했던 마력탄환을 만드는 것조차 진땀이 비 오듯 흘렀다.

슈우우-

그나마 다행한 일은 이재우의 손바닥 위로 푸르스름한 작은 구체가 뭉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구체를 천천히 회전시켜보았지만 두세 바퀴 돌리는 것이 한계였다.

‘아직 회전 마력탄환을 날리는 건 무리야.’

이재우는 단념하고 무회전 상태로 마력탄환을 날려 보냈다. 그가 노려본 표적은 5미터 정도 떨어져있는 아름드리나무 한가운데였지만 마력탄환은 2미터를 채 못가서 힘을 잃고 흩어져버렸다.

“제기랄.”

평범한 각성자 같으면 단 한 번의 시도 만에 마력탄환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환호성을 내질렀겠지만 이재우는 욕설을 뱉었다. 그에게 시간은 한정적이었고 마력탄환 하나 만들어 날리는 것으로 잡아먹을 시간 따위는 없었다. 지금도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서두르지 말되 멈추지 않으면 된다.’

이재우는 촛불이 타들어가듯 조급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으며 헌터시험을 떠올렸다. 각성했다고, 마력탄환을 만들 수 있다고 모두 헌터를 시켜주진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아마 엄청난 사상자가 났을 것이다. 자동차 시동 걸줄 안다고 운전면허 시험에 합격시키면 얼마나 많은 교통사고가 일어나겠는가?

따라서 정식 헌터시험은 세 단계로 나뉜다.

1차로 정신상담과 체력검사, 인성적성검사를 한다. 2차 시험은 필기시험으로 3달 정도 꽤 열심히 공부해야 합격할 수 있는 난이도의 시험을 본다. 마지막 3차 시험은 시뮬레이션 몬스터를 상대로 실제 같은 전투를 치러야 한다.

가장 많이 떨어지는 것이 3차 최종시험이었는데, 시뮬레이터의 지능이 실제 F등급 몬스터 지능만큼 설정되어 있어서 적어도 마력탄환 정도는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만 합격할 수 있었다.

일주일. 이재우는 헌터시험을 통과할 실력을 쌓는 데까지 일주일을 잡고 수련할 생각이었다.

15분 쯤 걸어서 집에 도착한 이재우는 일주일 계획표를 만들었다. 계획성 있게 움직이는 건 그의 오랜 습관이었다.

이재우는 주식시장 개장시간과 마감시간을 체크하고 운동과 마력수련 및 공부시간을 빼곡하게 넣었다.

20년 전으로 돌아와서 미래의 주식시장을 점칠 수 있다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지, 미래가 바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시장 분석은 필수였다.

또한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마력은 물론 체력도 못지않게 중요했기 때문에 운동도 반드시 병행해야만 했다. 더구나 틈틈이 필기시험 준비도 해야 한다는 걸 감안하면 일주일은 터무니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아마 누군가한테 일주일을 잡고 헌터시험을 준비한다고 말하면 미친 소리라고 할 정도로. 차라리 공무원 시험을 보름 동안 준비해서 합격하는 것이 쉬웠다.

하지만 가능성을 재고 따지는 것 따위 개나 줘버리라고 생각했다. 무엇이든 해보기 전에는 가능성을 알 수 없다. 스스로에 대한 의지차이일 뿐.

언제나 최초는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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