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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요거트의 글방

학교의 그녀석은 초능력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플레인Y
작품등록일 :
2019.12.31 18:02
최근연재일 :
2020.03.30 21:3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2,529
추천수 :
19
글자수 :
208,700

작성
20.03.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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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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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8화 - 그녀석, 눈앞에

DUMMY

세훈은 입속의 침을 꿀꺽하고 삼킨다. 입안이 말라 온다. 설마, 클라인이 여기까지 직접 나온 것인가... 전에 없이 몸이 떨려 온다. 이마에는 식은땀마저 흐르기 시작한다. 이윽고, 그 사람이 세훈의 앞으로 다가오며, 천천히 입을 연다.


“하하하, 이렇게 긴장을 타서야... 목소리도 구별 못 하나.”


“너는 누구지?”


“오늘 아침에, 나는 네 친구를 먼저 만났지. 혹시 네 친구한테 이야기 못 들었나?”


“댁에 관한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세훈은 코웃음치며 말한다.


“좋아, 그러면 이야기해 주지. 내 이름은 고한영이다. 빈센트는 내 친구지. 여기까지 용케 잘도 왔군. 그건 칭찬해 주도록 하지.”


어느새 세훈의 바로 앞에 선 한영은 한껏 비웃는 소리로 말한다.


“흐흐흐... 하지만 유감이군.”


“뭐가 유감이라는 거지?”


“지금까지 질기게 이어 왔던 너의 행운도 여기에서 끝나게 되어 있으니까. 왜냐고? 너는 나한테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게 무슨 개뼈다귀 같은 논리야.”


세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영은 손으로 세훈의 왼팔을 꽉 하고 움켜쥔다. 순간, 세훈의 머리가 갑자기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뜨거움은 머리에만 느껴지는 게 아니다. 팔다리가 다 뜨거워져 오고, 무엇보다도 가슴이 점점 답답해져 온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흐흐흐... 네놈의 피는 지금 역류하고 있지. 이대로 조금만 있으면 심장이 죄다 망가지고 말겠지.”


“......”


“자, 시간은 얼마 없다! 현명하게 생각해라. 그렇지 않으면 네 미래는 없다!”


세훈의 눈이 잠시 한영의 눈과 마주친다. 한영은 그 힘없어 보이는 눈빛에 자기도 모르게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흐흐흐흐... 그렇게 정신력이 약해서야! 이제껏 온갖 역경을 뚫은 게, 지금 나한테 이렇게 속절없이 당하기 위해서냐? 흐흐흐흐흐...”


하지만, 바로 그다음 순간.


“착각 마.”


“뭐... 뭐? 정신이 나가니 헛소리를... 헉?”


바로 그때, 둔탁한, 그러나 아주 작은 충격음이 숲 한가운데 울린다. 한영에게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형언할 수 없는 어떤 감각이 전해져 온다. 순식간에, 온몸에 그 감각이 전해져 온다. 그 ‘통증’을 뛰어넘는 감각이! 한영은 몸의 균형을 잃는다. 동시에 손에도 힘이 빠진다. 세훈의 팔에서, 한영의 손이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간다. 온몸의 힘이 빠진 한영은, 그대로 땅바닥에 풀썩 쓰러진다.


“으... 이 자식... 비겁한... 자식... 어... 어떻게... 공격을 해도... 어떻게...”


세훈은 무심한 듯 아모르 숲으로 걸어 들어가려다, 고통스럽게 겨우 말하는 한영을 보고 말한다.


“아, 썩은 머리의 소유자에게는 딱 어울리는 결말이지. 안 그래? 나는 이만 가 봐야겠군.”


세훈은 고통스럽게 땅바닥에 엎드려 신음하는 한영을 뒤로 한 채, 아모르 숲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한 얼마쯤 걸었을까. 그 동안 AI폰이나 AI시계를 안 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한 5분 정도는 걸은 것 같다. 문득 주위를 돌아본다. 온통, 검은색으로 가득하다. 갑자기 세훈의 눈이 멀어 버렸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주변은 온통 암흑뿐이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밟히는 나뭇잎, 그리고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밤하늘만 아니라면, 검은 밀실에 가두어졌다고 해도 믿을 정도다.


세훈은 침을 삼킨다. 입안이 마른다. 몇 주 전 앤드루를 만났을 때, 그때가 다시 떠오른다. 약 5분여를 암흑 속에서 서 있었다고 했는데... 설마, 지금이 바로 그때인 걸까. 심호흡을 한 번 한다. 숨을 다시 들이마신다...


그런데, 바로 그때.


“엇?”


그 느낌, 주변이 뒤틀어진 듯한, 이 위화감! 그 사람, 그 사람을 만날 때면, 확실히 느끼는, 그 기분 나쁜 느낌! 그렇다... 그 사람, 그 사람의 능력이다! 어디지? 도대체 어디서... 어디서 이러는 거지? 세훈은 주위를 돌아본다. 하지만...


“왜 그렇게 헤매는 거지?”


세훈의 바로 앞에서, 그 목소리가 들린다. 세훈의 눈에, 그 사람이 보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아무것도 안 보였는데!


그런데, 세훈의 앞에 선 클라인의 목소리는, 의외로 부드럽다. 마치 자상한 아버지의 목소리 같고, 지금껏 세훈이 생각했던 클라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여기까지 잘 왔군.”


“너... 도대체 내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야?”


“오늘, 내게 답을 줄 때가 됐지?”


“그렇고말고.”


“아, 나는 네가 현명한 답을 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이렇게 여기로 부른 거야.”


클라인은 한층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세훈은 전에 본 적 없는, 클라인의 그런 가식적으로 보이는 모습에 혐오감마저 느낀다.


“말해 봐. 너의 그 수작을.”


“웬만하면 험하게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지금 진정으로 너를 위해서 하는 이야기니까 말이야.”


“뭔지나 한번 들어 보자고.”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 봐. 너는 초능력에 대한 엄청난 잠재력이 있어. 마치 얼음판 밑의 거대한 호수처럼 말이지.”


“그건 또 무슨 헛소리지?”


“아니, 아니. 헛소리가 아니야.”


클라인은 오른손 검지를 까딱거린다.


“내게는 내 본래의 능력 말고도 또 하나의 능력이 있지. 그건 바로 어떤 사람의 잠재된 초능력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야. 지금의 너는, 분명 아무 능력도 없지. 하지만 조금만 더 하면, 너의 깊은 내면에 잠자고 있는 초능력을 각성할 수 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어린 시절부터, 내 주변에는 초능력자나 초능력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끼게 되더군.”


클라인의 말투는, 세훈이 전에 들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차분하고, 진지해진다.


“나는 두려움을 느꼈지. 내 주변에 모여드는 초능력자나, 초능력의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언제든 나를 공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 그래서 내린 결론은, 위험한 사람들은, 나의 편으로 끌어들이거나, 그 재능에 눈뜨기 전에 처리하는 것, 이 두 가지였다.”


“그렇다면 앤드루도 혹시...”


“맞아. 앤드루 카슨 역시, 재능이 있었지. 그래서, 적당히 명분을 붙여서 내 앞으로 데려왔지. 애석하게도, 그 녀석의 판단은 현명하지 못했어. 초능력도 발현하지 못했고, 또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고 말았지.”


“네놈...”


세훈의 목소리는 나지막하게,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적 없는 깊은 곳에서부터 나온다. 눈빛은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이제껏 느껴 본 적 없는 뜨거운 열기가, 세훈의 온몸을 강하게 사로잡는다.


“앤드루와 비교해 보면 말이지, 지금 너는 확실히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된 것 같군. 투쟁심, 그리고 역경의 극복은 초능력의 발현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지. 바로 지금, 여러 관문을 넘어 여기까지 온 네게, 나는 강한 동질감, 그리고 한편으로는 경외감까지 느끼고 있다.”


조용히 분노에 휩싸인 세훈과는 정반대로, 클라인은 점점 더 어조가 부드러워진다. 세훈은 황당해하면서도, 클라인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는다.


“하지만 너는 아직 부족하다. 갈고 닦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이라는 것들이 느껴진다. 내 밑으로 와라. 내 밑으로 오면, 네 재능은 최고의 상태로 단련될 수 있을 것이고, 또 내 바로 밑에서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자, 선택은 네 몫이다. 현명한 선택을 바란다.”


“답을 할 때가 됐나 보군.”


세훈은 천천히 입을 연다. 주위를 천천히 둘러본다. 칠흑 같은 깊은 숲속. 보이는 건 바로 앞에 선 클라인과, 시야를 꽉 메워 버린 나무들뿐. 그나마도 칠흑같은 어둠 때문에 실루엣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나무들 뒤에 클라인의 패거리가 숨어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걸 빼면, 주변은 완전한 암흑뿐이다...


세훈은 양손의 주먹을 꽉 쥐고,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말한다.




“나의 답은 하나다. 네가 내게 뭘 바라고 있든, 나는 결코 네게 무릎을 꿇지 않아. 네 밑으로 들어가는 일도, 네게 쓰러지는 일도 없을 거다.”




”그렇다면... 나도 답은 하나다. 지금, 여기서 너를 처리할 수밖에 없다!“


클라인은 단호한 어조로 말하고는, 팔을 뻗어 오른손을 어깨높이까지 든다. 세훈은 꿀꺽하고 침을 삼키고는, 숨을 들이쉬었다 내쉰다. 저건 분명... 뭔가를 하려고 하는 자세인데... 하지만 클라인은 능력을 보여 줄 때, 동작을 취하거나 한 적이 없었다. 그 순간, 탤리의 말이 떠오른다. 설마... 저게, 저게 바로 그 클라인이 보여 준 적 없는 능력이라는 건가? 이상한 느낌이 세훈의 뺨을 스친다. 위험하다... 세훈은 직감한다. 아니, 세훈의 본능적인 감각이,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다! 세훈은 재빨리 옆으로 몸을 날린다.


바로 그 다음 순간!


텅-


날카롭게 공기를 가르는 음이 들린다. 세훈의 약 5m 옆에서! 땅바닥에 엎드린 세훈의 옆에, 공기 중에, 뭔가 보인다. 희미하게, 뭔가가 공기를 날카롭게 칼로 자른 듯한, 푸르스름한 연기 같은 것이.


”잘 피했군... 이걸 피할 수 있다니, 역시 재능이 있어.“


클라인의 목소리가, 푸르스름한 연기가 난 곳에서 들려 온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너의 그 질긴 운도, 여기서 끝나게 된다!“


클라인의 말이 끝난 순간, 어느새, 세훈은 클라인의 바로 앞에 와 있다. 그리고 세훈이 고개를 들려는 바로 그때...




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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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표지를 그려 봤습니다. 20.01.14 39 0 -
공지 연재 공지입니다. 19.12.31 51 0 -
41 에필로그 - 다시 , 학교의 그녀석 20.03.30 89 1 7쪽
40 40화 - 덫 한가운데서 20.03.30 40 0 10쪽
39 39화 - 그녀석과 마주보고 20.03.27 42 0 10쪽
» 38화 - 그녀석, 눈앞에 20.03.25 37 0 10쪽
37 37화 - 그녀석에게 가는 길 20.03.23 37 0 10쪽
36 36화 - 다가오는 시간 20.03.20 37 0 10쪽
35 35화 - 거울 속으로(3) 20.03.18 38 0 11쪽
34 34화 - 거울 속으로(2) 20.03.16 30 0 12쪽
33 33화 - 거울 속으로(1) 20.03.13 47 0 11쪽
32 32화 - 부스를 찾아서 20.03.11 46 0 11쪽
31 31화 - 행사는 대성황? 20.03.09 40 0 11쪽
30 30화 - 꿈에서 깨어나도 20.03.06 50 0 13쪽
29 29화 - 꿈속에서 20.03.04 42 0 12쪽
28 28화 - 도서관에서 20.03.02 37 0 12쪽
27 27화 - 독 안에 든 생쥐 20.02.28 45 0 10쪽
26 26화 - 공원에서의 숨바꼭질 20.02.26 34 0 11쪽
25 25화 - 썩 유쾌하지 않은 제안 20.02.24 41 0 13쪽
24 24화 - 다시 만난 그녀석 20.02.21 48 0 11쪽
23 23화 - 보이지 않는 위협 20.02.19 44 0 11쪽
22 22화 - 카페에서 만나자! 20.02.17 44 0 10쪽
21 21화 - 순간을 노려라! 20.02.14 38 0 13쪽
20 20화 - 벽 뒤에 숨어서 20.02.12 78 0 13쪽
19 19화 - 폐건물에서 20.02.10 50 0 12쪽
18 18화 - 폭풍전야의 고요함(2) 20.02.07 76 0 11쪽
17 17화 - 폭풍전야의 고요함(1) 20.02.05 42 0 12쪽
16 16화 - 선배의 부름(3) 20.02.03 95 1 10쪽
15 15화 - 선배의 부름(2) 20.01.31 47 1 11쪽
14 14화 - 선배의 부름(1) 20.01.29 4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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