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세자께서 며칠 간 의식을 잃으셨을 것이오. 그리고 의식을 차리신 후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셨을 테지요.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상궁이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세자의 중태는 비밀 아닌 비밀이었지만 그야 궐내에서의 이야기고, 궐 바깥에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일이었다.
“잘못된 이야기를 어디서 전해 들었는지는 모르겠소만...”
“잘못 되었는지 아닌지는 상궁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오.”
상궁이 이를 악물었다. 세자의 건강은 지밀 중의 지밀, 극비 중의 극비였다. 설령 저쪽이 먼저 말을 꺼냈다 한들 인정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 상궁에게 결정타가 날아왔다.
“그 날 저하와 같이 있었던 이가 접니다.”
“네?”
“비바람과 벼락이 내리치던 그날, 세자저하께서 쓰러졌던 그 밤. 제가 저하의 곁에 있었습니다.”
“허! 저하께서는 그날 의정대군저에 계셨습니다.”
“대군이 그리 말하더이까? 세자가 진정 서촌에 있었다 하더이까?”
이번 사건에서 의정대군의 진술에 수상한 점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시녀상궁 또한 계단에서 구른 것과는 상당히 다른 세자의 상태에 대해 의심을 한 것이 사실이었다. 허나, 그렇다면 더 큰 일이었다. 저 여인이 진짜 세자와 모종의 관계에 있다는 뜻이 아닌가?
“소저께서 원하는 게 뭡니까?”
“저하를 만나게 해주십시오. 저하께 어떤 여인이 벼락이 치던 날 밤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하잔다고 하면 아실 것이옵니다.”
“소저의 성함을 뭐라 전하면 되겠소이까?”
“그건 굳이 필요 없소. 저하께서 더 잘 아실 겁니다.”
여인이 물러가고 난 뒤, 상궁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지 결심을 굳혔다. 상궁은 청지기를 불러 은밀히 명을 내렸다.
“저 여인을 따라가 누구인지 알아내거라.”
“예, 마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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