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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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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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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58,507

작성
17.09.09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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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98. 보약補藥

DUMMY

‘언제쯤 봄이 오려나?’

입맛이 없어 물에 밥을 말아 먹은 뒤 산책 겸해서 황궁 후미진 곳을 왔다 갔다 하던 조부태감이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한다.

하늘의 푸른 빛은 여름이나 겨울이나 같은 색이지만 겨울에는 시리게 보이고 여름에는 물렁하게 보였다.

‘왜 그런 걸까? 실제가 그러한 것인가? 내 마음이 그러한 것인가?’

조부태감의 상념이 질정 없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한다.

“여기까진 어쩐 일이십니까?”

한참을 하늘만 올려다보며 느릿하게 걸음을 옮기던 조부태감 앞에서 난데없는 소리가 들렸다. 조부태감이 고개를 내려 보니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으나 누군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차림으로 봐선 사대부는 아니었고 환관도 아니었다.

“얼마 전 곽태감 어르신을 살펴본 어의御醫입니다.”

조부태감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을 알곤 먼저 어의가 자신을 소개했다.

“아~이李 어의시구려. 내 잠깐 딴 생각을 한다고 미처 알아보지 못했소. 미안하오.”

조부태감이 미안한 마음에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아닙니다. 한 번 뵈었으니 당연히 알아보시지 못하지요. 가뜩이나 경황이 없으실 텐데.”

“아니오. 내가 미안하오.”

“여기까진 어쩐 일이십니까?”

어의의 말에 조부태감이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덧 약전藥殿까지 와있었다.

“생각 없이 걷다 보니 이곳까지 오게 되었소. 다른 볼일이 있는 것은 아니오. 허허”

조부태감이 헛헛한 웃음으로 어색함을 달랜다.

“얼굴이 어두워 보이십니다. 보약을 한 제 드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허허. 괜찮소.”

“곽태감 어르신께서도 아주 귀한 보약을 드셨던데 조부태감께서도 그리하십시오.”

어의의 말에 조부태감이 순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곽태감은 보약을 먹은 적이 없었다. 틈만 나면 자신의 건강을 자랑했고, 약을 멀리하기 때문에 자신이 건강하다고 말해왔다. 오히려 약을 너무 많이 먹은 황제나 태자는 건강하지 못하다고 하면서.

“곽태감께서 보약을?”

“그렇습니다. 그것도 서역에서만 나는 아주 귀한 약을 말입니다. 황궁에서도 황제폐하와 황태자께서만 드시는 약입니다.”

“그걸 어찌 알았소?”

“제가 곽태감 어르신의 검시를 담당하지 않았습니까? 독을 조사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 약재는 독특한 반응이 있어 알 수 있습니다.”

“정말이오?”

“확실합니다.”

“약에 다른 문제는 없소?”

조부태감이 의문이 묻은 질문을 던졌다. 어의는 조부태감의 말을 이해하곤 씩 웃으며 답한다.

“몸에 좋은 약입니다. 분명 독은 아닙니다. 하하”

“그 약재의 이름이 무엇이오?”

“천황天恍이라 합니다.”



“이제 그만하셔도 됩니다.”

신기령주가 탁자 위에 놓인 약사발을 손으로 밀면서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왜, 약이 너무 씁니까?”

“아닙니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은 법이지요.”

“그런데 왜?”

“너무 신경 쓰시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씀입니다.”

“제가 신경 쓰는 게 싫으십니까?”

“그건 아닙니다.”

“그런데 왜?”

신기령주가 손사래를 치며 그렇지 않다고 하자 유긍연이 상체를 더욱 신기령주 쪽으로 기울이며 이유를 묻는다.

“하하하하”

“낄낄”

두 사람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옆에 있던 성휘령주가 크게 웃고 평소 말이 거의 없는 월광령주까지 낮게 낄낄거린다.

유긍연이 내미는 보약을 신기령주가 계속 사양하면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소교주께서 너무 신경을 쓰시니 부담스럽습니다.

“제가 신경 쓰면 부담스럽습니까? 제가 싫으시군요.”

“그건 아닙니다. 절대.”

“그럼 약사발을 쭉 들이키십시오.”

유긍연의 말에 할 수 없이 신기령주가 약사발을 들곤 약을 쭉 들이킨다.

“팔 하나가 없다 뿐이지 몸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건강해졌습니다. 이제 보약 같은 것은 필요 없습니다.”

약을 다 마신 신기령주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하하. 알겠습니다. 이제 그만 하지요. 제가 신기령주께 보약을 계속 내린 것이 공짜처럼 보이십니까?”

유긍연의 말에 세 영주가 싱긋 웃는다. 무슨 말인지 알기 때문이다.

“곧 아버님으로부터 지시가 있을 것입니다.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던지고 계시거든요. 그 때가 되면 중원으로 성난 물결처럼 말을 몰아가야 합니다. 그때 써먹으려고 드리는 약이에요. 하하하”

유긍연이 말을 마치며 호탕하게 웃는다. 그리고 그건 세 영주도 마찬가지였다.

마교는 북천이 방문하기 전보다 더욱 활기를 띠고 있었다. 북천의 방문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바람에 잠잠하던 마교의 거센 성정에 불을 지폈고 유긍연이 특유의 활기찬 성격으로 기름을 부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오늘이군요.”

유혜연의 말에 주은백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더니, 눈길을 내려 유혜연의 손을 바라본다. 유혜연의 손에 또다시 약사발이 들려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마셔야 하오?”

“다치신 벌이예요.”

“이젠 정말 괜찮소.”

“상처와 관계없는 약이에요. 보약인 거죠.”

유혜연이 손을 내밀어 약사발을 주은백의 코밑으로 들이댄다. 약에서 나는 쓴 냄새 때문에 주은백이 미간을 찌푸린다. 약을 싫어하기는 애나 어른이나 다름없다.

“홀짝거리는 것보단 쭉 마시는 게 나을 거예요.”

먹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유혜연이다.

주은백이 마지 못한 듯 약사발을 들고 약을 죽 들이킨다. 약을 들이킨 후 다시 미간을 찌푸리는 주은백을 유혜연이 웃으며 바라본다.

“오늘 아버님께서 목걸이를 드리면서 무엇을 요구하실 지 알고 계시나요?”

유혜연의 얼굴이 약간 어두워지며 주은백에게 묻는다.

“정확히는 모르오. 자세한 말씀을 하시지 않았으니. 다만, 서로를 인정해야 하는 것이 첫출발이라고 하셨으니 그에 상응하는 것이 되겠지요.”

“혹시 과도한 요구를 하셔서 만남이 결렬될까 한편으론 두려워요.”

유혜연이 걱정을 내비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황야 측에서 회동 제안을 과연 받아들일지 어떨지를 몰라 걱정했던 유혜연이다. 그런데 이황야 측에서 회동을 받아들이겠다는 회신이 왔다.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도 지정되어 있었다. 반가웠다.

무가武家, 그것도 다른데도 아닌 마교에서 태어난 유혜연이지만 검과 도가 횡행하는 무림을 좋아하진 않았다. 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고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북천에 의한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아버지가 검과 도를 드는 대신 이황야와의 대화를 선택했다는 소식은 유혜연을 기쁘게 했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어도 대화 자체가 기쁜 것이다. 그것도 선대 때부터 오랜 세월 다투어 온 황실의 사람과.

주은백이 유혜연의 어깨를 두 손으로 감싸 쥔다. 그리곤 얼굴을 내밀어 유혜연의 얼굴 가까이 가져다 댄다. 유혜연의 심장이 두근거린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을 알지만 주은백의 얼굴이 다가오면 괜히 긴장되는 것이다.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아는 한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 중에 한 분이 바로 교주님, 당신 아버님이시오. 검을 들 때와 말을 할 때를 구별하지 못할 분이 아니시오.”

주은백이 유혜연을 달랜다. 유혜연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정말 현명하고 자상한 분이다. 하지만 걱정은 걱정인 것이다.

“그리고 나와 묵대협이 있지 않소. 사태가 험악하게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오.”

주은백의 말에 유혜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조금 있다가 출발해야 하니 혜연 소저도 준비하시오. 아버님과 갈군사, 파파는 어디 계시오?”

주은백이 유혜연의 어깨를 풀어주며 다정하게 묻는다.

오늘 회동은 양측에서 각 다섯 명씩, 모두 열명이 참여한다.

마교측에서는 교주와 서은후, 갈군형 총군사, 주은백, 유혜연이 참석하기로 했다. 그 때문에 갈군형 총군사가 이리로 온 것이다.

이황야 측에서는 이황야와 무진신개, 장 시랑, 묵진휘와 이황야의 딸인 공녀가 참석하기로 했다.

무진신개는 이황야 사람이 아니지만 서은후와의 배분을 맞추어 이황야 측에서 참석을 요청했고 흔쾌히 교주가 허락하였다.

유혜연이 준비를 위해 자기 방으로 돌아가자 주은백이 창가로 걸어가 닫혀진 창문을 열어 젖혔다. 드디어 역사적인 그 날이 밝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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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208. 의외의 방문 +4 17.10.11 2,205 45 9쪽
208 207. 결의決意 +3 17.10.07 2,063 44 11쪽
207 206. 재편再編 +3 17.09.30 2,283 46 11쪽
206 205. 대장정大長程 +2 17.09.28 2,380 41 10쪽
205 204. 각성覺性 +2 17.09.26 2,284 44 10쪽
204 203. 제압制壓 +2 17.09.23 2,141 45 10쪽
203 202. 발각發覺 +2 17.09.21 2,152 44 11쪽
202 201. 양동작전陽動作戰 +2 17.09.19 2,067 44 9쪽
201 200. 마지막 조각 +2 17.09.12 2,127 44 9쪽
200 199. 빈 틈 +3 17.09.09 2,159 46 10쪽
» 198. 보약補藥 +2 17.09.09 2,046 40 9쪽
198 197. 전야前夜 +2 17.09.06 2,195 46 10쪽
197 196. 탈취명령 +2 17.09.03 2,107 42 10쪽
196 195. 칠교七巧 +2 17.09.01 2,278 44 9쪽
195 194. 충격衝擊 +3 17.08.26 2,285 48 10쪽
194 193. 사형제師兄弟 +4 17.08.23 2,358 50 10쪽
193 192. 일망타진一網打盡 +3 17.08.21 2,197 4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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