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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어터나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리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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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맨스
작품등록일 :
2021.01.10 13:29
최근연재일 :
2021.02.17 21:28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082
추천수 :
1
글자수 :
103,765

작성
21.01.1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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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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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 아포칼립스의 악마들 (2)

DUMMY

빼애애애애애-!!!!!!


고막을 찢을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청각을 자극한다.

약간의 지린내와 비릿한 피 냄새가 얇게 퍼져나가 후각을 자극한다.

모두가 백견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요소들.


기이이이이이이이잉-!!! 그르르르르릉-!!!


성대 없는 그들이 온몸을 울리는 묵직한 진동음이 한껏 뽑아내고 있었다.

오랜만의 사냥에 흥분한 모습이다.


맹수가 내지르는 울음 소리는 공포를 일으킨다.

백견이 뿜어내는 진동음은 맹수의 울부짖음과 동의어다. 대기와 지면에 뻗어나가는 진동음에도 공포를 일으키는 포식자의 그것이 넘치도록 담겨 있었다.


떼를 이룬 수많은 백견이 파도처럼 출렁인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서 도로와 건물을 빈틈없이 가득 채우며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소름 끼치는 광경.


점점 커지는 진동으로 느껴진다.


'시간이 없다!'


이제 곧, 무면(無面)의 머리 깊숙이 숨긴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며 들이닥칠 것이다.


땅에 착지하자마자 왼쪽 방향으로 급하게 뛰어간다.

미안하지만 왼쪽으로 달려간 아이가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황급히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손을 갖다 댔다.


치지직-.


작은 스파크가 일며 회로가 순식간에 타버린다.

잿빛의 연기가 스르르 올라오며 사이렌이 꺼져 버렸다.


여기까지가 걸린 시간이 1분 가량.

귓가에 정신 없이 울리던 사이렌 소리가 사라지자, 순간적으로 사방이 조용한 듯한 착각이 들었다.


'잠깐! 조용하다고?'


등골을 싸르르 타고 올라오는 소름과 위화감에 급박히 주위를 돌아 보았다.


"다른 한 명은?!"


어느새 사라지고 만 아이. 소리까지 사라져 버렸다.

주기율도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둘러보지만 보이는 건 없다.


"어디 갔죠?!"


당황스럽다. 하지만 한시가 급하다.


"일단 이 아이부터!!"


서둘러 피 묻은 옷을 찢어발겨 던져버렸다. 비릿한 피 냄새가 여전히 주변에 진동한다.


"기율아!!"


"예, 옙!"


귀에 꽂히는 외침에 당황에서 벗어난 주기율이 일순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 짧은 시간에도 영력을 활성화해 '심상의 방'을 열었다.


기율의 성명절기 중 하나. 이온화 봄(bomb).


영력 플라스크에 마그네슘과 물을 쏟아 붓는다. 그 순간 영력을 키워 반응력을 극대화한다.

부글부글 격렬한 반응이 일어나 플라스크가 발광한다.

곧바로 이를 영력구로 감싸 가두고는 현실로 끄집어 낸다.


그 일련의 과정을 거쳐 '이온화 봄'을 완성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2초.

심지어 이를 병렬로 수행한다.


눈 깜짝할 사이, 두 손 위에 생겨난 눈부신 광구 둘.

그새 실력이 늘었다. 역시 천재는 천재다.


"형, 귀 막아요!!"


서둘러 바람장막을 펼쳐내 나와 아이의 귀를 보호했다.

기율은 그 짧은 순간 목표물을 캐치해 냈다.

이온화 봄의 폭발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끌어낼 수 있는 필로티 구조의 작은 건물 하나.


휘익-! 휙-!


기율이 힘차게 던진 이온화 봄 두개가 포물선을 그리며 굵은 기둥 둘에 하나씩 처박혔다.


꽈아아아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기둥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한다.


콰르르르릉!! 쿠구궁! 콰아앙!!


요란한 소리들이 서로 섞이며 불협화음을 만들어 낸다.

방음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의 흔적이 거기에 묻혀야 했으니까.


후두둑 후둑... 콰지직!!


건물을 떠받치는 굵직한 기둥 둘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건물 외벽을 타고 선명한 붕괴의 조짐이 순식간에 건물을 덮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붕괴의 결말.


콰지지직- 우르르르르!!


건물이 폭삭 주저 앉았다. 먼지와 분진이 날리며 안개처럼 우리의 존재감을 가린다.

그 사이 내가 아이를 들쳐 업었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 아직 2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멀리서 머리를 들이밀기 시작하는 백견의 홍수가 보인다.

죽음의 파도가 완전히 들이닥치기 전에 그 자리를 서둘러 빠져 나왔다.


뿌옇게 변해버린 거리를 해치며 인영 셋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우리는 외각 라인을 따라 빠르게 이동했다.


백견 파도에 휩쓸리는 건 피했지만, 그 사이에 따라 붙은 백견 몇은 어쩔 수 없었다.

그 놈들은 나와 기율이 최소한의 노력과 소음으로 적절히 상대하며 떨궈 냈다.

꼬리에 따라 붙은 몇을 제외하고는 이동 중 마주친 백견 놈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백견 떼에 대부분이 합류했기 때문인 듯 했다.


터질듯한 긴장감 속에 몇 시간을 움직였는지 모르겠다.

어느 순간 조용해진 주변을 느낄 수 있었다.

백견이 없는 공백지역까지 이동한 것이다.

이를 알아챈 우리는 주변 10층 정도되는 건물을 찾아 서둘러 올라갔다.


탓- 타탓-!!


쉴새 없이 계단을 올랐다.

소위 마법사의 카테고리에 속하는 우리지만, 각성자의 신체는 이미 일반인과는 달랐다.

초인의 영역에 들어선 신체가 우리를 너무도 쉽게 10층 높이까지 밀어 올려 주었다.

급하게 뛰어 올라온 나는 옥상 문을 박차고 나가며 주기율을 향해 소리쳤다.


"영벽 설치해!"


"옙!"


기율이 대답과 함께 서둘러 배낭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200ml 탄산음료 크기의 검은 빛을 띄는 원통형 기둥 하나.

던지듯 바닥에 놓고는 빠르게 영력을 불어 넣었다.


우웅-!!


영벽 생성기가 작동하며 작게 울었다.

그 순간 기둥을 중심으로 반경 3m의 투명 반구 모양 영벽이 생성되며 우리를 덮었다.

아이를 그 안에 조용히 바닥이 눕혔다.

일단 여기까진 괜찮다.


우리는 영벽 생성기를 조금씩 옮겨가며 옥상 끝으로 조심스레 이동했다.

슬쩍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따돌렸나..."


옆에 있던 기율은 식은땀으로 도배된 얼굴을 소매로 연신 훔치고 있었다.

고개를 살며시 들자 멀리서 잿빛의 연기가 꼬리를 매단 채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목표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백견 놈들이다.

찢어발길 인간을 찾지 못하자 해소 못한 분노를 풀 곳을 찾아 헤매는 듯 했다.


거리가 제법 먼 것을 보니, 눈 앞의 위협은 피한 듯 했다.

그렇게 폭풍이 한 차례 지나갔다.



* * *


고작 4년 전이다.

원인 모를 대폭발이 지구를 휩쓴 시점 말이다.


국가, 대륙 규모를 넘어선 행성 규모의 대폭발이 있었다. 이후 대폭발에서 연유한 초월 주파수의 파동이 전 지구를 연이어 덮쳤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재해였다.

파동에 노출된 생명체들, 특히나 '사고'를 가진 생명체 대부분이 그대로 소멸해 버렸다. 영혼 단위로 분쇄하는 파동의 압력을 이겨 내지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인류는 멸망하지 않았다.


각성자라는 존재가 탄생했다.

'어스'사가 뿌려 놓은 씨앗이 결정적이었다.

곳곳에서 영력 시스템을 각성한 생존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극소수의 자연 각성자까지.

인류 재건의 희망이었다.


신은 가혹했다.

백견이라는 각성자의 대항마가 생겨 난 것이다.

바야흐로 아포칼립스의 시작이었다.


아포칼립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었일까?

먹을 것과 셸터. 바로 '식(食)'과 '주(住)'다.

그리고 수요가 있다면 공급이 있어야 했다.


'월드 크래프트'라는 게임의 탈을 쓴 영력 시스템은 크래프터를 각성시켰다.

식과 주 모두를 해결할 수 있는 '소세계' 창조 능력을 각성한 크래프터의 등장.

세계는 자연스럽게 크래프터를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상은 정의롭지 않고 재능은 사람을 가리지 않았다.

반사회적으로 삐뚤어진 악인.

그들에게도 소세계주가 될 기회는 열려 있었다.




덜컥하는 소리와 함께 차량 문이 열렸다.


타악-.


아까의 남자 다섯이 차량에서 내린다.

SUV가 멈춰선 작은 광장에는 대여섯의 인영에 둘러싸인 남자가 일행을 맞이하고 있었다.


"대장! 다녀 왔어!"


"무사히 돌아 왔군요. 다행입니다!"


김재현의 인사에 남자가 환하게 반기며 답했다.

밝은 어조에 김재현과 일행의 입 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기분 좋아진 김재현이 차량의 본 네트를 탕탕치며 수확물을 자랑했다.


"자자-. 한번 보라고. 우리가 얼마나 많이 챙겨왔는지."


모두의 눈이 좌석 뒤 트렁크로 향했다. 내용물을 잔뜩 담은 박스가 뒷 공간에 가득 차 있었다.

게다가 트렁크에 모두 담지 못한 박스는 차량 천장 위에도 매달려 있었다.

이번 원정은 그야말로 대박. 모두가 감탄의 눈빛을 보냈다.


"오호~ 엄청 나네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 말에 김재현이 한껏 우쭐한 표정을 짓는다.

감탄이 서린 눈으로 바라보던 남자가 마침 무언가 생각난 듯 물었다.


"아! 그나저나 그건 어땠나요?"


의미를 금방 알아들은 김재현이 씨익 웃었다.


"아~주 쓸만했어! 틀자마자 1분도 안 되어서 우두두두 소리가 나는데, 휘오~. 엄청나더라고. 소리가 오래 가지는 않은 것 빼고는 완벽했지."


"흠... 다음엔 조금 더 오래 시선을 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네요. 일단 들어오시죠. 고생하셨습니다!"


실상을 들으면 누구나 경악할 일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언급하는 남자.


그들의 대장이자, 희대의 미친 악인.

최선인이다.




최선인.

멸망 직전까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성 범죄자.

온갖 수법으로 유인한 여자를 성폭행하고, 피해자를 협박하여 신고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유포해 돈을 벌기까지.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피해자가 천 명에 가깝고, 수익도 몇 백억 대에 이르렀다.

최선인은 그런 집단을 조직하여 운영하던 악독한 범죄자였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오랜 추적에 운영진 중 하나가 잡혀버렸다. 그로 인해 익명에 숨어 활개치던 그의 정체도 모두 까발려졌다.

당연한 수순으로 최선인에게 수배령이 떨어졌다. 그는 인적 외진 곳에 마련한 아지트에서 도피 생활을 시작했다.


권선징악.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의 편이었나 보다.

최선인이 은둔 생활에 서서히 지쳐갈 때 쯤이었다. 멸망의 날이 대한민국을 덮친 건.


대폭발이 쓸고 간 한반도는 그의 세상이었다.

크래프터로 각성한 것이다.

최선인은 새삼 천재적인 두뇌로 바뀐 세상에 빠르게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았다.

자신과 같이 삐뚤어진 이들. 조금만 자극해도 자신을 따를 이들.

최선인은 그들에게 안전 지대와 식량을 제공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멸망한 세상에서 최고의 호의를 보이는 최선인에게 사람들은 감화되었다.

자연스레 최선인의 생각과 사상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그들을 보며 최선인은 꿈을 꾸기 시작했다.

무법자의 왕이 되자.


준비가 되었다. 무법자의 세계를 위한 인력과 그들을 이끌 리더.

세력이 갖춰진 최선인은 그가 가장 잘하는 일을 시작했다.


지옥이 열렸다.

아이와 여자는 사람으로 취급하지도 않는 소세계가 탄생했다.


인견들의 천국. 소세계 [낙원].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압도적인 폭력 앞에 그들 역시 약자라는 사실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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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어디서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5) 21.02.06 28 0 11쪽
15 15. 어디서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4) 21.02.05 25 0 12쪽
14 14. 어디서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3) 21.02.03 22 0 11쪽
13 13. 어디서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2) 21.01.30 21 0 10쪽
12 12. 어디서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1) 21.01.29 27 0 11쪽
11 11. 부산으로 21.01.27 28 0 13쪽
10 10. 월드 마켓 21.01.23 3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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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소세계 아사달 (1) 21.01.20 4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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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아포칼립스의 해적선 (3) 21.01.16 58 0 12쪽
5 5. 아포칼립스의 해적선 (2) 21.01.15 6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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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포칼립스의 악마들 (2) 21.01.12 99 0 11쪽
2 2. 아포칼립스의 악마들 (1) 21.01.11 126 0 11쪽
1 1. 프롤로그 - 생존자 in 울산 +1 21.01.10 25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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