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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반영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1.12.15 15:36
최근연재일 :
2022.08.01 21:00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4,773
추천수 :
37
글자수 :
440,565

작성
21.12.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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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히어로 반(2)

해당 작품은 가상의 작품으로. 특정 단체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



저녁식사 이후로 모이는 가족회의.

나는 학교에서 받은 서류를 꺼내어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야, 이게 뭐냐.”


남동생인 이태영이 눈에 불을 켜고 따지고 들었다.


“우와 오빠, 이거 진짜야?”


여동생인 이슬비도 서류를 보고 놀란 목소리를 내었다.


“음, 우리 아들이 히어로 반으로 편입이 가능하다는 말이지?”


아버지가 손에 들고 있던 신문과 후식 커피를 내려놓으며 말하였다.


“삼남매 모두 명문고의 특혜를 제대로 받게 되었으니. 이거 파티라도 열어야 될까?”


자잘한 일은 신경 안 쓰고 좋아하는 모습이. 역시 아버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우리 현우가 2학년 끝 무렵인데 문제없을까요?”


걱정하는 어머니의 말에 긴장했다.

그도 그럴게 2학년 끝 무렵에 편입.

시기가 늦은 것도 있지만 심지어 히어로반이니 걱정할 만도 했다.


“현우가 적응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무언가를 해낼 수 있을 지도 걱정이에요. 과연 이게 맞는 일인지···.”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어머니의 말대로 남은 시간은 적었고. 이미 형성된 인간관계에 끼어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나는 편입을 하고 싶었다.

내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였다.


"어머니, 저는···"

“취업이라면 이 녀석 걱정은 안 해도 돼요.”


나는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을 돌아봤다.

평소에 구박만 하고 형 취급은 해주지도 않던 동생.

그런 이태영이 지금, 나의 결정에 힘을 불어 넣어주고 있었다.


“끝 무렵 편입이라고 해도. 무려 히어로반이에요. 다른 곳은 몰라도 우리 학교 히어로 반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데려가려 할 걸요?”


나는 동생의 응원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평소에 그토록 나를 싫어하던 그가 나의 편이 되어주고 있었다.


“히어로 반은 팀 활동이 원칙이라. 친해지려고 노력만 하면 친구도 금방 생길 거고요. 서류에는 편입 이후에 생기는 모든 지원은 학교 측에서 부담하네요. 한번 보시겠어요?”


태영은 자신이 보던 서류를 어머니에게 보여주었다.

덕분에 서류를 받아 읽은 어머니의 분위기가 전과 달리 한층 너그러워져 있었다.

지금이 기회였다.


“어머니. 저는 히어로 반에 들어가고 싶어요.”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확실히 의사를 드러내었다.

이제는 아버지는 물론이고 어머니 또한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다.


“고맙다. 태영아.”


내가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남동생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런데 기분 탓일까.

왠지 그 미소가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남동생은 내 시선을 뒤로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저는 이 녀석이 편입하는 거 찬성이에요.”


태영의 말과 함께 다른 가족도 내 선택을 존중해준다고 응원해줬다.

그렇게 해서 이 선택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되었다.

오늘의 가족회의는 이걸로 종료되었다.

나와 쌍둥이 모두 각자의 방에 돌아가려고 몸을 움직였다.


“잠깐!”


갑자기 아버지가 주목을 끌었다.


“자, 이런 경사스러운 날에 야식을 안 먹어서 쓰나? 먹고 싶은 거 얘기해라 아빠가 다 사주마!”


아버지의 선언과 함께 여동생이 환호성을 질렀다.

배달음식을 시키고 몇 분 뒤, 비어있던 상 위에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오늘만큼은 평소에 야식을 멀리하시던 어머니도 몇 점 입에 넣으며 행복해 하였다.


"우리 집안에 안녕을 기원하며 건배!"


아버지의 건배사와 함께 술잔과 주스 잔이 서로 부딪혔다.

온 가족의 얼굴에서 행복이 떠나갈 줄 모르는 시간.

이제 남은 건, 내가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일 뿐이었다.



*



“오빠, 잘 자~”


잘 준비를 끝낸 슬비는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나는 서류와 옷을 정리하고, 침대 끝에 앉아서 휴대폰을 들었다.

평소에는 받기만 하였던 강혁의 전화번호. 그와 연락을 하기 위해 번호를 눌렀다.


‘고객님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몇 번 연결 음이 들리다가 통화 녹음으로 넘어가는 핸드폰 소리.

그때 말했던 게 진심이었는지. 그는 오늘도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는 포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오랜 친구이자 히어로반의 유망주인 이진석.

당연히 받을 거라 생각했지만. 오늘은 그 또한 전화를 받지 않았다.


“많이 바쁜가?"


나는 문자 하나를 남긴 다음, 침대에 몸을 눕혔다.

그리고 몸을 돌려 벽을 바라보았는데.

그곳에는 어렸을 적 진석과 내가 세긴 낙서가 그려져 있었다.

지난 추억이 떠오르자 웃음이 나왔다.

초등학생 때의 진석은 울보에 겁쟁이로. 항상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내가 그와 처음 만났던 곳은 초등학교 주차장 뒤에 분리수거장 이었는데.

그때 그를 괴롭히는 패거리를 혼내주고 친해지기 시작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초등학생 시절이 지난 이후로 진석은 공부도 잘하고 싸움도 잘해서 만능 엘리트라 불리고 다녔다.

그런데 그런 그가 딱 한번 서럽게 눈물을 흘렸던 적이 있었다.


‘뭐였더라?’


분명 중학교 3학년 때에 있었던 일이었다.

머리를 감싸 쥐고 기억을 떠올리던 나는, 그때에 나눴던 대화의 일부를 기억해 내는데 성공했다.


‘현우야, 나 못 할 거 같아. 이 일이 내 길이 아닌 거 같아서 겁이 나.’

‘오랫동안 꿨던 꿈이잖아. 아깝지 않아?’

‘하지만······.’


그 뒤에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확실한 건, 진석은 이 대화가 있고 며칠 안 되어서 전문 히어로 자격증을 받았다는 것이다.


‘왜지?’


시기상으로 봤을 때, 진석은 시험을 다 본 이후에야 히어로를 못하겠다 말했을 것이다.

그때에는 대충 넘어갔었는데 이제 와서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뭐, 나중에 물어봐도 되겠지.’


생각을 그만두고 불을 끄기 위해 문 쪽을 보았다.

그런데 나를 지켜보고 있는 남색 눈동자가 있었다.

내 방문 앞에서 이태영이 문에 어깨를 기댄 채 서 있었다.


“뭐야, 너도 인사하러 온 거야?”


나는 애써 웃으며 말을 하였다.

그러나 남동생의 얼굴에 떠오른 건. 뭔가 께름칙하게 느껴졌던 그 웃음.

나는 몸을 긴장 시키고 마른 침을 삼켰다.

남동생은 방에 발을 들이며 입을 열었다.


“어, 잘 자라고 인사하러 왔어.”


진심 하나 없는 가식적인 말투.

그 말을 듣는 순간. 온 신경이 날카롭게 날을 세웠다.


“형, 기억해?”


태영의 모습이 흐릿하게 왜곡되어 보였다.

수많은 물방울이 그의 주변을 맴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 기억 못 하려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옆에 있던 목검을 들었다.

남동생이 진짜로 할 생각은 아니겠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는 필요했다.


"이태영. 어렸을 적과 같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형이야 말로 후계자를 얕보고 있는 건 아니고?"


'후계자'


부모와 같은 속성의 초능력을 갖고 태어나는 아이들을 칭하는 말.

후계자는 자신의 초능력 속성에 대한 친화력이 높으며. 에스트의 크기도 부모에 비해 거대한 것이 특징이었다.


"한밤중에 싸움은 좋지 않을 텐데?"


나는 그가 물러나기를 기대하며 넌지시 말했다.

태영과 슬비. 물 속성 후계자인 둘의 초능력 등급은 삼 급 초능력자로. 삼 급 초인인 내가 맨손으로 당해낼 수준이 아니었다.

몸을 긴장하며 서로 노려보기만 하는 대치 상황이 계속되던 그때였다.


“형 왜 그래? 긴장 풀어.”


태영이 먼저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표정을 풀었다.

하지만 나는 손에 쥔 목검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렇게 5초 정도가 더 지나고 나서야 태영이 주위에 떠다니는 물방울을 제거하였다.

그가 진심으로 안도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다행이야. 혹시 잊어버린 게 아닐까 걱정했거든.”


그 말에, 나는 씁쓸하게 한쪽 입 꼬리를 올렸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

내가 9살이었던 시절, 그가 나를 죽이려 했던 적이 있었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라고!'


나 대신에 어머니가 사고를 당하자 이성을 잃은 남동생이 달려들었다.

그가 내 목을 조르자 호흡 기관에 물이 가득 차올랐다.

그때에는 지나가던 사람들의 도움으로 겨우 무사 할 수 있었다.

끔찍했던 경험이었다.


'이태영! 대체 형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아버지가 처음으로 손찌검을 하였다.

그의 성화에 태영은 다음 날 사과하러 나를 찾아왔다.

그러나 그때 이후로 태영은 단 한 번도 나를 형 취급 한 적이 없었다.

그것은 지금까지도 계속 되었다.


“형, 긴장 풀어.”


이태영이 내 목검 위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웃어보였다,


“나는 형이 걱정 돼서 온 거란 말이야.”


평소와 너무 다른 그의 태도.

그가 무슨 말을 할지 경계하였다.


“있잖아,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는 말 알아?”


평상시에 흔히 사용되는 속담.

그러나 그게 어떤 뜻으로 말을 한 건지 알 수 없었다.


“형. 히어로 반 신청할 게 눈에 훤해서 해주는 말이야.”


급류가 흐를 때의 물소리가 들렸다.

어항 속의 물이 순식간에 태영이 있는 곳으로 흘러갔다.

천천히. 신비하게 공중에서 회전하며 구(球) 형태를 띠는 물.

내가 그의 행동에 얼굴을 찌푸리자. 그는 오히려 입 꼬리를 올렸다.


“돌멩이는. 알아서 제자리를 찾아 굴러 가는 게 좋을 거야.”


그가 방향을 가리키자. 공중에 떠있던 물이 다시 어항 안으로 들어갔다.

어항 속 수초가 언제 물이 사라졌냐는 듯 평화롭게 흔들렸다.


“이 곳 저 곳 치여서, 하얀 모래가 되고 싶은 게 아니길 빌게.”


달칵.

태영은 벽에 있던 스위치를 눌러서 전등을 껐다.

불빛 하나 없이 어두워진 공간 속에서 태영의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나는 어항이 있던 탁자로 시선을 옮겼다.

달칵.

스탠드 전등의 불을 키자 탁자 위에 어항의 모습이 보였다.

금붕어 세 마리가 헤엄치고 수초와 자갈이 어울려 노는 어항 속 세상.

그러나 그 물 표면에는 황금 빛 금붕어 한 마리가 죽어있었다.

달칵. 달칵.

배터리가 부족한 지 스탠드의 불빛이 깜빡거렸다.

툭.

스탠드의 불빛이 꺼지고 방 안은 다시 어둠이 찾아왔다.


‘오빠 왔어?’

‘아들 왔냐?’

‘현우야, 힘든 일 없니?’


내가 마음 깊이 사랑하는 가족.


‘너 같은 게 가족이라는 게 정말 싫어.’


나와 복잡한 관계인 남동생이었다.



*



학교를 등교해야 하는 똑같은 아침.

나는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떠 집 밖을 나갔다.

지금은 새벽 5시.

등교시간 보다 한참 이른 시간이었지만, 도중에 딴 길로 샐 계획이기에 지금 시간을 선택하였다.

나는 구멍가게에서 컵 아이스크림을 사고,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뚜껑을 열었다.

한 눈에 봐도 맛있어 보이는 딸기 아이스크림과 초코 알갱이가 가득한 컵 아이스크림이었다.

나는 플라스틱 수저를 들어 반 즈음 떠먹었다.

그리고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딱히 맛이 없어서 한 행동은 아니었다. 그저 피곤했을 뿐.

피곤한 마음에 고개를 뒤로 젖히니 새벽의 노을과 나뭇잎의 그늘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먹다 남긴 아이스크림의 단내와 공원의 풀 향기가 코를 간질거리는 게. 우중충한 기분을 조금 달래주었다.


‘잠깐 눈 좀 붙일까.’


눈을 감았다.

최근에 잠들었던 시간 중에서 제일 편안한 기분으로 잠에 빠진 거 같았다.



*



현재 시간은 오전 7시.

휴대폰에 익숙한 번호의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어 귀에 갖다 대었다.


“어, 진석···”

“현우야, 너 어디야!”


진석이 전화를 받자마자 제 할 말을 하였다.

그가 왜 그렇게 다급해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나는 걸음을 멈춰서고 귀를 기울였다.

다급한 발소리와 숨소리. 전화 너머의 진석은 달리고 있는 중인 거 같았다.


“현우야 나랑 같이 등교해. 절대로 혼자 등교 하지 마.”


부탁이 아니라 경고에 가까운 그의 말투.

그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지 고민이 되었다.


“내가 지금 너희 집으로 가고 있어. 절대로 전화하기 전까지 밖으로 나오지 마.”


진석은 숨을 헐떡이면서 절박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다.


“진석아. 이미 집 밖이야.”

“밖이라고······?”


그의 목소리가 거칠게 잠겨있었다.

그는 한층 더 다급해진 기색으로 말을 하였다


“어디야, 이현우? 내가 지금 갈 거니 움직이지 말고 있어.”

“움직이지 말라고 해도. 이미 반 앞이야. 내가 거기로 갈까?”

“반 앞? 너희 반 앞?”


이제는 초조한 기색까지 느껴졌다.


“잘 들어, 절대로 히어로 반에 혼자 가지 마. 내가 지금 갈 테니 교문 밖으로 나와.”


나는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나무로 된 미닫이문과 2학년이라 적힌 팻말.

히어로 반에 가지 말라고 했으나, 이미 히어로 반 앞까지 와 있었다.

지금이라도 교문 앞까지 가야 하나 고민되던 그때였다.

드르륵.

교실의 미닫이문이 열렸다.


“어, 왔네?”


말을 한 건, 이국적인 검은 피부를 가진 거대한 남학생.


“얘들아 돌멩이 왔다!”


검은 남자가 외침과 동시에. 내 멱살이 붙잡혀서 반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현우야? 현우야? 이런······.”


문 밖에 떨어진 핸드폰에서 진석의 욕설이 들린 거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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