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뿌생강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 곁의 흡혈자들-(부제: 정준이 사라졌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뿌생강
작품등록일 :
2022.05.23 19:40
최근연재일 :
2022.05.25 20:30
연재수 :
5 회
조회수 :
151
추천수 :
2
글자수 :
21,790

작성
22.05.25 20:30
조회
23
추천
0
글자
10쪽

1부- 낭만과 풍요의 시대

DUMMY

“그 아이 어쩌면 준이 보낸 메시지를 가지고 있을지 몰라. 선장이 기선의 부탁을 받고 데려 온 아이인데, 영어를 상당히 잘하고. 선장의 업무를 대신 처리한 걸 보면 똑똑한가보더라고.”


“고작? 그런데 이자벨호를 타고 왔는데 왜 수배해?”

“놓쳤어.”

“놓쳐?”


존의 반문에도 에단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하긴, 이상하긴 해. 나도 잘 이해가 안 돼. 준의 전언을 가진 거라면 왜 기선이 선장에게는 말해 주지 않았지? 선장은 아이가 찾는 사람이 나라는 걸 전혀 눈치 채지 못했거든. 그리고 선장은 분명 아이의 입을 통해 분명 수정 지킴이를 찾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고. 그리고 왠지 느낌이 우리에게 중요할 것 같단 말이지.”

“만약 준이 보낸 게 아니라 그 반대라면? 우릴 찾을 방법도 모르잖아. 기선이 따로 보냈다면 선장이라도 알아야지. 만약 그들이 기선에게 접근한 것이라면?”


느리게 끄덕여 보이는 에단의 표정이 음울해 보였다.


“그럴지도···. 녀석의 에너지 파동이 이렇게 약한 적이 없었는데, 순간순간 마치 불순물이 섞인 것처럼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도 이상해. 정말로 흡혈자들에게 잡혀있는 것만 아니면 좋을 건데. 휴우, 하여튼 출항하기 전까지는 그 청에서 온 아이를 찾아내야 하는데.”


“피터라면 금방 찾을 거야. 골목 구석구석을 제 집처럼 누비는 녀석이니, 찾는 건 시간문제네.”



젊고 모두에게 촉망 받고 있는 윌리엄 글래드스턴은 오늘 클럽에서 느긋한 저녁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식사 후 정치적 스승인 백작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가 컸다.


또 클럽에서 새롭게 준비한 소스를 끼얹은 별미 특제 생선찜과 와인까지 자신의 특별한 미각을 만족시켰다.


자신은 개방적이며 공정한 사람이므로 클럽에서 회원들에게 공개하기 전 자신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면서도 기꺼운 일이었다.


약속 시간에 맞춰 식사를 마친 윌리엄은 휴게실로 들어갔다.


휴게실 안은 이미 자리한 낯익은 회원들이 보였다. 회원들 대부분이 휘그당 당원들로 구성 되어 있었다.


바깥의 매서운 바람은 휴게실 어디에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넉넉한 난방과 느껴지는 포만감에 더 없이 아늑해 보였다.

카드 게임을 즐기고 있는 테이블너머 신문과 잡지를 읽고 있는 몇몇 신사들이 보였다.


윌리엄은 신문을 내리고 찻잔을 들고 있는 노신사를 발견했다. 망설임 없이 곧장 옮기는 발걸음에 반가움이 느껴졌다.


“각하, 벌써 오셨군요.”

“음, 글래드스턴 의원.”


노신사는 잔을 들던 손을 잠시 멈추고 젊은 의원 윌리엄을 아는 체 했다. 그리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클럽에서 차의 급을 한 단계 올렸다고 하던데, 맛은 어떻습니까?”

“음, 지난 번 차보단 확실히 좋군. 하지만, 지금 이 늙은이가 차 맛을 불평할 만큼 철모르지는 않는다오.”


노인의 말은 혼란한 시국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청에 군대 파견이 결정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의회는 예산 산정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별개로 전쟁 찬성파와 반대파가 워낙 팽팽했던 터라 결정 된 지금도 명분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니 예산 의결안은 매번 산으로 가고 있었다.


“각하, 각하께서는···.”


노신사가 손을 들어 윌리엄의 말을 막았다.


“글래드스턴 의원. 호칭이 듣기 편하지 않아. 내가 총리직 사임한 지가 언젠데, 그 호칭으로 불리니 많이 불편하군.”


퇴임한 전 총리의 면박에 윌리엄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그레이 백작님! 젊은 의원이 존경하던 백작님을 뵙고 반가워 말하는 것을 어찌 그리 깐깐하게 구십니까. 우리 같은 노땅들이나 뭇 여성의 시선을 한 몸에 받던 백작의 어여쁘던 젊은 시절을 아는 게지. 아! 그 공작부인과의 불같았던 연애도 모두들 부러워했던 건 알고 계셨죠? 우리와는 다른 젊은 피의 글래드스턴 의원은 총리시절의 백작님을 부러워하고 있는 게지요. 혹 모르지 않나요? 글래드스턴 의원이 총리자리를 노리고 있는 걸지도. 하하하.”


카드 게임을 하던 테이블의 노신사가 웃으며 참견해 왔다.


윌리엄은 살짝 덥다고도 느꼈던 휴게실의 온도가 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윌리엄이 백작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이 백작의 표정에서는 별다른 동요를 느낄 수 없었다.


“자작님, 오늘 좀 잃으셨네요.”


카드 테이블 쪽에서 웃으며 분위기를 돌리려 했다.


“글래드스턴 의원. 오늘 자네를 부른 것은 사람을 소개하려 함이야. 이미 한 번쯤 들어 봤을 걸세. 아서경이라고 얼마 전 기사칭호를 받았다네. 최근에 금주 협회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고 있지.”


“네, 들어 봤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인도에 가진 재력이 작은 나라 하나 정도는 살 수 있을 정도라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아직 따로 인사를 나누지는 않았습니다. 신분이나 뭐 여러 가지가 미심쩍은 느낌이라서.”


인도에서 축적한 재력이라니!


윌리엄은 그들 자체가 탐탁하지 않았다.


영국 사교계에 갑자기 나타나 돈을 물 쓰듯 하며 부를 자랑하고 있는 그들은 천박함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진정한 신사는 결코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정통성이다. 고귀함은 금전이 아니라도 모두가 자연스럽게 알 수밖에 없다.


그들이 자랑하는 그 엄청난 재력은 분명 아편 재배와 직접 관련된 것이 분명하다. 아마 동인도 회사 조직 밑의 상인이었겠지.


“아닐세, 그들의 신분, 그건 내가 보증을 하지. 남작이었던 그 선친에 대한 기억이 따로 남아 있네. 특별한 사교 활동을 하던 이가 아니라 나도 직접적인 친분은 없었지만, 아마 눈에 문제가 있어 그랬겠지. 유난히 건장한 체구였던 그 모습은 그래도 기억이 나네. 그 체격이나 분위기가 부친을 아주 쏙 뺐어. 세월이 이리 흘러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만 본인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백작은 노련한 늙은 정치가답게 이 젊고 유능한 젊은이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노인은 윌리엄의 눈동자가 미세한 흔들림을 보고도 모른 척했다.

꼭 부탁을 받아서라기보다 이 총망 받는 젊은이가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길 원해서이다.


‘눈에 문제가 있었구나. 그것도 집안 내력이었다니.’


아서 경의 건장함은 누구나 돌아 볼 정도였다.

하지만 건장함과 대비 되게 얼굴에는 말도 안 되는 우스꽝스런 안경이 얹혀져있었다. 안경알이 성당 창에서나 볼 수 있는 색을 가지고 있었다.


체격에 걸맞지 않게 그의 장갑 낀 손은 언제나 손수건과 함께였다. 외부에서 그를 봤을 땐 그는 마치 아녀자들처럼 손수건으로 항상 입과 코를 가리고 있었다.


윌리엄의 머릿속에서 아서경의 안경과 손수건은 이제 그의 장애를 나타내는 안타까운 상징물로 변하고 있었다.


‘집안에 내려오는 유전병을 앓고 있었던 거였군.’


“기억하기로는 선친 때부터 금력은 상당했던 걸로 기억하네. 인도로 가기 전까지도 고아들을 위해 구빈원에 매년 엄청난 기부금을 내고 있었지. 금력을 키우는 재주를 타고 난 대신 집안 병을 대가로 치르고 있다고들 뒷말이 무성했었네. 이번 대는 다행히 조카에게는 비껴간 것 같더군.”


‘오!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윌리엄은 윗대에서부터 계속 되어 온 자선활동이라는 말에 내심 놀랐지만 애써 표정을 눌렀다.


사실 아서경에게 본국의 사교계가 눈살을 찌푸리는 이유는 그의 조카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에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노예는 없었다. 그레이 백작이 총리 재직 당시 노예제가 폐지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자신과 같은 상류층에 노동력을 제공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하층민들이었다.


그런데, 백작이 말하는 아서경의 조카라는 자의 피부색은 분명 윌리엄 자신과 달랐다. 동양인이 가진 피부색에 더 가까웠다.


아마 인도 현지인과의 사이에서 생겨난 혼혈일 것 같았다.


또, 윌리엄은 인도에서 태어났던 선대의 늦둥이인 아서경도 아무리 백인이라지만 본국의 주류 사회로 편승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동 봉사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을 보면 선친의 뜻을 따르는 것이겠지? 과시용이라고는 생각되진 않아. 그 조카, 다른 가문이라면 충분히 차별 받았겠지. 아닌가? 사실은 인도 왕실 혈통이라는 말도 살짝 비쳐지는 것 같던데.”


인도 왕실!


윌리엄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윌리엄을 바라보는 노인의 눈은 매우 청명했다. 그 차고 맑음 속에는 양심을 찔러 오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들켰나 보다.

열기가 얼굴 쪽으로 확 쏠렸다.


“에예? 네? 네. 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무척이나 의롭고 고귀한 사람들이었군요.”


윌리엄의 당황을 읽은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오호, 마침 저기 자네가 의롭고 고귀하다 생각하는 이들이 도착했군.”


화들짝 놀라 윌리엄이 클럽 휴게실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급하게 들어오고 있는 경의 뒤로 하인이 모자를 받기 위해서 휴게실 입구까지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 경의 옆에서 조카가 경에게 속삭이자, 아서경은 뒤늦게 머리 위의 모자를 건네며 미안함을 표하는 데 허리까지 굽혀가며 쩔쩔매고 있었다.


‘하인에게 조차 격의 없게 대하시는 구나.’


웃을 때마다 큰 덩치의 어깨를 흔들어댔다. 콧잔등 위에서 그 우스꽝스런 안경이 색이 난로 빛을 반사하며 있었다.


그 모습에서 윌리엄은 소탈함을 읽었다.


평소 무표정을 유지하던 클럽 하인의 입술이 웃음을 참느라 가늘게 떨리는 것을 보았다. 고개를 돌리더니 헛기침을 하는 것이 보였다.


순간 윌리엄은 순간 속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거렸다.


‘단지 아픈 것뿐인데, 아서경은 여태 저런 비웃는 태도들을 견뎌 왔던 거구나. 나도, 나도 저들과 다르지 않았겠구나.’


윌리엄은 괜히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왜 이렇게 더운 걸까? 클럽 관리인에게 난방에 대한 이야기를 슬쩍 비춰 봐야겠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우리 곁의 흡혈자들-(부제: 정준이 사라졌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1부- 낭만과 풍요의 시대 22.05.25 23 0 10쪽
4 1부- 낭만과 풍요의 시대 22.05.24 22 0 9쪽
3 1부- 낭만과 풍요의 시대 +2 22.05.24 28 1 10쪽
2 1부- 낭만과 풍요의 시대 22.05.23 31 0 10쪽
1 프롤로그 22.05.23 47 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