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신유(愼惟)님의 서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삼국지, 천하제일미인을 마누라로 둔 남자 (원희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신유(愼惟)
작품등록일 :
2024.05.27 22:14
최근연재일 :
2024.07.03 21:2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21,103
추천수 :
5,318
글자수 :
266,338

작성
24.06.04 21:20
조회
7,452
추천
147
글자
18쪽

제7화. 원희, 진군하다.

DUMMY

원담처소.

늦은 저녁 곽도는 원담을 찾았다.


“그리 앉으시오.”

“예.”


곽도는 원담의 눈치를 살피고는 자리에 앉았다. 여전히 오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원담이었지만, 업성에 도착한 후 달라진 분위기였다. 이는 필시 원희와 관련 있으리라 생각했다.


“유주자사가 예상했던 것보다 대단했습니까?”

“그런 병신새끼가 무슨···.”

“제가 알아본 바론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주자사가 변했습니다. 또 군재가 크게 향상되었는데, 유주에서 열심히 노력한 듯싶습니다.”

“그건 그렇고···. 임무가 무엇인지 파악했소?”


발끈하리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조용한 원담. 곽도는 마음속으로 원희에 대한 평가를 상향조정했다. 원담이 이러는 건 원희에게 받은 충격이 컸다는 방증이었다. 그만큼 원담을 잘 아는 사람도 없었다.


“모릅니다.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고 있습니다. 아마도 조조를 공격하여 영토를 뺏으려고 하는데, 이 계책이 새어나가선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조만간 기주자사(원소)께서 부르실 테니, 기다리십시오.”

“그곳이 어디라 생각하오?”

“글쎄요.”


곽도는 눈살을 찌푸렸다. 가만히 생각하던 그는 지도를 펼치고는 몇 군데를 짚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을 살폈을 때, 연주나 낙양 쪽은 힘듭니다. 그곳은 조조의 핵심지역입니다. 또 예주와 양주는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으니 제외하겠습니다. 그럼 남은 지역은 관중과 서주입니다.”

“관중이로군.”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전격적으로 서주를 공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는 과감하게 허를 찔러 요동을 공격하여 귀찮은 공손도를 제거할 수도 있고요.”

“요동은 아니오. 수고로움에 비해 얻을 게 별로 없으니까.”


요동은 험준한 곳이었다. 그곳을 공격하여 점령하려면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문제는 인구도 적고, 식량생산량도 적은 그곳에 전력을 퍼부을 여력이 없다는 점이었다.


조조가 남쪽에서 칼을 갈고 있는데, 요동을 공격하려고 대군을 북쪽으로 돌릴 순 없었다.


“현혁(원희)이 성공한다면 꼼짝없이 당하는 건가?”


한참 침묵하던 원담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곽도는 원담이 원희를 인정한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그리고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입을 열었다.


“성공하지 못하게 만들면 됩니다. 소나기는 피하라고 했으니, 거기에만 중점을 맞추시지요. 그다음은 그때 가서 생각하십시오.”

“자세히 말씀해 보시오.”

“기주자사께서 어떤 말씀을 하실 겁니다. 군대도 차출하라는 명령도 내릴 테고요. 그리고 막판에 정확한 임무가 하달될 겁니다.”

“흐음. 그러니까, 엉성한 군대를 보내 작전을 방해하라 이 말이오?”

“그 정도에서 해결이 되면 좋겠지만, 만약 그걸로도 힘들다고 판단되면···.”

“계속하시오.”

“조조에게 은밀히 이 사실을 알리면 됩니다.”


곽도의 섬뜩한 계책에 원담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후계자 자리가 욕심난다지만,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사. 독하게 마음먹어야 합니다. 유주자사는 절대 만만치 않습니다. 이번 기회에 그 기세를 꺾어 놓지 않으면, 기주는 그의 손아귀에 넘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가 유주·기주를 손에 쥐고 있으면, 상대할 수 없습니다.”


곽도가 혀로 윗입술을 핥으며 진언 올렸다. 원담은 그 모습을 보고 마치 독사가 혀를 날름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원씨 전체로 본다면 곽도는 도려내야 할 환부였다. 하지만 원담의 야망을 위해서라면 꼭 필요한 책사였다.


“일단 지켜봅시다.”

“알겠습니다. 만일 병력을 요구하면, 정예병을 보내십시오. 허술한 자들을 보내면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 대신 결정적인 순간에 그들이 발을 빼게 만들면 됩니다.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거나 소란을 피워 사기를 떨어뜨리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노련한 장수가 필요하겠군.”

“그렇습니다.”

“고맙소.”


그제야 원담은 환하게 웃었다.


*


원소치소.

원소는 원담, 원희, 원상을 호출했다.


“그리로 앉거라.”


난 원소의 안색을 살폈다. 더 안 좋아진 그를 보니, 정말 내년을 버티기 힘들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이니, 업성에서 누가 후계자가 되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후계자를 정하려고 한다.”


원소는 직진을 선택했다. 이제까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후계자 문제를 본인 입으로, 자식들 앞에서 선포했다. 원담이 급히 입을 열려고 하자, 원소는 조용히 하라고 손짓했다.


“현재 일 순위는 현혁이다. 여기엔 반론은 없을 거라 본다. 하지만 현혁은 보여준 게 사실상 전무하다. 하여 이번에 막중한 임무를 주어, 훌륭하게 수행하면 후계자로 임명하고, 그렇지 않으면 후계자와 유주자사직을 박탈하겠다.”


유주자사직까지 박탈하겠다는 원소의 말을 듣고 난 어이가 없었다. 분명 과한 조치였다. 아마도 원담·원상의 반발을 무마시키려고 그랬을 것이다. 그래도 내가 후계서열 일위인데,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겁나면 포기하거라.”


원담은 짐짓 준엄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압박했다. 정말 제멋대로 사는 녀석이었다.


“하겠습니다.”


난 단호하게 대답했다.


“다시 생각해 보고 말하거라. 이거 잘못되면 넌 유주자사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충분히 생각하고 말씀드린 겁니다. 하겠습니다.”


원소가 재차 주의를 주었지만, 난 더는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단호하게 대답했다. 최악의 경우 유주자사직을 내려놓더라도 군대는 끝까지 쥐고 있으면서 기회를 볼 생각이었다.


어차피 내가 물러난 후, 원소가 죽으면 원담과 원상이 서로 싸우다가 조조에게 모든 걸 빼앗긴다. 그리고 내 마누라는 조비가 빼앗아 갈 것이다.


뻔히 엿같은 결말이 눈앞에 선한데, 미쳤다고 순순히 뒤로 물러나겠는가? 다만 지금은 이걸 받아들이지 않으면, 후계자 선정에서 배제하겠다는 원소의 마음이 엿보였기에 이리 대답한 것이다.


유주자사직을 내놓는다고 했지, 군대를 내놓는다고는 하지 않았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이지만, 멍청하게 죽기 싫었다.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겠지만, 힘으로 밀어붙일 생각이었다.


물론 최상은 관중을 점령하여 후계자에 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 일이란 모르는 것이기에, 여러 계책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현보(원상).”

“예.”

“어찌 생각하느냐?”

“유주자사직을 회수하는 건 과하다고 생각하지만, 유주자사께서 동의했으니 따르겠습니다.”


‘요런 영악한 놈.’


난 원상을 바라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어린놈이 제법 고단수다. 난 15살 때 뭐했었나?


“현사(원담). 너도 생각을 말해보거라.”

“좋습니다. 제가 몇 개 현을 기반으로 청주를 얻었으니, 현혁이라면 그에 필적하는 공적을 세울 수 있을 겁니다.”


‘이놈 봐라?’


원담은 나를 아예 벼랑 끝으로 몰고 있었다. 그는 내가 여기서 완전히 몰락하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원소는 원담의 속내를 짐작했는지 눈살을 찌푸렸다.


관중을 점령하면 대충 원담이 세웠던 공적과 비슷해진다. 난 어깨를 당당히 펴고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 정도는 해야지요. 어찌 가만히 앉아 기주자사를 노리겠습니까? 반드시 큰 공적을 세우고 돌아오겠습니다.”

“현혁의 각오가 마음에 드는구나.”


원소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우리 셋을 돌아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현사.”

“예.”

“기병 이천, 보병 일만을 지원하라.”

“알겠습니다.”


‘어라?’


난 속으로 깜짝 놀랐다. 원담이 이렇게 쉽게 군대 지원을 승낙할 줄은 몰랐다. 놀라서 쳐다보니, 원담이 실실 웃고 있었다.


‘저 새끼 분명 딴 수작을 부릴 게 분명하다. 흥, 하지만 거기에 넘어갈 내가 아니다.’


쌍욕이 터져 나오려는 걸 참고 미소를 지으며 감사를 표했다.


“고맙소. 역시 형님이오.”

“그래. 꼭 성공해서 조조의 콧대를 납작하게 꺾어다오.”


원소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형제끼리 싸우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속으로 어떤 마음을 품었는지 몰라도 겉으론 우애를 과시했으니까.


“현사. 최대한 빨리 군대를 업성으로 보내라. 그리고 남은 군대를 이끌고 업성 인근으로 오너라.”

“예.”

“현보. 넌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거라.”

“예.”


원담과 원상은 일단 공손하게 대답했다. 이후 원소의 잔소리를 들은 후, 셋은 치소를 나섰다. 원소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오랫동안 대화하기 힘들었다.


“현혁.”

“예.”

“현보는 가거라. 이건 형들끼리 나눌 대화다.”

“알겠습니다.”


원상은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원희가 치고 나온 이후, 아예 뒤로 밀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당장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에 눈물을 머금고 돌아섰다. 원상이 사라지자, 원담이 입을 열었다.


“아버지는 네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조조의 발목을 붙잡아주려고 하신다.”


역시 원담이었다. 단번에 원소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군재가 뛰어나다는 건 알았지만, 예상보다 뛰어났다. 그 지랄맞은 품성만 아니었다면, 무조건 원담이 후계자가 되었을 것이다.


“서주냐? 관중이냐?”

“기밀이오.”

“흥, 널 도우려는 이 형을 믿지 못한다는 말이냐?”

“비밀은 많은 사람이 알수록 외부로 유출되기 쉽소. 이는 우리 원씨의 부흥을 위한 중요한 일이니, 궁금하더라도 참으시오.”

“부디 성공하거라. 그리고 약속한 건 잊지 말고.”

“걱정하지 마시오. 난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 아니니까. 그건 그렇고, 형님.”

“말하거라.”

“내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돌아오면, 아버지께서 나를 후계자로 삼으실 텐데, 그땐 어찌할 생각이시오?”

“뭘 어째? 딴지 걸 생각 없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내 눈을 피하며 대답하는 원담을 보니, 분명 딴죽을 걸 게 틀림없다. 원소가 죽는다면 누가 그를 제어하겠는가? 지금은 그와 싸울 때가 아니었기에, 동의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잘 준비해라. 난 곧장 청주로 떠날 테니까. 작별 인사는 여기서 나누자.”

“고맙소. 지원해 줘서.”


원담은 오만한 표정으로 내 어깨를 다독이고는 물러났다. 난 가만히 서서 원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원담의 병력은 받고 싶지 않았는데. 결정적일 때, 분탕질을 치면 골치 아픈데. 원담 옆에 곽도가 붙어 있으니, 그럴 가능성이 높다. 역사에서 원담은 조조와 사돈을 맺고 원상을 공격해 무너뜨린 놈이니까, 믿을 수 없어. 이런 부분까지 고려해서 계책을 수립하는 수밖에.’


곽도가 어디까지 계책을 세웠을지 모르지만, 난 반드시 극복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지력을 90으로 설정해 놓길 정말 다행이었다. 이게 아니었으면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것이다.


머릿속엔 여러 계책이 떠올랐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떠오른 생각은 이대도강李代桃僵이었다. 병법 삼십육계 중 십일계로,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계책이었다.


어차피 희생이 필요하다면 이들을 희생시키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걸 기반으로 조조군을 대파하면 된다. 그럼, 내가 원하는 모든 걸 얻을 테고, 원담의 세력을 위축시킬 수 있었다.


만약 실패한다면? 그건 생각하기도 싫었다. 무조건 성공한다는 생각뿐이었다.


*


며칠 후.

유주자사부에서 정예 경기병 이천 기와 경험 많은 노병 일천오백을 보내왔다. 노병은 히든카드였다. 난 그들을 격려하고 휴식을 취하라 명령했다.


이후 장병들과 함께 먹고 자고 훈련하며, 그들과 하나가 되려고 노력했다. 앞으로도 많은 시간을 이들에게 투자할 것이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이들은 내 힘의 근원이었다.


10월이 끝나갈 무렵.

원담은 유헌이 이끄는 보병 일만과 엄경이 이끄는 기병 이천을 보내왔다. 정예병이었기에 한편으로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 섬뜩했다.


이런 자들이 분탕질 치지 못하도록 막거나, 아니면 이들을 희생시켜 승리를 이끌어야 한다. 다시 한번 강하게 마음을 다졌다.


관중으로 떠날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원소는 관중 공략을 천명했고, 장수들을 끌어모아 허도로 진격하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허도로 진격할 리가 없었다. 내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행동이었다.


원희처소.

견복은 눈물을 글썽였다. 위험한 원정을 떠나는 장수의 지어미 심정이었다. 승패를 떠나 살아 돌아올지도 불명확했기에 눈물이 왈칵 솟았다. 난 가만히 그녀를 안았다.


나 역시 그녀와 헤어지기 싫었다. 하지만 이번 관중정벌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했다. 그래야 원씨도 살고 나도 살고 견복도 산다. 한 달 정도 그녀와 정을 통하고 살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


“반드시 관중을 점령할 테니, 염려 놓으시오.”

“업성에는 상공의 실패를 바라는 자가 많습니다.”

“알고 있소. 하지만 난 반드시 성공할 것이오. 그러니 부인도 단단히 마음먹으시오.”

“예.”


견복은 더는 걱정을 늘어놓지 않았다. 걱정한다고 일이 잘 풀리는 게 아니었다. 난 그녀와 술을 마시며 안심시켰다. 전투에 관한 내용은 올라오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나는 견복의 도움을 받아 흑색갑주를 챙겨입고는 칼을 차고 처소를 나섰다. 원소 원담은 금빛 번쩍이는 휘황찬란한 갑주를 입었지만, 난 그런 갑주를 정중히 거절했다.


그런 갑주를 입는다면 적에게 총대장이 여기 있다고 홍보하는 셈이었다. 그저 장수들처럼 똑같이 흑색갑주를 입는 게 나았다. 적도 속이고, 내 부하들에게 동질감과 동료의식을 심어주기 위함이었다.


장병들에게 나는 목숨줄을 움켜쥔 절대권력자보다는 함께 피를 흘리며 싸울 전우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래야 하나로 똘똘 뭉쳐서 전투에 임할 수 있다. 승리하기 위해 난 장병의 마음을 훔치기로 마음먹었다.


“반드시 관중을 점령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오냐. 믿는다.”


난 원소에게 절도 있게 군례를 올리며 관중 정벌을 다짐했다. 곧바로 말에 올라탄 나는 진군명령을 내렸다. 기병 육천, 노병 일천오백, 보병 이만의 대군이었다.


군량은 병주자사 고간이 책임지기로 했다. 이동로는 업성에서 서쪽으로 진군하여 병주 상당군을 거쳐 관중 하동군으로 진입하는 경로였다. 아마 전투는 하동군에서 벌어질 것이다.


하동군은 관중에서 가장 부유하고 큰 군이었으며, 조조가 소식을 듣고 군대를 보낸다면 허도에서 홍농군을 거쳐 하동군으로 올 것이다.


*


며칠 후.

허도 조조치소.

원소군의 움직임은 긴급으로 허도에 전달되었고, 조조는 즉각 책사와 장수들을 소집했다.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만큼 치소 안은 조용하다 못해 적막감이 감돌았다.


“결국 원소가 노리는 건 관중이었나?”


조조가 독백하듯 나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카랑카랑한 말투는 치소 안의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었다.


“원소는 원담과 함께 대군을 이끌고 업성에서 남진할 준비를 갖췄으며, 원희가 대군을 이끌고 서진하고 있습니다. 원희의 목표는 관중 특히 하동군이라 추정합니다.”


순욱은 대략 보고한 후, 자세한 수치를 설명했다. 조조와 장수, 책사들은 두 귀를 활짝 열고 경청했다. 원소를 반드시 무너뜨려야 할 숙적으로 여겼기에, 관직 대신 이름을 불렀다. 설명이 끝나자, 조조는 허유를 호출했다.


“이보게. 자원(허유).”

“예.”


관도대전에서 큰 공을 세운 허유는 거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원희는 무능한데, 어째서 이리 중요한 임무를 맡겼을까?”

“원소가 죽을 때가 되었으니, 노망이 난 겁니다.”

“원희가 달라졌다는 보고가 꽤 많습니다.”


곽가가 반박하자, 허유가 콧방귀를 뀌었다.


“사람이 정신을 차리면 달라지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없던 능력이 갑자기 생기진 않습니다. 그는 만사를 귀찮아했고, 유주자사로 취임한 후에도 사냥이나 다니며 세월을 허비한 자입니다. 그저 명목상 책임자일 뿐, 실권은 조독이나 엄경이 쥐고 있을 겁니다.”


경박한 말투였지만, 논리정연했기에 반박하기 힘들었다.


“그래. 없던 능력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건 아니지. 조독이나 엄경이라? 봉효(곽가). 어찌 생각하는가?”

“아직 원소의 군세는 강력합니다. 군대를 끌어모아 주군께서 직접 업성으로 진군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상장에게 일군을 주어 원희를 막아야 합니다. 또 서량의 마등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누굴 보내면 좋겠는가?”

“원상(종요)을 보내어 관중의 군·현을 안정시키고, 문칙(우금)과 묘재(하후연)에게 군대를 통솔케 하여 대응한다면 충분히 원희군을 꺾을 수 있다고 사료됩니다.”


조조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곽가의 진언대로 명령을 하달했다. 장수와 책사들이 군례를 올리고 물러났다. 조조는 가만히 곽가를 가까이 불렀다.


“이상해.”


곽가는 가만히 입을 다물고 조조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원소는 냉정한 자야. 그의 몸 상태로 보았을 때, 이건 마지막 전투일 거야. 또 그간 당했던 수모를 되갚을 기회이고. 그런데 왜 원희를 대장으로 보냈을까? 차라리 원담이 낫지 않았을까?”

“원희가 달라졌다는 부분이 영 거슬립니다. 그에 관한 많은 첩보가 들어왔는데, 완전히 다른 사람이란 내용이 꽤 많습니다. 그리고 이번 전투로 후계자를 지명한다는 첩보도 있습니다.”

“그게 가능한가?”

“성격이 완전히 바뀌는 건 봤지만, 없던 능력이 생기는 건 못 봤습니다. 하지만 찜찜한 건 사실입니다. 관중으로 보낼 장수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십시오.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조조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마음속에서 뭔가 켕겼기에 곽가를 홀로 남겨 물어봤던 것이다. 부디 마음속의 께름칙함이 현실로 발현되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랐다.


관중이 넘어가면 서량도 넘어간다. 단순히 영토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이 당시 말의 주산지는 유주·병주·서량이었는데, 관중을 빼앗기는 순간 말의 공급처를 상실하게 되고, 장기적으로 기병육성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역시. 제대로 맥을 짚었어. 그런데 왜 하필이면 원희란 말인가? 왜 하필이면.’


조조는 곤혹스러움에 미간을 찌푸렸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0

  • 작성자
    Lv.99 mc*****
    작성일
    24.06.05 00:30
    No. 1

    통신수단이 발달하지 않은 옛날에 총지휘관이 괜히 화려한 깁옷을 입는게 아닙니다. 적뿐 아니라 아군에게도 너희들의 사령관이 여기 있다고 알리려는 겁니다.
    다른 이들과 같은 갑주를 입는건 아군 사기에 도움이 안될텐데요. 직속 친위대라면 모를까 총지휘관의 얼굴도 잘 모를 일반 병사들에겐 와닿을 얘기가 아니죠.
    눈에 띄는 갑옷을 입고 대장기를 잘 보이게 휘날리는건 여기서 너희들을 지켜보고 있으니 잘 싸우라고 독려하는거고 그래서 저멀리 보이던 휘황찬란한 갑옷입은 이가 갑자기 안보이거나 대장기가 꺽이거나 하면 일선의 병사들이 혼란에 빠지는 겁니다
    우리 대장이 죽었나? 우리를 버리고 도망쳤나? 하면서요.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mc*****
    작성일
    24.06.05 00:43
    No. 2

    6.25때 국군 최악의 패전이라는 현리전투도 군단장이 도망쳤다는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병사들이 전의를 상실하고 도주하면서 3군단이 붕괴된 것입니다.
    정작 군단장은 전선 시찰하고 군단지휘소로 돌아간 것뿐인데 말입니다.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4 신유(愼惟)
    작성일
    24.06.05 08:11
    No. 3

    조언 감사합니다. 글에 잘 녹여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김주신02
    작성일
    24.06.05 10:44
    No. 4

    아숩 읽으면 읽을수록 목이마르네오ㅡ
    늘 잘보고있습니다 항상 수고많으시고
    힘내세요 화이팅입니다 ~^.^ ㅎ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4 신유(愼惟)
    작성일
    24.06.05 10:59
    No. 5

    감사합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8 코파는노마
    작성일
    24.06.17 16:30
    No. 6

    업에서 병주 방향으로 동쪽으로가 아니라 서쪽으로 이동이 맞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4 신유(愼惟)
    작성일
    24.06.17 22:30
    No. 7

    명백한 오타입니다. 수정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트리플럭
    작성일
    24.06.17 19:13
    No. 8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usado01..
    작성일
    24.06.29 02:28
    No. 9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도수부
    작성일
    24.07.02 10:49
    No. 10

    건필입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국지, 천하제일미인을 마누라로 둔 남자 (원희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 제9화. 첫 전투, 첫 전과. +11 24.06.06 7,001 164 16쪽
8 제8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5 24.06.05 7,009 152 16쪽
» 제7화. 원희, 진군하다. +10 24.06.04 7,453 147 18쪽
6 제6화. 두 영웅 원담과 원상. +3 24.06.03 7,661 154 17쪽
5 제5화. 후계자가 되기 위한 조건. +9 24.06.02 8,054 165 16쪽
4 제4화. 원희, 존재감을 발휘하다. +7 24.06.01 8,251 162 16쪽
3 제3화. 군권을 장악하다. +8 24.05.31 8,797 153 16쪽
2 제2화. 일단 급한 불은 껐다. +19 24.05.31 9,732 169 15쪽
1 제1화. 삼국지속으로[지도포함]. +32 24.05.31 11,305 175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