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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음 님의 서재입니다.

육체의 생명은 피에 있음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일반소설

완결

재음
작품등록일 :
2017.06.26 22:08
최근연재일 :
2017.08.16 03:56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1,272
추천수 :
222
글자수 :
180,041

작성
17.08.12 23:34
조회
122
추천
3
글자
4쪽

34. 미행

DUMMY

# 34. 미행




“엄마! 코코아도~ 감자 칩도~!


안젤라는 마트 안을 뛰어다니며 좋아하는 것들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카트를 끌고 따라가는 나탈리는 복잡한 생각들에 잠겨 쇼핑에 집중하지 못했다.



나탈리는 지난밤 무작정 집을 나와 예전에 부모님이 주말 별장으로 사용하시던 시골집으로 왔다.

몇년 간 사용하지 않아 뽀얗게 먼지가 앉아 있었지만, 다행히 수도와 전기는 문제없이 들어왔다. 안젤라는 몇번이나 ‘아빠는 언제 오냐?’고 물었지만, 곧 휴가라도 온 듯 신나서 럭키와 개울가를 뛰어다녔다.


언제까지 여기 있게 될지는 모르지만···

당장 필요한 것들을 사러 마트에 온 나탈리는 휴지며 세제 등 제법 오랜 기간을 염두에 두고 장을 봤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으로서는 핀치에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화가 났다는 그런 유치한 감정 문제가 아니었다. 핀치라는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실망.


그에게 너무 큰 것을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그도 또한 인간일 뿐인데···.

알지만 무너진 마음을 다잡는 건 다른 문제였다.


그리고 캐빈에 대한 자신의 마음 또한 정리되지 않았다. 그에게 흔들린 것과는 별개로 자신에 대한 혐오감과 실망감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캐빈이 자신을 덮쳤을 때는 너무나 무서웠다. 두려움에 몸부림쳤다. 그러나 그건 캐빈이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만약 캐빈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래도 그렇게 두려웠을까?

그러나 이렇게 생각을 발전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는 안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외면하던 생각들도, 이곳에 와서 차분히 짚어가다 보니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졌다.

캐빈이었다면, 자신을 그렇게 두려워하게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렇다. 캐빈이라면 절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하다. 그건 캐빈이 아니었다.


사실 처음부터 나탈리는 자신을 덮친 것이 캐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핀치가 캐빈이라고 말했을 때, 너무나 놀랐다. 하지만 당시에는 너무나 경황이 없었고, 핀치가 너무나 확신있게 말하기 때문에, 미처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이 캐빈이라고 믿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와 차분히 돌아보면, 알 수 있었다. 그건 캐빈이 아니었다.

그럼 누구였지?




“엄마! 엄마! 무슨 생각해요?”


안젤라가 엄마의 치마를 잡아당겼다. 나탈리는 졸다가 깨어난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 그녀의 딸을 바라보았다.


“아, 어.. 안젤라. 미안, 뭐라고?”


“치이.. 우유도 사야된다고. 럭키 밥도 안 샀어요.”


나탈리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하나 카트에 담았다. 꼬맹이 안젤라는 어른 못지 않게 이것저것 엄마를 챙기고 있었다.

나탈리는 그런 딸을 꼬옥 끌어안아 주었다.


“안젤라, 고마워. 사랑해.”


“응, 응. 나도 엄마 사랑해. 근데 마쉬멜로우 사도 돼?”





나탈리는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주차장을 가로질러 갔다. 안젤라도 제 딴에는 돕는다고 바나나 송이를 들고 엄마의 뒤를 졸졸 따랐다.

나탈리는 쇼핑백을 무릎으로 받히고, 힘겹게 핸드백에서 차 키를 꺼내, 차문을 열어 간신히 쇼핑 백을 트렁크에 실었다. 뒷좌석 카시트에 안젤라를 앉히고 안전벨트를 매어주고, 문단속을 한 후 운전석에 앉아 가쁜 숨을 내쉬었다.



나탈리가 시동을 걸고 천천히 마트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동안,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보는 시선이 있었다.

주차장 한 구석에 서있던 낡은 트럭은 천천히 나탈리의 차를 따라 나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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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 No.024 +2 17.08.13 138 2 2쪽
35 35. 범인 17.08.13 106 0 4쪽
» 34. 미행 17.08.12 123 3 4쪽
33 33. 하이웨이 모텔 +1 17.08.12 760 0 7쪽
32 32. 상황실 +1 17.08.11 155 2 6쪽
31 31. 습격 +2 17.08.07 144 0 10쪽
30 30. 용서할 수 없음 +2 17.08.04 188 3 8쪽
29 29. 감정 전이 +1 17.08.03 191 1 9쪽
28 28. 핀치의 고백 - Curiosity kills the cat +3 17.08.01 167 3 8쪽
27 27. 비누 거품 +2 17.08.01 199 2 11쪽
26 26. 아직 피흘리기까지는 대항치 아니하고 +2 17.07.31 214 2 16쪽
25 25. No.023 세번째 인터뷰 +2 17.07.30 190 2 7쪽
24 24. 올바른 답을 얻기 위해서는 올바른 문제를 찾아야 한다. +2 17.07.29 204 2 7쪽
23 23. 아픔을 견디는 방법 +1 17.07.27 177 3 7쪽
22 22. 달밤 +1 17.07.26 190 2 10쪽
21 21. 롤러코스터 +2 17.07.25 203 3 11쪽
20 20. 나탈리 +2 17.07.24 242 4 8쪽
19 19. 바자회 - 폭풍전야 +3 17.07.22 247 5 20쪽
18 18. No.023 두번째 인터뷰 - the Passover +4 17.07.20 339 6 19쪽
17 17. 잠 +4 17.07.19 307 6 7쪽
16 16. 대신 죽어줄 사람 (The only begotten Son) +3 17.07.18 241 8 25쪽
15 15. 출구 +7 17.07.17 230 7 10쪽
14 14. 희생 제물 +3 17.07.15 260 7 14쪽
13 13. 아버지의 마음 +2 17.07.13 322 6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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