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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요거트의 글방

학교의 그녀석은 초능력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플레인Y
작품등록일 :
2019.12.31 18:02
최근연재일 :
2020.03.30 21:3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2,514
추천수 :
19
글자수 :
208,700

작성
20.02.12 21:00
조회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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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20화 - 벽 뒤에 숨어서

DUMMY

예준은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확실히 깨달았나? 바로 이게 내 능력이다. 내 신체를 일시적으로 단단하게 만들어서, 여기 있는 콘크리트 벽뿐만이 아니라, 바위, 강철, 심지어 강철보다 더 단단한 금속이라도, 그 무엇도 부술 수 있는, 그것이 내 능력이다.”


“......”


세훈은 아무 말도 없이 예준의 말을 잠자코 듣고만 있다.


“왜 말이 없나? 겁먹었나 보군.”


“......”


“표정을 보니, 확실히 겁먹었는데?”


예준은 확신에 가득 찬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좋아, 좋아. 그런데, 입으로 직접 말을 해야 한다고? ‘앞으로 절대 덤비지 않겠습니다’ 하고 말이지.”




“착각하지 말라고.”


세훈이 오랜 침묵 끝에 입을 연다.


“뭐?”


황당했는지, 예준의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진다. 세훈은 표정의 변화 없이 가만히 예준을 지켜보기만 한다. 예준은 머리를 두어 번 갸우뚱하더니,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에 웃음을 가득 지으며 말한다.


“하하하, 설마,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아니면, 네 머리가 어떻게 된 것 아닌가? 당연히 나는 전자였으면 좋겠는데...”


“아니.”


세훈의 대답은 단호하다.


“이 자식, 뭐야?”


“아니라고 했어. 그쪽은 똑바로 들었지.”


예준의 얼굴이 다시 한번 일그러진다. 조금 전보다 더욱 심하게, 그리고 얼굴색까지 붉어진다.


“이... 이게 어디 뚫린 입이라고 건방지게!”


예준의 목소리는 격앙되어 있다. 세훈은 그런 예준을 보고도 태연한 척하며 한마디 한다.


“해 보라고. 그쪽은 나를 절대 때릴 수 없으니까.”


이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세훈은 속으로부터 밀려오는 초조함 때문에 심장이 빨리 뛰고, 숨도 불규칙해지고 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하면 헤쳐 나갈 수 있단 말인가, 하고 세훈은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쉰다.


“말은 그렇게 해도, 목소리는 떨고 있군. 안 그래?”


예준은 애써 태연한 척하고 목에 더욱 힘을 준다.


“허세 그만 부리고! 얼른 무릎을 꿇으란 말이다! 애써 태연한 척할수록! 네 고등학교 생활은 더욱 비참해질 거란 말이다!”


“허... 그렇게 말씀하시면 무릎을 잘-도 꿇겠습니다.”


“말 똑바로 해라!”


이 말과 동시에 예준은 세훈을 향해 주먹을 날린다. 세훈은 재빨리 몸을 피해 뒤쪽으로 구른다.


“이 자식이! 피해?”


예준은 마치 분화를 앞둔 화산처럼 마구 화를 내며 소리 지른다. 얼굴은 마치 용암처럼 빨갛게 되어 있다.


“후... 그렇다고 진짜로 패려고 할 줄은 몰랐군.”


세훈이 조그맣게 말한다. 손을 대 본다. 교복 여기저기에는 건물 바닥의 시멘트 가루가 묻어 있고, 머리에도 듬성듬성 묻어 있다.


“너 이 자식, ‘진짜로 패려고 할 줄은 몰랐다’고?”


예준은 세훈이 소곤거리듯 하는 말을 어떻게 들었는지, 더욱 꼭지가 돌아서는, 세훈을 금방이라도 밟아 버릴 듯 마구 발을 구르고, 주먹 쥔 손을 허공으로 휘두른다.


“너 이 자식, 내 진면목을 아직 보지를 못해서 그렇구나.”


“뭐... 뭐라고?”


“중학교 이래로 지금껏, 나한테 대항하려는 얼빠진 녀석들은, 모두 내가 능력만 보여 줬다 하면 알아서 무릎을 꿇었지.”


“하, 그거야, 겉으로만 무릎을 꿇고 속으로는 아닐 가능성이 크지. 안 그래?”


“그런데, 너는 그런 멍청이들과는 급이 다르군. 너한테 비추어 보면, 그 멍청이들은 그야말로 ‘현자’지. 내가 볼 때, 너는 머리에 뇌 대신에 똥이 들어차 있다. 무슨 말인지 아나?”




“모르겠는데.”


“그래서, 네놈이 그 멍청이들과는 급이 다르다는 거다! 한번 말하면 좀 알아들으란 말이다!”


예준은 또다시 발을 구르고, 주먹 쥔 손을 허공으로 휘두르며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세훈은 자기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고개를 살짝 흔들며 말한다.


“미안, 나는 머리가 하도 나빠서, 들어 줄 생각이 없거든.”


세훈의 빈정거리는 대답에 예준은 머릿속 화산이 폭발하고야 만다.


“너는 오늘 여기서 못 나갈 줄 알아라! 네 머릿속에 있는 그 똥들을 다 치우기 전까지는 말이다!”


“치워 보시지. 그쪽의 빗자루가 먼저 부러지겠지만.”


“너어어어어어어어!”


예준은 또다시 세훈을 향해 주먹을 휘두른다. 세훈은 다시 재빨리 피해서 벽 뒤로 숨는다. 크게, 그러나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위험했다... 이번에는 하마터면 제대로 맞을 뻔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큰소리는 쳤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지 빠져나간단 말인가! 방금까지 예준에게 한 말들 역시 절반쯤은 허세가 섞인 말들이었다. 그냥 있는 대로 내뱉어 본 말도 있었다는 것이다.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쾅!


별안간, 세훈의 등 뒤에서 굉음이 울린다. 그리고 그 순간, 세훈은 벽 앞쪽으로 나가떨어진다. 털썩! 하고 그대로 세훈은 바닥에 널브러진다.


“으... 으...”


쓰러진 세훈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절로 나온다. 머리가 띵 하고 울린다. 온몸이 쑤신다. 세훈의 뒤에서, 누군가 저벅저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 소리는 세훈의 왼쪽으로 향한 얼굴 바로 앞에서 멈춘다.


“이 자식이...”


세훈은 목소리가 들린 쪽을 올려다본다. 예준의 신발이, 세훈의 눈 바로 앞에 있다.


“그러니까 네놈이 뇌 대신에 똥만 들어찼다는 말이다. 말로 해도 도무지 들어먹지를 못하니까 이렇게 힘을 보여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예준은 발을 들어 바닥에 쿵쿵 하는 소리가 나도록 두어 번 구른다. 세훈은 순간적으로 판단이 선다. 예준의 능력은... 아마도... 손으로만 발동이 가능한 듯하다! 그렇다면...!


여기까지 판단이 서자, 세훈은 힘을 짜내 재빨리 일어선다. 일어서고 나서도, 아까의 충격 때문인지 다리가 조금씩 후들거린다. 여전히 예준은 양손에 주먹을 쥐고 금방이라도 휘두를 듯 들어 보인다. 저 손, 저 손만 피하면 된다!


“후...”


“아직도 말을 할 기운이 남은 거냐?”


“그럼, 있고말고. 그쪽은 나를 절대로 쓰러트릴 수 없을 거라는 것만 말해 두지.”


“이 자시이이익!”


또 한 번, 예준의 주먹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온다. 세훈은 또다시 재빨리 피한다. 예준의 주먹을 피해서 숨을 몰아쉴 틈도 없이, 또다시 주먹이 날아온다. 그리고 그 속도도 점점 빨라진다.


“절대 놓치지 않는다!”


예준은 악에 받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세훈은 뒷걸음질 치며 계속 피해 보지만, 예준의 주먹은 조금씩 점점 가까워진다. 예준이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고 생각하고 강타를 날리려는 때.


“어...? 이 녀석, 어디 갔어?”


예준의 눈앞에 보이는 건 벽과 복도뿐. 그나마도 빛이 들어오지 않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


“감히... 또 도망갔겠다. 그래 봤자 멀리 못 갔겠지! 눈에 띄는 대로 그 머릿속 청소를 시작해 주겠다!”




한편 그 시간, 폐건물 4층의 한 방. 세훈은 벽을 등지고 서서 숨을 죽이고 가만히 서 있다.


“하... 진짜로 나를 패려고 들 줄은 몰랐는데.”


세훈은 소리를 죽이고 중얼거린다.


“무모한 건지 아니면 멍청한 건지 모르겠단 말이야... 둘 다겠지 뭐. 그런데 저 선배 같은 집안에서 저런 단순하고 무식한 머리가 나올 수도 있는... 건가?”


세훈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저 조심스럽게 예준이 오지나 않을까 하고 방 출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려 볼 뿐. 벽 저 너머에서 저벅, 저벅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멀어지는 것인가, 가까워져 오는 것인가? 도통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 방에서 나가 볼 수도 없다. 나간다는 것은 곧 예준에게 세훈의 위치를 알려 주는 것과 같은 것이 되니까. 초조해진 세훈은 문득 시간이 궁금해 시계를 본다. 시간은 이제 오후 2시 20분. 폐건물에 들어선 지 한 2시간 정도 지난 것 같았는데 아직도 20분 정도밖에 안 지났다. 비슷한 상황이던 비숍과의 싸움 당시에는 이 정도로 시간이 느리게 간 것 같지는 않았는데... 아무래도 그때는 옆에 친구들도 있었고, 또 그때는 여기 같은 폐건물이 아닌 학교 건물이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렇게 시간이 안 간 적은 처음이었다. 클라인과 처음 대면할 때도 이 정도로 시간이 안 가지는 않았는데...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가만히 있자니, 발이 조금씩 저린다. 입도 말라 간다. 가슴도 답답하고, 마치 가뭄에 땅 갈라지듯 속에서부터 쩍쩍 말라 가는 느낌이다. 산 채로 소금기둥이 되었다는 누군가의 심정이 저절로 느껴진다.


거기다가 그 파라 씨한테서는 왜 연락이 없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분명 도와준다고 했을 텐데... 왜 아직껏 연락이 없는 걸까? 어쩌면 그냥 해 본 말일지도...


생각 같아서는, 소리를 한 번 질러 봐야 이 답답한 느낌이 풀릴 것 같다. 한편으로는, 예준이 지금 어디쯤 있는지 밖에 직접 나가서 알아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예준과의 소리 없는 대치가 계속되는 한, 그런 건 모조리 희망 사항일 뿐이다. 세훈은 생각한 끝에, AI폰을 꺼내서 *나라와의 대화를 시도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너라면 어떻게 할래?




세훈은 이렇게 AI폰에 메시지를 남긴다. 그러고 나서 약 30초 후. 메시지 하나가 뜬다. 발신자는 *나라.




언제까지 그렇게 숨어만 있을 거예요?




*나라의 대답은 다분히 직설적이다. 세훈의 가슴을 마구 후벼팔 정도로. 세훈은 그 메시지를 보고는 표정을 일그러뜨린다. 한숨을 크게 내쉬고 싶지만, 소리를 낼 수 없으니 가만히 입술만 깨문다. 세훈은 *나라의 메시지에 이어서 적는다. 세훈의 얼굴이며 손 등, 여기저기에 핏대가 서 있다.




너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그렇게 말하는 거야?




세훈은 입술을 어찌나 깨물었던지, 입안에서 짠맛이 절로 날 정도다. 메시지를 보내 놓고서도, 화가 풀리지 않을 정도다. *나라가 지금껏 이런 대답을 한 적은 없었는데...




물론이죠. 지금 어떤 소리도 내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나라의 메시지를 받은 세훈은 조금은 화를 누그러뜨리고, 다시 메시지를 보낸다. 하지만 손에 선 핏대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는다.




너라면 지금 내 상황에서 뭘 해야 한다고 생각해?




세훈은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도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는다. 소리를 낼 수 없으니 입술을 더욱 세게 깨문다. 입 안에 짠맛이 더 진하게 난다. *나라의 메시지가 도착한 건 세훈이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약 30초 후.




움직이세요. 움직여야 해요.




움직이라고? 지금 이 상황에? 세훈은 당장이라도 AI폰을 던져 버리고 싶은 기분이다. 거기에 *나라에게 느끼는 배신감은 덤이다. 잠시 후, *나라의 메시지가 다시 도착한다.




세훈 님이 무슨 생각 하시는지 알 것 같아요. 하지만 제 말을 들으셔야 해요. 안 그러면 영원히 지고 말아요.




세훈은 *나라의 메시지를 보고는 말없이 가만히 서 있다. 그렇다고 메시지를 쓰려고 하지도 않는다. 뭔가 뒤통수를 강하게 얻어맞은 것 같다. 머릿속이 얼얼하고, 띵 하고 울리는, 그런 느낌이다. 잠시 후, 세훈은 떨리는 손으로 메시지를 적는다.




고마워, *나라. 이제 나는 숨지 않을 거야.




세훈은 메시지를 적고는 AI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몸 여기저기에 묻은 먼지를 털고, 머리 모양도 한 번 고친 다음, 벽에 기댔던 등을 벽에서 떼고 허리도 똑바로 한다. 그리고 발을 한 걸음 떼기 시작하려는 바로 그 때...




쾅!




갑자기 엄청난 굉음이 들려오고, 세훈의 몸은 그대로 방 한쪽으로 나가떨어진다.


“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세훈은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팔을 바닥에 짚는다. 그러나 좀처럼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 안 그래도 몸 여기저기가 쑤셔 오는데, 몸을 일으켜 세우려니까 그 쑤신 곳들이 더 쑤셔 온다.


“이 녀석! 잘도 숨어 있었군!”


지금 들린 목소리... 분명, 예준의 목소리다!


“용케도 내 눈을 피해서 숨어 있었겠다.”


예준이 서 있는 자리, 그곳에는, 아까 전보다 훨씬 더 큰 구멍이 벽에 나 있다. 벽이 부서지다 못해, 천장과 바닥에까지 금이 가 있을 정도다. 주먹으로 부순 게, 저 정도로 컸던가? 아까는 저 정도 크기까지는 아니었을 텐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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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에필로그 - 다시 , 학교의 그녀석 20.03.30 88 1 7쪽
40 40화 - 덫 한가운데서 20.03.30 39 0 10쪽
39 39화 - 그녀석과 마주보고 20.03.27 42 0 10쪽
38 38화 - 그녀석, 눈앞에 20.03.25 36 0 10쪽
37 37화 - 그녀석에게 가는 길 20.03.23 36 0 10쪽
36 36화 - 다가오는 시간 20.03.20 37 0 10쪽
35 35화 - 거울 속으로(3) 20.03.18 38 0 11쪽
34 34화 - 거울 속으로(2) 20.03.16 30 0 12쪽
33 33화 - 거울 속으로(1) 20.03.13 47 0 11쪽
32 32화 - 부스를 찾아서 20.03.11 46 0 11쪽
31 31화 - 행사는 대성황? 20.03.09 39 0 11쪽
30 30화 - 꿈에서 깨어나도 20.03.06 50 0 13쪽
29 29화 - 꿈속에서 20.03.04 41 0 12쪽
28 28화 - 도서관에서 20.03.02 36 0 12쪽
27 27화 - 독 안에 든 생쥐 20.02.28 45 0 10쪽
26 26화 - 공원에서의 숨바꼭질 20.02.26 33 0 11쪽
25 25화 - 썩 유쾌하지 않은 제안 20.02.24 40 0 13쪽
24 24화 - 다시 만난 그녀석 20.02.21 48 0 11쪽
23 23화 - 보이지 않는 위협 20.02.19 43 0 11쪽
22 22화 - 카페에서 만나자! 20.02.17 43 0 10쪽
21 21화 - 순간을 노려라! 20.02.14 37 0 13쪽
» 20화 - 벽 뒤에 숨어서 20.02.12 78 0 13쪽
19 19화 - 폐건물에서 20.02.10 50 0 12쪽
18 18화 - 폭풍전야의 고요함(2) 20.02.07 75 0 11쪽
17 17화 - 폭풍전야의 고요함(1) 20.02.05 42 0 12쪽
16 16화 - 선배의 부름(3) 20.02.03 94 1 10쪽
15 15화 - 선배의 부름(2) 20.01.31 47 1 11쪽
14 14화 - 선배의 부름(1) 20.01.29 4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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