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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진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이 이세계 빌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아야진
작품등록일 :
2021.11.01 18:04
최근연재일 :
2021.11.18 12:27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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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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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글자수 :
144,389

작성
21.11.1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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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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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귀문의 시작점 (2)

DUMMY

“이 흉가를 너의 첫 번째 탐사지로 결정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리-.


태호는 피식피식 웃는 얼굴로

고스트 볼을 방바닥에 굴렸다.


“사진으로만 봐도 소름끼치는 저 흉가를, 나 혼자서 들어가라 이거지? 아이언맨처럼 카메라 가슴에 달고 나 혼자 개 고생할 때, 너희들은 편안하게 모니터로 보면서 영상이나 팔아먹겠다는 거네? 그치?”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넌 현장에서 뛰고, 우린 사무실에서 일하는 거지.”

“난 흉가에서 귀신들이나 찾아다니고, 너희들은 사무실에서 꿀 빨겠다는 소리처럼 들리지 왜?”

“그만 좀 삐딱하게 굴어.”

“내 말이 틀려? 틀리면 말해 봐.”

“... 틀린 건 아닌데, 미묘하게 다르지.”


그때, 방바닥을 굴러다니던 고스트 볼을

수진이 집어 들며 말했다.


“내가 같이 다닐게요. 난 현장 체질이라서 사무직은 영...”


난감한 얼굴로 있던 광천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럴래? 수진이가 출연해주면 남자 구독자도 엄청 빨리 늘어나겠다.”

“그럼 로케이션까지 운전은 내가 맡을게.”


상학이었다.

운전이라는 말에 모두의 시선이 상학에게로 쏠렸다.

광천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상학에게 물었다.


“무면허 운전 걸리면 방송 내보내기도 전에 뉴스에 나와.”

“나 운전면허 있으니까 걱정 마, 실은 너희들보다 한 살 많아... 차는 할머니가 타던 차 있으니까 그걸로 타면 되고, 좀 오래된 차긴 해도 당분간은 괜찮을 거야.”

“... 그럼 형이었네? 난 그것도 모르고...”

“괜찮아, 일 년 꿀은 게 자랑도 아니고... 그냥 지금처럼 편하게 지내.”


벽에 기대어 앉아있던 태호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실소를 터트렸다.


“늙다리셨어? 어쩐지...”


태호의 늙다리 발언에 상학이 발끈했다.


“늙다리? 지금 나한테 늙다리라고 했냐?”

“흥분하지 마, 난 스물넷이야.”

“... 말을 말자.”

“진짜 미래에서 왔다니까?”

“거기서 쭉 살지, 왜 왔냐?”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내 등 뒤에 있는 사신한테 물어봐, 나도 강제로 끌려 온 거니까.”


자리를 정리하며 광천이 서둘러 일어섰다.


“그럼 대충 브리핑도 끝났으니까 시작할까? 지금 출발하면 해지기 전에는 도착 할 수 있을 거야, 상학이는 운전 조심해서 하고 태호랑 수진이는... 절대 다치면 안 되니까 조심해서 다녀와, 캠은 흉가 앞에서부터 녹화하는 거 잊지 말고, 그래도 수진이가 같이 가니까 좀 마음이 놓인다.”


모두 출발 준비로 분주한 그때,

은주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태호에게 다가왔다.


“...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네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조심조심 마음을 꺼내놓은 은주를

태호가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은주의 진심이 통한 걸까?

태호는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네가 나 대신 흉가 갈래?”

“... 응?”

“왜 당황하냐?”

“... 내... 내가 대신 흉가에 가라고?”


태호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머뭇거리던 은주가 결심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래, 혼자서는 공포영화도 못 볼만큼 겁쟁이지만... 네가 원한다면... 내가 대신 갈게.”

“진짜지? 나중에 딴 말 하기 없기다, 낙장불입, 엄지손가락에 침 묻혀서 이마에 찍어.”

“그게 뭔데?”

“그냥 계약서에 도장 찍는거랑 똑같은 거야, 엄지손가락 줘봐.”


그때,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수진이

태호의 귀를 잡아당겼다.


“아! 왜 예민한 귀를 잡아당기고 난리야.”

“빨리 나오기나 해, 상학이 오빠는 벌써 준비 끝내고 밖에서 기다리잖아.”

“저 늙다리는 왜 이럴 때만 행동이 저렇게 빨라.”


결국 태호는 수진에게 질질 끌려 밖으로 나갔다.

집 앞 골목에는 오래되고 낡은 경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광천과 은주의 배웅을 받으며 그렇게 상학과 태호,

그리고 수진은 그들의 첫 번째 흉가를 향해 출발했다.


***


상학이 운전하고 있는 경차가,

덜그럭거리며 국도를 달리고 있다.


커다란 덩치로 잔뜩 긴장한 채 운전을 하고 있는 상학을 보며,

태호가 실소를 터트렸다.


“운전한다고 뻐길 때부터 알아봤다.”

“내가 어... 언제 뻐겼냐? 그냥 운전면허 있다고 한 거지.”

“핸들은 왜 그렇게 꽉 쥐고 있는 거야?”

“엄청 부드럽게 쥐고 있는데?”

“핸들에 땀 좀 봐, 드러워 죽겄네.”

“너 뒤에 가서 앉아, 옆에 앉아서 신경 쓰이게 앵앵거리지 말고.”

“속도는 또 왜 이렇게 느려, 킥보드나 타고 올걸.”

“아~ 그 새끼 진짜, 더럽게 신경 쓰이네.”


끼이익-.


상학은 잔뜩 열 받은 얼굴로 갓길에 차를 세웠다.


“한 마디만 더하면, 차 밖으로 던져 버린다.”


태호는 놀란 얼굴로,

뒷자리에 앉은 수진을 바라보았다.


“수진아, 상학이가 너 차 밖으로 던져 버린대.”

“나 말고 널 던진다고 했잖아.”

“오빠라니까!”

“왜 갑자기 나한테 시비야!”

“같이 가기 싫으냐?”

“오빠.”


흡족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태호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상학은, 경차의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태호는 계기판의 속도를 슬쩍 보더니

안전벨트를 꽉 붙잡았다.


“속도 줄여라, 엔진 터지겠다.”

“엔진 터지는 꼴 보기 싫으면 주댕이 좀 다물어.”

“주댕이라니? 그게 보스한테 할 소리야?”

“네가 언제부터 보스였냐?”

“너도 마음속으로는 날 주인으로 섬기고 있잖아.”

“도대체 이 새끼는 왜 각성을 한 거야!”

“노래나 좀 틀어봐, 그럼 입 다물게.”

“... 안 나와.”

“안 나온다니?”

“고장 났다고!”

“도대체 이딴 똥차를 왜 끌고 나온 거야!”

“제발 입 좀 다물라고!”


좁은 경차 안에서 전쟁을 치르며

한적한 국도 길을 달리던 경차는, 좁은 비포장도로 앞에서 멈춰섰다.


언덕을 형성한 좁은 길은,

입구부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풍겨 나왔다.


상학은 자동차 앞 유리로 언덕길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여기로 올라가라는 것 같은데...”


상학의 말에, 태호는 기지개를 켜며 언덕길을 바라보았다.

아직 해가 지기 전이었지만 좁은 길 양옆으로 늘어선 숲이

언덕길을 집어삼킬 것 같은 음산함이 느껴졌다.

태호는 몸서리를 치며 상학에게 말했다.


“우리 그냥 집에 가자.”

“... 무섭냐?”

“개 무서워, 아까 광천이가 보여준 사진보다 훨씬 소름 끼쳐.”

“나도... 좀 그렇긴 하다.”


덜컥-.


그때, 뒷자리에 앉아있던 수진이 차 문을 열고 내렸다.


“아~~ 공기 좋다.”


태호와 상학은 놀란 얼굴로

차 밖에 서 있는 수진을 바라보았다.

수진은 트렁크에서 촬영 장비와 심령장비들을 내리고는

조수석으로 다가왔다.


똑똑-.


수진이 조수석 창문을 노크했지만,

태호는 창문을 열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빨리 안 내리고 뭐해?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야 돼.”

“싫어!”


쾅쾅-, 덜컹 덜컹-.


차 문까지 걸어 잠근 태호는,

창문 밖의 수진을 빤히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촉이 엄청 좋은데, 여기 입구부터 음기가 어마어마해, 가면 우리 죽을 거야.”

“어두워지기 전에 올라가서 장비 설치해야 된다고, 빨리 나와!”

“싫어! 못가! 가고 싶으면 너나 실컷 가라!”


덜컹-.


상학이 조수석 잠금장치를 풀어버리자,

차 문이 벌컥 열렸다.

태호는 놀란 눈으로 상학에게 물었다.


“네가 열었어? 왜 그랬어?”

“수진이가... 빨리 열라고 해서...”

“그럼 나는 뭐야? 나 같은 건 흉가에서 죽어버려도 상관없다는 거냐?”


태호는 수진에게 강제로 끌려나가며,

운전석에 앉아있는 상학을 향해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이 스팸 돼지고기같은 새끼야! 가다가 자동차 펑크나 나서 논두렁에 빠져 버려라!”

“난...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내가 여기로 귀신들 싸그리 내려보낸다, 두고 봐!”

“미... 미안해.”

“가기 싫어! 가기 싫다고!!”


***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축 처진 태호는,

수진의 뒤를 따라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해는 흉가에 도착하기도 전에 지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어두컴컴해진 언덕길에는 음산한 새소리와

들개들의 울부짖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태호는 잔뜩 경계하는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걸었다.


“근데 왜... 집이 하나도 없지? 수진아, 우리 길 잘못 온 거 같은데? 다시 내려가서 확인해보고 오자.”

“조금만 올라가면 돼.”

“네가 어떻게 알아? 와본 적도 없으면서.”

“아까 광천이 오빠가 사진 보여줄 때 로드뷰로 검색해봤어, 이 길 맞아.”

“이럴 때만 똑똑하지.”

“뭐라고 그렇게 중얼대는 거야? 빨리 올라오기나 해.”


아우우-.


들개들의 울부짖음이 한층 가까워지고 있었다.

태호는 수진의 등 뒤에 찰싹 달라붙어 걸으며 말했다.


“수진아... 여기 귀신 나올 것 같아... 우리 그냥 가자, 응?”

“우리 귀신 찾아 온 거잖아.”

“그러네.”

“정신 좀 차려.”

“... 넌... 안 무섭냐?”

“네가 더 무서워, 왜 이렇게 달라붙어서 걸어.”

“또 너라고 하네, 오빠한테.”

“저기다.”


걸음을 멈춘 수진이 가리킨 곳에는,

사진 속의 2층 주택이 흉물스럽게 서 있었다.

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언덕길 중턱에 덩그러니 있는 흉가였다.

사진과 다른 게 있다면 사진보다 훨씬 무성한 담쟁이덩굴이

집 외벽을 휘어 감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태호는 사진과 다른 담쟁이덩굴을 핑계 삼아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봐봐, 저 풀때기가 사진하고 다르잖아.”

“자라서 그래.”

“저렇게 빨리 자랄 리가 없는데.”

“도망갈 궁리만 하지 말고, 장비나 차.”

“... 네가 찰래? 내가 뒤에서 따라갈게.”


수진은 한숨을 내쉬며 스테디캠을 몸에 대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난 가슴이 커서 안 되겠는데?”

“풉.”

“웃었냐?”

“... 미안해.”


태호는 투덜거리며 스테디캠을 가슴에 장착했다.

진지한 얼굴로 심령장비들을 챙기던 수진은

카메라에 ON 스위치를 누르고는 흉물스러운 흉가를 향해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귀신분들, 저는 수진이고 옆에 있는 남자는 태호라고 해요, 너도 인사해.”

“... 미쳤어? 귀신한테 인사를 왜 해.”

“제사 지낼 때 절하는 거랑 똑같은 거야, 얼른 해.”

“싫어!”


콰앙-.


그때, 흉가 안에서 세차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태호와 수진의 시선이 동시에 2층 깨진 유리창으로 향했다.

분명 2층 어딘가에서 들려온 소리 같았다.

놀란 태호와 달리 수진은 가방에서 귀신의 에너지를 찾아내는

EMF 측정기를 꺼내 태호에게 건넸다.


“이... 이거 들고 앞장서.”

“내가? 내가 왜?”

“오빠가 대장이잖아.”

“내가 왜 갑자기 대장이야?”

“잔말 말고 빨리 앞장서라고.”

“왜 소리를 질러, 가면 되잖아.”


저벅, 저벅, 바스락, 바스락-.


한발씩 앞으로 나갈 때마다 마른 나뭇잎들이 부서져 나갔다.

태호는 천천히 EMF 측정기를 들고 흉가 마당을 지나쳐 앞으로 걸어갔다.


경첩이 뜯겨 나가 기울어있는 문 앞에서

차마 흉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태호가 수진을 돌아보았다.

태호는 아무 변화가 없는 EMF 측정기를 흔들며 수진에게 말했다.


“귀신 없나 봐, 확인했으니까 이제 가자.”


삐이이이-.


그때, 태호의 얼굴 앞에서 EMF 측정기의 모든 램프가 점등되며

요란한 소리를 울리기 시작했다.

분명 태호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귀신이다.

태호는 당황하며 EMF 측정기를 휘둘렀다.


“이럴 리가 없어, 귀신이 내 등 뒤에 있었다면 내가 못 봤을 리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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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영가의 한 (恨) (3) 21.11.12 103 2 11쪽
19 영가의 한 (恨) (2) 21.11.12 111 3 11쪽
18 영가의 한 (恨) (1) 21.11.11 11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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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문의 시작점 (2) 21.11.10 154 3 12쪽
15 귀문의 시작점 (1) 21.11.10 175 3 12쪽
14 정체성 혼란 (1) 21.11.09 195 4 11쪽
13 진화하는 각성 (2) 21.11.09 223 3 11쪽
12 진화하는 각성 (1) 21.11.08 251 4 11쪽
11 통로의 균열 (3) 21.11.08 291 4 11쪽
10 통로의 균열 (2) 21.11.06 326 4 11쪽
9 통로의 균열 (1) 21.11.05 400 8 11쪽
8 잃어버린 낫 (8) 21.11.05 424 7 11쪽
7 잃어버린 낫 (7) 21.11.04 464 7 11쪽
6 잃어버린 낫 (6) +2 21.11.04 566 9 12쪽
5 잃어버린 낫 (5) 21.11.03 636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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