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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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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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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12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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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00. 마지막 조각

DUMMY

모두의 눈길이 자신을 향하고 있음에도 묵진휘는 다른 말이 없었다. 다만 한 손을 들어올려 목으로 가져가더니 무언가를 주섬주섬 찾는다. 손이 찾던 무언가를 낚아 챈 모양이다. 손을 잡아 올리니 손에 목걸이의 줄이 잡혀 있고 손을 점차 들어 올리자 목걸이의 줄이 점점 더 높이 당겨지더니 목을 빼낼 만큼 당겨졌다.

묵진휘가 두 손으로 목걸이 줄을 둥글게 하여 목에서 빼내자 줄이 빠져 나온다. 빠져 나온 줄 끝에 뭔가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노을을 닮은 빛깔의 영롱한 보석 조각인데, 삼각이나 사각이 아닌 기울어진 직사각형 모양이다.

묵진휘가 보석 조각을 목걸이 줄에서 뺀 뒤 한 손으로 가만히 쥔다. 그리곤 여섯 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정사각형 모양의 빈 틈으로 손을 가져가더니 손에 쥔 보석 조각을 빈 틈에 놓는다.


찰칵···

“아아~”

유혜연이 탄식 같은 단발음을 뱉는다.

“오호~”

무진신개와 불측은비 서은후의 탄성이 동시에 터져 나온다.

주은백과 주여전이 자리에서 일어서선 탁자 위 비단 천에 맞춰진 정사각형 열쇠를 신기한 듯 바라본다. 주여전의 얼굴에는 감동마저 어려있다.

갈군형과 장 시랑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가슴 벅찬 것이다. 모시던 주군의 염원이 이로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희망으로 가슴이 벅차 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이황야와 교주의 희열에 비할 수 있으랴.

두 사람 모두 선대의 유지와 유훈을 드디어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교주 유태준은 마교의 수백 년 염원을 풀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인가?”

교주가 환한 미소를 진 채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묵진휘를 보며 묻는다. 이황야는 묵진휘가 지하동굴에서 목걸이를 찾아 완성시킨 경험이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교주에 비해 궁금증이 덜했다. 하지만 그도 마지막 조각을 묵진휘가 가지고 있을 줄은 차마 몰랐었다.

“오래 전에 놈들의 공격으로 조부와 부모님께서 흉수들의 손에 운명을 달리하시고, 집안이 몰락하던 날 유모가 어린 저를 안고 탈출했는데, 다행히 스승님께 발견되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습니다. 스승님 말씀으로는 목걸이가 어린 제 목에 걸려 있었다고 합니다.”

“오호, 그런 일이. 선대 황제께서 목걸이 한 조각을 묵태부께 맡기셨던 것이로구나. 허허”

묵진휘의 말에 이황야가 손으로 가볍게 탁자를 치며 묵진휘가 목걸이를 가지게 된 배경을 정확히 추론했다.

“대단한 인연이로다.”

무진신개가 좌중을 둘러보며 또 다시 감탄을 토해낸다.

“정녕 하늘의 안배로고.”

감격에 겨워 눈에 눈물이 글썽한 장시랑이 고개를 들어 흐르려는 눈물을 달래본다.

“이것으로 목걸이는 완성되었군.”

“감축드리옵니다.”

장시랑이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올린다.

“아직 감축 받긴 이르네. 내가 목걸이를 모두 가졌다는 사실을 알면 저 놈들이 가만 있지 않을 걸세. 이제부터 더욱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것이야.”

이황야가 다부진 표정으로 장 시랑에게 말하자 장내의 공기가 순식간에 팽팽하게 긴장되었다.

참석한 모든 사람이 이황야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기에 내뱉는 호흡에 긴장을 담은 탓이다.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은밀히 황야를 보위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소.”

교주의 말에 이황야가 고맙다는 한마디를 간단히 내뱉는다. 마교가 이황야와 밀착되어 있다는 사실이 세간에 퍼지면 오히려 이황야를 곤혹스럽게 할 수 있었다. 그 정도 감각은 교주도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은밀히 보위하겠다고 말한 것이고, 이황야도 그 뜻을 알아듣곤 고맙다고 한 것이다.

“개방도 마찬가지 입니다.”

“고맙소.”

무진신개가 개방도 이황야를 은밀히 호위할 것임을 말하자 이황야가 이번에도 역시 고맙다고 답한다.

마교와 개방의 호위 얘기로 긴장된 분위기가 다소 풀리며 목걸이를 완성한 감격이 되살아났다.

“교주께서는 이제 내게 달리 하실 말씀이 없으시오?”

이황야가 교주 유태준을 보며 묻는다. 회동의 목적이 목걸이만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었던 이황야였다. 저 정도 그릇이라면 필히 하나의 목적만으로 회동을 요청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요청드릴 것이 또 있습니다.”

교주의 답변에 모두의 눈길이 이번에는 교주에게로 쏠렸다. 그리고 그 눈길들에는 또 다른 긴장이 배어 있었다. 혹시 교주가 무리한 요구를 해 회동이 결렬될까 걱정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지난 세월, 황실과 마교는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었습니다. 황실에서 마교를 불온한 광신도 집단으로 규정해 역적의 무리처럼 취급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고 싶습니다. 마교는 황실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이 나라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이 나라 백성으로서 그저 특정 종교를 믿을 뿐입니다. 그리고 무림 집단일 뿐입니다. 저는 황실에서 마교를 그런 정도로 인정해 주시길 요청드립니다.”

교주 유태준의 얘기에 참석한 사람들의 긴장이 극에 달해 이황야를 조심스럽게 바라봤다. 민감한 정치적 문제였다.

참석한 모두는 황실과 마교간의 오랜 전쟁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갈등의 원인과 배경은 모른다. 황실에서 마교를 불온한 광신도 집단으로 규정해왔으니 정파무림도 그런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못해 마교를 사파 무리처럼 취급했고 그 세월이 오래되다 보니 그것이 당연해져 어느 누구도 그것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반항하는 마교인들의 몸부림이 부정한 저항으로 간주되어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 세월이 너무 오래되었다. 오래된 것은 관습이 되고 의문을 제기할 수 없는 법法이 되어 버린다.

“황실과 이 나라를 부정하지 않소?”

잠깐의 상념에 잠겨있던 이황야가 교주 유태준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렇습니다.”

이황야의 물음에 교주가 답했다.

“이 나라의 백성으로서 이 나라의 법法을 존중하고 지키겠소?”

“그렇습니다.”

“마교가 종교집단이면서 무림집단일 뿐이지 정치집단은 아니란 말씀을 믿어도 되겠소?”

“약속드립니다.”

“그렇다면 누가 그대들을 불온하다 할 것이며 역적으로 몰 것이오? 이 나라는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오. 이 나라는 무림집단을 인정하오. 나아가 무림만의 질서를 인정하오. 정치와 무림은 상호 불간섭의 오랜 관례가 있소. 마교가 무림 집단이라면 무림의 질서대로 살아가면 될 것이오.”

이황야의 말에 교주 유태준이 별다른 말없이 고개를 숙인다. 감사의 표시다. 유태준의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마교의 오랜 숙원중의 숙원이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인정認定.

마교가 더 이상 역적의 집단도, 불온한 광신도의 집단도 아닐 수 있게 된 것이다. 중원을 떠나 청해 오지 중의 오지에서 산 세월이 얼마인가? 남들의 손가락질을 받은 것이 몇 번인가?

이 순간 마교 참석자 중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 가슴 벅참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고립, 고독, 손가락질, 편견, 낙인···

그 오랜 세월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 그 심정을 어떻게 알 것인가?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시오?”

이황야가 가슴 벅차하는 교주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어려있다.

교주가 이번에도 말 대신 그윽한 눈빛으로 이황야를 보며 머리를 가로로 흔들었다. 없다는 뜻이다.

“오늘 기분이 좋구나. 오랜 만에 술이나 한잔 하고 싶구나. 장 시랑, 술이 준비되었소?”

이황야가 눈은 교주를 바라보며 말은 장 시랑에게 한다. 교주도 자신에게 묻지 않았지만 고개를 조그맣게 끄덕여 동의를 표한다.

“준비되어 있습니다.”

장시랑이 평소와 다르게 큰 목소리로 환하게 답한다.

“가져 오도록 하라.”



“왜이리 조용해?”

건물 뒤편에 있던 경표가 객잔 건물 안의 동정을 살피듯 귀를 객잔 벽에 갖다 댄다.

“기다리세. 적어도 싸우는 소리는 들리지 않잖아?”

항백이다.

자신도 사실 속으로는 객잔 안의 동정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나 경표가 안달을 내고 있어 짐짓 태연한 척한다.

“가만,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걸?”

경표가 객잔 벽에다가 귀를 더욱 갖다 붙이며 조금 놀란 눈을 짓는다.

“그래?”

이번만은 항백도 태연한 척할 수 없었다.

항백이 경표처럼 객잔 벽에 귀를 갖다 댄다. 서로 좌측과 우측 귀를 객잔 벽에 갖다 대고 얼굴을 마주본 채 객잔 내부의 동정을 살피는 모습이 큰 작전을 수행하는 비밀요원 같아 보인다.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지?”

“그런 것 같은데··· 무슨 소린지는 모르겠군.”

“만일 양측이 싸운다는 어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객잔 안으로 들어가 말려? 우리 실력으로?”

경표가 걱정스러운 듯 묻자 항백이 되묻는다. 항백의 되물음에 경표가 가만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불가능하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딱 한가지야.”

“그게 뭔데?”

항백의 말에 이번에는 경표가 되묻는다.

“줄행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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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213. 대치對峙 +4 17.10.28 1,929 44 10쪽
213 212. 동문同門 +3 17.10.25 1,916 4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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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208. 의외의 방문 +4 17.10.11 2,205 45 9쪽
208 207. 결의決意 +3 17.10.07 2,063 44 11쪽
207 206. 재편再編 +3 17.09.30 2,283 46 11쪽
206 205. 대장정大長程 +2 17.09.28 2,379 41 10쪽
205 204. 각성覺性 +2 17.09.26 2,284 44 10쪽
204 203. 제압制壓 +2 17.09.23 2,141 45 10쪽
203 202. 발각發覺 +2 17.09.21 2,152 44 11쪽
202 201. 양동작전陽動作戰 +2 17.09.19 2,067 44 9쪽
» 200. 마지막 조각 +2 17.09.12 2,127 44 9쪽
200 199. 빈 틈 +3 17.09.09 2,159 46 10쪽
199 198. 보약補藥 +2 17.09.09 2,045 40 9쪽
198 197. 전야前夜 +2 17.09.06 2,195 46 10쪽
197 196. 탈취명령 +2 17.09.03 2,107 42 10쪽
196 195. 칠교七巧 +2 17.09.01 2,278 44 9쪽
195 194. 충격衝擊 +3 17.08.26 2,285 48 10쪽
194 193. 사형제師兄弟 +4 17.08.23 2,358 50 10쪽
193 192. 일망타진一網打盡 +3 17.08.21 2,197 4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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